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107)
#107
굴러 온 호박 (2)
‘오우거랑 비슷하다고 했던가.’
할리가 지상으로 나오기 전, 몬스터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이들이 여러 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괴물을 분석한 결과였다.
하지만 다른 부분도 많아서 확신하지는 못한다고 했었는데, 그는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놈을 직접 보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크워어어—!”
오우거는 몬스터들이 넘쳐나는 이곳 북부 산맥에서도 최상위 포식자였다.
평범한 창칼은 박히지도 않는 질긴 가죽, 금속보다 단단하면서도 탄성이 있는 뼈대, 영양만 충분하다면 어지간한 부상은 금방 회복하는 준수한 재생력.
거기다 무기이자 방어구인 어마어마한 밀도의 근육이 빽빽하게 들어찬 데다, 사냥을 용이하게 해주는 예민한 감각까지 더해진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이전에 제법 강한 수준이었던 할리도 오우거를 상대하다 사경을 헤멜 정도였으니.’
유일한 단점이라면, 그 압도적인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사냥하고 먹는 데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었지만···.
몬스터가 풍부한 이 북부 산맥에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콰지지직—!
그리고 지금, 할리는 나무를 부수며 달려드는 오우거와 쫓고 쫓기는 술래잡기를 하는 중이었다.
그가 슬쩍 뒤를 돌아보자, 놈의 붉은 눈동자 두 쌍과 눈이 마주쳤다.
“크후우—!”
“크카카캇!”
그래, 한 쌍이 아니라 두 쌍이었다.
6미터를 넘어서 7미터에 이른 신장과 일반적인 오우거보다 훨씬 비대한 부피를 자랑하는 몸집.
무엇보다, 그 어깨 위에 달린 머리가 두 개였다.
‘트윈 헤드 오우거···.’
광기로 붉게 물든 네 개의 눈동자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상어 같은 이빨이 돋은 두 개의 입에서는 이미 타액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상위종일수록 광기의 영향을 받기 쉬울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지금 할리가 그런 것처럼, 몬스터의 몸에 깃든 광기는 포식자에게 흡수되어 계속해서 누적된다.
그런데 대식가로 유명한 오우거가 산맥의 안쪽에서 지금까지 꾸준히 몬스터들을 잡아먹어 왔다면···.
‘거기다 몸은 하난데 광기에 영향을 받는 머리가 두 개다?’
뇌와 같은 사고(思考) 기관은 몸에 깃든 광기가 표출되는 통로나 다름없었다.
머리가 두 개라면 다른 몬스터보다 두 배의 효율을 낼 수 있다는 소리.
물론 그만큼 에너지 소비도 많아지겠지만, 온종일 먹기만 하는 녀석에게는 딱히 달라질 것도 없으리라.
“키에엑!”
할리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몬스터를 피해 슬쩍 몸을 비틀며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놈을 유인하기 위해 산맥의 안쪽으로 이동한 지 약 30분, 사방에서 밀려드는 몬스터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었다.
콰드득— 콰직!
그리고 질주하는 할리를 잡기 위해 달려든 그 자잘한 몬스터들은 그의 뒤를 따라 달려오던 트윈 헤드 오우거의 손에 잡혀 그대로 놈의 입안으로 직행했다.
마라톤 선수가 코스에 놓인 물병을 낚아채듯, 양손을 움직여 부지런히 두 개의 입에 쑤셔 넣고 씹어 삼키는 모습은 마치 경건한 노동의 한 장면처럼 보일 정도였다.
“끄이익!”
“쿠헉!”
연신 울려 퍼지는 몬스터들의 비명 소리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정말 쉬지 않고 먹어 치우네. 뭐, 이 정도 거리면 되겠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산맥을 내달리던 할리가 천천히 속도를 줄이고 멈춰 섰다.
당연하지만 정말로 놈을 따돌리기만 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것보다 저 몸 하나에 응축된 광기의 양이 더 많은데, 아깝게 그걸 버리고 갈 수는 없지!’
