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274)
#274
재전(再戰) (3)
로셀리아 대신전의 귀빈 숙소 앞 복도.
빠드득—
그곳에서 이 가는 소리가 나직이 울려 퍼졌다.
그에 쥐 죽은 듯 조용히 대기하던 제국의 사절단이 일제히 마른침을 삼켰다.
수십에 달하는 사람들이 복도 한복판에 가만히 선 채, 오도 가도 못하고 한 사람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이다.
‘뭐지? 누가 실수라도 했나?’
‘숨 막혀···.’
대신전의 게이트를 통해 성지에 도착하고, 이후 교단의 중진들과 인사를 마친 일행이 이곳에 도달했을 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갑작스러운 이변이 발생한 것은 그 직후.
“···황녀님? 괜찮으십니까?”
그들을 이끄는 대표인 라일리 황녀가 돌연 자리에서 멈춰 서고부터였다.
그녀는 한동안 심각한 기색으로 인상을 찌푸리는가 싶더니, 이제는 온몸으로 불쾌감과 함께 살벌한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
참다못해 나선 황실 기사 하나가 조심스럽게 라일리에게 말을 걸었으나, 그녀는 주변의 반응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얼음장 같은 얼굴로 조용히 허공만 노려볼 뿐이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조용히 곱씹으면서.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놈들의 의도대로 되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상황이 다 끝나고서야 알 수 있었을 테지만.
「맹약의 사슬」 덕분에 실시간으로 정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던 그녀는 이미 헤스페론을 습격한 배후가 누구인지 확신하고 있었다.
‘허먼하트 공작.’
전 황태자의 외가이자 후원자, 그리고 현 황후의 친정이자 황제의 처가.
그녀의 가장 큰 정적인 허먼하트 공작가가 아니라면 그런 간덩이가 부은 짓을 벌일 수 있는 이들은 이제 제국 내에 없었다.
‘기껏 자비를 베풀어 주려고 했건만.’
물론 그 자비란 건 그녀의 주관적인 기준에서일 뿐이었다.
이쪽이 많이 양보했다고 생각했던 타협안조차 그들에게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굴종이었으니까.
이대로 가다간 명예와 작위는 물론이고 영지와 재산까지 사방에서 뜯어 먹히게 생겼으니, 당연히 아제리온 제국 제1 귀족을 표방하던 허먼하트 공작가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아마 이번 수작도 그 협상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끌고 가고자 하는 뒷공작의 일환일 터.
‘이쪽이 어지간히 우습게 보였던 거겠지.’
하지만 그런 그들의 사정 따위, 그녀가 알 바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제국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란 대의 때문에 심기가 뒤틀리던 참이었는데, 마침 이렇게 핑곗거리까지 생기지 않았는가!
“필테임 백작.”
“예, 황녀님.”
조용한 복도에 라일리의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르던 대마법사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나이는 틀림없이 아직 소녀에 불과할 터인데 은연중에 풍겨 나오는 위엄에 주변 공기가 무거워졌다.
“지금 바로, 로렌스 후작에게 보낼 전언이 있습니다.”
지금 이 사절단에는 극의급 초인이 둘이나 있었으나, 호위와 더불어 제국의 위신을 위해 참여한 그들을 사사로이 운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 대세가 기운 상황에 그녀의 휘하로 들어온 이들은 많고도 많았으니.
‘복종이 아니라 저항을 택하겠다면.’
그녀의 ‘부탁’ 한마디에 곧바로 움직일 이를 수배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것이 설령 초인이라 불리는 강자라 할지라도.
‘강제로라도 그 뻣뻣한 목을 꺾어줘야겠지.’
숨 막힐 듯한 공기 속에서 라일리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
짜증 난다.
그것이 또다시 코앞에서 헤스페론을 놓친 스타브가 느낀 감상이었다.
“잘도 도망 다니는구나, 이 쥐새끼 같은 놈이!”
콰득—
그는 시커먼 기운이 타오르는 검을 휘둘러 불시에 날아드는 검은 실의 다발을 쳐내며 이를 갈았다.
그 공격은 그에게 큰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갑자기 생성되어 날아드는 것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고오오—
심장이 거세게 뛸 때마다 전신으로 흑마력이 휘돌았다.
