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Genius's Playlist RAW novel - Chapter (86)
086. 말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자, 다음은 탑3를 위한 축하 무대가 준비되어 있는데요. 어떤 가수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여러분.”
사회자가 익살맞은 표정으로 관중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곧바로 관객석에서 튀어나오는 함성.
저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가수의 이름을 목놓아 소리친다.
“남도웅! 남도웅!! 남도우웅~!!”
맨 앞줄에 앉아있던 배우 한다솜이 격하게 소리치자, 카메라가 그 장면을 담아냈다.
관객석 쪽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사회자가 말했다.
“네, 맞습니다. 지난 시즌 영광의 우승자, 남도웅 군입니다!”
“꺄악!!!”
무대 위의 조명이 꺼지고 전광판에는 도웅에 대한 자료화면이 나왔다.
그 사이 편곡 버전의 대형에 맞춰 자세를 잡는 도웅과 댄서팀.
-♪♬♩
스피커에서 멜로디가 울리자 관객들이 더욱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서서히 밝아지는 조명, 그리고 드러나는 도웅의 실루엣.
도웅의 몸이 멜로디에 맞춰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광하는 관객들의 함성 속에 도웅의 동료들이 넋을 놓고 있었다.
“와우 서프라이즈. 또웅 화장실 갔다 변기에 빠진 거 아니네!”
“···이렇게 보니까 체감되네요.”
“뭐가?”
“시즌 1, 2 통틀어 저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도웅이 형밖에 없는 거잖아요.”
“댓츠 롸잇. 정말 부럽고 대단해.”
일년 새 이만큼 이뤄낸 도웅의 위치를 체감하고 있는 동료들.
그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때 전광판에 도웅의 얼굴이 커다랗게 줌인 됐다.
좌중을 압도하는 표정, 그리고 음악을 완벽히 표현하고 있는 도웅의 움직임.
사람들이 열광하며 도웅의 노래를 경청했다.
이윽고 노래의 끝을 알리는 마지막 음이 퍼져나가고,
“와아아아아!!”
귀청이 떨어질 만큼 커다란 환호가 관객석에서 쏟아져 나왔다.
도웅은 거친 숨을 내쉬며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기분이 이상하네.’
평소 서던 무대와는 남다른 기분.
오디션 당시에는 단순 후보자를 응원하는 느낌이 강했다면,
오늘의 관객들은 도웅의 음악에 열광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 년간 이룬 성장을 도웅은 관객, 심사위원, 그리고 동료들 앞에 내보였다.
지금까지 심사위원석에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던 양승혁이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도웅 씨, 일 년 만에 이렇게 성장해서 돌아오니 아주 감회가 새롭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우승할 우리 시즌3 참가자도 도웅 씨처럼만 쭉쭉 이뤄나가면 좋겠네요.”
그는 흐뭇한 미소를 입가에 걸고는 이어 말했다.
“이제 내년에 성인이 되시는데, 혹시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 있어요? 여자친구를 꼭 사귀고 말겠다라던가.”
“하하.”
양승혁의 장난스러운 예시에 좌중이 폭소했다.
도웅은 살짝 미소지었다가 마이크를 다잡으며 말했다.
“제 최종 목표는 이렇게 쭉, 계속해서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는 겁니다.”
-오오
진지한 도웅의 대답에 관객석에서 리액션이 흘러나왔다.
그런 도웅을 보며 기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양승혁.
도웅은 문도겸이 앉은 쪽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할 겁니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요.”
눈부신 조명 때문에 도웅은 보지 못했지만,
그 순간 문도겸은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도웅을 향한 관객들의 관심과 선망,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도웅.
하지만 자신은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이 몇 마디 말뿐인 것이 현실이었다.
그때 이번엔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었다.
“역시 아무나 1위 가수가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우승 후보자들에게 마지막 한 말씀 해주시죠.”
“탑3 후보자분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여러분과 곧 다른 무대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도웅이 관객석을 향해 허리를 숙이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
신인 때는 대부분 기획사의 투자를 받고,
그 투자금을 벌어들이고 나면 정산을 받을 수 있었다.
‘심하면 꽤 이름이 알려졌는데도 3, 4집을 낼 때까지 정산을 받은 적이 없다는 아이돌도 있었지.’
하지만 도웅은 꽤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었고,
투자금을 착실히 채워가는 중이었다.
“네, 컷! 좋습니다.”
오늘은 짜장 라면의 CF를 찍고 있는 중.
