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295)
자고로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를 선점하는 것이었다.
적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승리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조건.
그에 아우테리카 전역의 정보 조직들이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일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작은 단서라도 얻기 위해서.
물론 그 현상이 오직 한 사람의 의사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는 건 세상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가 문제로군.’
번천회주가 지구에서 자리를 비운 지도 제법 되었다.
그런데 그가 아직도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우테리카에 오기 전에 어디 다른 곳에 먼저 들렀다거나, 아니면 이 세상에 진입하는 데 뭔가 애를 먹고 있다는 뜻이겠지.’
계시까지 내려온 정황을 보자면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하긴, 하나의 세상을 침략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놈은 그걸 이미 몇 차례나 성공시킨 전적이 있는 만큼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당장 강환계도 놈이 다녀간 이후로 한창 홍역을 앓는 중이지 않던가!
‘상대의 목표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 봐야 해. 놈이 기어코 아우테리카로 넘어온 직후, 무엇을 가장 먼저 노릴지.’
강환계에서 번천회주는 세상에 기(氣)를 공급하는 통로인 용맥, 그 중심이 되는 용심(龍心)을 강탈해 갔다.
각 세상을 구성하는 법칙이 다르고 기운의 구조도 천차만별이기에 아우테리카와 딱 들어맞지는 않았으나, 거기에도 분명 참고할 만한 점은 있었다.
‘아우테리카엔 용맥도 용심도 없어. 그래도 굳이 놈이 관심을 보일만한 것을 꼽자면···.’
당장 생각나는 곳은 두 군데였다.
첫 번째는 이온 대륙의 중앙에 있는 성지.
이곳은 용심처럼 실질적인 기능이 있지는 않았지만, 세상의 중심이라는 상징성과 신의 발길이 닿은 곳이라는 신학적인 면 때문에 중시되는 장소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었으니 만약을 대비해서 철저히 준비해 두는 게 좋겠지.
그리고 두 번째는···.
‘그러고 보니, 굳이 따지자면 이쪽이 용맥과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는데.’
지상에 강림한 신의 화신이자 그 상징.
하나의 대륙을 지탱하는 기적의 증명.
신성의 조각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존재.
세계수.
‘···그쪽은 해리스를 중심으로 대비해 둬야겠군.’
아무래도 에나멜 대륙의 이종족들도 아직 쉴 팔자는 아닌 모양이었다.
***
이쪽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아우테리카 방비에 집중하길 한창.
그러나 지구 쪽도 소홀히 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따지고 보면 이미 번천회의 세력이 자리 잡은 지구는 적의 본거지나 다름없지 않던가?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놈들을 흔들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방어만 하는 건 성미에 안 맞기도 하고. ···또 하인즈의 전력을 결전 전까지 최대한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겠지.’
그 공격의 일각을 맡은 하인즈 2세의 유럽행은 나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탈리아에 도착한 그는 가장 먼저 현지에 잠복해 있던 테르미도르의 하수인과 접선했다.
첫 방문지였던 프랑스에서야 그가 시작부터 끝까지 다 개입해야 했지만, 마음대로 써먹을 수 있는 수족을 손에 넣은 이상 번거로운 과정은 모조리 건너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마침 인접 국가의 경쟁 세력인 만큼 기본적으로 이탈리아 뱀파이어 클랜 ‘고모라’에 대한 대비가 썩 훌륭하기도 했고.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그동안은 조금 느긋하게 움직인 면이 있었는데 이젠 정말 여유 부릴 틈이 없었다.
하루에 두 번 이용할 수 있는 「이계전송진 소환」으로 틈틈이 이세계를 왕복하고, 세력을 관리할 수 있는 「군주의 권세」까지 적극 활용하며 능률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결과.
콰앙! 쿠르릉—!
“쳐라!”
“큭! 테르미도르가 미친 건가? 여기가 어디라고!”
“길을 열어라! 피자를 찢어버려!”
“바게트 놈들이 개소리를! 모조리 죽여라!”
고작 이틀도 되지 않아 하인즈는 고모라의 수장이 있는 남이탈리아의 중심 도시, 나폴리 외곽 산지에 자리한 저택으로 들이닥칠 수 있었다.
