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113)
#113
파티 해산 (2)
할리는 빠른 속도로 숲을 내달렸다.
올 때와는 달리 덤벼드는 몬스터 하나 없이 쾌적하기 이를 데 없는 산행이었으니···.
근방의 몬스터들을 한바탕 사냥한 뒤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의 몸에서 발산되는 압도적인 광기가 놈들에게 동질감을 심어준 것이다.
“음! 이거 마음에 드는데!”
으적으적—
달리는 와중에도 열심히 입을 우물거리는 할리.
용인이 되며 저장 용량도 크게 증가했으니, 이참에 아예 에너지를 가득 채워둘 생각으로 고기를 먹어치우는 중이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지금 그가 양손을 쓰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거의 다 도착했군.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먹을까?”
어느새 입 앞에 떠 있던 고기를 전부 먹어 치운 할리가 입맛을 다시며 아공간 마도구에서 고기 한 덩이를 더 꺼냈다.
그 직후, 그의 왼쪽 눈에 녹색 섬광이 스치고.
커다란 고깃덩이가 그의 손에서 벗어나 허공에 고정되었다.
여기까진 이전과 별 다를 바가 없었지만, 이 능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치이익—
드래곤 고기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더니 곧 노릇노릇하게 익어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이번에 진화한 「보석안 : 강압」은 단순한 염동력이 아니라, 주변 마나와 동조하는 「광룡의 심장」과 연계해 현상을 강제하는 힘이었다.
“으하핫—! 역시 문명인이라면 고기를 익혀 먹어야지! 아주 꿀맛이구만!”
야만 전사 할리가 흡족하게 웃으며 다시 입 앞 공간에 고정된 고기를 먹어 치웠다.
‘역시 여러모로 편하단 말이야.’
의지만으로 발동할 수 있고 출력도 마음대로 높일 수 있는 능력.
하지만 물론 이것에도 단점은 있었다.
마법처럼 세련된 방법이 아니라 발휘할 수 있는 현상도 단조로울뿐더러, 무엇보다 에너지 효율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이다.
즉, 지금 할리는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해서 고기를 굽는 중이었다.
‘···그래도 익숙해지려면 자주 쓰는 수밖에 없지. 앞으로 효율을 개선하면 좀 더 나아질 테니.’
또 당장 에너지 수급 상황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애초에 생명력이 가득 담긴 드래곤 고기다 보니 깃든 에너지도 풍부했으니까.
그렇게 새로 꺼낸 고기도 다 먹어 치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드래곤과의 싸움으로 모든 장비가 너덜너덜해진 할리가, 마침내 헤어졌던 일행들과 재회했다.
***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넓은 정원과 그 한가운데에 세워진 3층 주택.
서울 교외 지역에 자리한 이곳이 바로 나의 새로운 보금자리였다.
공간도 넓고 방도 많아서 각 방마다 필요한 갖가지 설비들을 채워놓았다.
운동 기구들과 오락 시설 등,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충분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이제 마음대로 밖에 나갈 수 있긴 한데. 익숙해져서 그런지 이쪽이 더 편하단 말이야.’
그간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영향일까.
나는 그동안 생각만 하고 있던 로망을 가득 담아, 아지트를 꾸미듯 집을 단장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해리스로 「개체 투영」을 써서 자연력을 이용하면 정원 관리하는 것 정도는 문제없겠지.’
이 정도 자연을 다루는 것은 엘프인 해리스에게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정원이 아무리 넓더라도 문제없었다.
교외 지역인 만큼 공기도 도심만큼 나쁘지 않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기도 했고.
‘혹시 모르니 방범 장치들도 잔뜩 설치해 놔야겠다. 할 수 있는 만큼 전부 깔아 놔야지.’
물론 거기엔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마법적인 결계들도 포함되었다.
한스, 하인즈 2세, 하인리히 등 다양한 능력자들의 힘을 빌릴 수 있는데 굳이 사용하지 않을 이유도 없지 않은가.
그중에서 필요한 것들만 적당히 골라서 써먹으면 되겠지.
“읏차.”
나는 지하 창고 방에서 가져온 짐들을 정리하다가 허리를 펴고 한쪽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간 설비를 갖춘다고 준비 기간이 길었던지라, 입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한창 바쁜 참이었지만···.
지금은 잠시 할 일이 생겼다.
스슥—
그때, 적막 속에 홀로 있던 내 앞에 한 인영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눈과 창백한 피부에 검은 연미복을 입은 차가운 인상의 미남자.
막 이세계에서 귀환한 흡혈귀, 하인즈 2세였다.
