Music Genius's Playlist RAW novel - Chapter (84)
084. 어쩌면 생각보다 더.
도웅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지금은 지방 축제 스케줄을 소화하는 중.
도웅은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한 이후로 관객들의 환호가 남다르다고 느꼈다.
“꺄아아악!! 남도웅!!”
관심의 시선, 뭔가를 기대하는 표정들.
심지어 도웅이 훅을 부를 때, 따라부르는 사람이 월등히 많아졌다는 데서 도웅은 인기를 실감했다.
자신의 음악을 원하는 이들과 호흡하는 동안 온몸의 세포들이 깨어나는 느낌.
‘무대가 즐겁다.’
이 순간이 즐거운 것은 도웅과 함께 무대에 서는 댄스팀 또한 마찬가지였다.
행사 후 차에 몸을 실은 그들 중 한 명이 얘기했다.
“스케줄이 많아서 몸은 힘든데, 무대에 서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아마 관객 호응이 좋아서 그럴걸?”
“맞아요. 사실 이 맛에 춤추는 거죠.”
생기가 도는 댄스팀의 표정.
도웅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자신의 노력이 이들을 웃게 했다는 데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옆에 앉아있던 댄스팀 누나가 도웅에게 물었다.
“도웅 씨, 스케줄 많아서 피곤하지 않아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죠.”
그러자 해사하게 웃는 누나.
“물이 이렇게 계속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매일 기분 좋게 둥둥 떠다니게.”
도웅 또한 이 즐거움이 순간의 단꿈으로 끝나지 않기만을 바랐다.
인기의 단맛이 느껴질수록 더욱더.
그때 댄스팀 누나가 물었다.
“모레는 스페셜k스타3 스케줄 가는 날이죠?”
“네.”
“이렇게 잘돼서 축하 공연을 하러 가게 된 기분이 어때요? 조금 남다를 것 같은데.”
“음···. 당당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게 기쁘기도 하고, 처음 도전했을 때 생각도 나고. 약간 복잡해요.”
“그럴 것 같아요.”
도웅은 프로그램 안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처음 오디션 문턱 밟은 게 엊그제 같은데···.’
한 단계씩 성장해 결국 우승까지 따낸 자신,
함께 최선을 다했던 동료들.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서울의 높은 빌딩 숲이 도웅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음날 판타스타의 로비.
도웅은 댄서들과 스페셜k스타 축하 무대에서 선보일 대형을 맞춰보고는,
점심을 먹고 들어왔다.
그런데 회사 안의 분위기가 뭔가 분주했다.
마침 무거운 장비를 들고 계단을 낑낑거리며 올라가고 있는 이나래 대리가 눈에 들어왔다.
도웅은 한달음에 달려갔다.
“대리님, 무거우실 텐데 저 주세요.”
“아, 도웅 씨. 어, 저 괜찮은데.”
당황해 말을 더듬는 이 대리에게서,
도웅은 살포시 장비를 덜어주었다.
수줍게 웃는 이 대리에게 도웅이 물었다.
“오늘 무슨 일 있어요?”
“네, 오늘 연습생 오디션이 있어요.”
“그래도 다른 때랑은 분위기가 뭔가 다른데요?”
“아, 도웅 씨 바빠서 못 보셨구나. 몇주째 진행하고 있는 대대적인 오디션이에요. 도웅 씨 1위하고 나서 지원자가 부쩍 늘었거든요.”
지망생들은 소속 가수의 네임벨류를 보고 소속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여명을 제외하고는 그렇다 할 가수가 없었던 판타스타였으나,
도웅의 등장으로 판타스타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본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이나래 대리가 목소리를 줄여 말했다.
“저희가 곧 여자 아이돌 그룹을 런칭할 예정이거든요.”
도웅이 알던 판타스타는 이 시기쯤 걸그룹 아닌 보이그룹을 런칭했었지만,
‘계획에 없던 나랑 백설이 판타스타에 들어오면서 완전히 바뀐 거겠지.’
