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339)
아우테리카 출신의 해츨링 호루스와 강환계의 터줏대감인 용들과의 첫 만남이 순조롭게 끝난 이후.
호루스는 두 용들의 관심 어린 보살핌과 함께 그들에게 직접 이쪽 세계의 술법에 대한 강도 높은 교육을 받게 되었다.
청룡과 적룡은 의식 때 그저 황룡으로서 자리만 지켜주면 충분하다고 했으나, 정작 당사자인 그가 거기에 납득하지 못하고 강하게 요청했던 것이다.
아무리 그저 상징적인 마스코트로 참여한다 해도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고 모르고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또한 의식의 주재자로 함께하게 된 이상, 기본적인 술법에 대한 이해 정도는 숙지해 두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겠나!
···그런 호루스의 주장에 두 용은 더없이 기특해하며 그의 교육에 그 어떤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물론 거기에 숨겨진 호루스의 본심은—.
‘여기까지 온 이상 얻을 수 있는 건 전부 챙겨 가야지. ···또 그러다 보면 용의 아이들을 구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어떻게든 지금 상황을 이용하고야 말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원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그 기본부터 차근차근 파헤치는 건 기본이었으니.
이 세계가 부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곳의 신비부터 확실히 파악해 둘 필요가 있었다.
‘세간에는 모산파가 술법의 명문이라 불리고 있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도술 대부분이 금오도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라고 했지.’
그리고 그 금오도에서도 그쪽 방면으로 정점에 있는 이들이 바로, 이 세계에서도 전설로서 경외시되는 신수인 용이란 존재였다.
호풍환우(呼風喚雨)를 비롯한 자연재해를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신통력의 상징.
그런데 그들을 통해 강환계 술법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이런 좋은 기회를 그가 그냥 포기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렇게 새로운 신비를 마주한 호루스가 보인 습득력은.
그를 여전히 어리고 귀여운 이계의 용이라고 여기고 있던 적룡과 청룡에게는 말 그대로 충격 그 자체였다.
“세상에··· 저 녀석은 대체 뭐지? 설마 이미 다 알고 있었으면서 내숭 떨었던 건가? 그게 아니면 이 속도는 말이 안 되는데.”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수준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 이제야 알겠네. 단순히 재능이라고 하기도 뭐한 수준이야. 숨 쉬듯 신비를 이해하고 자기 식대로 흡수하고 있어.”
“하! 천년적공이니 뭐니 따지던 노친네들이 알면 거품을 물고 쓰러지겠군. 시간이란 게 이렇게나 무상한 거였나.”
“으음.”
그 작디작은 어린 용은 그들이 가르치는 모든 것을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기세로 흡수했다.
정말 술법이란 것을 지금 처음 접한 게 맞나 의문이 들 정도로.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기운과 속성의 친화력을 보조해 주는 「만물의 군림자」.
모든 신비학에 관한 적성을 부여하는 「신비의 탐구자」.
드래곤과 용의 차이점에서 생기는 제약을 무시해 주는 「섭리의 저항자」.
그리고 마도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용언 마법」을 이미 높은 수준까지 익히고 있다는 점까지.
호루스는 날 때부터 범상치 않은 스킬들을 줄줄이 달고 있는, 말 그대로 태생부터 완벽한 혈통 금수저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지금은 『성장의 비약』에다 그 외 성장 보정까지 잔뜩 달린 상태지 않던가?
‘「부정한 현자」나 「마도의 길」 같은 다른 아바타의 간접적인 도움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결과가 바로 지금의 호루스였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고, 열을 알면 백을 깨우치며, 백을 깨우치면 천에 통달하는 불합리의 결정체.
《개체가 지식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천류 도술」을 획득합니다.》
그런 그가 진심으로 한 가지에 매달리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그 결실이 맺히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벌써 이 정도 수준이 될 줄이야. 네 생각은 어떠냐, 청룡?”
“확실히 예상했던 것 이상이야. 굳이 시간 끌 것 없이 곧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되겠어.”
“동감이다. 저만하면··· 그걸 내주는 것도 그리 아깝지 않겠군.”
“그래, 어차피 그것도 필요한 일이니까.”
그런 빠른 성장은 그를 가르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던 두 여인의 감탄과 인정을 받기에 충분했고.
그에 다음 수업이 시작되었을 때, 그녀들은 그에게 매우 특별한 선물을 하나 내어주었다.
설마 이렇게 보게 되리라곤 예상치 못했던 귀한 물건을.
“으잉? 이건, 설마···!”
“우후후, 호루스는 놀라는 표정도 귀엽네요.”
“매번 우리만 놀라다가 입장이 바뀌니 뭔가 신선한 기분이군. 나쁘지 않아.”
화창한 하늘을 그대로 담아놓은 듯 푸르게 빛나는 원형의 구체.
그 안에서는 선명한 황금빛 광채가 불길처럼, 혹은 물결처럼 일렁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발산하고 있었다.
도저히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신비롭기 그지없는 아름다움이었다.
