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278)
#278
하회탈 리턴즈 (3)
상하이 소재의 번천회 동아시아 지부를 습격한 하회탈의 행보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동안 소식이 없었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그 여세를 몰아 아예 근방의 휘하 세력들까지 모조리 일망타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후 아주 자연스럽게, 중국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 중 하나인 상하이에서 벌어진 일은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퍼져 나갔다.
중국 국내는 물론 국경을 넘은 해외까지도.
그리고 그 소식에 가장 극렬하게 반응한 곳이 바로···.
인근의 국가이면서 하회탈의 출신지이기도 한 대한민국이었다.
중국발 기사를 그대로 가져와 보도하는 황색언론부터 시작해, 조회수의 냄새를 맡고 달려들어 온갖 자극적인 문구로 과장하는 사이버 렉카를 거쳐 나름대로 공신력이 있는 언론들까지.
모두가 그 소식에 흥미를 가지고 관심을 보였다.
또 일이 그쯤 되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일 벌이는 클라스 무엇?ㅋㅋㅋ 야쿠자에 이어서 이젠 삼합회를 들이박네ㅎㄷㄷ
-??? : 그냥 일본 돌아다니는 게 지겨워져서 잠깐 쉬면서 중국 관광하던 것뿐입니다. 이제 다시 일 시작했으니 국민 여러분들은 안심하시고 생업에 종사하십시오!
-하 형 돌아왔구나! 난 형 믿고 있었어!
└너 저번에 하회탈 어디 갔냐고 징징 짜던 애 아니냐?
점차 말라가는 듯하던 하회탈의 팬 사이트 ‘새벽의 서낭당’은 처음 소식이 알려졌던 아침부터 시작해 쉴 새 없이 트래픽이 늘기 시작했고.
-죽었다고 한 새X들 다 대가리 박아라. 일단 나부터 박음ㅇㅇ
-빠른 자백ㅇㅈ합니다
-저도 박겠읍니다…
-와 ㅅㅂ 근데 진짜 살아있었네? 혹시 대역 아님?
└이만한 규모로 일을 벌인 데다, 증거도 계속해서 튀어나오고 있는데 설마 가짜일까?
└솔직히 이렇게 완벽한 대체가 가능하면 그냥 진짜라고 쳐 줘야 됨
└ㄹㅇㅋㅋ
하회탈의 잠적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던 이들도 귀신같이 태세를 전환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의 저력과 이름값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으니까.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이다.
다만 그 소식을 마냥 편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도 있었으니.
다름 아닌 일본에 이어 중국의 항의를 받게 된 한국 측 고위 인사들이었다.
하회탈과 별다른 관계도 없는 그들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지만, 국제 관계에서 이런 문제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협조를 해주든 뭘 하든 어떤 식으로든 액션을 취해서 국가 간의 유대를 원만하게 만드는 게 바로 외교 아닌가?
그리고 그 일각을 차지하는 한 축.
“그럼 긴급회의를 시작하지. 안건은 모두 알고 있겠지?”
서울 남산에 위치한 한국 귀환자 협회 총본부에서도 막 간부진의 회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아니, 이 주제는 이미 끝난 거 아닌가요? 일본 때도 그냥 흐지부지되고 말았잖아요? 근데 이제 와서 새삼?”
“그러게. 안 그래도 바쁜데 왜 또 여기까지 불렀데?”
-뭐, 어쩔 수 없는 문제기는 하니까요. 우리가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화상으로 참여하면 안 됩니까? 왜 서울은 강제 참가야··· 불공평하게···.”
협회장의 주재하에 소집된 간부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떠들었다.
서울의 각 지부장들과 화상으로 참여한 지방 도시의 지부장들까지.
국가 기관과는 달리 격의 없는 이들이 모인 탓에 회의장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각성자의 능력과 지위는 비례하는 법.
이 자리에 있는 간부진들은 모두 출신 세계에서 나름대로 어깨에 힘 좀 주던 이들이었다.
영웅, 귀족, 단체장, 명성 높은 네임드 등···.
이미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에 찬 그들은 다른 이들을 존중은 할지언정 과하게 눈치를 보진 않았다.
그야말로 철저하게 실전으로 엄선된 능력 중심의 인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중국 측의 항의가 생각보다 더 강경하다. 정부 측 말로는 온갖 방면에서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는군.”
물론 그런 만큼 강자에 대한 예우도 확실했다.
그런 능력을 가졌다는 건 그만큼 위험한 역경을 헤치고 살아남았다는 뜻이었으니까.
협회장의 한마디에 한창 시끄럽게 떠들던 간부진이 그의 말에 집중했다.
