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335)
마교도들이 물러간 뒤의 소림사.
“부상자들은 이쪽으로 오시오!”
“아미타불···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당연하지만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소림사 측이었다.
경내를 수비하기 위한 무승들의 피해가 컸던 것은 물론, 그 과정에 휘말려 해를 입은 학승도 적지 않았던 것이다.
거기다 이곳에 몸을 의탁하고 있던 황손 주강인까지 마교도들에게 납치되지 않았던가?
때문에 소림사의 수뇌부들은 연신 회의를 거듭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연히 무림맹 회합도 유야무야 취소될 테고. 아마 적당히 부상자들을 수습한 후에 각자 온 곳으로 돌아가겠지.’
그렇게 한창 혼란을 수습하느라 모두가 바쁜 상황 속에서 혼자 상념에 잠겨있던 휴고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하 공자님, 여기 계셨군요.”
피와 먼지를 대충 닦아내고 옷매무새를 최대한 단정하게 정리한 여인, 남궁세가의 금지옥엽 남궁소란이었다.
그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한 그녀는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는 이내 허리를 푹 숙였다.
“경황이 없어 인사가 늦었습니다. 구명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아마 공자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으셨다면 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겠지요.”
지금까지 보았던 해맑은 모습이 아닌 한결 차분해진 어투.
하긴 이번 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곁에 있던 이들이 무수히 죽어 나갔으니 온실 속의 화초로 곱게 자라온 그녀에겐 적잖은 충격이었을 터였다.
“별말씀을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그런 그녀의 감사에 휴고도 정중하게 겸양의 말로 응대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잠시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그들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한 가지.
모두 크든 작든 휴고에게 도움을 받은 이들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은공.”
“크~ 그때 정말 대단했지요. 전 그 순간 하늘의 신장이 내려온 줄 알았지 뭡니까!”
“구명지은을 입었습니다. 추후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연락주시길.”
다른 이들과 달리 마교도들의 기이한 수법에 영향을 받지 않은 휴고는 능력의 기복 없이 꾸준한 활약을 보일 수 있었고, 그것은 대부분 일류 남짓한 수준이었던 주변의 후기지수들에게 적잖은 도움이 되어주었다.
심지어 나중엔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 종횡무진 전장을 누비며 맹활약하지 않았던가?
그런 상황이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의도를 품은 이들까지 휴고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소협께선 다시 제갈세가로 가실 건지요?”
“은혜도 갚을 겸 저희 가문에 은공을 초대하고 싶은데···.”
어찌 보면 이건 미리 예견되었던 전개였다.
휴고··· 그러니까 하승훈은 고작 이십 대 초반의 나이에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천고의 기재.
무력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이 시대에서 그런 인재와 미리 친분이라도 다져두고자 하는 이들이 몰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물며 그는 그저 약간의 인연으로 제갈세가에 식객으로 머물고 있을 뿐, 정식으로 어딘가의 세력에 소속된 것도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만약, 어떻게든 그를 자기들 쪽의 세력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그런 마음을 품고 접근한 후기지수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를 데려갈 수만 있다면 세력 내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터.
특히 그런 기색은 몇몇 여인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다.
‘저 남자만 잡는다면?’
‘오라버니의 후계 경쟁이 도움이 될지도. 그럼 내게도···.’
능력은 더할 나위 없고, 극한의 상황에서 내보인 성품도 훌륭했으며, 그 용모 또한 무척 준수했다.
그러면서 별다른 연고도 없으니 데릴사위 감으로 이보다 훌륭한 조건이 또 없었다.
그런 생각을 품은 여인들 사이에서 기묘한 분위기가 형성될 무렵, 슬쩍 앞으로 나선 남궁소란이 휴고에게 더 가까이 다가붙었다.
그에게 향한 여인들의 시선을 차단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렇게 몇몇 이들 사이에서 소리 없는 견제가 오가는 동안, 주변에 몰린 후기지수들 간에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걱정이군요. 마교의 발호라니···. 이게 끝이 아니겠지요?”
“그렇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겠죠. 부디 큰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
“소림사에서 개최된 회합까지 습격한 놈들입니다. 그간 얼마나 준비를 해 왔을지···. 천하가 도탄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군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간 그 화제의 대부분은 이번 습격의 주체인 마교에 대한 것이었다.