언제나 오러홀을 통해 기운을 운용하던 전과는 다른 생소한 느낌.
하지만 이젠 익숙해져야 하는 감각이기도 했다.
오러는 물론 그간 쌓아온 모든 것들을 잃은 그에게는 이제 이것만이 유일한 동아줄이었으니.
자신을 이 꼴로 만든 연놈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선 말이다.
‘저놈, 대체 뭐지? 그때 이후로 오래 지나지도 않았건만!’
그런데 그 일이 첫 단계부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혀 버렸다.
전과 달리 흑마력을 다룰 수 있게 된 스타브는 그 원인을 보다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법은 물론 몸을 쓰는 것도 수준급이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문제는 저 기괴한 마도구들과 놈의 오른팔. 저번에도 봤던 마도구는 그렇다고 쳐도···.’
처음 그 지옥에서 자신을 빼돌린 이들이 복수를 제안했을 때, 그는 기꺼이 그 손을 잡으며 흑마력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암흑기사가 되어 어느 정도의 힘을 되찾고 난 후 자신만만하게 이번 일에 나섰다.
철저한 경호를 받는 황녀 본인도 아니고 고작 그 애인 하나를 납치해 오는 게 뭐가 그리 힘들까.
물론 놈 때문에 모든 일이 어그러져 지금처럼 상황이 꼬이긴 했으나, 그런 거야 이번엔 좀 더 철저히 대비하면 될 일이었다.
직접 겪어본 바로는, 그놈의 경지 자체는 잔챙이 수준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그래, 분명.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크으! 대체 뭐냐 저건? 저런 건 듣도 보도 못했거늘!”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을 노리고 시간과 자본을 쏟아부어 대마법사라도 빠져나가는 데 상당히 애 먹을 수준의 공간 봉쇄진을 준비했다.
남은 건 반항하는 놈의 사지를 자르고 납치하여 유유히 사라지는 것뿐이었건만.
쉬아악—
촤악!
또 한 명의 복면인이 한 줌의 핏물로 산화했다.
저들도 결코 저렇게 쉽게 죽을 수준이 아니었으나, 헤스페론이 다루는 실체화한 저주는 그 이상의 어마어마한 살상력을 지니고 있었다.
특정 조건에서라면 필살.
그나마 그 재사용 시간이 상당히 긴 데다, 복면인 중 마법을 다룰 수 있는 이들이 그에 대항한 마법적 방비를 갖추기 시작하며 제동이 걸렸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스타브를 제외한 전원이 몰살당하고 놈을 허무하게 놓칠 뻔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그러나 헤스페론의 그 공격이 끝난 직후, 기회를 포착한 스타브의 눈가에서 검은 안광이 번뜩였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발산된 흑마력이 사방으로 번져나가며 주변 대기를 불사르기 시작했다.
콰아앙—!
그리곤 곧 무시무시한 속도로 땅을 박차며 헤스페론에게 달려들었다.
스타브는 물론 복면인들 또한 온갖 산전수전을 거친 베테랑들.
당연히 헤스페론이 사용하는 능력의 메커니즘은 이미 대략적으로 파악이 끝난 상태였다.
그 특이한 입체 기동을 하기 위해서는 주변에 흩뿌려진 저주가 필요하고, 방금 전에 있었던 필살의 공격을 할 때마다 그것이 대량으로 소모되며, 이렇게 기운을 발산해 태워버림으로써 대기 중의 저주 확산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는 것.
‘이 자리에서 놈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 설령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땅에 내려선 지금이야말로.
실시간으로 무섭게 성장 중인 그를 처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도.
‘여기서 놓치면 얼마나 더 강해질지 모른다! 그렇게 둘 순 없지!’
그를 위해선 전력을 다할 필요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흑마력을 받아들였다지만 스타브 또한 흑마력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힘을 얻은 후로도 줄곧 그것을 경계하면서 억누르고 있었으나.
‘잠깐 정도는 괜찮을 터.’
그간 건방을 떤 것을 곧 후회하게 해주리라.
두근—
검게 타락한 심장이 맥동하며 전신으로 흑마력이 휘돈다.
그 파괴적인 에너지가 전신 세포에 깃들고 육신의 한계를 깨부수며 미친 듯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두근—
오러를 다룰 때와는 다른 감각.