“예? 아니, 뭘 그렇게까지? 기껏해야 범죄자들이나 잡은 거 아닙니까? 그것도 고작 상하이 인근 조직 몇 개 털었다면서요?”
-자존심이라도 상했나 보죠? 건방지게 자국에 넘어와서 설친다고?
“글쎄, 정확한 이유야 그쪽만 알겠지. 어쩌면 하회탈이 건든 놈 중에 그쪽 고위층과 선이 닿았던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고.”
그렇게 한창 이야기가 오가는 회의장의 한편에서.
억지로 자리에 끌려온 서울 남부 지부장, 뇌제 윤지윤이 뚱한 표정으로 패드에 떠오른 정보들을 살펴보았다.
‘확실히, 하회탈 본인이 맞는 것 같네.’
하나같이 중국에서의 하회탈에 관한 자료들이었다.
사진은 물론 CCTV를 주축으로 한 동영상에 목격자들의 증언과 그걸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까지.
아직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유능하기 그지없는 정보 수집이었다.
‘뭐, 중국에서 증거랍시고 내놓은 게 대다수긴 하겠다만.’
회의는 예상대로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였으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하물며 당장 하회탈은 중국에 있다는데 이제 와서 그들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냥 꼬장 한 번 부리고 싶었던 거 아냐? 이참에 외교적 우위를 점해서 이득을 보려고. 그놈들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음?’
그렇게 자료를 휙휙 넘기던 그녀의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었다.
최초의 이상이 보고된 어느 빌딩에 대한 사례였다.
‘대외적으로는 투자 회사.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뭔가 미심쩍은 정황이 발견됨. ···이거 뭔가 냄새가 나는데.’
그 한 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체로 비슷비슷했다.
주변 일대의 암흑가를 지배하던 삼합회와 그 관련 조직에 대한 무차별적인 징벌.
하회탈이 지금까지 하던 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회탈, 하회탈··· 그러고 보니···.’
하지만 그에 대해 되뇌다 보니 뭔가 떠오르는 게 있었다.
‘번천회가 바로 하회탈이 날뛰기 시작한 이후에 꼬리가 드러난 조직이었지.’
얼마 전 그녀의 관할에서 테러를 일으킨 9레벨 광혈귀이자 혈맹의 전(前) 수장, 알파가 속해 있었다는 조직.
그놈들이 한국에서 몸을 감췄던 계기가 하회탈과의 충돌이었다고 들었다.
‘지금까진 그냥 그러려니 했었는데···.’
그러고 보니 한국을 넘어 일본, 그리고 중국까지 향한 하회탈의 행적도 범상치 않긴 마찬가지였다.
왜 그는 굳이 다른 나라까지 가서 범죄자를 사냥하는가?
그리고 일본을 정리하던 도중에 있었던 잠적기와 이번 상하이 사태의 상관관계는?
혹시 놈들을 찾기 위해 일본을 뒤엎다가 발견한 단서를 쫓아서 중국으로 넘어간 건 아닐까?
‘···하인즈와 이야기 해 볼 필요가 있겠어.’
사실 굳이 파고들지 않았을 뿐이지 전부터 조금 의심하던 사항이기도 했다.
하회탈과 헤테로시스의 관계에 대해서.
‘이번에 하회탈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듯 팬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도 했고 말이지. ···흠, 혹시 같은 세계 출신인가?’
그렇게 나름 예리한 추측을 내놓은 그녀는 대충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회의에 집중했다.
그거야 앞으로 천천히 알아 가면 될 일이었으니.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전히 지지부진한 진행에 지루해진 그녀는 슬그머니 책상 밑으로 꺼낸 스마트 폰으로 게임을 실행했다.
음소거까지 하고 초인적인 신체 통제력으로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노력하며.
‘게임하네.’
‘게임이군.’
‘아, 부럽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도 모두 초인이었다.
당연하지만 참석자 중 그녀의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회의를 진행하던 협회장만이 잠시 눈살을 찌푸리고 그쪽을 흘길 뿐—.
‘아, 역시 현질을 더 해야 하나.’
지위는 고작 지부장이었지만, 능력으로는 협회장과도 맞먹는 그녀에게 뭐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와장창—!
온갖 첨단기기와 잡동사니들이 가득 들어차 조화를 이룬 곳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기까지만 보면 평소와도 같은 일상이라 할 수 있었으나, 오늘만큼은 그 주체가 된 이의 마음이 확연히 달랐다.
“까으으읏—! 짜증 나는군요! 아주 속이 터집니다 그래!”
쨍그랑— 쨍강— 파삭!
손도 대지 않았건만 늘어서 있던 플라스크들이 하나둘 폭탄처럼 터져 나갔다.
그의 감정에 반응이라도 하는 것처럼.