하나같이 앞으로 있을 환란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
물론 그게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긴 했으나···.
‘아, 그거 이미 끝났는데.’
혼자만 진실을 알고 있는 휴고가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그는 다른 이들이 진지하게 대책을 논의하는 틈바구니에서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밝힐 수 있겠는가?
오랜 침묵을 깨고 막 활동을 시작한 마교의 교주가 첫 습격 직후, 채 돌아가기도 전에 불귀의 객이 되어버렸다고.
‘뭐, 당분간은 다들 조심하며 활동이 위축되겠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지나면 괜찮아질 테니 상관없겠지.’
결과적으로 위기가 찾아오자마자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그 원흉이 제거되어 세상에 평화가 찾아온 셈이었다.
물론 각 세력의 수뇌부들은 마교 놈들이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 알지 못해 끙끙대겠지만, 그래도 진짜 무슨 일이 터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터였다.
‘그보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다소 풀려있던 휴고의 표정이 진지하게 가라앉았다.
천마를 통해 얻은 정보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계획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된 것이 있었다.
‘그걸 토대로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노선을 정할 필요가 있겠어. 일단 금오도와 한 번 접촉해 보고 싶은데.’
황궁 혈사 이후 오랫동안 침묵하던 마교가 이제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 전부 그들 때문이었다.
물론 전면으로 나서지만 않았을 뿐, 그동안에도 각 지역의 어둠 속에서 암약하거나 혈교 같은 기타 암중 세력들을 흡수하는 등 음지에서는 활발하게 움직이긴 했지만.
‘또 용의 아이, 그것에 대해서도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해.’
원인 모를 증상 때문에 소림사에 의탁하고 있던 병약한 청년, 황손 주강인.
사실상 마교가 이곳을 습격한 가장 큰 목적이 바로 그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회합 날에 맞춰 정파 무림의 전복을 노린 건 그저 그 과정에서 겸사겸사 벌인 일에 불과했고.
‘용의 아이와 주강인, 거기다···.’
그리고 그는 그 황손과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던 이를 한 명 더 알고 있었다.
‘제갈혜미.’
···아무래도 일단 제갈세가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았다.
최대한 빨리.
***
한스가 직접 나서서 빠르게 천마를 처치한 것은 생각 이상으로 커다란 사건이었다.
게임으로 치자면 튜토리얼에서 이벤트성으로 잠깐 등장한 최종 보스를 치트키까지 이용해 기어코 사냥해 버린 셈.
천마 입장에서야 더럽고 억울하겠지만, 이쪽 관점에서 보자면 이보다 더 효율적일 수 없는 훌륭한 전개였다.
그러나 적의 수괴를 잡은 데에 반해 그가 당장 얻을 수 있었던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현경씩이나 되는 고수의 머릿속을 마음대로 휘젓는 데엔 한계가 있으니.’
그것 때문에 과거 천살마제에게도 그 영육에 심연을 들이부어서 단편적인 기억 일부를 건진 게 고작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천마는 그보다 더 윗줄에 있는 고수였으니, 그 난이도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물론 그때에 비하면 한스도 더욱 성장했고, 무엇보다 정신계 능력을 보조하는 ‘정신의 구슬’까지 더해져 어쩌면 가능성이 보이기도 했는데···.
‘하여튼 번천회주 그놈은 사사건건 도움이 되질 않는군.’
이번에는 천마의 몸속에 자리한 신성력이 그가 함부로 뇌리를 들쑤시는 것을 방해하는 바람에 온전히 힘을 쏟을 수 없었다.
아무리 한스가 번천회주의 신성력에 약간의 내성을 얻었다지만 그것에도 한계는 있는 법.
애초에 그 내성이라는 것도 지금으로선 외부의 대미지를 약간 줄여주는 정도에 불과했던지라, 이런 섬세한 작업에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수확이 영 없진 않아서 망정이지.’
그렇게 갖은 고생 끝에 몇 가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천마는 단순히 번천회의 끄나풀 수준이 아닌, 훨씬 오래전부터 안배된 지구 출신의 정착자였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적어도 수십 년 동안. 초반에는 고유스킬을 이용해서 자리를 잡고, 이후엔 무공을 주력으로 수련해 시스템의 보조가 사라진 이후를 대비했다.’
