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322)
예닐곱 살은 되어 보이는 금발의 꼬마, 호루스가 자기 뒷머리를 몇 차례 긁적였다.
‘최후의 골드 드래곤이라.’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긴 하나 이렇게 시스템이 공증까지 해주니 뭔가 기분이 묘해졌다.
혹시 자신 외에도 슈리하트겐이 놓친 일족이 어딘가에 더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기에 더더욱.
‘이런 것도 업적으로 쳐주다니.’
호루스의 작고 동글동글한 머리통이 슬쩍 옆으로 기울었다.
그간 이런저런 큰 사건이 제법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줄곧 감감무소식이었는데, 몰락한 드래곤 일족 최후의 생존자가 되고서야 업적을 인정해 줄 줄이야.
그만큼 드래곤이라는 종족이 대단하다는 건지, 아니면 마지막 생존자라는 키워드가 중요했던 건지 모를 일이었다.
‘그나마 ‘최후의 드래곤’이 아닌 ‘최후의 골드 드래곤’인 걸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 걸까.’
뭐, 그거야 이미 슈리하트겐에게 들어서 알고 있던 사실이긴 하지만.
완전히 멸족까지 내몰린 골드 일족과는 달리 다른 일족들은 근근이 명맥이나마 유지해 나가고 있다 했었지.
‘언제 한번 만나보고 싶네.’
물론 그게 당장은 아니었다.
그들과 접촉하는 것은 일단 지금 가진 것들을 전부 수습하고 나서 시도해도 충분할 터.
아무리 똑같이 어려운 처지에 처한 동포라 한들, 엄연히 다른 세력에 속해있는 그들에게 함부로 얕보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암, 그를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할 수는 없지. 그럼 일단 아까 얻었던 것들부터 다시 확인해 볼까.’
그에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호루스의 시선이 조금 전에 떠올랐던 메시지 목록으로 향했다.
이번에 그가 확인해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특전 「드래곤 레어」. 말 그대로 용의 둥지를 만드는 능력이군. 특별한 점은··· 그 장소가 현상 세계가 아닌 아공간의 영역에 있다는 거겠지.’
즉— 이 특별한 둥지의 소재지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을뿐더러, 만약의 사태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몸을 피할 수 있는 훌륭한 은신처가 된다는 뜻이었으니.
확실히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기에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특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럼 다음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인 그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엘더 드래곤의 심장」 쪽으로 향했다.
슈리하트겐이 세상을 떠나가기 직전, 이 땅에 홀로 남겨질 해츨링 호루스를 위해 스스로의 영육을 가공해 전해준 선물.
무려 엘더 드래곤이 직접 자신의 격을 담아, 목숨으로서 빚은 만큼 다른 무엇보다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역시 무지막지하네.’
지그시 눈을 감은 호루스가 가슴 한편에서 꿈틀거리는 어마어마한 밀도의 에너지에 혀를 내둘렀다.
가공 과정에서 상당량이 흩어지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그 안에 담긴 것은 해츨링인 그가 기존에 가졌던 마력의 총량을 가볍게 넘어설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비록 당장 그것을 마음대로 다루는 것까진 무리였지만, 지금 진짜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것을 품게 됨으로써 일어난 잠재력의 상승과 성장 가속 등의 모든 것들은 그저 주 효과에서 파생된 부가 효과일 뿐이었으니까.
‘···그래, 이제 시작해 보자. 이걸 제대로 사용해서···.’
호루스는 눈을 감은 채로 자신의 가슴속에 틀어박힌 그 에너지 덩어리에 더욱 깊숙이 몰입했다.
두쿵—! 쿠웅—!
집중이 계속될수록 거센 박동과 함께 반발력이 전해져 왔다.
그게 몇 차례나 반복되자 그도 더는 참지 못하고 「폴리모프」를 사용해 본래의 드래곤 모습으로 돌아갔다.
지금까지처럼 인간 아이의 모습으로는 이 이상의 압력을 버틸 수 없었기에.
“카르릉—!”
모습을 드러낸 송아지만 한 작은 드래곤이 용맹하게 포효했다.
그에 따라 휘몰아치는 작은 폭풍과 함께 재차 흔들리기 시작하는 주변 기운.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기세와 힘은 성룡 수준에도 근접할 정도였으나, 신체의 성장에는 물리적인 시간 또한 필수인 만큼 그 덩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고작 대형견 크기였던 과거에 비하면 튼실한 송아지 정도로 커진 지금은 상당히 많이 자랐다고 볼 수 있었지만···.
당연히 그가 그 정도에 만족할 리 없었다.
‘「엘더 드래곤의 심장」은 단순한 드래곤 하트가 아니야.’