어지간한 건 전부 밑에서 알아서 해 주니 프랑스에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빠르고 쾌적한 전개였다.
하인즈는 강한 기세가 느껴지는 저택 안쪽으로 향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휘하로 받아들이길 잘했어. 여러모로 쓸모가 많군.’
자연스럽게 고모라의 수장도 폭군처럼 강제로 종속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물씬 피어올랐다.
그렇게 된다면 유럽을 번천회의 영향력에서 빼내는 데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과 함께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착한 그는 곧 이 저택의 주인과 마주할 수 있었다.
“···숙녀의 집에 제멋대로 찾아오다니. 매너가 영 꽝이구나.”
그 규모에 걸맞게 화려하면서도 널찍한 실내.
척 보기에도 여장부 같은 강한 인상의 키 큰 여성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를 맞이했다.
“그 폭군이 웬 동양의 뱀파이어에게 패하고 항복했다기에 소식을 가져온 놈 입을 찢어 버렸었는데···. 설마 그게 진짜였나? 이거 미안하게 됐네.”
숏컷으로 자른 짧은 흑발에 칠흑 같은 눈동자, 눈가의 스모키 화장에다 검은 립스틱과 매니큐어, 그리고 곳곳에 자리한 문신들까지.
온통 검은색 일색으로 치장한 여전사가 커다란 신장에 빼곡히 들어찬 근육을 이리저리 비틀며 맹수처럼 낮게 으르렁거렸다.
‘···확실히, 폭군과는 다른 케이스로군.’
흡혈귀로서의 권능보다는 고유스킬이 주였던 그와는 달리, 지금 눈앞에 있는 상대에게선 흡혈인자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파동이 거칠게 진동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어서 물어뜯기라도 할 것처럼.
게다가 그 기운의 양도 아우테리카에서 겪은 성혈들과 비교해서 크게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나 같은 경우가 아니면 흡혈인자만으로 벽을 넘어서긴 힘들 줄 알았는데···. 아니, 생각해 보니 그것도 고정관념이었나.’
애초에 차원마다 가진 특성도 구조도 전부 다른데 그걸 가능하게 할 수단이 없으리란 법이 없었다.
하물며 그 당사자도 세계의 법칙을 무시하는 각성자이지 않던가!
다만 아쉬운 점은, 이렇게 되면 상대의 굴복 없인 온전히 종속시키기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는 것에 있었다.
‘솔직히 폭군도 조금 아슬아슬했단 말이지. ···저만한 양의 흡혈인자를 전부 통제할 자신은 없는데.’
정말 실패라도 해버린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그냥 모조리 흡혈해 버리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할 터.
조금 아쉽긴 하지만 괜한 위험을 감수해 일을 복잡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여기엔 적당한 이인자를 잡아다가 폭군을 뒷배로 세우면 되겠지.’
프랑스와 인접국인 데다 그림자 능력을 사용하면 기동성도 나쁘지 않으니 나름 괜찮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그걸 위해선 저 이탈리아의 흡혈귀 수장, 베스티아(Bestia ;야수)를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야 밖에서 더 큰 희생이 나기 전에 그 후보자를 제대로 고를 수 있을 테니.
하인즈가 양복의 옷깃을 가다듬으며 묵직하게 한마디 툭 뱉었다.
“금방 끝내도록 하지. 이쪽은 아직도 할 일이 잔뜩 쌓여 있으니까.”
“카하핫! 자신만만하구나! 그래, 이 살이 떨리는 감각도 오랜만이군! 설마 루마니아의 공작 같은 놈이 또 있었을 줄이야!”
콰아앙—!
그리고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저택의 상층부가 그대로 소멸했다.
여느 때처럼 결계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단순히 그 정도로 끝나지 않았으리라.
쿠르르릉—!
“카핫! 강해! 강하구나!”
“으음.”
어느새 자신의 이명처럼 반쯤 짐승 같은 형상이 되어 거칠게 쇄도하는 베스티아.
그 모습은 뱀파이어라기보단 늑대 인간에 가까운 외형이었으나, 흡혈인자를 가지고 있는 이상 그런 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을 무는 짐승을 그냥 내버려 둘 순 없지.”