‘킹 오브 마스크’에서 도웅이 짜장 가면을 쓰고 화제가 된 덕분이었다.
누나와 동생 역의 출연자가 서로 끓여오라고 아웅다웅하다가,
결국 도웅이 짜장 라면을 끓여서 맛있게 먹는다는 스토리의 CF.
방금 누나 연기를 하던 한다솜이 컷 소리가 나자 표정을 확 풀었다.
‘배우들은 저런 게 신기하다니까. 순간 다른 사람이 되는 게.’
얼마 전 도웅의 팬이라며 발랄하게 사진을 찍고 갔던 그 여배우였다.
도웅은 연기에 어색함을 느끼던 와중이었는데, 그녀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도웅 씨, 연기도 곧잘 하네요?”
“네? 하하···. 감사합니다.”
“혹시 이거 찍고 나서 드라마 캐스팅 들어오면 할 거예요?”
“에이···.”
“아니, 정말로요. 그럴 수도 있지.”
그녀가 발랄한 말투에 진심을 담아 얘기했다.
실제로 연기로 방향을 선회하는 가수들도 있었고 연기돌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인데,
배우인 그녀가 봤을 때, 도웅정도 되면 도전해볼만 했다.
그녀가 메이크업 수정을 받으면서 말을 이었다.
“도웅 씨 전에 스페셜K스타 축하 공연 했을 때,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잖아요.”
“네.”
“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방송을 오래 할 수 있어요.”
그건 맞는 말이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것.
그녀가 이어서 말했다.
“다양한 모습을 통해서 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만드는 것도,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기회가 아무 때나 오나요? 왔을 때 잡아야죠.”
지금까지 도웅은 오로지 음악만을 바라보느라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는 터라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이동하는 길.
도웅은 차 안에서 한창 고민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이제 이번 앨범 활동기도 거의 끝나가는데, 다음 행보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됐지.’
도웅은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결론을 내렸다.
‘아직은 내 음악적 영역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야. 이걸 먼저 만들어 놓고 그다음이 있는 거지.’
그래서 당장은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확실히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도웅은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에 시선을 올렸다.
‘그나저나 메가 플레이가 잠잠해진 지도 꽤 됐네.’
마지막 재능을 다운로드 하고도 추천 동영상이 뜨지 않은지 오래였다.
지금까지 양상으로 봤을 때 추천 동영상이 뜨는 경우는 두 가지.
도웅에게 어떤 재능이 필요하거나, 동영상 주인의 별을 모았을 때.
하지만 앨범 활동을 하는 동안 딱히 필요할 상황도 없었고, 그동안 동영상의 주인을 만난 적도 없었다.
그렇게 여러 생각들을 하며 도웅은 저녁 라디오 스케줄에 도착했다.
벌써 라디오를 진행 해온지도 1년.
오늘은 마지막 방송을 위한 회의를 하는 날이었다.
신 PD가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1년이 후딱 지나갔네요. 도웅 씨랑 막방이라니 너무 아쉬워요.”
“저도요. 그동안 많이 배웠습니다.”
“배우긴요. 도웅 씨 덕에 우리 라디오가 많은 사랑을 받았죠.”
라디오를 통해 도웅은 자신의 음악을 꾸준히 알렸고,
라이트 팬층까지 꽤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은 거나 마찬가지지.’
그래서 도웅은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그때 신 PD가 말했다.
“도웅 씨, 혹시 마지막 방송에 부르고 싶은 게스트 있어요?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이나.”
“캐스팅해 주시려고요?”
“그럼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선이면요.”
도웅의 머릿속에 몇몇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도웅은 동영상의 주인 중 한 명을 초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별을 모을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
도웅은 연신 머리를 굴리다가 한 사람의 이름을 골라 꺼냈다.
“저 그분 만나 뵙고 싶었어요.”
“누구요?”
“리엘 씨요. 작곡하는 아이돌로 유명한.”
꽤 인기가 많아서 솔직히 섭외를 장담할 수는 없는 인물이었지만,
밑져야 본전이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DJ 엘리가 뜬금없이 마시던 음료수를 뿜었다.
“푸웁.”
“왜 그래요, 엘리 씨?”
그녀를 걱정하던 작가가 순간 이상한 점을 느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엘리···리엘···엘리··· 이름이 연결되네요? 하하하.”
“에이, 갑자기 무슨 싱거운 말장난이에요.”
신 PD가 작가를 타박했다.
“그나저나 리엘 씨면 섭외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저희가 한번 연락은 해볼게요.”