“후우, 안 되죠 안 돼. 이러다 아까운 시약들이 전부 날아가 버리겠군요.”
하지만 애써 진정한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플라스크 잔해와 내용물이 시간이라도 되돌리듯 순식간에 다시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것들을 재차 확인한 후 안도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회갈색 머리의 중년 사내.
그러고는—.
“필요 없어!”
와장창—! 콰창—!
그대로 그것을 밀어서 바닥에 내팽개쳤다.
번천회가 가진 기술력의 원천이자 회주의 오른팔, 닥터가 신경질적으로 떡진 머리를 헤집었다.
오늘 온 소식도 그렇고, 요즘 생각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함정이 준비된 지가 한참인데 정작 ‘완전 진화 생물 프로젝트’의 열쇠가 될 그 하인즈라는 흡혈귀는 유럽에 올 생각을 않고, 나름대로 쓸 만하던 율령자는 갑자기 나타난 하회탈에게 당해 버리지 않았나?
동아시아 전체를 통제하던 그를 잃은 것은 매우 큰 손실이었다.
당분간 그 지역에 대한 통제력이 떨어질 게 불 보듯 뻔했으니까.
“아흐! 그게 어떤 물건인데!”
하지만, 닥터가 화내는 포인트는 거기서 조금 엇나가 있었다.
“내가 기껏 양보해 줬건만! 아아— 아까워라. 실사용 데이터를 수집하면 슬쩍 빼앗을 생각이었는데 말이죠!”
율령자 자체보다는 그에게 줬던 마도 공학 물품을 잃은 것을 더 안타깝게 여겼던 것이다.
이번에 당한 이가 나름 번천회 내에서 서열이 한 자릿수에 달하는 고위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팔다리를 보조하는 장치는 다시 만들 수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캘리카스의 의안은 꼭 회수하고 싶은데.’
당연히 그도 이미 부하들을 시켜 동아시아 지부가 있던 곳을 샅샅이 살펴보게 한 직후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있었던 하회탈의 희생자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역시 그 자리에선 마도구는커녕 율령자의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다.
“역시 양보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내 눈에다가··· 아니, 이마에다가 달아 버릴걸! 그렇게 했으면 지금쯤 눈이 세 개··· 응?”
그렇게 정신없이 중얼거리던 닥터가 갑자기 행동을 뚝 멈추곤 눈을 끔벅였다.
“눈이 세 개? 제3의 눈?”
그리고는 몇 차례 고개를 갸웃하더니.
“우호홋~! 이거이거 아주 흥미롭군요!”
언제 화냈냐는 듯,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헤실헤실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한창 분노에 차 있던 그의 표정에는 이제 호기심만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먼저 실험체를 골라야겠군요! 어디 보자, 일단 두개골에 구멍을 내고 뇌의 송과체와 연결해야 하니··· 그럼 역시 튼튼한 각성자가 좋겠지요!”
그러곤 양손을 쓱쓱 비비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동아시아의 뒤처리는 누가 알아서 하겠지! 그 여자라던가.’
안타깝게도 이미 그에게 율령자의 변고에 대한 일은 안중에도 없었다.
***
지금까지 사냥했던 놈들 중 가장 고위층인 율령자를 잡은 직후.
당연히 한스는 그의 머릿속도 들여다보았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제대로 된 양질의 정보를 얻을 것을 기대하면서.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확실히 정신계로 경지에 오른 놈이라 그런지 그 작업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굳이 경지를 따지자면 극의의 끝자락 정도라고 볼 수 있었음에도, 작업 난이도만 따지자면 초월급도 능가할 정도로.
‘설마 그 미친놈이 자기 뇌까지 포맷할 수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한스가 어떻게 손 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끝나버린 수작.
더불어 율령자는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정신까지 파괴해 버렸다.
그가 영혼을 이용하더라도 정보를 얻어낼 수 없도록.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독한 놈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나마 정신의 구슬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이전의 정신 공격 직후에 얻었던 구슬의 힘을 빌려, 포렌식 하듯 일부라도 복원하지 않았으면 진짜 아무것도 얻지 못할 뻔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놈을 통해 얻은 기물의 덕을 보게 되다니, 세상사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놈들에 대해 대략적이나마 정보를 얻은 직후.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있느냐···.
“어르신, 저 당분간 자리 좀 비우겠습니다!”
“엉? 갑자기?”
타라크의 드워프 공방.
갑작스러운 하워드의 말에 자오닉이 눈을 끔벅였다.
하지만 그런 반응에도 하워드는 그저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예, 잠시··· 신문물을 접하고 깨달음을 좀 얻을까 해서 말입니다.”
지구로의 유학을 앞둔 드워프 청년의 눈에서 욕망 어린 안광이 번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