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138)
#138
불사왕의 준동 (2)
대표로 참여했든 호위로 따라왔든, 이 회의장 내에 있던 강자들이 모두 전투에 참여한 건 아니었다.
일례로 제국의 마스터는 나라의 위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섰지만, 그와 함께 자리했던 대마법사는 황태자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뒤로 빠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렇게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관망하는 이들 중에는···.
“으으— 역시 저도 끼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어차피 저분들이 당하면 여기도 끝일 텐데. 아, 하지만 라포리님이 여길 부탁한다고···.”
엘븐 킹덤의 신입 하이 엘프, 세실리 그랜우드도 끼어있었다.
하이 엘프가 된 그녀는 최근 물의 정령을 최상급으로 진화시켰을 정도로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그리 능숙히 다루지는 못했다.
라포리도 그걸 알고 있으니 다른 엘프들을 부탁한다며 그녀를 결계로 보내고 자기 혼자 앞으로 나선 것이다.
콰르르릉!
휘오오—
라포리가 불러낸 최상급 정령은 셋.
강렬한 황금빛 전격이 시커먼 악령의 몸을 두들기고, 몰아치는 폭풍은 싸움에 끼어들려는 리치들을 견제했다.
[끄흐으— 정령 따위가 감히—! 공포로 절여 주마—!]드레드 팬텀 파고스가 불사왕의 심연으로 뒤덮인 전신에서 짙은 공포의 파동을 발산했지만, 그것은 대지의 정령의 방어를 뚫지 못하고 허무하게 스러지고 말았다.
‘역시 라포리 님은 대단해.’
순수한 존재인 정령은 오염에도 취약해, 저런 최고위 언데드를 상대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그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상성이 최악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 전장에는 언데드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불사왕까지 있지 않은가?
베테랑 정령사인 라포리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정령의 급만 높을 뿐 아직 미숙한 그녀는 이야기가 달랐다.
‘괜히 제가 끼었다간 오히려 라포리 님에게 방해가 될 가능성이 크겠죠. ···그것 때문에 절 뒤로 물리신 걸 테고.’
그리고 그에게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은 딸인 샤피론도 마찬가지였다.
‘아빠···.’
당연히 고작 중급 정령을 다룰 뿐인 그녀는 고민할 주제도 되지 못했으나, 부친이 위험한 전장에 있는데 마음이 편할 자식이 얼마나 될까.
그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그녀들이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그 사이에서 태연한 기색으로 뭔가를 준비하는 이가 있었으니—.
“응? 해리스? 뭐 하시는 거죠? 설마 저기에 낄 생각인가요?”
“네? 해리스 씨가 뭘 어쩐다고요?”
해리스가 주머니에서 꺼낸 은빛 실을 자신의 활, 테미스에 단단히 고정하고는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그는 깜짝 놀라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에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으며 평소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별거 아닙니다. 그냥···.”
퉁—
슬쩍 튕긴 활시위에서 울려 퍼지는 묵직한 진동음.
역시 명품이라서인지 소리부터가 달랐다.
“가볍게 화살이나 한 발 쏠까 하고 말이죠.”
“···네?”
황당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한 번 싱긋 웃어준 해리스가 결계 밖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산책이라도 나가는 것처럼 평온한 기색으로.
***
카아앙—!
푸른 오러에 감싸인 채 내질러진 검이 시커먼 기운을 머금은 양손검에 튕겨 나갔다.
검을 휘두른 기사가 급히 그것을 수습하려 했지만.
커다란 검날은 그 크기에 맞지 않게 영활한 움직임으로 그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푸화악!
기어코 기사의 상체를 베고 지나가는 양손검.
그의 곁에서 함께 싸우던 이들이 다급히 후속타를 저지하려 했지만, 그러기엔 이미 한참 늦어 있었다.
“커헉!”
흑마력이 담긴 검이 가차 없이 목을 치고 지나가자, 결국 기사는 주변의 도움이 오기 전에 그 자리에서 절명하고 말았다.
“투르칸 경!”
“쓰벌! 이런 괴물 놈이!”