그것은 파란만장한 용생(龍生)을 살다 떠나간 슈리하트겐의 모든 것이자, 그간 쌓아 올린 격의 증명이었으며, 또한 그가 남긴 근육과 뼈, 비늘 등을 비롯한 모든 신체 정보가 기록된 블랙박스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을 이용한다면···.
파아앗—
날개를 활짝 펼치고 고개를 치켜든 호루스의 전신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불과 조금 전에 있었던 슈리하트겐 때처럼.
그러나 이후에 이어진 반응은 그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빛에 휘감긴 채 점차 작아졌던 그와는 달리, 호루스의 덩치는 오히려 조금씩 커지고 있었던 것이다.
5미터··· 10미터··· 15미터···.
팔, 다리, 날개, 뿔 등.
모든 신체 부위가 급격히 팽창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크워어어어——!]펄럭— 펄럭—!
주인이 사라져 텅 비었던 공동에 등장한 한 마리의 골드 드래곤이 거친 포효성을 내뱉으며 날개를 펄럭였다.
***
[힉, 헥— 아직 여기까진가···.]바닥에 널브러진 채 혀를 빼물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금빛 생명체.
언제 거센 위용을 보였냐는 듯, 하찮은 모습으로 바닥을 나뒹구는 그의 외양은 다시 송아지만 한 크기로 돌아온 상태였다.
‘역시 생각처럼은 안 되는구나.’
아쉽게도 「엘더 드래곤의 심장」을 이용한 급성장에도 한계는 있었다.
약 10분.
그것이 호루스가 첫 시도에서 성공한 변신의 유지 시간이었다.
거기다 그가 실질적으로 발휘할 수 있었던 힘도 이론으로 생각했던 것에 한참 못 미쳤다.
‘엘더급까진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그 살짝 아래 단계 정도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그가 급성장 상태로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는 성룡 중에서도 중급 정도가 한계.
평상시 모드가 성룡에 아주 살짝 못 미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극적인 전력 강화라 볼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안 하는 것 보단 낫지만. 무엇보다 신체 능력의 차이가 압도적이니.’
바닥을 나뒹굴던 호루스가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었다.
사실 지금 그가 이렇게 골골대는 이유도 신체 능력의 차이에 따른 괴리가 원인이었다.
아무리 이런저런 보정으로 전투력이 뻥튀기되었다고 해도 해츨링은 해츨링.
당연히 성룡 상태의 육체와 극심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유아기의 드래곤인 해츨링은 비늘도, 근육도, 혈맥과 마력 회로 모든 게 성년기의 드래곤보다 무르다.
강자의 공격 한 번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고, 실수 한 번에 스스로 발동한 마법이 역류해 다칠 수도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안정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유리 대포라고 할 수 있을 터.
어지간한 공격은 맨몸으로 받아내도 멀쩡하고, 질긴 마력 회로 덕에 되는대로 마법을 펑펑 쏟아내도 부담이 거의 없는 성년기와 비교하자면 실질적인 전투력의 차이는 더 크다고 볼 수 있었다.
스스슥—
바닥을 뒹굴던 해츨링이 스르륵 인간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잠시 바닥을 꿈지럭거리더니 온몸을 비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끄응···챠.”
고작 10분 남짓 운용했을 뿐인데도 그 전보다 훨씬 초췌해진 모습.
쉴 때는 드래곤 상태로 있어도 상관없겠으나, 아무래도 본체가 인간이다 보니 이 상태로 쉬는 게 훨씬 더 편했다.
‘스킬은 숙련도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니까 아직 실망하기엔 일러.’
앞으로 꾸준히 연습과 연구를 병행한다면 그 운용 시간은 물론 강화 효율도 더 올라갈 것이다.
그럼 변신했을 때의 덩치도 이전보다 더 커질 터.
‘역시, 아무리 이레귤러인 호루스라 해도 덩치는 크면 클수록 좋겠지.’
이번에도 직접 경험해 봤지만 ‘덩치=나이=무력’ 공식이 성립하는 드래곤에게 몸집의 크기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대한 육체를 가진 쪽이 등장할 때 더 임팩트도 있고 멋지지 않나!
“햐아, 그러고 보니 그것도 확인해야 되는데.”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이마의 땀을 닦아내던 호루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엘더 드래곤의 심장」을 살펴보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려 버렸으나, 아직 확인할 게 하나 더 남아있었다.
「황금의 보고」.
아주 오랜 세월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골드 드래곤 일족의 비고(秘庫)였다.
‘물론 두 차례의 불사왕 침공에 맞서느라 모아놓은 보물들 대부분을 소진했다고 들었지만.’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지 않던가?
수만 년이 넘게 전해져 내려온 초명문가의 창고에 어떤 신비가 잠들어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럼 지금 한 번 가 볼까.’
