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291)
다른 아바타들이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는 동안 해츨링 아바타 호루스도 그저 놀고만 있지 않았다.
이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엘더 드래곤 슈리하트겐의 인도에 따라 도착하게 된 은밀한 레어.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그는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값을 따질 수 없는 귀중한 교보재들과 안식에 들기 전에 최대한 많은 것을 남겨주려는 노룡의 마지막 가르침, 그리고 태생적으로 천부적인 재능에다 그것을 한껏 증폭시키는 ‘성장의 비약’까지.
때문에 호루스는 나이로만 따지자면 여전히 해츨링이라 할 수 있었으나, 실질적인 능력은 이미 청소년기인 쥬브나일을 넘어서 성룡인 어덜트 드래곤에 근접할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나이와 강함이 정비례하는 드래곤으로서는 이레귤러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지.’
단순히 우량아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돌연변이 그 자체.
애초에 시스템과 관련된 이런저런 보정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을 불가해한 존재였다.
그리고 그러한 영향들은 아바타의 성장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었다.
-개체명 : 호루스
-종족 : 드래곤 (해츨링)
-공통 특성 : 「마인드 허브」, 「페르소나」, 「제노글로시」
-개체 특성 : 「골드 드래곤」, 「만물의 군림자」, 「폴리모프」, 「용언 마법」, 「신비의 탐구자」, 「섭리의 저항자」
-특이 사항 : ‘성장의 비약’을 통해 개체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비의 탐구자」의 영향으로 모든 마법 계열에 강한 보정과 적성을 가진다. 「섭리의 저항자」의 영향으로 개체에 가해지는 제약을 무시 또는 완화한다. 그에 해츨링의 육신으로는 담을 수 없는 힘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드래곤이 가진 종족 특성을 더욱 강화해 주는 「골드 드래곤」, 그리고 마력과 속성 지배력 등에 관여하는 「만물의 군림자」에 이어 새로 추가된 자기 강화계 스킬들.
호루스는 처음에 기대했던 대로 빠르게 쑥쑥 커가고 있었다.
‘사실 이 정도나 되니까 ‘티탄의 왼팔’의 인챈트를 맡긴 거기도 하지.’
추가 효과를 부여하는 인챈트는 같은 마법 계열인 불사왕 한스도 할 수 있었지만, 그는 그쪽에 대해선 정말 일말의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막대한 기운을 품은 티탄에 한스가 개입한다면···.
‘아마 착용하는 순간 사용자를 언데드로 만들어 버리는 저주받은 갑옷이 탄생하지 않을까?’
한스의 힘은 드래곤 하트조차 오염시켜 버릴 정도로 위험했다.
소유주의 안위를 무시하는 흑마도구를 만들 생각이라면 모를까, 그가 완성하고자 하는 티탄은 그런 용도의 물건이 아니었다.
‘그럼 다음 단계로 가 볼까.’
그리고 지금 드워프의 신조차 인정한 발명품이자, 마법의 종주인 드래곤의 손을 거친 ‘티탄의 왼팔’이 있는 곳은 바로—.
“음, 역시 조금 버거울 것 같기도 한데.”
한쪽 눈에 검은 안대를 쓰고 오른팔엔 신비로운 문양이 새겨진 붕대를 감싼 청년.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헤스페론의 두 손 위였다.
***
티탄의 사용자로 누가 적합할지는 제작 초기 단계부터 계속해서 고민하던 주제였다.
혁명가에게 타라크가 습격당한 위기 상황에서 상인 휴버트가 잠시 사용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별다른 능력이 없는 그가 주력으로 쓰기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
애초에 그는 드워프 하워드처럼 비전투용으로 상정한 개체이기도 했으니까.
‘휴버트에겐 비상용으로 간소화 버전을 만들어주면 되겠지.’
가장 걸맞은 적임자는 역시 헤스페론밖에 없었다.
사실 왼팔 파츠를 최우선으로 제작한 것도 처음부터 그를 염두에 뒀던 것 때문이기도 했고.
“후우—.”
라일리 황녀 덕분에 황궁 내에 준비된 그만의 전용 마법 수련실.
그 한가운데에서 매끄러운 금속 팔을 손에 쥔 헤스페론이 가볍게 숨을 골랐다.
“···대단하네요. 저도 제법 눈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건 태어나서 처음 봤어요.”
그에 함께 수련실에 들어와 구석에서 조용히 구경하던 라일리가 작게 감탄을 터트렸다.