“······.”
하인즈는 자신의 아공간 팔찌에서 드워프 자오닉의 애착 곡괭이, ‘엘린느’를 꺼내 이쪽으로 건넸다.
나는 별말 없이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며 천천히 살펴봤다.
푸른 광택이 맴도는 금속에 자잘한 흠집이 셀 수도 없이 난 그것은 오랜 세월 애용해 왔다는 말처럼 사용감이 물씬 느껴지긴 했지만, 그간 관리를 잘했는지 낡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잘 관리된 골동품 같다고나 할까.
‘자오닉한테는 미안하네. 그래도 뭐, 목숨값이라고 생각해야지.’
때마침 아우테리카 쪽에서는 할리가 일행들과 막 합류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돌아온 그를 본 자오닉이 다급하게 곡괭이를 찾다가, 기어코 털썩 주저앉는 걸 보고 양심에 찔리긴 했지만···.
그 대신 할리 덕분에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장간에 있는 장비들보다는 애착이 조금 덜한 것 같던데, 자신이 없었으면 그것들을 다시는 보지 못했을 테니 이 정도면 서로 윈윈이었다.
“흠흠···.”
애써 자기합리화를 마친 나는 그쪽 상황을 은근히 외면하며 가볍게 헛기침했다.
‘어디 보자, 하인즈는 이쪽 일을 좀 돕게 한 다음 헤테로시스로 보내면 될 테고.’
하인즈는 이미 조용히 밖으로 나가, 정원 주변에 「피의 신비」와 「은폐」를 이용한 결계를 설치하는 중이었다.
쓸데없이 기운이 밖으로 새어 나갔다간 괜한 관심을 끌 수 있었으니, 철저하게 은밀성을 강조해 보안을 강화했다.
‘한스의 본 드래곤도 별문제는 없고.’
원래 본 드래곤에는 그 핵이 되어줄 드래곤 하트가 필요한지라 조금 걱정한 것도 사실이었는데, 역시 우리의 한스 님께 불가능이란 없었다.
「불사의 심장」, 「사악한 지혜」, 「금단의 지식」, 「마도의 길」, 「심연의 눈」, 「마력 지배」···.
가진 모든 스킬이 흑마법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만큼, 그가 진심으로 나서면 사령술을 조금 비트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추출한 근원에서 원격으로 흑마력을 전송하는 리치의 방법에서 착안해서, 아예 자신과 본 드래곤 헤라토스를 좀 더 긴밀하게 연결해 버렸다.
드래곤 하트 대신 자기가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쉽게 말해 한스 자체가 헤라토스의 근원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신 둘이 멀리 떨어질 수 없게 돼서 단독으로 움직이기는 힘들어졌지만, 그런 경우는 다른 녀석들을 보내면 되니 딱히 상관없겠지.’
엔트라시오 대신 헤라토스를 한스의 전용 자가용으로 사용하면 될 터였다.
“그럼, 정산을 시작해 볼까!”
새로운 아바타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유스킬을 강화해 보유 아바타 숫자를 늘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카르마가 필요했는데, 그 부분에 관해선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그간 굵직한 일들이 꽤나 많았으니까.
‘마지막으로 「개체 투영」을 얻고 나서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우선 해리스는 성공적으로 엘븐 킹덤에 변화의 씨앗을 심을 수 있었다.
그가 축제에서 선보인 새로운 음악과 악기는 그동안 은연중에 타성에 젖어 있던 엘프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그들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잔잔한 호수에 떨어진 돌 하나가 파문을 만들어 내듯, 그 영향은 조금씩 규모를 키워가며 그들의 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쳤고.
그것은 그대로 그의 카르마가 되어 돌아왔다.
‘아직은 소소한 수준이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거라는 게 고무적이야.’
그리고 하인리히는 시련을 통해 성검의 주인이 되고, 대축복을 받아 성자로 인정받았다.
대륙 최대 세력 중 하나인 주신교단의 성자라는 것은 역사서에 기록될 정도로 큰 사건인 만큼, 이 또한 큰 업적이 되기에 충분했다.
‘또 한스는 심연이 열린 후에 주신교단과 충돌하며 다시 자기 이름을 각인시켰고···. 이후 대륙에 나타나기 시작한 불사왕의 유산을 수습했지.’
거기다 이로 인한 혼란도 한스의 탓으로 알려졌을 테니, 그 영향력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가장 최근 일로는 할리의 북부 원정과 드래곤 헤라토스 사냥이 있었다.
당연히 광룡 정도 되는 존재를 사냥하는 것 또한 상당한 업적이 되었을 터.