그렇게 대화가 넘어가려던 때, 엘리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녀가 입가를 스윽 닦고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사실··· 둘이 연결점이 있긴 하거든요.”
“오, 리엘 씨랑 친해요?”
“이건 어디서 얘기한 적은 없는데···.”
그녀가 슬쩍 눈치를 살핀다.
“제 친오빠예요.”
“네에?”
회의실에 있는 이들 모두 놀라,
하마터면 다 같이 입에 있던 음료수를 뿜을 뻔했다.
“우와, 그러고 보니 닮았어요!”
순간 작가의 말을 들은 엘리의 표정이 싸하게 굳었다.
‘보통의 남매 관계로군.’
도웅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때 신 PD가 분위기를 바꿔 얘기했다.
“그럼 캐스팅에는 문제없겠네. 엘리 씨, 좀 부탁해요!”
“제 말을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가 도웅을 보고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니지, 도웅이 소원이라니까 멱살이라도 잡아서 끌고 올게요.”
“흐흐, 고마워.”
“근데 넌 걔가 왜 만나보고 싶은데? 별거 없어, 그냥 똑같애. 안 씻고 밥 많이 먹고 동생이나 부려먹는 그런 못된 인간.”
엘리는 평소에 쌓인 게 많은 듯싶었다.
“그냥 예전부터 한번 보고 싶었거든.”
“그것참 별일이네···.“
그녀는 혈육에 대한 도웅의 관심이 신기하면서도 멋쩍은지 눈썹께를 긁적거렸다.
**
도웅의 마지막 라디오 녹화 날.
아담한 키에 노란 머리를 한 리엘이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도웅 씨.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해요.”
“감사는요. 덕분에 네가지 없는 저희 동생이 저의 위엄을 알게 되었지요. 세상 사람 다 인정해도 절대 인정 안 해주는 게 저 녀석이었거든요.”
그가 씨익 웃으며 엘리를 바라봤다.
엘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무튼 우리 관계는 사람들이 몰랐으면 좋겠어.”
“저는 괜찮은데 얘가 진저리를 치더라고요.”
“활동은 내가 먼저 시작했는데, 이게 밝혀지면 나한테 오빠 동생이라는 꼬리표만 따라붙잖아!”
평소에는 시크하고 차분하던 엘리가 오빠 앞에서는 영락없는 여동생처럼 씩씩거렸다.
그렇게 방송이 시작됐고, 도웅의 코너 시간이 돌아왔다.
도웅이 기타를 들쳐메고는 말했다.
“이번 앨범 활동의 마무리를 뮤직 커넥션과 함께하게 되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제 더블 타이틀곡인 ‘안녕, 봄’ 마지막으로 들려드리겠습니다.”
“너무 아쉽네요, 도웅 씨. 그나저나 이 노래 작곡에 도웅 씨 이름이 올라가 있던데.”
“네, 어쩌다 보니 기타 부분을 제가 맡게 돼서요.”
“원래 작곡이라는 게 그렇게 어쩌다 보니 하게되는 경우들이 많더라고요. 앞으로도 어쩌다보니 만들어진 도웅 씨의 노래들을 기대하면서, 마지막 곡 들어보겠습니다.”
엘리의 멘트를 마지막으로 도웅이 기타 현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치고 나오는 기타 현의 댐핑감 넘치는 멜로디.
방송이 끝나가는 시점이라 방심했던 리엘은,
순간적으로 그 촘촘한 소리의 덫에 걸려들었다.
‘이게 직접 만든 반주라고?’
그는 자신보다 뛰어난 기타연주 실력에 한번 놀라고,
지금 자신의 고막에 박히고 있는 매력적인 멜로디가 도웅이 스스로 만든 것이라는 사실에 두 번 놀랐다.
도웅은 제 동생과 같은 나이인 열아홉일 뿐이었다.
그는 거미줄에 걸린 나방처럼 도웅의 연주에 정신없이 빠져있다가 기타의 마지막 음이 고막을 침과 동시에 그 속에서 튕겨 나왔다.
그리고.
-챠랑.
연주가 끝난 직후 그의 머리 위로 붉은색의 별 하나가 떠올랐다.
[ ★ 리엘 님이 당신의 재능에 놀라움을 느낍니다. ]도웅은 목표를 달성하고 씨익 미소를 지었다가,
곧장 떠오른 문구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Excellent! 영상 주인의 별 3 COMBO! ] [ 레벨업 자격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우왓! 레벨 업이라니!’
기대한 것 이상의 결과가 도웅을 찾아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