분노한 채 자신에게 달려드는 인간들을 마주한 카람은 다시 천천히 사방을 훑으며 주변 인물들의 인적 사항을 확인했다.
‘제국 황태자의 호위 기사, 카이엔 투르칸은 처리했고. 그럼 다음 사냥감은···.’
그는 실시간으로 불사왕에게서 전해지는 정보에 따라 곧바로 다음 ‘죽여도 되는 상대’에게 향했다.
대체 무슨 기준으로 그 살생부가 정해진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에게 자세한 사정은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왕의 검일지니. 그저 그분께서 명하신 대로 따를 뿐. 왕께 뭔가 큰 뜻이 있으시겠지.’
콰드득—!
다시 그의 양손검이 앞을 막아서는 성기사의 두꺼운 갑옷을 베고 지나갔다.
하지만 이자는 허용 대상이 아니다.
카람은 그 성기사를 구하기 위해 달려드는 이와 무기를 맞대며, 부상자가 뒤로 후송되는 것을 방치하고 주변을 살폈다.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단단하군. 대체 신성 결계를 몇 겹이나 중첩한 거지? 평소라면 충분히 잘라버릴 수 있었을 텐데.’
사실 확인 사살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비살상 대상이라고 봐주거나 살살 휘두른 공격은 절대 아니었다.
결계 탓에 그의 힘이 온전히 발휘되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그보단 상대에게 가해진 방어 효과가 상상 이상이었다.
‘결계 때문에 조금 버겁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버틸 만하다. ···저기 있군. 페이튼, 현 용병왕의 오른팔.’
안광을 번뜩인 그가 자신에게 덤벼드는 이들의 공격을 대충 쳐내며, 뒤쪽에서 데스나이트 하나를 상대로 대충 시간만 끌고 있던 이에게 달려들었다.
“으헉! 갑자기 왜 나한테!”
불사왕의 명대로.
이곳에 있는 이들에게 최대한의 공포를 각인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런 이상한 명령을 받은 것은 당연히 카람 혼자만이 아니었다.
***
싸움이 격화되자 곳곳에서 언데드가 파괴되며 부상자와 사망자가 속출했다.
불사의 군대는 버젓이 신성 결계가 발동 중임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기세로 하나둘 생명을 수확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사망자들은 하인리히가 미리 입수했던 명단을 통해 이미 조사가 끝난 이들이었다.
아무리 신분제가 만연한 세계라 해도 과하다 여겨질 정도로 악질이었던 놈들.
‘현 용병왕 칸블, 각국 고위층과 야합해 양민들을 노예로 팔아넘긴 주동자. 증거가 없어 주신교단에서 직접 나서진 못했지만···.’
그때, 하인리히가 여러 강자의 도움을 받아 다시 한스에게 달려들었고.
그는 주변을 견제하듯 사방으로 검은 섬광을 흩뿌렸다.
콰과과광!
다급하게 그 공격을 막아내는 강자들.
하지만 ‘우연찮게도’ 그중 유독 강맹한 기운을 품고 뻗어나간 광선 하나가 용병왕 칸블의 방어를 무시하며 그대로 그의 몸을 관통했다.
“커허억!”
치명상을 입은 그가 검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지만, 신성 결계 덕에 즉사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에 성녀를 비롯한 성직자들이 다급히 그를 치료하려 했으나···.
쿠웅—
“윽!”
갑자기 하인리히가 멀리 튕겨 나가고, 그로 인해 일시적으로 풀려난 불사왕이 날뛰는 통에 도무지 그쪽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전장에 합류한 하인리히가 겨우 상황을 수습했을 때, 칸블은 이미 바닥에서 솟구친 그림자에 꿰뚫려 절명한 뒤였다.
‘사실 처단해야 할 놈들은 저 안에 더 많긴 한데.’
멀리서 그 모습을 관찰하던 해리스가 슬쩍 고개를 돌려 결계에 숨어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호위로 따라왔던 기사가 죽은 이후로 노발대발하는 사이먼 황태자를 물끄러미 응시하다,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저 결계는 상당히 공을 들인 만큼 부수는 데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고, 만약 그렇게 하더라도 이후 다른 이들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일단은 전장에 있는 놈들로 만족하는 수밖에.’