그가 자리에서 멈추자, 트윈 헤드 오우거 뿐만이 아니라 사방에서 몬스터들이 그를 노리고 밀려들기 시작했다.
광기에 온전히 물들지 않은 지성체를 적대하도록 새겨진 본능이 그들을 채찍질 해, 그저 맹목적으로 살의를 드러내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할리는···.
“후우우—.”
사고가 급격히 가속하며 느려진 시간 속에서, 서서히 광기를 깨우고 힘을 끌어올렸다.
전신의 세포가 일제히 활성화되자 입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오며 그의 전신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광란의 야수」를 비롯한 스킬들이 한꺼번에 발동하며 그의 양 눈이 적색과 녹색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올지 모른다.’
그동안도 비전 주술이라는 명목으로 부지런히 마석을 흡수하기는 했으나, 그런 식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저기를 보라.
오직 그만을 노리고 달려드는 수많은 괴물.
그리고 그 안에 깃든 막대한 양의 ‘광기’까지.
아! 이 얼마나 탐스러운가!
저것들을 전부 먹어 치운다면, 그는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을까?
뿌드득! 뿌득!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전신의 근육이 비틀리며 팽창했다.
덩치는 3미터를 넘어서고, 비대해진 양팔에는 칼날 같은 손톱이 길게 뻗어진다.
다리 또한 짐승의 그것처럼 변해 날카로운 발톱이 돋아났다.
엄밀히 따지면, 이전에 펼쳤던 전투 상태는 할리의 전력이 아니었다.
“크핫! 이거, 기분 끝내주는구만! 카하하핫!”
눈, 코, 귀를 비롯한 모든 감각 기관들이 극도로 발달해 주변의 정보를 끌어모으고, 길게 찢어진 입 안에는 어느새 상어 이빨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간 타인의 시선 때문에 마음껏 쓸 수 없었던 「돌연변이」와 「육체변이」를 최대한으로 발휘하자 도저히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형태가 되었지만···.
“크카카캇!”
그로 인해 증가한 전투력은, 이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휘잉— 휭—
할리의 등에 매달려있던 두 개의 도끼가 파공성을 내며 떨어져 나와 허공을 맴돌았다.
이윽고 왼쪽 눈에서 타오르는 녹색 불꽃이 옮겨붙은 도끼들은, 그를 향해 이빨을 들이대는 놈들을 향해 날을 돌렸다.
“진수성찬이로구나!”
그렇게 그의 몸에서 솟구친 광기가 온몸을 지배해 전투 태세가 갖춰진 순간.
“키엑?”
“쿠워억—?”
몬스터들의 반응이 이상해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눈까지 까뒤집으면서 그를 잡으려 들었건만, 이제는 멈칫하며 주변을 살피는 것이···.
‘뭐야? 갑자기 적대감이 사라졌어? ···아니, 설마 같은 몬스터로 보는 건가?’
심지어 지금까지 맹렬히 쫓아오던 트윈 헤드 오우거도 뭔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놈은 같은 몬스터도 거리낌 없이 잡아먹을 만큼 호전적인 성격이었지만, 단순히 한 입 식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나를 쫓아다니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은가.
할리는 붉어진 시야와 뇌 속에서 요동치는 광기를 느끼며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광기에 완전히 잡아먹혔다고 인식했나 보군.’
의도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건 또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 방법을 쓰면, 이제 놈들의 먹이 생태계만 피해서 마음대로 몬스터들의 틈을 활보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물론 지금은···.
“선빵 필승!”
콰앙—!
그가 바닥을 박차며, 지척까지 다가온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크웡—!”
“크카캇!”
가만히 할리를 바라보던 놈도 곧바로 그 공격에 대응했다.
일단 충돌이 발생하면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것 또한 놈들의 생태였으니까.
그렇게 인간형 야수와 거대한 괴수가 맹렬하게 부딪치기 시작했을 때.
“흐음, 과연. 재미있는 곳이군.”
할리가 방금까지 서 있던 장소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케에엑?”
“끄륵—?”