“여의주(如意珠)···.”
“호루스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어차피 의식을 위해선 필요한 물건이기도 하고요. 설마 이렇게 빨리 주게 될 줄은 몰랐지만.”
“황룡의 업을 짊어지는데 정작 여의주가 없으면 안 되지. 보통은 자신만의 여의주가 따로 있겠지만 넌 예외인 상황이니, 전 주인도 충분히 이해해 줄 거다.”
여의주는 용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필수 아이템으로, 굳이 따지자면 드래곤 하트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물건이었다.
그 자체로 막대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저장소임과 동시에 사용자에게 온갖 이로운 효과까지 부여해 주는 보물 중의 보물.
어지간히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을 만든 당사자인 용과 일생을 함께하는 여의주는 당연히 이렇게 쉽게 내 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전 주인이라면···?”
“···뭐, 일단 전대 황룡이라고만 해 두지. 하나같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바람에 딱 특정하기는 그렇지만.”
“유품이라고 그리 신경 쓸 건 없어요. 그들도 이 사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남긴 물건이니까요.”
물론, 말 그대로 ‘큰일’의 연속이었던 근래를 생각하면 이렇게 주인 없는 여의주가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호루스는 자신의 손에 들어온 여의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정신을 한 점에 집중했다.
후우웅—!
바람과 뒤섞인 기의 폭풍이 휘몰아친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 제대로 제어되지 않는 막대한 에너지에 인근의 온도가 제멋대로 오락가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숙련도 정도야 많이 사용하다 보면 늘기 마련.
거기다 자신이 가진 능력들도 이에 익숙해지는 데 유리한 것들이었다.
‘나쁘지 않아. 아니, 굉장히 좋군! 설마 이걸 이렇게 빨리 손에 넣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들의 말대로 호루스의 학습 능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점도 분명 원인 중 하나였겠지만—.
아마 이 과감한 결정에는 그것 말고도 다른 것 또한 적잖은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그래, 예를 들자면···.’
그들 금오도의 입장에서도 도무지 묵과하려야 할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워진 대륙의 상황.
바로 마교의 본격적인 준동이 말이다.
‘그것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 거겠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라면 또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를 노릇이니.’
이미 마교와의 분쟁으로 황룡 일족이 멸종된 상태다.
비록 그 일을 가장 앞장서서 주도했던 번천회주는 이미 이 땅을 떠난 뒤였으나, 여전히 남아있는 마교의 전력 또한 그리 무시할 수는 없을 터.
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흠, 여의주라.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까···.’
물론 호루스는 그것에 관해선 정말 눈곱만큼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모든 일의 원흉이나 다름없던 천마를 처치한 건 물론이고, 막 그 본거지인 천마신교 본단까지 정리하고 있는 참이었으니까.
그와 한 몸이나 다름없는 훌륭한 동반자가 말이다.
***
신강성 천산산맥 천마신교 본단.
콰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지축이 흔들렸다.
세상에 일어난 환란의 원흉이나 다름없으면서도 그간 시치미를 떼듯, 묘할 정도로 평화로웠던 도시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난리로 인해 혼란에 빠져들었다.
“빨리빨리 움직여!”
“지살대는 곧바로 움직인다!”
교의 무사들이 정신없이 움직였다.
십수 년째 가축 사육 업무를 맡고 있는 장삼은 축사 안쪽에 숨은 채로 그들의 다급한 모습을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내다보았다.
‘이게 대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이야!’
이 생각도 벌써 몇 번째 되뇐 것인지 감도 오지 않을 정도.
그는 잘 움직이지 않는 뻑뻑한 머리를 애써 굴려 대체 일이 어찌 된 건지 차근차근 다시 되새겨 보았다.
오늘도 평소와 별 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천마신교 본단의 축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장삼은 아침 일찍 일어나 마누라가 차려준 밥을 먹고, 그들이 따르는 신의 대리자이신 천마께 기도를 올린 후 일터로 향했다.
그리고 소에게 먹일 여물을 쑤고 축사를 청소하길 한참.
맑았던 하늘이 갑작스럽게 먹구름에 뒤덮이며 어두워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에 그는 물론 주변에 있던 이들이 당황해 수군거리던 것도 잠시.
직후—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마치 천상에서 흘러나오듯, 하늘에서 시작된 누군가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들어라, 뒤주 속에 틀어박힌 필멸자들아.”] [“나는 세상 모든 마의 종주이니.”] [“새로운 마의 왕을 받들라.”]그저 듣는 것뿐이었는데도 전신의 털이 쭈뼛 서고 침이 바짝 마르는—.
세상을 오시하듯, 거룩하면서도 엄숙한 음성.
그 담담한 선언에 깃든 의지는 한낱 촌부에 불과한 그로선 감히 가늠할 수도, 아무렇지 않게 버틸 수도 없었다.
‘그래, 그랬었어. 지금 이건 그 직후에 일어난 변화였지.’