지금의 주 타깃은 방금 죽은 용병왕처럼 체면 때문에 차마 빼지 못하고 어영부영 참전한 놈들이었다.
물론 이렇게까지 해도 뭔가 이상하다고 위화감을 느낄 이들이 나오는 건 피할 수 없겠지만···.
‘뭔 상관이야. 그래서 뭐 어쩔 건데?’
설마 불사왕과 용사가 한 편을 먹고 살생부를 만들어서 죽일 대상을 선별하고 있다고,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아니, 애초에 이제까지 벌어진 일들이 전부 불사왕의 소행으로 알려진 만큼 그럴 리는 없겠지.’
지금 대륙적으로 발생한 피해자 수를 추산할 수조차 없을 정도인데 뭔 놈의 선별이란 말인가.
당연히 뭔가 노림수가 있을 거라 여겨 머리털 빠지게 고민하겠지만, 그래봐야 우연이란 결과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부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것도 좋지 않으니, 슬슬 이 정도에서 끝을 내야겠지.’
나름 괜찮은 마무리도 떠올랐으니, 이제 무대에 맞춰 행하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해리스! 지금이라도 돌아가자니까요! 여긴 우리 같은···.”
“맞아요, 해리스 씨! 당신이 뛰어나다는 건 알지만 고작 중급 정령사가 나설 자리가···.”
해리스의 양쪽에서 호들갑을 떠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결계를 벗어나자 걱정되어 따라온 이들.
조금 귀찮긴 했지만 그 마음이 고마웠기에 그는 빙긋 미소 지어주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저에게 다 생각이 있습니다. 세실리 님이 지금처럼 충격파만 막아주시면, 나머진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아니, 언제 저들이 이쪽을 공격할지 모르는데 어떻게 그렇게 태평할 수 있어요! 대체 뭘 어떻게 하려고!”
물론, 이렇게 무방비하게 나와 있다 해도 저들은 이쪽을 공격하지 않는다.
그렇게 일러뒀으니까.
“후우—.”
해리스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활을 들어 전방에 겨누었다.
그리고 에나멜 대륙을 벗어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쏘아냈던 일격을 되새기며, 천천히 한 발의 화살을 빚어냈다.
흑마력과 신성력이 뒤엉키며 사방의 기운이 불안정하게 요동치고 있었지만.
세계수는 이 세계의 필터 역할을 하는 존재였고, 그 힘은 미력하나마 「세계수의 아이」에도 깃들어 있었다.
우우웅—
주변의 기운이 그에게로 빨려 들어오며 화살에 압축되었다.
동시에 주변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와 계약한 정령들.
파지직! 화르륵—!
휘이잉! 우우웅—
사랑스러운 그의 정령들이 화살에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정령이 오염될 수 있는 만큼 직접 화살에 깃들게 하지는 못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으니 아쉬운 대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중급 정령인 게 조금 개연성이 부족하긴 한데. 그건 시나리오로 어떻게든 하···.’
하지만, 그때.
내심 투덜거리던 해리스가 순간적으로 몸을 멈칫했다.
이질적인, 하지만 뭔가 포근한 기운이.
순간적으로 발끝에서 시작해 정수리까지 치달았다.
‘아?’
머리끝에서 막혀있던 뭔가가 터지며 활짝 열리는 듯한 감각.
그리고, 그는 곧 깨달을 수 있었다.
《개체가 조건을 달성하여 성장합니다. 특수스킬「세계수의 아이」가 「세계수의 적자」로 진화합니다.》
‘···이런 기분이었구나.’
해리스가.
하이 엘프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달성했노라고.
‘아니, 내가 뭘 했다고. ···물론 곧 할 생각이긴 하지만. 설마 미리 가불해 주신 건 아니겠지?’
그는 미묘하게 변화한 자신의 감각을 되새기며 눈을 감았다.
정식으로 하이 엘프로 개안한 게 아니라 극적인 변화는 없었으나, 명백하게 이전보다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늘어났다.