교황의 장례와 정상 회의를 겸해 로셀리아 대신전으로 떠났던 그녀는 지금은 다시 황궁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혹시 몰라 헤스페론이 복귀 날에 마중 나가기까지 했었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이번엔 딱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긴, 또 문제가 생겼다면 단순히 무능한 걸 넘어서 아예 황제가 배후에 있다고 봐야겠지.’
다행히 그런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제 황태녀 책봉식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인데 설마 정말 그렇기야 하겠냐마는.
“그래서 그것도 다른 곳에서 불러오신 건가요? 그 의안처럼?”
“아하하— 뭐, 그렇지?”
그리고 황궁으로 돌아온 그녀가 가장 먼저 추진했던 일이 바로— 헤스페론에게 의안 대신 새로 배양한 안구를 이식해 주는 일이었다.
‘성의는 고맙지만 말이지.’
쓴웃음을 지은 그가 한 손을 올려 오른쪽 눈가를 덮은 안대를 위쪽으로 밀어 올렸다.
그러자 이 세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질적인, 은은하게 발광하는 신비로운 기계안이 밖으로 드러났다.
‘뭐, 처음부터 라일리한텐 미리 말해둘 생각이기도 했으니까.’
인체 연성은 연금술사가 가진 최대의 비원이자 금기 중 하나였다.
그게 손실된 부위를 대체하기 위해 일부만을 배양하는 것이라 해도 절대 쉽지 않은 일이란 건 당연했다.
그런데 라일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온갖 압력을 넣어가며 겨우 진행한 일을 거부하고 나섰으니, 그녀를 납득시키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이유를 내놓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와, 그건 아무리 봐도 신기하네요. 이렇게 다른 세계의 마도구를 진짜로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드러난 그의 우안을 홀린 듯 바라보던 그녀가 작게 중얼거렸다.
하긴, 아무리 그동안 이세계인 두 명과 동고동락하며 익숙해졌어도 이렇게 대놓고 외계 문명을 접하면 신기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겠지.
“···조, 조금 멋진 것 같기도 하고.”
헤스페론은 살짝 상기된 얼굴로 이쪽을 힐끔거리며 연신 헛기침하는 라일리를 보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사이보그 의안은 판타지 세계의 주민에게도 통하는 건가.’
그리고 시야 한쪽에 떠오르는 그녀의 체온과 심박수 등의 건강 정보를 일별하며 다시 자기 손에 들린 금속 팔로 눈길을 돌렸다.
그것은 보이는 것 그대로 상당한 무게를 가지고 있었지만, 공통 특성으로 「괴력」을 가진 그에겐 적당히 묵직한 수준이었다.
‘시작하자.’
이어서 깊게 숨을 들이쉰 그가 그 안에 천천히 자기 왼팔을 집어넣었다.
꾸드득—
그와 동시에 팔을 옥죄어 오는 독특한 감촉의 안감.
손끝부터 시작해 서서히 어깨 부근까지 집어삼켜 오는 티탄 내부와 그의 근육, 신경 등이 조금씩 동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살짝 찌푸려진 그의 미간은 펴질 줄을 몰랐으니.
‘···역시. 개선을 했는데도 이 정도라···.’
장착부터 동기화와 기동까지 소요된 시간이 10여 초.
다른 갑옷과 비교하자면 그리 길다고 볼 수도 없었으나, 비상사태에 빠르게 대응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단순히 착용한다고 끝나는 갑옷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반응을 빠르게 하자고 출력을 줄이는 것도 아깝고.’
거기다 이걸 아공간에 넣고 다니다가 일일이 꺼내서 하나씩 착용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였다.
비교적 장착이 간편한 팔 파츠도 이 정도인데 몸통을 비롯한 다른 부위까지 포함한다면···.
‘역시 이걸 가장 잘 써먹을 수 있는 건 헤스페론밖에 없겠군.’
티탄이 장착된 왼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던 그가 슬쩍 시선을 돌려 시야 한쪽에 떠오른 메시지를 응시했다.
-추정 에너지 : 12,257,225
-추정 위험도 : B
-킬로급 함선 원자로에 해당하는 에너지 반응 감지. 현 상태는 안정적이나 취급에 주의할 것.
‘마력 은폐 쪽도 제법 신경 썼는데 이 정도라···. 그만큼 기계안의 성능이 좋은 건지 다 숨길 수 없을 만큼 에너지가 큰 건지 모르겠네.’
어느 쪽이든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잠시 메시지들을 바라보던 그는 주저 없이 티탄을 향해 「맹약의 사슬」을 사용했다.
우우웅—
그렇게 연결이 시작되고, 찌릿한 두통과 함께 금속으로 뒤덮인 왼팔이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 내부에 품고 있는 에너지양만큼 거친 반응.
