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340)
끼이익— 쿵!
무거운 무언가가 바닥에 닿는 육중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넓은 공간에 온갖 운동 기구들이 가득 찬 체육 시설.
족히 수십 명은 동시에 단련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그곳을 이용하는 이는 오직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이곳은 애초부터 자신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진 개인 공간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후우.”
특수 제작한 커다란 바벨을 내려놓은 나는 목에 걸어둔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으며 옆쪽으로 손을 뻗어 음료가 담긴 병을 쥐었다.
꿀꺽— 꿀꺽—
“크흐!”
시원한 청량감과 함께 순식간에 풀리는 갈증.
그것뿐만 아니라 혹사당했던 전신의 세포 하나하나에 새로운 에너지가 깃들며, 거의 바닥까지 떨어졌던 체력이 빠른 속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효과 한번 확실하군.”
다른 이들이었다면 깜짝 놀랐을 만큼 신비로운 효과였으나, 이 정도쯤이야 이제 내겐 그리 대수로울 것도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이것도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 반복되어 온 일상의 일부일 뿐이었으니.
‘역시 세계수의 잎. 엘릭서의 재료로까지 사용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니까.’
나는 세계수의 이파리가 주재료로 들어간 음료를 다시 내려놓으며 몸을 이리저리 가볍게 비틀었다.
엘릭서뿐만 아니라 엘프들이 제조하는 최고급 포션에는 항상 단골로 들어가는 소재인 만큼 그 회복 효과는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물론 일부러 농도를 조절해서 효능을 좀 절충하긴 했지만.’
아무리 몸에 좋은 재료라 한들 육체의 정련에 있어 이런 약물에 너무 의존하는 건 좋지 않았다.
딱 자신이 가진 「튼튼함」을 북돋아 주고 「초회복」을 극도로 활성화시키는 정도만 해줘도 단련을 보조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이것도 사치라면 사치겠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 귀한 재료인 세계수의 이파리로 만든다는 게 고작 운동할 때 마실 스포츠음료라니.
이 사실을 엘븐 킹덤의 엘프들이 알면 뒷목을 잡고 쓰러지지 않을까?
‘에이, 내가 해준 게 얼만데. 고작 이 정도로 뭐라 그러겠어.’
그렇게 따지면 세계수의 부산물을 보관해 둔 창고를 통째로 털어 와도 부족하다.
물론 지금도 틈틈이 맡겨둔 물건 찾아오는 것처럼 한 무더기씩 챙기고 있어 딱히 다를 게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귓가에 어른거리는 세계수 정원사들의 앓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실내 체육 시설을 한번 쭉 훑어보았다.
사실 내가 단련을 위해 부린 사치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음, 아주 훌륭해.”
이 넓은 공간에 가득한— 실용성은 물론 심미성까지 갖춘 수많은 운동 기구들.
여기 있는 것들은 전부 드워프 하워드가 하나하나 공들여 만들어 낸 수제품들이었다.
현대 운동 기구의 원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맞춤형으로 설계하고, 온갖 희귀한 재료들을 아낌없이 때려 부어 드워프 장인이 손수 망치를 두들겨 만든, 이 세상에서도 오직 여기밖에 없는 명품 중의 명품들.
이곳이야말로 모든 헬창이 꿈꾸는 환상의 파라다이스 그 자체였다.
‘이전에 비해 운동 효과도 더 좋고 말이야.’
흐뭇한 심정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 또한 절대 기분 탓이 아니었다.
하워드가 가진 「장인의 혼」은 순수 제작만으로 물품 본연의 가능성을 한계까지 끌어내어 마도구의 영역으로 올려놓는 드워프의 비의.
그런 그가 최선을 다해 만든 운동 기구가 공산품으로 생산된 것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오늘은 이걸로 끝이군.”
그렇게 오늘 하루의 단련 루틴을 끝마친 나는 한쪽에 놓인 거울 앞에 섰다.
벌거벗은 상체 전체에 각인된 조각 같은 근육.
체지방률이 적어 선명하게 보이는 근육의 결이 꿈틀거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물론 고작 이 정도로는 우리 듬직한 할리나 하인리히에겐 상대도 안 되겠지만.’
그 둘은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었으니 예외였다.
태생부터 피지컬 괴물로 태어난 돌연변이와 헬창계의 정점인 성기사에게 어떻게 겨우 홈 트레이닝으로 단련한 몸뚱이를 비빈단 말인가?