어쨌든, 이로써 조금 부족했던 개연성이 충족되었다.
“아? 해리스 씨···? 당신, 설마!”
바로 옆에 있던 세실리가 뭔가를 깨달은 듯 커다래진 눈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하이 엘프였던 만큼 그가 자격을 갖춘 순간을 느낀 것 같았지만, 그것을 알 수 없었던 샤피론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코앞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일고 있었으니까.
“해리스! 정령이 갑자기···?”
파지지직—!
하이 엘프의 자격을 갖추고 「세계수의 적자」를 얻는 순간, 폭증한 자연력과 친화력이 한순간에 「정령술」에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거기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것이 바로···.
“와트.”
파지직!
번개의 정령 와트.
그의 첫 번째 파트너가 마침내 중급을 넘어서 상급에 이르렀다.
다른 정령들 또한 진화할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확실히 전보다 강해졌다.
“···이건, 세계수께서도 해리스 씨를 지지하신다는 거겠죠. 어디 원하는 대로 해 보세요. 그전까진 제가 최선을 다해서 지켜드리죠.”
세실리가 뭔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전방을 주시했다.
분위기에 휩쓸린 샤피론도 마찬가지로 표정이 굳은 채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음··· 뭐, 상관없겠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 해리스가 다시 정신을 집중하며 준비하던 공정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세계수의 가지로 만들어진 테미스와 팔찌에서 원래라면 그가 다룰 수 없었을, 더욱 짙은 자연력이 밀려들었다.
점점 압축되는 화살과 그곳에 담긴 정령의 힘.
그는 서서히 완성되어 가는 화살촉을 들어 가만히 목표를 조준했다.
쿠르르릉—!
불사왕과 용사가 다시 거세게 격돌하며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 충격은 주변을 휩쓸며 해리스가 있는 곳까지 들이닥쳤지만.
출렁—
세실리가 불러낸 물의 최상급 정령이 가뿐하게 그것을 상쇄시켜 그들은 조금의 피해도 입지 않았다.
‘조금만 더···.’
용사, 하인리히의 몸에서 아우라가 솟구치며 일순 그의 손에 들린 빛의 검이 몇 배로 커졌다.
“하압—!”
곧이어 허공에 휘둘러진 성검에서 거대한 반월형의 검기가 쏘아져 나갔다.
그 신성한 빛의 칼날은 그의 앞을 막아서는 불길한 그림자를 가르고 불사왕에게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성자님!”
때마침 타이밍 좋게 성녀와 추기경의 보조가 이어지며, 하인리히는 질풍같이 그 길을 내달렸다.
콰앙!
격돌하는 불사왕의 흑마력과 용사의 신성력.
다시 터져 나오는 충격파.
검과 마력이 교차하고, 성법과 흑마법이 맞부딪쳤다.
그 와중, 서서히 사고가 가속하며 세상이 느려진다.
오로지 한스와 하인리히, 해리스 셋만이 공유하는 시간이 흘러간다.
눈짓도, 몸짓도 주고받을 필요가 없다.
그저 한 몸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일 뿐.
한스가 격전 도중 몸을 미세하게 비틀었다.
거기에 맞춰 하인리히의 검이 실시간으로 경로를 수정하며 휘둘러지고, 한스는 다시 그에 대응해 흑마법을 사용했다.
마치 섬세한 공동작업을 하듯, 두 개체는 서로 공세를 주고받으면서 하나의 결과를 짜 맞춰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용사가 가한 필사의 일격이 불사왕의 마력 방벽에 막혔지만, 기어코 커다란 균열을 남겼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흑마력이 눈 깜짝할 새에 그것을 수복하던 순간.
가만히 때를 기다리던 화살 한 발이 쏘아졌다.
아무 소리 없이 쏘아진 그 무음의 빛줄기는 일직선으로 뻗어나가.
충돌의 여파로 사방에 흩뿌려진 마력 조각들을 스치고.
미처 수복되지 못한, 손가락 하나가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의 균열을 파고들어—.
콰득—
콰아앙—!
평소라면 절대 존재할 리 없었을, ‘있을 수 없는’ 빈틈에 내리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