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231)
#231
뒷수습 (3)
카르마 상점은 혈혈단신으로 이세계에 전송된 각성자가 살아남는 데 필수적인 시스템이었다.
아무리 특출난 고유스킬이 있고 빠른 성장이 보장되었다 해도, 곳곳에 위험이 산적한 낯선 세상에서 힘이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법.
이것은 이제 지구에선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널리 퍼진 상식이자 공식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만한 카르마를 모으기도 전에 비명횡사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한스가 이틀 만에 언데드가 되었던 것처럼.’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카르마 상점이.
상점이라는 이름을 내건 것 치곤 ‘귀환’과 ‘고유스킬 강화’, ‘스테이터스 강화’밖에 없던 그 단출한 상점이—.
‘천만이나 되는 포인트가 있어야 다음 단계가 해금되는 거였다고?’
지구에 나름대로 정보망을 구축해 둔 지금까지도 접하지 못했던 정보였다.
하긴··· 어지간해선 그만한 카르마를 모을 수도 없거니와, 설령 모으더라도 쌓이는 족족 바로 써 버리고 말지 누가 이걸 계속 가지고만 있겠는가.
‘나한테도 이번 일은 특별한 경우였으니.’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나 어쨌든 이 또한 훌륭한 소득.
나는 흡족한 마음으로 업그레이드된 카르마 상점··· ‘카르마 상점 Ver.2’를 확인했다.
『카르마 상점 Ver.2』
『고유스킬 강화 (1,200,000)』
『기타 스킬 강화 –상세 보기』
『스테이터스 강화 –상세 보기』
『물품 구매 –상세 보기』
『VIP 마켓 –상세 보기』
『차원 장벽 완화 (5,000,000)』
확실히 허전했던 전과는 달리 처음 보는 항목들이 가득했다.
첫 번째로 ‘기타 스킬 강화’.
이제 고유스킬만이 아닌 그 이하의 스킬들 또한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아바타들이 가진 스킬들은 안 되는 건가?’
다만 그 상세 목록은 오직 ‘한성현’이 가진 스킬만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아바타」에서 파생된 능력인 「마인드 허브」를 시작으로 스테이터스 강화를 통해 습득한 「초회복」과 「명경지수」 등의 스킬들까지.
‘아바타의 스킬도 강화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뭐, 어쩔 수 없나.’
작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진짜 상점처럼 실질적인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물품 구매’였다.
‘이거 헤스페론이 내세웠던 능력 그대로인데?’
「아바타 클라우드」를 통한 물품 공수를 둘러댈 때 사용했던 ‘어떤 대가를 지불해 특정한 물건을 소환한다’는 가짜 고유스킬.
그 능력을 진짜로 가지게 되어버린 셈이었다.
‘어디 보자··· 지금 살 수 있는 물건은 아우테리카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뿐인가?’
장비류인 무기, 방어구, 마도구 등부터 시작해서 식료품이나 광물 등의 재료들까지.
아우테리카에서 구할 수 있는 대부분의 물건들이 목록에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내가 구할 수 있는 난이도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는 것 같은데?’
그리고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니 그 가격이 책정된 기준 또한 대충 알 수 있었다.
당장 하워드가 펑펑 쓰고 있는 아오니아산 철광석보다 훨씬 질이 떨어지는 철광석이, 단지 산출지가 멀리 있어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싼데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인과(因果)는 곧 업(業)의 결실.
쉽게 말해 카르마를 대가로 중간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를 가져오는 것에 가까웠다.
‘그래도 나쁘지 않아. 아니, 오히려 아주 훌륭하군.’
어쨌든 구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비싼 카르마를 지불해서라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그래, 예컨대 지금 목록에 있는 저런 것들처럼.
『······』
『14대 마왕 르레이에의 정수가 담긴 뿔 (5,150,000)』
『화이트 드래곤 시라이오닐의 드래곤하트 (1,830,000)』
『XX된 XXX의 XX 파편 (30,000,000)』
『······』
“어우, 그런데 무슨 가격이 저 모양이야.”
끔찍할 정도로 비효율적이기 그지없는 가격대.
심지어 정체도 알 수 없는 무언가의 파편은 무려 3천만 포인트였다.
‘설마 명확한 주인이 있는 걸 강제로 가져오는 방식은 아닐 테고···.’
저 물건들이 실제로 아우테리카 어딘가에 잠들어 있는 건지, 아니면 모종의 이유로 소실된 물건들의 정보를 불러오는 건지, 또 그 경우 책정된 가격은 비슷한 물건의 입수 난이도에 따라 정해지는 건지 등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아직 총알이야 많으니까. 좀 더 살펴보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쇼핑하자.’
