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10)
불사왕의 파편 (3)
나는 복수를 끝마치고 뒷정리를 시작했다.
우선 휘하의 언데드들부터 소집해 피해를 확인했다.
말콤에게 함께 맞섰던 언데드들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고, 마을에서 저항하는 흑마법사 일당과 전투를 벌였던 녀석들도 치열한 싸움이었는지 피해가 상당했다.
[···오백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것밖에 남지 않았나?]그 많던 언데드들 중 남은 수는 서른도 채 되지 않았다.
겨우 마흔이 조금 넘는 이들을 상대했는데 입은 피해가 어마어마했다.
좀비나 스켈레톤들만 있었으면 모를까, 그래도 나름 상위 언데드들도 함께 있지 않았던가.
말콤이 흑마법사들을 희생양으로 삼지 않았으면 마을 쪽으로 갔던 언데드들은 전멸했을 것이다.
‘뭐, 그 경우였으면 내가 더 빨리 말콤을 처리하고 도우러 갈 수 있었겠지만.’
피해를 대충 파악하고 말콤의 시체를 살폈다.
병력이 줄었으면 새로 채워 넣으면 그만.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의 수는 회수할 수 있으리라.
무엇보다 전투 중 사망한 적의 시체를 역이용하여 병력을 늘리는 것이 네크로맨서의 묘미 아니겠는가.
‘으음··· 잘 되려나 모르겠네.’
말콤이 언데드를 소환하는 것을 몇 번 보기는 했으나, 그것은 기껏해야 하급 언데드들을 대량으로 뽑아낸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긴 그동안 모아왔던 상위 언데드들은 전부 내가 빼앗았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
결국 시체를 이용해 언데드를 만드는 것은 배운 적이 없는 것이다.
함부로 시도했다가 뭔가 잘못돼서 시체를 못 쓰게 되면 피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앞으로도 이 정도의 높은 수준의 시체를 구하는 게 쉬울 것 같지도 않았고.
그렇게 살펴보다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말콤의 시체에 영혼이 없었다.
데미리치가 되고서 시체를 이렇게 살펴보는 것은 처음이라, 원래 이런 건가 싶어 더 자세히 조사하다 원인을 발견했다.
말콤의 심장부에 붉은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고, 이것에 의해 인위적으로 영혼이 빠져나갔다.
‘악마 계약 같은 거로 영혼을 빼앗긴 건가? 아니면 보안을 위해 배후조직에서 조처한 것일 수도 있겠군.’
영혼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 되었다.
해 본 적은 없었지만 이리저리 시도해 보다 보면 뭐라도 건질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육체는 사용할 수 있어 보이니 다행이네.’
나는 말콤에게서 시선을 떼고 주변을 둘러보다 원하던 것을 발견했다.
처음 나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친절한 흑마법사.
격전 중에 여파에 떠밀렸는지 여기저기가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구석에 처박혀 있었지만, 용케 제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녀석도 영혼이 뽑혀 나갔네. 그래도 이 정도라면 써먹을 수 있겠는데?’
개인과외도 모자라 실습 기회 제공까지.
나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언데드 제작을 시도해 보았다.
지금까지 습득한 「흑마법」의 지식과 언데드들을 살펴봤던 경험, 그리고 ‘불사왕의 파편’과 공명했을 때 얻었던 언데드에 대한 정보를 이용해 흑마력을 움직였다.
‘시체와 흑마력을 연결 후 동기화, 육체에 남은 마력을 오염시키고 신체정보를 변질···. 사념의 파편을 긁어모아서···, 이렇게 하는 건가?’
이내 검은 불꽃이 시신을 감싸더니 뼈를 제외한 모든 부위를 불살랐다.
그렇게 처음엔 잘 되는 것 같더니.
뽀각—! 파스스···
남겨진 뼈들에 순간적으로 균열이 퍼지더니 파스스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어··· 미안?]가볍게 사과의 한마디를 던졌다.
그래도 덕분에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나는 곧바로 언데드를 시켜 창고에 있던 제라프의 시체를 가져오게 해서, 그 앞에 앉아 다시 한번 언데드 제작을 시도했다.
언제나 도움을 주는 ‘제피 찬스’를 이용한 덕분인지 이번에는 다행히 성공할 수 있었다.
해골마법사, 스켈레톤 메이지(Skeleton Mage)가 완성되었다.
성공에 자신감이 생겼지만 벌써 말콤의 시체를 쓰기엔 좀 애매했다.
몇 번 더 해봐야 확신이 생길 것 같았다.
‘뭐, 재료들이야 널렸으니 충분히 연습한 후에 마지막에 시도해 보면 되겠지.’
나는 옆에 있던 녀석에게 말콤의 시체를 들게 시킨 후,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우뚱—
순간적으로 몸이 기울었다.