‘그래서, 그동안 모인 카르마는···!’
『카르마 상점』
『고유스킬 강화 (1,000,000)』
『스테이터스 강화 –상세 보기』
『보유 카르마 – 1,608,961』
“오!”
「개체 투영」을 얻은 지 지구 시간으로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건만, 무려 백만이 넘는 카르마가 증가했다.
‘역시 머릿수는 많고 볼 일이라니까.’
여럿이 이곳저곳에서 큰 사건을 펑펑 터트리고 다니니, 그 모으기 어렵다는 카르마를 이렇게 쉽게 쓸어 담고 있지 않은가.
‘어휴, 몸 하나로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간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그런 의미에서 몸이 일곱 개인 나도 아직 많이 부족했으니, 하루빨리 몸을 열 개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 이상이면 더 좋고.
그리고, 이것이 자신의 여덟 번째 몸이 될 열쇠였다.
나는 곡괭이, 엘린느를 쥐고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이 물건을 사용해 새로운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고, 「커스터마이징」이 거세게 반응하는 게 느껴졌다.
“설마 이번에도 ‘아바타 개체 수 증가’가 안 나오진 않겠지.”
물론 저번에 얻은 「개체 투영」도 괜찮은 능력이었지만, 이번에도 아바타가 늘어나지 않으면 심히 유감일 것 같았다.
그걸 누군가에게 표현할 방법은 없겠지만.
“그럼··· 강화.”
그렇게, 무려 100만 포인트짜리 강화가 시작되었다.
그 결과.
《아바타의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개체의 학습 능력이 더욱 향상됩니다.》
《고유스킬이 성장하여 가능성을 개화합니다. 특수스킬「아바타 클라우드」를 획득합니다.》
두통과 함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토록 원했던 아바타의 개체 수 증가는···.
“됐다!”
그 정보가 머리 한 편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었다.
언제든 사용해 새로운 분신을 만들 수 있노라고.
그와 더불어 정신력과 사고력 등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아바타 수가 하나 더 늘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전보다 각 개체에 배분되는 정신력의 양이 더 많아질 것 같았다.
‘음, 여기까진 괜찮군. 그럼 추가로 얻은 것들은···.’
원하던 결과를 얻자 이제 내 관심은 시스템 메시지에 떠올랐던 내용으로 향했다.
아바타의 잠재력 증가야 이제 와서 뭐라 할 수준은 이미 지난 지 오래였다.
‘분신이랑 내가 싸우면 백이면 백 내가 지겠지.’
별다른 전투력이 없는 휴버트와 비교해도 그랬다.
물론 「개체 투영」이 있는 만큼 본체의 강화보다는 아바타의 성장을 우선하는 게 맞긴 한데···.
‘에이, 뭘 이제 와서 새삼. 내가 아바타보다 강한 경우가 얼마나 있었다고.’
기껏해야 이계 진입 초반의 아바타 생성 직후 정도였을까.
이제는 그 아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정상을 향해 가는 만큼, 감히 비교할 주제도 되지 못했다.
‘그보다 새로 얻은 스킬이나 확인해 볼까? 「아바타 클라우드」라.’
클라우드(Cloud)는 인터넷을 통해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뜻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이름을 따온 듯한 「아바타 클라우드」는···.
소규모의 공용 아공간을 통해, 아바타끼리 거리 제한 없이 서로 필요한 물건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오!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강화 효과 한번 확실하다니까.’
이 능력이 있다면 지금처럼 일일이 아바타끼리 대면해서 물건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이제 드디어 하인리히가 가지고 있던 아크리치 드웰의 근원을 한스에게 줄 수 있겠네.’
기껏 선물을 준비했거늘, 서로의 입장차가 있는 만큼 둘은 서로 만나기 쉽지 않았다.
전송진에 쿨타임이 있는 만큼 마음대로 쓸 수도 없어서, 다른 아바타를 심부름꾼으로 쓰기에도 애매하던 참이었는데.
‘마침 딱 적절한 능력이 나왔네.’
또 어지간한 물건은 상인 휴버트를 통해 바로바로 공급받을 수도 있을 테니, 이제는 어디 오지에 떨어지더라도 안심이었다!
‘하인즈를 통해서 지구 물건을 휴버트에게 얼마나 보낼 수 있는 지도 실험해 봐야겠군. 전송할 수 있는 양에도 한계는 있을 테니까.’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강화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아직 메인이벤트 하나가 남은 상태였지만.
나는 곧바로 곡괭이를 들고 「커스터마이징」을 사용했다.
이제 진짜 드워프를 만들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