나는 휘황찬란한 물품들의 향연에 치밀어 오르는 충동구매의 욕구를 억누르며, 애써 시선을 아래로 내려 다음 항목을 살폈다.
『VIP 마켓 –상세 보기』
‘VIP라, 뭔가 느낌이 좋은데?’
그 만족스러운 표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긴, 천만 포인트나 가진 고객인데 그 정도 대우는 당연한 거겠지.
그러나 그 상세 목록을 봤을 때, 나는 이 시스템에게 VIP란 호구와 동의어였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성장의 비약(7일) (200,000)』
『무작위 기타 스킬 습득 (500,000)』
『이계전송진 소환 1회 (아우테리카) (1,000,000)』
『······』
‘성장의 비약은 경험치 부스터 같은 건가? 일주일에 20만이면 하루에 소모되는 것만 3만에서 조금 부족한 정도잖아?’
어지간한 각성자가 약 10년에 걸쳐 모아야 하는 100만 포인트를 한 달 남짓한 시간 만에 전부 태워버릴 수 있는 기적의 비약.
그래도 이 상품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확실히 비싸긴 하지만, 그만한 성능이 보장된다면 이용하지 못할 것도 없었으니까.
누가 뭐래도 나는 한 달도 되지 않아 무려 천만에 달하는 카르마를 벌어들인 몸이지 않던가.
문제는 다음 목록들이었다.
“무작위··· 뽑기?”
무작위 기타 스킬 습득.
예컨대 초대 하인즈가 가졌던 「튼튼함」 따위의 미묘한 성능의 스킬도 나올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것도 무려 50만 포인트를 들여서.
‘「초회복」을 얻었을 때 들인 포인트가 총 31만. 그나마 이건 스테이터스가 상승하며 딸려 온 부가적인 소득이기라도 했지.’
거기다 그다음 목록인 「이계전송진 소환」은 매번 특전으로 사용 중인 바로 그것이었다.
정말 급박한 순간인데 하필 쿨타임에 걸렸을 때나 찾을 상품이 무려 백만이라니.
혹시나 아우테리카가 아닌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전송진도 있나 찾아봤지만, 그것도 제한이 있는지 아쉽게도 전송진 관련 상품은 저것이 전부였다.
그 와중 「여분의 목숨」 1회가 1천만짜리라는 것만 알 수 있었을 뿐.
‘···좋아, 일단 이것들도 기억해 두자. 그럼 이제 마지막이군. 차원 장벽 완화라··· 5백만 포인트?’
‘기타 스킬 강화’와 ‘물품 구매’처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던 항목과는 달리, ‘차원 장벽 완화’는 이름만으로는 그 효과를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가격은 5백만이나 하는 주제에 불친절하게 설명도 없었고.
‘차원 장벽··· 각 차원을 나누고 있는 벽을 말하는 거겠지. 그게 약해진다는 건가? 지금도 내 마음대로 양쪽을 오가고 있는데 큰 의미가 있나?’
잠시 그 문구를 노려보며 머리를 굴리던 나는 문득, 그게 매우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신성력, 그리고 심연의 제한이 줄어들겠군.’
덤으로 소환에 대한 페널티 역시 그에 영향을 받을 터였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이 정도.
가격을 생각하면 그 이상의 뭔가가 더 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가장 큰 전력인 한스와 하인리히의 제약을 줄일 기회다. 아, 거기에 해리스까지.’
충동적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데, 아까부터 계속 뭔가 미묘한 끌림이 느껴졌다.
초월체를 다섯이나 거느리며 비약적으로 발달한 직감이 이게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래, 사자.’
물론 5백만이라는 수치가 까마득하긴 하지만, 특전으로 카르마 상점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생긴 시스템의 변화였다.
심지어 ‘VIP 마켓’에 등재된 것도 아니고, 따로 독립적인 항목이 생길 정도로 특별 취급까지 받고 있지 않나.
‘다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비싼 거겠지!’
설마 시스템이 사용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기야 하겠는가?
그런 기묘한 확신에 휩쓸린 나는 결국 그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단호하게 포인트를 사용했다.
그리고 그 충동구매의 결과—.
“오?”
그동안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몸을 둘러싼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걸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아주 찰나에 불과할 뿐, 그 기묘한 감각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뭔가가 변한 것 같긴 한데···.’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애초에 뭔가 화려한 걸 기대하진 않았지만, 이 짧은 순간에 5백만을 태워 버렸다고 생각하니 허탈한 기분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선 역시 지금의 소비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겠지.