한쪽 팔이 없어서 균형을 잡기 불편하다.
‘일단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겠는데?’
언데드들을 이용해 전투 중 날아갔던 내 오른팔을 찾아오게 했다.
샅샅이 뒤져 금방 찾을 수 있었지만 역시 그 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다.
‘상완 부분이 완전히 사라졌잖아? 이거 못 쓰겠군.’
어깨 부위에 팔꿈치를 붙일 수는 없으니까.
근원을 따로 추출해서 보관해 불사성을 얻은 진짜 리치였다면 뼛가루들을 모아 재생했겠지만, 어쨌든 자신은 무리였다.
그렇게 고민하다, 말콤과의 싸움 직전에 날아와서 박살이 났던 데스나이트의 잔해가 시선에 들어왔다.
완전히 파괴되어 재활용도 불가능해 보였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오른팔 파츠는 멀쩡하고 체격도 나랑 비슷하다.
‘이걸 대신 붙이면 되겠군!’
냉큼 데스나이트의 오른팔을 주워들어 단면을 자신의 어깨에 붙였다.
그리고 흑마력을 이용해 파편과 동기화하던 것처럼 연결하자, 검은 불꽃이 피어올라 미라 같은 팔에 붙어있던 살점을 모두 태우고 뼈만 남겼다.
곧이어 「초회복」이 발동되어 내 몸과 데스나이트의 팔이 이어졌다.
[음··· 조금 어색한데?]나는 새로 붙인 팔을 휙휙 돌리다가, 뼈를 조종하는 흑마법을 응용해 사이즈를 세심히 조절해서 균형을 맞췄다.
[이제 괜찮네! 감쪽같구만!]팔뼈의 색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아주 만족스러웠다.
좋은 재질의 뼈를 사용해서인지 흑마력을 움직이는 데에도 이전의 팔을 사용하던 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제 전리품들을 수거하러 가 보실까?]이 마을엔 나밖에 없었고, 아직 챙길 것들은 무수히 남아있다.
나는 마을을 바라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
아쉽게도 말콤에게 당한 언데드들은 대부분 회생 불가였다.
되살릴 수 있는 만큼만 살리고 부서진 마을을 둘러봤다.
곳곳에 언데드들이 박살 나 널브러져 있고, 하수인들로 보이는 시체들도 몇 구 보였다.
언데드들의 습격 직후 일당과 합류하지 못하고 당한 이들인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 복구할 수 있는 언데드는 다시 회수하고, 하수인들의 시체는 새로운 언데드로 만들었다.
[이번에는 스켈레톤 워리어인가.]새롭게 합류하게 된 언데드들을 데리고, 근처의 건물들을 털어서 쓸 만한 물건들을 모으며 계속해서 이동했다.
새로 시체가 발견될 때마다 언데드로 만들었지만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마을 중앙에 도착해서야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여기 전부 모여 있었구나.]이곳에서 양측 간에 큰 전투가 벌어졌다.
주변에 널린 수백에 달하는 언데드의 잔해와, 한데 뭉쳐 몰살당한 흑마법사 일당.
말콤과의 싸움에 집중하느라 이후의 상황을 세세하게 파악하지 못했었는데, 습격이 있자 서로 뭉쳐 골목을 끼고 싸우며 버틴 것 같았다.
게다가 흑마법사들은 다들 로브와 지팡이를 장비하고 있었다.
하수인들도 저마다 무기를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일이 벌어지고 나서 바로 전투를 준비하고 모인 것이리라.
[어··· 그런데 언데드 수가 좀 이상한데? 왜 이렇게 많아?]그리고 중앙을 지키는 방향으로 서서 싸운 듯한 언데드들도 적지 않았다.
[아하, 이것들은 흑마법사들이 따로 가지고 있다가 소환한 것들이구나.]자세히 보니 상위 언데드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물량이 제법 되어서 버티는 데 큰 도움을 주었으리라.
그리고 좀 더 살펴보자, 하수인 중에서도 유독 강한 이들이 몇몇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그중 가장 많은 피해를 준 건 마을 입구를 지키던 중년 사내였다.
[마을 전체를 탐지했을 때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예상치 못했는데.]습격을 가했던 상위 언데드들 중 대부분은 이 사내에게 파괴된 것 같았다.
아무래도 마법사와는 다르게 전사다 보니, 보유한 흑마력의 양과 전투력에 차이가 있었던 것이리라.
[흑마력의 양만 보고 방심했다가 큰일 날 수도 있겠는걸···. 앞으로 주의해야겠어.]다행히 이 양반은 제법 활약했지만, 말콤에 의해 흑마법사들이 한꺼번에 죽어 나가고 나서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 듯했다.
[하지만 지금은 제 제물이죠.]수준이 낮아 보이는 자들부터 하나씩 언데드로 만들었다.