그에 하인즈 2세는 자신이 가진 전력을 다해 그녀와 충돌했다.
막대한 물리력을 품고 부딪치는 육체, 사납게 폭주하는 혈마력, 인식을 가르는 핏줄기와 찢겨 나가는 공간.
그 경천동지할 싸움은 주변에서 싸우던 흡혈귀들이 모두 멀찍이 퇴각한 건 물론, 저택이 있던 장소가 깨끗이 사라진 후에도 한참이 지나서야 끝이 났고···.
“크허헉! 과연··· 그 폭군이 꼬리를 내릴 만도 하네. 이 정도라면 정말 그놈을 이길 수 있을지도···.”
“슬슬 끝내도록 하지.”
“엇, 잠깐···! 그 프랑스 놈은 부하로 들였으면서 왜 나한텐 말도 꺼내지 않는 거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프크큭— 형씨, 혹시 잘 무는 사냥개 하나 필요 없어?”
어째선지 고분고분해진 들짐승 한 마리를 주울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그녀는 폭군보다 더 많은 힘을 빼앗겨야 했지만, 그만큼 「정제혈정」으로 강화된 힘도 컸던지라 그리 큰 차이가 나진 않았다.
《새로운 흡혈인자를 수집합니다. 특수스킬「혼혈진화」의 영향으로 개체의 존재가 한층 뚜렷해집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전부 끝났을 때.
‘음? 이건 설마···.’
하인즈 2세는··· 아니, 한성현은.
『고유스킬 강화』로 「아바타」를 한 번 더 진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
루마니아의 남부에 위치한 수도, 부쿠레슈티.
“어찌 여까지 오셨소, 닥터?”
그곳에서 번천회 유럽 지부장인 ‘공작’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손님을 맞이했다.
“우햐햣! 마침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내 마음이 급해서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이제 슬슬 때가 된 것 같아서 말이지요!”
고풍스러운 저택 내부와는 어울리지 않는 지저분한 실험 가운에 입을 열 때마다 침을 튀기는 경박한 몸가짐.
하지만 고급스러운 귀족 정장을 걸친 공작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턱수염만 쓰다듬을 뿐 뭐라 말을 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가 번천회 내에서도 최상위권의 무력을 지닌 회주 직속 친위대의 일원이라고 하나, 일단 이 자리는 유럽 관할의 지부장으로서 만난 자리였으니까.
일단 지부장이란 자리는 닥터의 아랫줄이었으니 예우 차원에서 상대를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그게 아무리 천박한 이가 상대더라도 말이지.’
이것이야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고귀한 자로써 마땅히 지켜야 할 품위였다.
지그시 눈을 감은 공작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가 한참 자아도취에 빠져있을 때도 닥터의 말은 쉬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 팬텀이 이탈리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이제 곧 여기도 가시권에 들어올 것 같은데, 대비한 걸 미리 한 번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 뭐든 직접 살펴보는 게 마음이 편해서 말이지요!”
팬텀.
그 단어에 공작의 표정이 다시 살짝 일그러졌다.
‘쯧, 그자가 대체 뭐라고···.’
사실 닥터의 의사가 워낙 강경해 억지로 맞춰주고 있을 뿐, 그는 그것과 관련된 모든 상황이 내심 불만이었다.
친위대의 일좌인 자신과 휘하의 클랜 ‘드라쿨’이 고작 동양의 흡혈귀 하나를 잡기 위해 함정까지 파야 한다니!
그나마 그 팬텀이라는 자가 프랑스에서 보인 활약에 조금 누그러들긴 했지만, 겨우 그 정도로는 여전히 성에 안 차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테르미도르건 고모라건, 내가 마음만 먹었으면 진즉에 쓸어버릴 수 있었다. 드라쿨의 덩치가 커지면서 함부로 나서지 못했을 뿐이지.’
고작 자국 하나만을 영역으로 삼는 다른 9레벨 흡혈귀들과는 달리 그는 10여 개가 넘는 동유럽의 암흑가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각국의 정보기관에서도 ‘유럽 최강’이라는 말이 정설로 나도는 존재.
