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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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2)
“어? 이게 갑자기 왜?”
감았던 눈을 번쩍 뜨고 몸을 일으키자, 전송진은 다시 보라색으로 변했다.
허겁지겁 다시 눈을 감고 아바타에 정신을 집중했다.
역시나 전송진이 푸른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허탈하게 웃으며 아바타의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해 보니, 이제 남은 시간은 1분가량.
‘···이게 되네?’
어떻게 된 일인지 곰곰이 생각하다 깨달았다.
「아바타」의 육체는 자신의 본체와 완벽히 일치한다는 것.
환영도 아니고 별개의 존재도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새롭게 돋아난 신체 부위나 마찬가지였다.
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자원도, 신체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 음식물을 따로 섭취해야 한다는 것 정도.
식비가 두 배로 든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리라.
본체가 머리를 포함한 우반신이라면, 아바타는 머리를 제외한 좌반신.
그 상황에서 머리라고 할 수 있는 정신을 아바타에 집중하면···.
‘전송진이 아바타를 본체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
머리에서 폭죽이 터졌다. 환희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만족감에 흐뭇하게 미소를 지을 때.
우우웅—
푸른빛을 띠던 마법진이 환하게 발광하며 진동음을 토했다.
그리고.
《전송이 시작됩니다.》
나의 아바타는 이세계로 전송되었다.
***
《아우테리카 차원으로 전송이 완료되었습니다.》
《카르마 상점의 ‘귀환’ 항목을 통해 지구로 귀환할 수 있습니다.》
《현재 보유 카르마 0. 추후 카르마 상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송 중 보인 문구들을 되새기기도 전에 시야가 밝아졌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숲이었다.
높게 솟아오른 나무와 풀과 꽃들은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집에 틀어박힌 지 2년, 그전에도 딱히 등산을 즐기지 않았으니 몇 년 만에 보는 것이리라.
그 사실을 깨닫자 갑자기 식은땀이 나며 숨이 가빠졌다.
“허··· 허억··· 헉.”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고가 났던 지구가 아니니까, 이능을 각성하고 이세계로 소환된 거니까 어떻게든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물며 지금은 본체도 아니고 「아바타」를 사용한 분신이지 않은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서둘러 아바타의 눈을 감고 정신을 지구에 있던 본체로 집중했다.
눈을 뜨자 변함없이 나를 반겨주는 방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몇 년간 익숙해진 답답한 밀폐감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렇게 아바타 쪽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애써 무시하던 것도 잠시, 곧 강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아바타에 정신을 집중했을 때와 본체에 집중했을 때, 그 둘의 차이를 인지하니 이질감은 더욱 커져갔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 숲에서 느껴지는 향기, 피부에 닿는 햇빛의 온기.
그리고 들숨과 날숨, 섭취한 음식물이 소화되어 에너지가 되고 그것을 소모하는 과정의 모든 것이 이질적이었다.
아니, 그런 것들이 모두 느껴진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웁···.”
강한 멀미가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원인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는 걸 잊고 있었어···!’
많은 이세계가 있는 만큼 모든 시간의 흐름이 정확히 1:10인 것은 아니다.
귀환자들의 경험을 토대로 추산한 시간이니만큼 저마다 어느 정도의 오차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 점은, 시간 차이가 최소 10배는 난다는 것이었다.
감각을 본체 쪽으로 최대한 집중했음에도 불구하고 멀미는 멈추지 않았다.
본체가 숨을 한번 내쉴 때 아바타는 열 번 이상을 내쉰다.
아바타는 가만히 눈 감고 서 있을 뿐인데, 지금 몸을 움직이고 있는 본체보다 신진대사가 월등히 빨라 차이가 극명하게 느껴진다.
‘어지러워··· 토할 것 같아.’
응, 안 되겠다. 도저히 못 참겠네.
“소환 해제.”
아··· 좀 낫다.
***
잠시 누워있다 보니 멀미는 곧 가라앉았다.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어떻게든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는 성취감과 왠지 모를 아쉬움.
이제 이세계로 전송될 일은 없겠다며 안도감에 젖어있을 때, 불현듯 친구에게 보낸 문자가 떠올라 허겁지겁 확인했다.
“오··· 다행히 아직 확인 안 했군.”
보낸 문자를 지우고 안부를 묻는 내용으로 다시 보냈다.
괜히 걱정하게 할 필요는 없겠지.
일이 이렇게 되니 이능관리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래는 귀환 후 바로 신고하려고 했지만··· 상황이 바뀌니 마음도 변했다.
‘딱히 이걸로 범죄를 저지를 생각은 없지만, 번거로워지는 것도 귀찮고.’
따지고 보면 범죄에 최적화된 능력이었다.
얼굴을 가리고 강도질 후에 사라지면 완전범죄도 가능하리라.
설마 의심받더라도 본체가 알리바이를 증명할 터.