척 봐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 같았지만, 지금의 그에겐 확실하게 믿고 있는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자, 착하지?’
「맹약의 사슬」은 개체 간의 교감을 통해 인연을 엮어 계약을 맺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헤스페론은—.
‘교감은 이해에서 비롯되는 법이지.’
···티탄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주 작은 금속 쪼가리부터 시작해서 빼곡하게 새겨진 마력 회로 한 줄까지 전부.
누가 뭐라 해도 이 작품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그’가 직접 만든 것이었으니까.
기이이잉—!
그 결과는 금방 나타났다.
기계안에 ‘티탄의 왼팔’에 대한 상세 정보가 주르륵 떠오른 순간.
감각이 뻗어 나가며 육체의 영역이 확장되었다.
지금 이 순간, 팔을 감싸고 있는 것은 단순한 금속 갑주가 아니라 그의 외피이자 팔 그 자체였다.
티탄의 복잡한 구조가 한 번에 뇌리에 틀어박히며 자기 몸을 다루듯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섰다.
위잉— 철컥!
차라락—
손등과 팔 옆면에서 튀어나오는 칼날과 주먹 부위에서 솟구친 날카로운 가시.
손바닥에 열린 포구(砲口)와 팔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부스터 등 부속 기능들을 이리저리 확인한 헤스페론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대충 점검을 마친 그는 다시 티탄의 장착을 해제했다.
그리고 그것을 정리해 아공간 마도구 안에 집어넣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어? 다 끝났나요, 헤론?”
“아니, 아직 마지막 하나가 남았어.”
그는 반짝이는 눈으로 흥미롭게 구경하던 라일리의 질문에 태연하게 답하며 텅 빈 왼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을 확인할 차례였다.
‘그때처럼.’
그는 왼손을 앞으로 뻗은 상태에서 정신을 집중하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티탄.”
이윽고 헤스페론이 그 이름을 부르자.
그것이 그의 부름에 응했다.
우웅—
텅 비어 있던 그의 왼팔을, 공간을 가르고 나타난 검은빛이 감도는 유려한 금속 갑주가 빈틈없이 휘감았다.
기이이잉—!
등장과 동시에 동체의 회로를 타고 빛의 선이 치달아 순식간에 기동이 완료되었다.
그는 고작 1초도 되지 않는 순간에 완전히 임전 태세를 갖춘 왼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흡족하게 미소 지었다.
“···괜찮네.”
곧바로 팔에다 소환함으로써 장착하는 시간을 생략하고, 계약 상태를 이용한 상시 동기화로 이후 과정을 무시한다.
오직 「맹약의 사슬」을 가진 그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지금도 괜찮지만 전신 파츠가 전부 완성될 나중이 더 기대되는데? ···변신 히어로라니, 이거 참···.’
그렇게 만족스럽게 웃은 그가 강한 힘이 느껴지는 왼손을 움켜쥐며 감회에 젖어있을 때.
“어··· 크흠흠···.”
뒤쪽에서 미묘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어쩐지 뒤통수가 따갑다.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데자뷔와 함께 묘한 시선이 쿡쿡 날아와 박혔다.
“아.”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린 그는.
라일리의 옆에서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는 이세아와 눈이 마주쳤고.
그와 동시에 들떠 있던 마음이 가라앉으며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어, 힘든 게 있으면 도와주려고 했는데···. 라일리도 여기에 있다고 들어서···. 음···.”
뭔가 미안한 듯하면서도 어색한 듯,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슬쩍 시선을 피한 그녀가 변명 같은 말을 흘렸다.
그렇게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곧 뭔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똑바로 치켜들고는, 전부 이해한다는 듯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멋진 능력이군요. 헤론과 잘 어울려요.”
“아! 저도 세아 언니랑 같은 생각이에요. 진짜 멋있었어요!”
짝짝짝짝—
따뜻한 이세아의 격려에 동조하며 물개처럼 박수를 치는 라일리.
어째선지 그 반응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
“······.”
하지만 갑작스럽게 현실을 자각하게 된 헤스페론은 그들에게 차마 뭐라 하지 못하고 물끄러미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았다.
미래적인 금속 장갑과 오컬트적인 붕대에 감싸인 두 손바닥을.
‘···어라, 이상하다? 중2병 성향은 분명 한스가 다 가져갔을 텐데.’
어째서 자신이 이런 취급을 받게 된 걸까.
그는 풀리지 않는 의문을 속으로 삼키며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물론 자동으로 눈꺼풀을 투시하는 기계안 때문에 별 효과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