그와 동시에 할리에게 몰려들었다가 어정쩡하게 뭉쳐있던 몬스터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거친 수목이 우거진 산림의 한가운데에,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한 사내가 서 있었다.
귀족들이나 입을 법한 구김살 하나 없이 깔끔하게 다려진 검은 연미복.
시원하게 뒤로 넘긴 머리와 창백한 피부, 붉은 눈동자.
냉소적인 미소와 함께 드러나는 날카로운 송곳니까지.
브로코슬락 클랜의 새로운 로드이자, 탈리아 왕국의 암중 지배자인.
하인즈 2세였다.
“크워어어—!”
사방을 둘러싼 몬스터들이 일제히 포효하며 하인즈에게 달려들었다.
할리와 생사를 건 투쟁을 벌이던 트윈 헤드 오우거의 한쪽 머리도 잠깐 그쪽으로 향할 정도였으니, 그의 등장이 얼마나 놈들의 이목을 끌었는지 알 수 있었다.
“광기에 물들었더라도 생명체는 생명체.”
하지만 하인즈는 자신을 에워싼 채 덮쳐오는 몬스터들을 보면서도 태연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오른손이 천천히 들어 올려지고.
“그 몸에 피가 흐르는 이상, 의미 없는 발악이다.”
춤을 추듯 부드럽게 도는 몸과 함께··· 오른손이 그의 주변으로 원을 그렸다.
그리고.
쉬아악— 푸확!
그 궤적에 걸린 괴물들의 몸뚱이가 그대로 토막 나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신장이 워낙 제각각인지라 목과 허리, 다리 등 잘린 부위는 제각각이었지만···.
당장 살아남았다고 해도 의미 없는 일이었다.
이미 이곳이 피바다가 되어 버린 이상은.
「피의 신비」
붉은색, 푸른색, 초록색···.
주인의 몸에서 벗어난 알록달록한 피의 통제권이 일제히 하인즈에게 종속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철의 의지로 벼려져, 살의를 갖춘 무기가 되었고.
“뀌이익!”
“크헤엑!”
아직 숨이 붙어있던 몬스터들을 유린하며 서서히 그 몸집을 불려 나갔다.
피가 피를 부르고, 그 피는 다시 규모를 키워 더 많은 희생을 야기했다.
“흠···.”
압도적인 광경이었건만, 그것을 바라보는 하인즈는 살짝 미간을 찌푸릴 뿐이었다.
‘몬스터의 생체력 때문인지 통제가 잘 안돼. 거기다 핏속에 깃든 염(念)은 그리 강하지 않은데,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광기가 좀 거슬리는군.’
숙주가 죽은 순간부터 몸에 깃든 광기는 휘발되기 시작하지만, 갓 죽은 따끈따끈한 몬스터의 피 안엔 아직 상당량의 광기가 잔존해 있었다.
만약 그가 「혼혈진화」로 압도적인 혈액 통제력을 손에 넣지 못했다면 이런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할 수는 없었으리라.
지금의 그는 일정 수준 이하의 생명체에게는 재앙과도 같았다.
물론 그 말은, 수준 이상의 상대에게는 큰 힘을 쓰지 못한다는 뜻도 되었지만···.
“크워어···!”
스칵—
“···어억!”
피의 폭풍을 몸으로 뚫고 다가온 트롤의 목이 분리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하인즈의 손끝에서 재차 사출된 초고압의 핏줄기가 놈의 뇌와 심장을 동시에 파괴했다.
“이 정도 수준이면 거기서 거기지. 어디, 이놈들은 어떤 맛인지 잠깐 확인··· 큽, 퉤—!”
그는 슬쩍 사냥한 몬스터의 피를 입가에 가져다 댔다가 곧바로 뱉어냈다.
광기에 물든 몬스터의 피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뱀파이어는 희생자의 피를 마시는 의식으로 그곳에 담긴 생명력과 마나를 갈취해 힘을 얻는다.