‘자세한 건 「개체 투영」이라도 사용해서 확인해 봐야겠군. 그럼 남은 카르마는···.’
업적 보상으로 받은 것까지 합해서 약 530만 정도.
이번에야말로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숙고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
불사왕의 폭주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은 남부의 사막 도시 베오르센.
난리 속에서 정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으나, 그 와중에 살아남은 이들의 수 또한 적지 않았다.
한스가 광전사들에게는 여러모로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덤이라고 생각했던 도시의 주민들에겐 딱히 적극적으로 손을 쓰지 않은 덕분이었다.
물론 그나마도 시간을 조금만 더 지체했더라면 공기 중에 퍼진 죽음의 기운 때문에 생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을 터.
다행히 늦기 전에 진입한 용사 파티 덕분에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만은 막을 수 있었다.
“여! 노인장! 살아 있었구만!”
“끄끅끅— 어찌 시간 맞춰 와 주었군.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송장 치울 뻔했지 뭔가?”
“할머님! 괜찮으신가요? 어디 편찮으신 데는?”
“오, 미스티. 덕분에 무사하단다. 그동안 고생 많았구나.”
이상 상황이 발생한 직후, 최대한 많은 주민들을 데리고 결계로 숨어들었던 대주술사이자 남부 사절단의 대표 모르나.
할 일이 산적해 있었던 만큼 그녀는 재회의 기쁨을 뒤로하고 곧바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이곳까지 달려온 전사들의 조력 하에 베오르센의 피해가 하나둘 수습되기 시작했고, 다른 지역과의 공조를 이어가며 남은 잔당들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 갔다.
“대주술사님! 광전사들의 정신이 하나둘 돌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끅끅, 그거 좋은 소식이군.”
“다만 광기 때문인지 아직 부작용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세뇌된 지 오래된 이들일수록 더 심하다고···.”
“그런 전사들은 따로 소집해두라 이르게. 주술만으로 해결하기엔 버거울 테지만, 거기에 할리의 능력이 더해진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테지.”
아직 시간이 필요한 문제는 많았으나, 남은 것들은 그들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사실상 남부의 문제는 이미 해결된 것과 다름없다 봐도 좋을 정도로.
그리고 그 와중.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혼란이 수습되는 국면에 접어들자, 사건의 발생지였던 베오르센을 중심으로 서서히 묘한 변화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자네, 그때 그거 봤는가?”
“당연한 소릴! 그렇게 요란하게 싸우는데 못 볼 수나 있겠나?”
“하긴, 그리 엄청난 싸움은 난생처음이었지.”
“내 말이! 그런 전사는 이야기 속에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한때 발테온에게 속아 그를 지지했던 주민들.
그들은 도시를 통째로 불사왕에게 바친 그에게 지독한 배신감을 느꼈고, 자연스레 그와 대적해 자신들을 해방해준 할리를 열렬히 추앙하게 되었다.
물론 그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위대한 전사를 우상으로 삼는 게 남부의 기조이기도 했으니.
“그래서 그렇게 입은 건가? 그 대전사 할리를 따라 하려고? 갑자기 웬 거적때기를 두르고 나와서 설마 했건만.”
“크흠, 거적이라니! 남부의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진정한 전사의 복장을 보고 못하는 소리가 없군!”
“거 몸이라도 좋으면 말을 않지. 나이 들었다고 배만 나와서 그런 복장이 가당키나 한가? 주제를 알아야지.”
“···일로 와, 임마! 한 판 붙어! 그래도 내가 너보단 더 쎄!”
“어쭈? 그렇게 입었다고 네가 할리라도 되는 줄 알아? 오냐, 한 판 붙어보자!”
다만 그 우상화와 함께 이미 노인 세대 때부터 쇠퇴하기를 반복해, 이제는 전통 축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야만 전사 룩’이 다시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할리라는 슈퍼스타가 등장하면서 난데없이 복고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베오르센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이긴 하지만, 그것이 남부 전체로 확장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요즘 소문이 무성한데, 나도 한 번 직접 봤으면 좋겠네. 그 발테온이 아이처럼 보일 정도로 덩치가 크다지?”
“그 결사대에 할리라는 대전사가 이번에 베오르센에서···.”
“요즘 할리···.”
지금 이 순간에도 그에 대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건 물론···.
《개체가 조건을 달성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칼코스식 전투 각인」이 특수스킬「투왕의 각인」으로 진화합니다.》
바로 그 할리가, 근 수백 년 만에 탄생한 칼코스의 새로운 투왕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