이것도 도웅의 나비효과로 바뀐 결과이겠거니 했다.
“그래서 이번에 거의 데뷔 조 뽑는 오디션인데···. 3주째 아직 그렇다 할 인재가 없네요.”
갑자기 시무룩해지는 이나래 대리의 표정.
도웅이 분위기를 바꿔보려 질문을 던졌다.
“기존에 있던 친구들 중에 멤버는 조금 추려졌어요?”
“네, 사 인조로 기획 중인데 세 명은 거의 결정이 됐어요.”
그 안에 백설이 들었을지 확인하고 싶었던 찰나 오디션장에 도착했다.
마침 서류 하나를 뒤적이며 이쪽으로 걸어오던 강태진이 도웅을 발견하고 화색을 띄었다.
“어! 도웅 씨.”
그는 도웅만 보면 반사적으로 입을 귀에다 걸었다.
그는 잠시 뭔가 생각하고는 얘기했다.
“도웅 씨, 혹시 지금 시간 있어요?”
“네, 괜찮아요.”
“그럼 오디션 심사 같이 안 볼래요?”
“제가 오디션을요?”
“네, 아마 도웅 씨 때문에 우리 회사에 지원한 친구들 많을 거예요. 그런 친구들 격려 차원에서라도요.”
순간 도웅은 맨 처음 판타스타에 오디션을 보러왔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나도 강 대표님이랑 여명 선배님이 오디션을 직접 봐서 놀랐었지.’
특별한 인물들이 자신을 봐주고 있다는 데서 놀랍고 설렜던 기억.
도웅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강태진의 제안을 승낙했다.
게다가 도웅은 미래정보를 알고 있으니 괜찮은 지원자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몰랐으니까.
“이 세 명이 이번에 데뷔 조로 들어가 있는 애들이고···.”
오디션에 앞서 기획하고 있는 그룹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었다.
‘다행히 백설도 포함되어있네.’
도웅은 추려진 데뷔 조 명단 안에 백설의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백설 또한 미래에 스타가 될, 놓쳐서는 안 될 인재였으니까.
그렇게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들어오세요.”
지원자가 세 명씩 짝을 지어서 들어왔다.
“허억!”
들어온 지원자들이 도웅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당장 도웅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
“안녕하세요. 편하게 준비해오신 것 보여주세요.”
도웅을 발견한 직후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떨기 시작하는 지원자가 있는가 하면,
‘저 친구는 안타깝지만, 준비가 덜 됐네.’
오히려 도웅의 앞이라 더욱 의욕을 불태우는 이들도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실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연습생으로서 역량의 일부.
이번엔 바로 데뷔 조로 투입시킬만한 연습생을 뽑는 자리였기에, 평가는 냉정하게 이루어졌다.
그렇게 오디션 한 타임이 끝난 후의 쉬는 시간.
같이 심사를 보던 추도진 안무가가 말했다.
“그래도 오늘은 괜찮은 친구들이 좀 있네요.”
“그렇다고 딱 꽂히는 친구는 없어요. 노래가 괜찮다 싶으면 춤이 너무 별로고···”
발라드 가수는 노래실력이 월등하다면 다른 조건들은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했다.
하지만 아이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모, 노래, 춤, 끼의 밸런스.
너무 한가지 요소가 뒤떨어지면 그룹 전체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룹의 컨셉을 소화할 수 있는 그런 인재를 찾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판타스타는 실력을 중요시하는 회사였기에 약간 기준이 까다로워,
오디션이 길어지고 있는 이유도 있었다.
추도진 안무가가 서류를 뒤적이며 중얼거렸다.
“당연히 뭐든 다 잘하면야 좋겠지만, 도웅 씨처럼 모든 게 다 완벽하기는 쉽지 않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무의식적인 발언.
그 때문에 기나긴 심사에 지쳐 있던 직원들이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갑자기 직원들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근데 맞는 말이긴 해요.”
“하긴, 도웅 씨야말로 얼굴, 노래, 춤···.”