그런 마음으로 공동의 한쪽에 비켜선 호루스.
“쟈, 열려라. 「황금의 보고」.”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황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금속 문이 허공을 가르듯 나타났다.
끼이익—
새로운 주인을 환영하듯 그 문을 서서히, 그리고 활짝 열어젖히며.
***
사시사철 어둠에 휩싸여 있는 악의 본거지, 불사성.
“아아— 음— 아아—!”
그곳의 한 연구실에서 생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익숙지 않은 음정을 점검하듯 몇 차례 목을 풀던 그 소리는 곧 결과에 만족했는지 낮은 웃음을 흘렸다.
“크크큭— 이 정도면 되겠구나.”
내면의 어둠을 억누르는 듯한 웃음소리를 낸 그는 자신의 목을 몇 차례 꾹꾹 누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벽 한쪽에 마련된 거울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 그리고 짧게 친 검은 수염을 가진 냉혹한 인상의 중년인.
그렇게 잠시 거울 속의 자신을 잠시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가 씨익 입꼬리를 올리던 순간—.
꿈틀꿈틀—
입이 오른쪽 뺨으로. 코가 턱 아래로, 오른쪽 눈이 이마로, 왼쪽 눈은 180도 빙글 돌아 제자리로.
얼굴이 마치 별개의 생물처럼 움직이기 시작하며, 잘 정돈되어 있던 이목구비가 한순간에 뒤틀려 버렸다.
“······.”
그러나 자신의 얼굴에 그 난리가 났음에도 정작 중년인은 가만히 서서 거울만 들여다보고 있을 뿐.
“···쯧, 아직 조정이 더 필요하겠군.”
그러다가 어느덧 목덜미 쪽으로 돌아간 입으로 그리 낮게 읊조린 그는.
쫘아악—!
그대로 한 손을 들어 자기 얼굴을 쥐어뜯어 버렸다.
그 단호한 손길에 안구가 포함된 안면부는 물론 머리카락이 있는 두피, 목젖이 있는 부분까지 깔끔하게 떨어져 나왔다.
남은 것은 오로지 해골 뿐.
꿈틀— 꿈틀—
“아··· 으··· 어···.”
그 상황에서도 별개의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이는 얼굴··· 아니, 얼굴의 형상을 한 키메라는 연신 안구를 깜박거리며 입 구멍으로 연신 기괴한 소리를 내뱉었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될 줄 알았거늘. 번거롭게 됐군.]타오르는 안광으로 손에 들린 실험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해골, 불사왕 한스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그리곤 귀찮다는 듯 그것을 집어던져 구석의 금속 통 안에 집어넣고는, 그간 정리한 연구 자료들을 들고 쭉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거의 끝났다고 봐야겠지. 앞으로 며칠 내로 끝나겠군.’
그는 지금 강환계로 가기 전 사전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언데드라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완벽한 인간으로 위장하기 위해서.
얼마 전 휴고가 무당파의 운현진인에게 느꼈듯, 무림계 고수들의 기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가면이라도 그들에겐 별다른 소용이 없을 터.
아니, 그 전에 산 자도 아닌 한스는 그들에게 자의식을 갖춘 강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그냥 이 상태로 무작정 쳐들어가서 윽박지르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그래도 일단 할 수 있는 한 노력은 해 봐야지.’
원활한 작전 수행을 위해선 최대한 위화감을 줄이고 스며드는 것이 중요하다.
안 그래도 기운과 능력 때문에 눈에 띌 게 뻔한데, 그 당사자가 인간이 아니라 강시이기까지 하다면 어떻게 변명할 거리도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무림계 고수들의 이목을 속일 수 있도록 정교하게 제작된 ‘진짜 생명체’인 키메라를 자신의 몸에 이식하는 것이었다.
주변의 자극에 반응하는 건 물론 호흡과 소화 등의 물질대사까지 완벽하게 인간처럼 수행하는 키메라를.
그리고 죽음 그 자체인 불사왕의 몸에 기생하면서도 버티는 생명력과, 정확히 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동화력과, 완벽하게 인간의 물질대사를 수행하는 활동력까지 갖춘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게 어려운 건 당연한 일.
거기다 각성자가 아닌 생명체는 차원을 넘을 수 없으니, 그렇게 준비한 것들을 무기물 상태로 옮긴 다음 현지에서 마무리 작업을 할 필요가 있지 않던가?
그 대상이 아무리 자의식이 없는 저급한 키메라라도 생명체를 연성한다는 게 그리 쉬울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쌓아 온 노력들이 빛을 발했을까.
그로부터 고작 하루 뒤.
“크흐흐— 좋구나.”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한 차가운 인상의 중년인이 음산하게 입꼬리를 세우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소름 끼칠 정도로 자연스러운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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