그제야 뚝뚝 끊겼던 기억의 일부를 간신히 되살린 장삼이 무겁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저 말 몇 마디를 들었을 뿐인데도 머릿속이 하얗게 새어버리는 것 같던 목소리가 끝난 직후, 어마어마한 마기가 주변 일대를 한꺼번에 뒤덮는 것과 함께 지금의 사태가 시작된 것이었다.
콰아아앙—!
침을 꿀꺽 삼킨 장삼이 고개를 빼꼼 내밀어 도시의 중앙 쪽을 내다보았다.
“막아!”
채앵! 차앙!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들.
온통 새카만 먹물을 뒤집어쓴 듯한 존재들이 교의 무사들을 유린하고, 그에 뒤질세라 속속 합류한 고수들이 체계적으로 대형을 갖춰 대항했다.
그 모습은 제법 치열하게 보일 정도였지만, 전투 쪽엔 무지한 장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대로 교의 무사들이 아무리 달려들어 봐야 도저히 승산이 없으리라는 것을.
당연히 그런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저건 그저 졸개들을 상대로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정작 저 창공 위에서 아래를 굽어보는 이, 유유자적 이쪽으로 접근하는 저 정체불명의 존재를 아무도 막지 못하고 있는데 다른 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퍼엉!
[크워어어!] [으어···어···.]그런데 문득, 천마신교의 한 건물 입구가 터져 나가며 그 안에서 커다란 체구의 거인들이 줄지어 튀어나왔다.
도저히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크기를 가진 존재들.
“허업! 요···요괴?!”
단순히 덩치가 큰 것만이 아니었다.
멧돼지 머리에 뿔이 달린 괴물, 날개 달린 호랑이 형상의 괴물, 늑대 형상의 두 발로 선 괴물까지.
그저 그 존재를 관측한 것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숨이 턱 막혀왔다.
평범한 촌부치곤 제법 오래 버티던 장삼의 정신력도 딱 거기까지였다.
그는 압도적인 격을 지닌 존재들 사이에서 충돌하는 존재감의 후폭풍에 짓눌려 더는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거품을 물고 혼절했다.
이 도시에 있는 다른 평범한 이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호오? 저건···?”
그때 막 주변 일대 전체를 결계로 감싸는 데 성공한 침략자, 한스의 시선이 그 거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요괴로 만든 강시인가? 거기다 뭔가 굉장히 익숙한 느낌이군.”
가늘어진 한스의 시선이 그 요괴 강시들의 몸을 찬찬히 훑었다.
하나같이 5미터를 훌쩍 넘는 거대한 신장 곳곳에 온갖 문양이 새겨진 건 물론 덕지덕지 달라붙은 부적까지.
저 거대한 육체를 통째로 강시로 만들다니, 이들이 가진 강시술에 대한 호기심이 물씬 피어올랐다.
‘그래, 어쩐지 도올과 느낌이 비슷한데.’
기분 탓이 아니었다.
그들의 정체는 생전 도올과 함께 사흉이라 불리던 대요괴로 만든 강시.
혼자 살아남아 금오도로 도주한 도올을 제외한 나머지 셋이 모두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
생전의 이지를 상실한 건 물론 그 드높은 격마저 깎여나간 채 인간들의 꼭두각시가 된 상태로.
‘저 셋만이 아니군.’
그들의 뒤를 이어 갖가지 요괴 강시들이 줄지어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 건물이 요괴들을 이용해 강시를 만드는 작업실인 모양.
무인의 사체만이 강시의 재료로 적합할 것이라는 건 이쪽의 편견이었던 듯했다.
물론 그게 나쁘단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이거 좋군, 아주 훌륭한 샘플이구나!’
생각보다 놈들이 가진 강시술의 수준이 높다는 것에 더욱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여러 기술들을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것을 생각하면 보다 유연하고 확장성이 뛰어난 방법은 필수였으니까.
‘이 정도 봤으면 대충 다 본 것 같군.’
한스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교주를 비롯한 정예들이 상당수 빠져나간 지금, 놈들이 숨긴 것들을 죄다 꺼내 들게 하기 위해 일부러 서서히 압박하며 조여들고 있었는데···.
이제 이쯤이면 꺼낼 만한 건 전부 꺼낸 듯싶었다.
‘그럼 슬슬 정리해 볼까.’
앞으로 할 일이 많았다.
저 샘플들을 되도록 온전히 회수하는 것은 물론, 마교의 지휘부와 연구진들까지 확실히 수중에 넣으려면 지금보다 바쁘게 움직여야겠지.
고오오오—
한스의 몸 주변으로 시커먼 마기가 밀집되기 시작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무저갱 같은 어둠.
콰드득— 콰득!
존재의 밀도에 의해 한스의 주변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 일그러진 공간 틈새로 새카만 심연의 기운이 서서히 번져 나갔다.
한스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맺혔다.
당연하지만.
교주를 비롯한 주 전력이 빠진 빈집 따위론 한스의 앞을 막아설 수 없었다.
한스의 등장으로부터 고작 몇 시간.
천마신교 본단이 함락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