“제발 거기까지만 해주세요.”
도웅이 쑥스러움에 칭찬 부스터를 걸려는 직원들을 제지했다.
그러자 다시 한번 오디션장 안에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화기애애 해진 분위기 속에 다음 참가자들이 들어왔다.
“···?!”
도웅은 고개를 들자마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중 두 명이 유명인이 될 이들이었으니까.
‘권도희, 그리고 김이삭···.’
각각 다른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해,
나중에 솔로로도 성공할 만큼 역량이 뛰어난 두 사람.
그렇게 도웅이 미래 정보를 떠올리고 있던 때, 권도희가 먼저 나섰다.
“저는 춤 먼저 보여드릴게요.”
이윽고 준비해온 가요가 흘러나오자 권도희가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순간 달라지는 오디션장의 분위기.
춤 선 하며 끼 하며 관중을 사로잡는 아우라가 있었다.
‘이런 연습생이 어디서 튀어나왔지?’
‘한일 실용음악 학원 에이스래요.’
‘아~, 어쩐지.’
트레이너들은 권도희가 마음에 들었는지, 조용히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하지만 도웅은 크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분명히 실력은 뛰어나지만, 권도희는 분명 나중에 큰 문제를 일으킬 거야.’
대형 기획사가 아닌 중소 기획사에서 데뷔한 가수가 뜰 확률이 얼마나 될까?
관계자들은 거의 1% 안팎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1%를 뚫은 것이 바로 눈앞에 있는 권도희였다.
하지만 소속사를 하드케리한 그녀가 가지지 못한 딱 한 가지.
바로 인성.
회사를 일으킨 이후 왕비라도 된 듯이 제멋대로 굴다가,
결국 소속사까지 고꾸라지는 과정을 뉴스 기사로 접했던 기억이 났다.
춤을 마친 다음, 권도희가 노래를 선보였다.
하지만 춤에 비해서는 아쉬운 실력.
노래가 끝난 후, 도웅은 한가지를 확인해 보기 위해 입을 뗐다.
“권도희 양, 혹시 노래 하나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아···. 저 원래 노래 1곡씩 하는데?”
반말도 존댓말도 아닌 애매한 말투.
보통은 자신의 춤에 홀딱 반해 노래에 대해 더 요구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당황해 자신을 우쭈쭈해주는 학원 선생들에게 하던 언어습관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그럼 여기까지 하실래요?”
“네.”
그녀가 약간 애교섞인 투로 얼버무리고 들어갔다.
‘보통은 어떻게든 보려주려고 안달인데.’
‘좀 특이하네.’
다른 심사위원들이 이부분에서 약간 고개를 갸웃했다.
‘오디션장에서부터 저렇게 제멋대로면 이후는 안 봐도 뻔하지.’
그리고 도웅은 자신이 알고 있는 그녀와 관련된 미래가,
이번에도 바뀌기 어렵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안녕하세요, 지원자 김이삭입니다.”
다음으로 긴 머리에 세련된 이목구비.
도도한 이미지를 풍기는 김이삭이 걸어 나왔다.
한눈에 냉미녀처럼 보이는 그녀는,
‘괜찮다, 할 수 있다. 괜찮아, 그래 괜찮다니까.’
속으로 괜찮다는 말만 스무 번쯤 되뇌고 있었다.
김이삭 또한 중소기업을 일으킨 1%의 가수.
게다가 노래, 춤, 외국어에 인성까지 훌륭한 만능캐릭터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래서 도웅은 김이삭이 분위기를 반전시켜 주기를 바랐다.
그렇게 김이삭이 입을 뗐다.
다행히 노래는 중상급.
기본적으로 타고난 발성과 음색 덕에 권도희보다는 훨씬 듣기가 좋았다.
하지만 이후로 꾸벅 인사하고 뒤로 물러서려는 김이삭.
‘왜 춤을 안 추고 들어가지?’
그녀의 무기가 노래보다는 춤이라는 것을 아는 도웅은 당황해서 김이삭을 멈춰세웠다.