거기에 동원된 과정은 단편적인 정보로만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체계적이었다.
어째서 번천회에 그리 강자가 많았는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을 정도.
그에 한스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혀를 찼다.
‘이건 마치··· 조직 차원에서 장학생을 지원해 키우는 것 같군. 다른 세상까지 포함하면 이런 케이스가 얼마나 더 있을지.’
처음부터 그에 적합한 재능을 가진 이를 선별해 투자한 것일 테니 그만큼 적합한 표현도 달리 없으리라.
그리고 또 한 가지 알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용의 아이’의 중요성에 대해서였다.
그들이 가진 증상에 의문을 느꼈을 때부터 뭔가 범상치 않을 거라고 짐작하긴 했는데, 천마를 통해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한 결과는 그런 예상을 아득히 웃돌 정도였다.
아무렴, 이 세상의 신과 직접적으로 연이 닿은 이들인데 오죽할까.
‘···하긴, 아무리 이 동네의 신이 방임형이라지만 세계가 이 모양이 되었는데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그들은 이 세계, 강환계의 주신이 안배한 존재였다.
신비의 근원인 용심이 뜯겨나가 무너져 가는 이 세상의 수복을 위해 탄생한 희망의 씨앗.
비록 당장 천마에게서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은 거기까지가 한계였기에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었으나, 한스는 그런 사소한 문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크흐흣, 그럼 바로 가 볼까?”
그 뒷부분은 알 만한 다른 녀석들에게 들으면 되니까.
“일단 놈들의 본거지부터 시작하면 되겠지.”
그간 여러 가지로 방법을 강구하던 강환계 수복의 단서가 걸린 일이었다.
세상을 이 모양으로 만든 놈들이 괜히 그들을 납치했을 리 없으니, 그것들이 더 이상 허튼짓을 하기 전에 서둘러 손을 쓸 필요가 있었다.
‘그러는 김에 납치된 주강인도 회수하고 말이지.’
은밀히 숨어서 움직이고 있을 납치범들을 일일이 찾아다닐 생각은 없었다.
그냥 최종 목적지에서 가만히 기다리다 보면 알아서 하나둘 기어들어 올 텐데, 뭐 하러 번거롭게 그런 시간 낭비를 한단 말인가.
‘좌표는 확실하지 않지만··· 대충 어디 근처인지는 알았으니까. 그 인근을 싹 뒤지다 보면 알아서 튀어나오겠지.’
거기다 천마신교 본단은 강환계 최대 규모의 악의 총본산이니, 최고급 강시를 만들기 위한 재료들도 충분히 구비되어 있을 것이다.
당연히 관련 지식을 가진 장인들도 무수히 많을 터.
“흐— 일석이조로군.”
입꼬리를 비틀며 기이한 미소를 지은 한스가 천천히 자리에서 떠올랐다.
그리곤 방향을 틀어 가야 할 곳과의 각도와 거리를 가늠하고는.
쐐애액—!
공기를 자르는 듯한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그의 몸이 창공을 가로질러 앞으로 쏘아졌다.
그 아공간 안엔 얼마 전까지 세계최강이었던 이의 시신을 담고서.
***
제갈세가가 위치한 융중산.
그 산의 어귀에 거대한 덩치의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쯧, 역시 이미 늦었나.”
그 사내, 광마 할리가 대충 주변을 살피곤 가볍게 혀를 찼다.
기껏 「영웅의 발자취」까지 사용해 급하게 날아왔건만, 엉망이 된 근방은 이미 이곳에도 한차례 폭풍이 지나갔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헤집어져 아무 데나 널브러진 나무와 바위, 타다 남은 숲의 잔해, 곳곳에 남겨진 무기의 상흔들까지.
산의 초입부터 시작해서 제갈세가가 자리한 중심부까지 몇 겹에 걸쳐 설치되어 있던 수많은 진법들이···.
‘모두 파괴되었군.’
할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천천히 앞으로 향하던 그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숲 곳곳에서 나는 탄내 사이로 얼마 전까지 맡았던 익숙한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피 냄새.’