소환 해제하면 추가 소지품들은 그 자리에 남겨지겠지만, 방법이야 찾기 나름이니 어떻게든 수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망상일 뿐이지만.’
애초에 아바타 상태로도 밖에 나갈 수 없다는 걸 조금 전에 확인하지 않았던가.
‘아··· 뭐 이젠 뭐가 어찌 되든 상관없어.’
위기는 지나갔고 문제 생길 일도 없으며, 이능을 갈고 닦으면 혼자서 게임을 2인 플레이로 하는 것도 가능해지리라.
그걸로 된 거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해제했던 아바타를 다시 소환했다.
《위업 달성! 카르마 상점을 통하지 않고 자력으로 지구 귀환.》
《차원을 넘어서는 위업을 달성한 보상으로, 특전 「이계전송진 소환」을 부여합니다. 하루에 한 번, 전송진을 통해 지나온 장소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위업을 달성해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카르마가 대폭 상승합니다.》
“···네?”
이젠 볼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문구가 눈앞에 떠올라 있었다.
***
카르마와 카르마 상점.
각성자가 이세계에서 귀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카르마는 선행이나 악행, 살생이나 노동 등 여러 방법으로 쌓이며, 타인이나 세상에 끼친 영향을 고려해 주어진다.
그런데···.
“카르마 상점 확인.”
『카르마 상점』
『귀환 (1,000,000) (사용 불가) 』
『고유스킬 강화 (300,000)』
『스테이터스 강화 –상세 보기』
『보유 카르마 – 1,910,213』
그러고 보니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막 차원이동 했을 때 카르마 상점에 대한 문구가 있었다.
카르마를 모아 ‘귀환’ 항목을 통해 지구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던가···.
‘보통은 차근차근 카르마를 쌓아서 돌아올 텐데, 나는 반대로 돌아와서 카르마를 채웠네.’
카르마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당사자의 뜻에 달렸다.
어느 정도 쌓인 카르마로 자신을 강화해서 더 안전하게 모을지, 다른 곳에 사용하지 않고 꾸준히 저축해 바로 ‘귀환’을 이용할지.
상황에 따라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중요했다.
너무 약하면 생존하는 것 자체가 문제고, 무작정 강화만 하다간 시기를 놓쳐 한순간에 비명횡사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일이 이렇게 풀릴 줄이야. ‘차원을 넘어서는 위업’이라···.”
전송진으로 이세계로 보내진 아바타가 지구에서 재소환된 과정을 ‘시스템’은 차원을 넘어 귀환했다고 판단한 모양인데···.
‘이거 오류 아냐? 이래도 괜찮은 건가?’
아바타를 대신 보낸 것부터가 시스템을 속인 거나 다름없는데, 이렇게 특전까지 받아 버리니 아무래도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에이, 전 차원을 아우르는 위대한 시스템이 쪼잔하게 이런 걸로 페널티를 주진 않겠지. 내가 의도적으로 잘못한 것도 아니고.’
애초에 허점을 남겨두지 말던가.
프로그램에 발생한 오류는 개발자의 잘못이 아니던가?
자신은 그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변명하듯 시작된 자기합리화였지만, 곱씹다 보니 하나같이 맞는 말이었다.
‘그래! 난 잘못 없어! 배 째!’
스스로에게 떳떳해진 나는 슬쩍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는, 당당하게 카르마 상점을 살폈다.
넉넉해진 통장을 가지고 쇼핑하는 마음으로.
‘지구에 있으니 ‘귀환’은 의미가 없고, 고유스킬은 「아바타」를 뜻하는 거겠지.’
스테이터스 강화의 상세보기를 눌러보자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항목이 눈 앞을 가렸다.
‘대분류’로만 육체, 정신, 이능, 속성력 등의 여러 항목이 있었다.
‘육체’의 하위인 ‘근력’의 세부 목록에 상체와 하체 근육이 나뉘어 있는 것은 물론, 이두박근이니 광배근이니 하는 부위별 목록이 또 따로 있었다.
‘민첩’에도 순발력 외에 반사신경, 동체 시력 등의 세부 항목이 있었으며 다른 항목들도 마찬가지였다.
‘···상태창은 제공하지 않으면서 상점창에는 엄청나게 공을 들여놨잖아!’
떨떠름한 기분으로 카르마 상점을 보다가 눈을 사로잡는 항목이 있었다.
『육체 – 체력 – 회복력 강화 (10,000)』
나는 그것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극적인 효과는 없었다.
근력처럼 근육이 증가해서 한 번에 티가 나는 것도 아니고, 서서히 회복하는 것일 테니 당연하다.
『회복력 강화 (20,000)』
그래서 한 번 더 선택했다.
다리에서 느낌이 왔다. 부상이 회복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이대로만 있어도 언젠간 회복되리라.
『회복력 강화 (40,000)』
한 번 더 선택했다.
다리가 간질간질해졌다.