“잠시만요.”
“네?”
“혹시 춤은 보여주실 것 없으세요?”
그녀는 슬쩍 같은 학원에 다니는 권도희의 눈치를 본다.
두 사람이 다니는 한일 실용음악 학원에서 권도희는 완전한 에이스.
반면 자신은 이제 학원에 다닌 지 얼마 안 된 신입생이었기 때문.
당연히 학원에서는 권도희의 오디션 준비에 더욱 에너지를 쏟았고,
김이삭은 연습 삼아 노래만 준비시킨 것이었다.
학원에서 두 사람의 위치가 표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 어떡하지. 혼자 연습하던 건데 해도 되나.’
김이삭은 속으로는 발을 동동 구르며 겉보기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저··· 그러면 아무 노래나 틀어주시면 맞춰서 춰볼게요.”
그러자 코웃음을 치며 김이삭을 깔보는 듯한 권도희의 표정.
‘풉. 프리스타일로 춤 추는 게 쉬운 줄 아나.’
하지만 다른 심사위원들은 몰라도 도웅의 눈에는 그게 보였다.
그때 스피커에서 리드미컬한 팝송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
순간 돌변하는 김이삭의 눈빛.
‘됐어.’
도웅은 그녀의 춤 실력을 확인하자마자 안심했다.
아직 덜 다듬어졌지만,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했기 때문.
특히 사람을 홀리는 듯한 춤사위에 심사위원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의외의 복병 때문에 놀란 것은 권도희도 마찬가지였다.
‘이 친구 포텐 장난 아닐 것 같은 느낌인데요?’
‘와···. 춤 출 때 표정 봐봐. 끼가 장난 아니네.’
오디션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후끈해졌다.
김이삭은 춤을 마치자마자 예의 그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모든 오디션이 끝난 후,
심사위원들이 하나 둘 자신의 의견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저는 오늘 베스트 뽑으라면 권도희랑 김이삭이요.”
“저도요. 총점으로 쳤을 때 다른 친구들이랑 차이가 많이 났어요.”
“그냥 둘 다 영입할까요?”
그때 누군가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런데 권도희 양은 아까 추가 노래 요구하니까 태도가 조금 불량하더라고요. 자기가 잘하는 걸 알아서 그런지 자만하는 기색이 있는 것 같아요.”
동시에 그 장면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인원들.
“그런 친구들은 다루기가 힘들어요. 나중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맞아요. 절박함도 느껴지지 않았고요.”
그렇게 분위기가 김이삭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던 때,
도웅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저도 김이삭 양이 좋을 것 같아요. 아직 부족하더라도 그 끼 하며, 춤출 때의 느낌 하며. 분명 대성할 거에요.”
“도웅 씨 촉이 그렇다면야 더 볼 것도 없지.”
다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심사위원들.
강태진이 트레이너들과 눈빛을 교환하고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그럼 합격자는 김이삭으로 합시다.”
도웅은 자신이 원하던 방향으로 결정 난 것에 옅게 미소지었다.
‘백설에 김이삭이라니. 어떤 그룹이 탄생할지 기대가 되네.’
도웅은 판타스타가,
어쩌면 생각보다 더 커질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예감이 들었다.
**
이른 아침.
도웅은 한 대규모 공연장 안으로 들어섰다.
한 번 와본 적이 있던 그런 곳이었다.
도웅은 스태프들이 분주한 무대 한가운데를 바라보며 과거를 떠올렸다.
저 위에서 느꼈었던 비장한 감정,
귓가를 맴돌았던 관객들의 함성.
마지막 결과발표를 앞둔 타들어 갈 듯한 긴장감까지.
꿈같이 아득하면서도 바로 어제같이 생생하기도 한,
그런 감정이 뒤섞여 느껴졌다.
스페셜K스타 시즌3의 파이널 무대.
다시 저 위에 설 것을 생각하니 도웅은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돌아왔다. 1년 만에 이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