그리고 절망과 비탄, 원통함이 한데 뒤섞인 죽음의 냄새.
할리가 한 봉우리 위로 올라가 제갈세가의 본거지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생존자가··· 그리 적진 않군. 어떻게든 물리치긴 한 모양인데.’
건물 내부에서 익숙한 이들의 기운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비록 막심한 피해를 입은 것 같긴 하다만, 과연 방어에 특화된 이들답게 어찌어찌 침입자들을 격퇴하는 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제갈혜미의 기척이 감지되지 않는군. 내부의 다른 진법에 숨은 건가? 그것도 아니면···.’
···아니면 습격자들이 목적을 이루고 순순히 물러갔거나.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도 할리는 섣불리 접근하지 않고 사냥꾼처럼 예리한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지금 저들은 갑작스러운 습격을 받아 한창 예민해진 상태.
지금 상황에서 심하게 개성적인 외양을 한 이방인인 할리가 들이닥쳐 봤자 괜히 서로 피곤해지기만 할 뿐이었다.
‘음?’
킁킁—
그러던 도중, 할리의 예민한 후각에 뭔가 미묘한 이질감이 감지되었다.
온갖 감정의 찌꺼기들이 어우러진 전장의 냄새 속에 숨어있는 무언가.
그것을 감지하는 즉시, 그의 몸이 벼락처럼 움직였다.
쐐애액—
한순간에 수 킬로미터를 주파한 그의 손아귀가 어느 수풀 속으로 파고들었고.
쨍그랑!
“흐억?!”
뭔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그 안에서 낡은 도복을 입은 중년 사내가 멱살이 잡힌 채 끌려 나왔다.
그리고 할리의 입꼬리가 길게 찢어지며 톱날 같은 살벌한 이빨이 모습을 드러냈다.
“넌 뭐냐? 어째서 여기에 숨어있었던 거지? 여길 습격한 놈들이랑 연관이 있나?
“어엇, 다··· 당신은?”
“흠, 대답이 늦는데. 역시 일단 팔 한 짝 뜯고 대화를 시작하는 게 편하겠군.”
“자, 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성질 급한 할리가 냉담하게 중얼거리는 말에 창백해진 얼굴의 도사가 연신 양손을 휘저으며 입을 열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전 모산파··· 그러니까 금오도 소속입니다! 예! 마교도들과는 전혀 연관이 없어요! 오히려 적이라 할 수 있지요!”
“엉? 금오도?”
“어··· 그쪽 분은 금오도 소속이 아니신 모양인데. 그래도 동족 아닙니까? 일단 이건 놓고 차분하게 얘기를 좀···.”
그 갑작스레 들려온 뜬금없는 단어의 향연에 할리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그걸 긍정적인 반응이라 생각했는지 멱살이 잡혀있던 도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재차 말을 이었다.
“후우, 전 청룡님 휘하에 있는 청관이라 합니다. 지금은 임무를 위해 밖으로 나왔다가 제갈세가에서 일어난 변을 목격하고 막 상부에 보고하려던 참이었는데···.”
말하는 중간에 ‘청룡’이라는 단어에 유독 힘을 주는 것을 보니 아마 상당히 믿음직스러운 뒷배인 모양이었다.
그래봐야 아무것도 모르는 이쪽은 조금도 감흥이 오지 않았지만.
할리가 묘한 눈으로 자신에게 멱살이 잡힌 중년 도사를 훑어보았다.
‘동족이라···. 이거 참, 굉장히 공교롭군.’
그러고 보니 이 청관이라는 도사에게서 나는 냄새는 그간 접해왔던 강환계의 인간들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 자도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인간 세상에 숨어든 요괴였던 모양.
이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조우였으나···.
‘좋군, 시간을 아낄 수 있겠어.’
어쩌다 보니 요괴를 줍게 된 할리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며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흡족한 마음에 별생각 없이 슬쩍 혀를 움직여 입술을 핥았다.
“으헉! 저, 전 맛이 없습니다! 그, 민물 출신이라 비린내가 좀 심한 데다가···!”
이후, 오해를 풀기 위해 잠깐의 시간이 더 소요되었다.
아무래도 이 요괴 친구는 생각보다 겁이 많은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