신체가 더욱 강한 힘을 담을 수 있도록 견고하게 보조하는 오러와는 달리, 파괴적인 성향의 흑마력은 소유주의 안전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오로지 더 강한 힘, 더 파괴적인 힘을 추구할 뿐.
두근—
그 제멋대로 날뛰는 힘이 끝내 머리끝까지 치달았다.
극에 다다른 깨달음으로 완전히 잠식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그에 영향을 받아 사고의 일부가 오염되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날뛰는 폭력과 살의, 과시욕과 집착.
하지만 스타브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순식간에 대기를 찢으며 공간을 가로질러—.
“프흐핫—!”
“흡?!”
눈 깜짝할 새에 헤스페론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콰과앙—!
일격, 주변을 감싸오는 검은 실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이격, 둘의 사이를 가로막은 방어막을 깨부쉈다.
삼격, 앞으로 내뻗어진 오른손과 검이 충돌하며 발생한 커다란 파공음에 주변이 진동했다.
“크윽, 어쩐지 극의란 놈이 너무 쉽다 했다!”
그에 뒤로 튕겨 나간 헤스페론이 입가에 피를 흘리며 애써 오른팔을 휘저었다.
그에 수십 가닥의 검은 실이 스타브의 다리를 묶으며 그 돌진을 상쇄했으나 그것도 잠시뿐.
놈의 주변을 감싼 흑마력에 얼마 버티지 못한 그것은 순식간에 산산이 분해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이 정도 시간을 벌었으면!’
헤스페론은 「격투술」을 이용해 무너진 균형을 빠르게 회복하며 침착하게 후속타에 대응했다.
그 격랑과도 같은 공세 속에서 마법, 마도구, 체술, 저주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악착같이 버텼다.
다섯, 여섯, 일곱···.
그러나 스타브의 검격이 마침내 아홉 번째에 이르렀을 때.
‘아, 이거 진짜 위험한데.’
이제 한계라는 것이 느껴졌다.
꽤 오래 견디긴 했지만 열 번째를 버틸 순 없을 거란 걸.
이미 시간을 끌며 이쪽의 변칙적인 수단은 전부 까발려졌고.
정면에서는 극의의 암흑기사가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저돌적으로 달려들고 있었으며.
암살자형 복면인들이 퇴로를 차단하며 사방에서 조여들고, 마법사형 복면인들은 뒤쪽에서 뭔가를 준비하기까지 했으니.
‘이건 텄다.’
결국 그는 소환 해제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쯧, 그래도 실전을 겪으며 얻은 소득도 상당했으니 나쁜 건 아니지.’
생각해 보면 모습을 감추는 것도 하루 반 정도라면 그리 긴 것도 아니었다.
물론 라일리에게 미리 말을 전해 둘 필요는 있겠지만···.
그런 생각과 함께 결국 그녀에게 한마디 남기고 모습을 감추려던 찰나.
‘엇?’
그는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어떤 감각에 곧바로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큭, 이건?”
그리고 그것을 감지한 것은 사나운 기세로 헤스페론에게 달려들던 스타브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보다 더욱 강해진 본능을 자극하는 서늘한 직감.
이내 억지로 몸을 멈춘 그는 황급히 뒤로 몸을 던지며 전신으로 흑마력을 내뿜었다.
그 직후.
콰아아앙—!
그가 나아가던 자리에서 거센 불기둥이 솟구쳤다.
단순한 불길이 아닌, 진득한 마력이 뒤섞여 거기에 휩쓸린 이를 순식간에 불살라버리는 초고온의 업화.
“젠장! 갑자기 무슨!”
또한 그 예상치 못한 공격은 그에게만 펼쳐진 것이 아니었다.
화르르륵—
스타브를 비롯한 이 공간에 있던 복면인 전원에게 동시에 가해진 대마법에, 유독 감과 운이 좋아 피할 수 있었던 극소수를 제외한 모두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허어, 이거 참 간덩이가 부은 놈들이구나. 감히 이 제론에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그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모두가 경계심을 끌어올릴 때, 막대한 마력이 깃든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막대한 존재감.
그에 이를 악문 스타브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로렌스 후작···! 어떻게 여길!”