흑마법사는 스켈레톤 메이지가 되었고, 하수인들은 엘리트 스켈레톤이나 스켈레톤 워리어가 되었다.
몇몇 눈여겨봤던 하수인들은 스켈레톤 나이트가 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언데드들을 만들다 보니 깨달은 것이, 이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이 엘리트 스켈레톤이라는 것이다.
난 이 마을에서 가장 최약체였구나.
‘됐어, 지금은 내가 가장 강하니까. 이놈들은 이제부터 실컷 부려 먹어 주지.’
새로 만든 언데드들이 스켈레톤뿐인 데엔 특별한 이유가 있진 않았다.
파편에 저장되어 있던 정보를 이용해 언데드를 제작했는데, 말콤의 취향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많이 제물로 바쳐진 것이 해골들이어서 제일 효율이 높았다.
또 자신이 스켈레톤 출신이어서 그런지 그쪽 계통으로 만드는 게 확실히 편하기도 했고.
‘다양성이 좀 부족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마을의 문지기는 해골기사로 끝내기엔 아쉬워서 좀 더 공을 들였다.
어차피 말콤도 더 강한 개체로 만들 생각이니,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의 언데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르륵···]쓰러진 시체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나더니, 움푹 패여 덜렁거리던 목이 뚝 떨어졌다.
그리고 몸이 자리에서 스르륵 일어나더니 떨어져 나간 머리를 주워들고 옆구리에 끼었다.
[오, 다행히 성공했구나.]목 없는 기사, 듀라한이 탄생했다.
상위 언데드들이 대부분 쓸려나간 지금, 이 듀라한이 내가 가진 최고의 전력이었다.
다른 듀라한이 몇 기 더 있긴 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은 것들이었으니까.
물론 그것도 지금 이 순간까지 만이고, 순위는 금방 바뀔 것이다.
이제 대망의 말콤 차례였으니까.
그 전에 잠깐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가진 정보 중 마법사에게 적합한 언데드는 그리 많지 않았다.
말콤은 겨우 스켈레톤 메이지로 만들기 아깝다.
유령류는 애초에 영혼이 있어야 만들 수 있었고, 리치 또한 마찬가지.
‘아니, 일반적으로 리치는 마법사가 타락해서 자발적으로 언데드화가 되어 만들어지는 거지. 애초에 나한테 정보도 없고.’
말콤이 괜히 나보고 반쪽짜리라며 성토한 게 아니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자신의 오른팔이 눈에 들어왔다.
제대로 된 데스나이트는 언데드 중에서도 최상위 개체로, 자아도 남아있는 데다가 그 전투력은 리치에 비해서도 그렇게 꿇리지 않았다.
내가 잠시나마 데리고 있던 녀석들은 파편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힘을 빼앗기고 자아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물론 마법사인 말콤을 데스나이트로 만들 수는 없지만, 어떻게 비슷하게 모방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불사왕의 파편’에는 데스나이트에 대한 정보들이 있었고, 데미리치로 진화하고 나서 몇 번 살펴보기도 했으며 지금 내 오른팔도 데스나이트의 것이다.
[좋아, 해보자.]자리를 깔고 앉아 말콤의 시체에 오른손을 올리고 집중했다.
지금까지 얻은 지식을 통해 「사악한 지혜」가 방법을 속삭여준다. 심장에 있는 ‘불사왕의 파편’이 힘을 빌려준다.
말콤의 몸에 검은 불꽃이 타올랐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뼈만 남기지 않았고, 수분만 증발한 듯 미라처럼 비쩍 말라갔다.
성공했다.
나는 서둘러 말콤의 잔존사념을 긁어모아 자아를 심었다.
파편화된 사념은 정보로서의 가치는 없었지만, 이렇게 하면 스스로 판단할 정도의 지능은 갖추게 될 것이다.
이내 말콤이 그 자리에서 스르륵 떠올라 제자리에 섰다.
그리고 푸른 귀화가 일렁이는 두 눈을 들어 나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였다.
[명령을.]‘오오··· 말한다!’
나 말고 말하는 언데드는 처음이어서 순간적으로 감격에 젖었다.
‘자아가 있고, 말도 하니 이름이 있어야 하겠는데···.’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네 이름은 말콤이다. 잘 부탁한다. 앞으로 말 잘 듣고, 알았지?]괜히 다른 이름 지어줘 봤자 헷갈리기만 하고, 애초에 이 이름도 제피처럼 가명이었을 테니 상관없겠다 싶었다.
끄덕
자아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은 대답하는 게 시원찮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차차 나아질 것이다.
퍽!
안 그러면 나한테 맞을 테니까.
[대답해, 인마.] [···예.]그렇게 나는 모든 복수를 달성했고, 나를 죽였던 말콤은 ‘데스 위저드(Death Wizard)’가 되어 내 부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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