회복 기간이 더 짧아졌을 테니 얼마 안 있어 완치될 것이다.
선택할 때마다 카르마 소모량이 두 배씩 증가하고 있었지만, 내가 가진 총량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회복력 강화 (80,000)』
한 번 더 선택했다.
나에게 다리의 이 부상은 단순히 불편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아픔이었고, 가족들과의 이별을 고했던 상처였으며, 이후에 방에 틀어박히게 만든 흉터였다.
슬픔, 절망, 고통, 결핍, 체념, 불행 등 그동안 쌓아 온 온갖 부정적인 감정의 찌꺼기들의 상징이었다.
『회복력 강화 (160,000)』
그래서 한 번 더 선택했다.
다리에 전기가 통한 듯 저렸다.
바짓단을 올리자 수술 자국이 사라진 매끈한 다리가 보였다.
그리고 나는 알 수 있었다.
《회복력이 기준치를 넘어섰습니다. 스킬 「초회복」을 획득합니다.》
부상으로 절뚝거리던 다리가 완전히 회복되었으며, 이전보다 더욱 강해졌다는 것을.
***
그동안 나를 옥죄어왔던 굴레를 한 꺼풀 벗어 던졌다는 사실에 한참을 감격에 젖어 있다가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바깥엔 나갈 수 없었지만, 이제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믿음이 싹텄다.
「초회복」을 확인해 보니 말 그대로 회복력을 강화해주는 스킬이었다.
잘린 신체 부위의 재생까지는 무리더라도 어지간한 상처는 금방 회복할 수 있으리라.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카르마 상점을 확인했다.
『카르마 상점』
『귀환 (1,000,000) (사용 불가) 』
『고유스킬 강화 (300,000)』
『스테이터스 강화 –상세 보기』
『보유 카르마 – 1,600,213』
‘대체 위업으로 카르마를 얼마나 얻은 거야?’
물론 싫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쯤 되면 얼떨떨해질 정도였다.
그러다 ‘고유스킬 강화’ 항목에서 시선이 멈췄다.
「아바타」를 각성한 것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었다.
이 스킬을 강화하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될 수 있겠지.
고유스킬의 성장은 각성자가 원하는 방향성으로 이루어진다.
카르마의 소모 없이 능력을 갈고닦아 숙련시켜서 성장할 수도 있지만, 카르마 상점을 통해서 그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리스크 없이 이세계로 갈 방법까지 생기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쓰지도 못하는 계륵이나 다름없었다.
고유스킬을 강화하면 이 상황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항목을 선택했다.
잠깐의 두통이 지난 후, 처음엔 변화를 인지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재소환 직후 위업 달성 메시지가 뜨는 바람에, 아바타는 의식의 저편에서 밀려난 상태였으니까.
하지만 곧바로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내 뇌가 두 개가 되었다.
아니 처음부터 두 개였지만, 그동안은 하나의 정신이 두 육체를 오가며 사용했다면 지금은 능숙하게 사고를 둘로 분할해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아바타와 마주 보고 섰다.
자연스럽게 두 개의 시야를 받아들일 수 있었고, 이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흠, 역시 남자답게 잘생겼군.”
“그쪽이야말로. 몸이 좋은데? 운동 좀 했나 봐?”
“물론. 꾸준한 노력의 결과지.”
이제 서로 원활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래봐야 사실상 혼잣말이나 다름없었지만.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이리저리 실험을 시작했다.
마주 보고 짝짜꿍을 할 수 있었다.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동시에 할 수 있었다.
청소하면서도 인터넷을 하다가, 친구가 왔을 때만 할 수 있었던 2인용 게임을 혼자서도 플레이가 가능했다!
“핫!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잠시 샛길로 빠졌지만 다시 집중해야 할 때였다.
아바타로 주섬주섬 게임기를 치우며 나는 성장한 고유스킬에 대해 정리했다.
단순히 멀티태스킹이 능숙해진 것뿐만 아니라, 아예 뇌를 따로 써서 개별적 사고까지 가능해졌다.
그러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니 사고력이나 정신력 같은 스테이터스도 월등히 오른듯했다.
‘거기다 한 가지 더.’
아바타로 방에 있던 의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소환을 해제하자···.
아바타는 의자와 함께 사라졌다.
이제 아바타로도 개별 장비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가지고 있던 소지품들과 함께 소환과 해제가 가능해진 것이다!
들 수 있는 무게에 한해서지만 일종의 아공간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 능력도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카르마 상점을 확인했다.
『고유스킬 강화 (400,000)』
다행히 고유스킬을 강화하는 데에는 두 배씩 증가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쨌든 좀 더 강화할 수 있겠다.
망설임 없이 『고유스킬 강화』를 한 번 더 선택하자, 두통과 함께 눈앞에 문구가 떠올랐다.
《고유스킬이 성장하여 가능성을 개화합니다. 특수스킬 「마인드 허브」를 획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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