그게 바로 드라쿨 클랜의 지배자이자 동유럽 암중의 군주인 그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내일부턴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뭐, 공작도 이런저런 일로 바쁠 테니 일이 시작되기 전까진 굳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깔끔하게 쫙— 준비해놓지요!”
마침내 인사를 빙자한 닥터의 수다가 전부 끝났다.
그 마지막 말에 반쯤은 흘려듣고 있던 공작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럽게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당일까진 저 경박한 이를 다시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니, 이보다 더한 낭보가 어디 있겠나 싶어서.
“···흐음, 그럼 시간도 늦었는데 식사라도 하고 가시오. 그래도 먼 곳을 온 손님인데 홀대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
“오오? 마침 출출하던 참이었는데 잘 됐군요!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한결 너그러워진 마음으로 식사를 권했다.
그 또한 고귀한 자로서 지켜야 할 품위이지 않겠는가.
어차피 자신은 뱀파이어라는 핑계로 피나 몇 모금 마시면 되니 크게 비위가 상할 일도 없었다.
그렇게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조용히 문이 열리며 유령 같은 발걸음으로 들어온 이들이 순식간에 정찬을 차리기 시작했다.
“우옷! 과연 진수성찬이로군요! 아주 훌륭합니다! ···그런데, 저건?”
그에 신나게 박수를 치며 반기던 닥터의 시선이 이내 한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한껏 눈길을 사로잡는 음식을 마주한 그가 저도 모르게 이 저택의 주인을 돌아보았다.
“훗, 그대가 피자를 좋아한다고 하여 따로 준비하라고 일렀소.”
손님의 취향까지 생각하는 메뉴 선정이라니.
스스로의 세심함에 심취한 공작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닥터의 시선이 다시 그 음식으로 향했다.
둥근 도우에서 흘러나오는 고소한 치즈향과 온갖 토핑이 올라간 먹음직스러운 피자.
확실히 그가 자주 먹는 음식이 맞았다.
다만 문제라면···.
“···파인애플?”
그 피자가 파인애플이 토핑으로 올라간 하와이안 피자라는 것이겠지.
잠시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닥터의 표정이 본능적인 혐오감에 슬쩍 일그러졌다.
그리곤 한 손을 입가로 가져가며 전에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공작을 똑바로 응시했다.
“···공작, 당신 설마 이런 거 먹습니까?”
그에게선 흔히 볼 수 없는 정색한 얼굴에서는 지인이 괴식가였다는 현실을 마주한 이의 복잡한 심경이 담겨 있었다.
그 눈빛에는 차마 숨기지 못한 꺼림칙함마저 담겨있을 정도.
“···닥터는 그런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말이오.”
그에 공작이 떨떠름한 기색으로 짧게 항변했다.
당연히 광인에게 광인 취급을 받게 된 그의 표정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기껏 상대의 취향에 맞춰 음식을 준비했는데 저런 반응이라니?
하지만 닥터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냉담하게 말을 이을 뿐이었다.
“쯧, 공작. 세상에는 먹을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습니다. 그리고 파인애플 피자는 명백히 후자라고 볼 수 있지요. 세상에, 여기서 저런 괴식을 보게 될 줄이야!”
그리곤 호들갑을 떨며 하와이안 피자의 끔찍한 점에 대해 하나하나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침이 사방으로 튀며 말이 길어질 기미가 보이자, 지그시 눈을 감은 공작이 얼른 그 말을 끊었다.
속으로 괜히 식사를 권한 자신을 자책하면서.
“그렇군, 내 참고하도록 하겠소. 후식은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이었는데 그것도 취소해야겠군. 내 괜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
“우호옷—! 민트 초코 좋지요! 그 달콤함 뒤에 찾아오는 상큼함이라니, 그야말로 최고의 디저트 아니겠습니까! 역시 공작은 뭘 좀 아시는 분이군요!”
“······.”
“민트 초코는 말입니다, 끈적끈적한 뒷맛의 다른 초콜릿과는 달리 끝맛이 아주 예술입니다! 마시고서 이를 닦지 않아도 될 정도지요! 거기다가 그건···.”
결국 다시 길어지기 시작한 수다.
공작은 곧 상대를 재단하는 것을 포기했다.
처음부터 저 미친놈과 대화를 나누려고 했던 것 자체가 잘못이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