그곳엔 지금쯤 얌전히 황궁에 처박혀 있어야 할 황궁 마탑의 탑주, 대마법사 로렌스 후작이 공중에 유유히 떠 있었다.
이번 일을 대비해 굉장히 공들여 준비한 공간 봉쇄의 결계를 찢고 들어온 채.
‘아무리 대마법사라도 이 정도 거리에선 이쪽을 절대 눈치챌 수 없을 거라더니!’
작전의 설계자에게 사전에 전달받은 브리핑을 떠올린 스타브가 나직이 이를 갈았다.
하여간 이쪽 일과 엮이면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었다.
“허! 진짜로 스타브 경인가? 그런데 그 꼴은···.”
그때 가늘게 뜬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던 고풍스러운 로브에 예스러운 지팡이를 든 노인, 로렌스 후작이 침중한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눈과 팔을 비롯한 전신이 망가진 스타브의 모습을 보고는 대충 사정을 짐작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결국 그렇게 되었나 보군. 헌데 흑마력이라.”
하지만 잠깐 내비친 연민도 잠시.
곧 불쾌한 기색으로 슬쩍 고개를 기울인 그가 손에 쥔 지팡이를 천천히 앞으로 내밀었다.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나선 참이었다만···. 이거 참, 그게 아니더라도 그냥 좌시하고 넘어갈 수 없게 되었구나.”
부정한 힘인 흑마력,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흑마법사와 암흑기사.
그 모두 현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것들이었고, 불사왕과의 전쟁으로 한창 날이 서 있는 지금에는 보이자마자 척살해야 하는 사회악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제국의 수도에 들어와 뭔가 암약을 펼치고 있다?
거기다 그중 한 명이 황실 수호대장까지 역임했던 제국의 귀족이었다?
‘이거 또다시 망신당할 뻔했군.’
이 정도면 황녀의 부탁을 들어 준 게 아니라 오히려 그녀에게 감사를 해야 할 판이었다.
수도 경비의 일부를 책임지는 황궁 마탑의 방비에 구멍이 뚫렸다는 소리였으니까.
또한 그것은 아직도 마탑 내부에 외부의 영향이 미치는 끄나풀이 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저번에 있었던 황녀 습격 사건 때처럼.
“그러고 보니 그쪽에는 빚이 있었지. 네놈들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초를 겪었는지 아느냐?”
로렌스 후작의 짜증 섞인 한마디와 함께 대기가 요동치며 마력이 들끓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발현한 마법진들이 서로 얽히며 저마다의 신비를 구현했다.
우우웅—
물론 대마법사인 그가 직접적으로 받은 불이익은 없었으나, 한창 성장하던 황궁 마탑의 기세가 꺾이고 입지가 줄면서 곤란한 상황이 되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 과정에서 차기 황제가 될 라일리 황녀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여러모로 신경 써야 하기도 했고.
“···와, 아슬아슬했네.”
그리고 그 긴장감이 치솟는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슬그머니 몸을 뒤로 뺀 헤스페론이 입가의 피를 닦으며 태연하게 중얼거렸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스타브와 원래부터 그보다 우위로 평가받던 로렌스 후작.
그리고··· 하나둘 합류해 주변을 포위하기 시작한 마탑의 전투 마법사들까지.
이 정도면 이미 상황이 종료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헤론, 괜찮아요? 최대한 빨리 가라고 닦달하긴 했는데, 혹시 어디 다치진 않았나요?
그때 다시 조심스러운 라일리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혹시 중요한 순간에 집중을 방해할까 우려했는지 거의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였다.
-아! 난 괜찮아.
이어서 마치 타이밍을 맞추기라도 한 듯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개체가 조건을 달성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한(恨)을 집어삼키고 만족한 「갈망의 오른팔」이 성장합니다.》
《개체가 반복된 실전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마법학개론」과 「격투술」이 합쳐져 「마투술」로 진화합니다.》
-음, 정말로.
이젠 진짜 정통 마법사와는 한참 떨어져 버렸지만, 애초에 그는 정통 마법사였던 적이 없으니 상관없겠지.
···아니, 그것뿐 아니라 잘 생각해 보니까 헤스페론의 가장 큰 능력치는 역시···.
쿠우웅—!
“크허억! 로···렌스···!”
털썩—
인맥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