애초에 몬스터의 피는 마나가 변질된 생체력이라는 기운으로 가득 차 있어 흡수 효율이 좋지 못했는데, 거기에 광기의 오염까지 더해지니 도저히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쯧, 혹시나 했더니. 어쩔 수 없지.”
하인즈는 여전히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꾸준히 학살하며, 피를 조종해 놈들의 심장에서 마석을 뽑아 한곳에 모았다.
휘익— 탁!
그리고 녹색 빛에 휩싸여 자신에게 날아온 곡괭이 ‘엘린느’를 낚아채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아공간 마도구에 집어넣었다.
이 또한 하인즈가 이곳까지 직접 온 이유 중 하나.
‘마침 하인즈는 당장 할 일도 없었으니까.’
정보 수집도 할 수 있는 만큼은 했고, 세력을 키우는 것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거기다 할리는 대량 학살에는 적합하지 않았으니, 몰려드는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이면 곤란할거라 생각해 미리 하인즈를 대기시켜놨던 건데···.
‘광기를 완전히 해방하면 몬스터들에게 선공을 받지 않는다는 걸 몰랐으니까. 그래도 곡괭이를 회수하려면 필요한 일이기도 했고, 이렇게 마석도 많이 모았으니 상관없겠지.’
하인즈는 혼자 고개를 끄덕이다가 시선을 돌려 할리를 바라보았다.
“크하하핫! 고놈 참 질기구나! 찢는 맛이 있어!”
“끄워어엉—!”
트윈 헤드 오우거는··· 아니, 이제 다시 ‘싱글 헤드 오우거’가 된 녀석은 자기 신장의 절반도 안 되는 할리에게 전신이 찢겨나가고 있었다.
야수의 형상이 된 그가 무기도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놈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뭐, 사실 할리는 원래 맨손이 더 강하긴 했지.’
잠시 문명사회에 녹아드느라 무기를 애용하긴 했으나, 애초에 그의 주 무기는 괴물 같은 육체 그 자체였다.
푸욱!
마침내.
날카롭게 뻗은 손톱이 오우거의 가슴을 파고들었고, 할리는 마석과 함께 그 심장을 통째로 뽑아냈다.
콰직! 콰지직!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씹어 삼키자 지금까지 흡수한 양을 웃도는 광기가 한순간에 몸속을 휘돌았다.
심장이 과하게 뛰고 혈류가 빨라지며, 근육이 팽창하면서 전신에서 열이 뿜어졌지만···.
‘뭘 새삼 이제 와서.’
이제는 익숙한 증상일 뿐이었다.
머리를 시끄럽게 울리는 광기의 속삭임을 무시한 할리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며 공중을 날아다니던 도끼를 잡아 다시 자신의 등에 걸었다.
“으하핫! 땀을 좀 뺐더니 개운하구만! 그럼 간식을 먹어 볼까?”
그는 그대로 자잘한 몬스터들의 마석이 한가득 쌓인 곳 앞에 주저앉아 한 움큼씩 쥐고 입 안에 털어 넣었다.
까득! 까드득!
광기와는 별개로 트윈 헤드 오우거를 통해 육체가 더 강화된 것은 물론 에너지 저장 효율도 상승한 만큼, 미리 잔뜩 채워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할리가 평화로이 영양제를 섭취하던 순간.
[쿠오오오오——!]산맥의 안쪽에서, 막대한 기운이 담긴 포효가 터져 나왔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어마어마한 파동에 대기가 흔들리고 사방의 마나가 진동했다.
그 소리에 담긴 존재감에 전신에 소름이 돋으며, 저도 모르게 극도의 긴장 상태로 접어들었다.
‘이건?’
할리와 하인즈 2세의 시선이 동시에 소리가 시작된 방향으로 향했다.
기운 자체는 다르지만 최근에 이와 비슷한 울림을 꽤 자주 겪어본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한스가, 그의 부하 엔트라시오로부터.
그 말인즉슨, 이 포효의 주인은 바로—.
‘드래곤?’
북쪽에 잠들어 있던 드래곤이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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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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