그러나 지금 그의 육체도 결코 쉽게 무시할 수준은 아니었다.
막대한 카르마를 통한 신체 강화와 더불어, 「초회복」을 얻은 각성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어져 온 하드 트레이닝은 그를 평범한 인간의 범주에서 한참 벗어나게 하기에 충분했다.
여기다 「괴력」과 「신경과민」 등 다양한 스킬의 힘까지 더해지면 저급한 귀환자 정도는 맨몸만으로도 충분히 때려눕힐 수 있을 터.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애초에 귀환자란 자들은 단순히 고유스킬 뿐만이 아닌, 각 세계에 축적된 신비를 그 몸 안에 품고 돌아온 존재였다.
반대로 이세계로 넘어가지 않은 탓에 체내에 에너지 한 톨 쌓지 못한 자신은 특정 ‘기운’을 사용하는 게 불가능한 것이 정상이었지만···.
꾸욱!
주먹을 움켜쥐었다.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힘.
그것은 단순히 물리력만이 아니었다.
우우웅—
주먹을 타고 검붉은 불꽃이 타올랐다.
체내의 생체 에너지를 불살라 폭발적인 파괴력을 끌어내는 이능, 「생체 오러」.
하지만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검붉은 불꽃이 사그라진 손아귀에 눈부시게 발광하는 백금빛 신성력이 어렸다.
그 직후, 주변을 새카맣게 잠식하는 흑마력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비릿한 혈향을 풍기는 혈마력이 흘러나왔다가, 포근하게 주변을 감싸는 자연력이 퍼져 나가고, 이내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내공이 되었다.
그렇게 불과 몇 호흡 만에 여러 가지 힘을 번갈아 가며 꺼내 보인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하군.’
역시 「개체 투영」의 부가 효과인 상시 강화를 꾸준히 훈련한 보람이 있었다.
당연히 그 아바타 본인이 직접 사용하는 것보단 못하지만, 필요한 순간마다 원하는 기운을 자기 마음대로 끌어올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메리트였다.
또 실제로 몸 안에 쌓인 기운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기에 힘을 발산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내가 각성자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고.
‘거기다 하인즈 2세의 「존재부정」까지 이용해 위화감을 감추면 누구도 날 의심하지 못하겠지.’
몸에 별다른 기운도 없고 특별한 위화감마저 감지되지 않는다?
그쯤 되면 휴고의 정체를 단번에 간파했던 천마라 해도 이쪽을 결코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거기다 필요하면 「개체 투영」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
어지간하면 이쪽이 위험해질 일은 없겠지.
물론 내 성향상 애초에 그런 장소엔 나가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이후, 샤워를 통해 몸의 땀을 씻어낸 나는 언제나처럼 안마의자에 느긋하게 몸을 뉘었다.
“후우.”
그리고 전신을 주무르는 최신식 안마 의자의 압박을 음미하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차분하게 정리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곳들의 상황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가는 중이었다.
기존의 텃밭이었던 아우테리카는 물론, 최근 유독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강환계까지.
나는 막 일이 마무리된 쪽으로 관심을 기울였다.
‘마교는 이걸로 대충 정리됐다고 보면 되겠군. 물론 아직 잔당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본진을 점거한 이상 그것들을 처리하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겠지.’
단신으로 마교를 습격한 한스는 마침내 그곳을 완전히 집어삼키는 데 성공했다.
끔찍할 정도로 농밀한 흑마력과 더불어 압도적인 힘을 앞세운 무력 점거.
당연히 마교도들도 그에 어떻게든 저항하려 했으나, 지금 마교엔 그것을 주도할 역량을 갖춘 이가 한 명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천마와 함께 소림사를 습격했던 놈들도 아직 귀환하지 않았고.’
그들뿐만이 아니라 용의 아이를 확보하기 위해 대륙 곳곳으로 파견 나간 다른 정예 부대들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마교의 이인자인 군사 천기마선도 자리를 비운 상태라고 하니,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빈집이나 다름없던 셈이었다.
물론 요괴 강시들을 비롯한 이런저런 방위 수단들이 충분히 남아있었던 걸로 보아 그들도 나름대로 본진 방어에 신경 쓴 것 같긴 하지만—.
‘그것도 일반적인 적을 상대할 때나 쓸모 있는 거지.’
안타깝게도 강환계에 강림한 이세계의 마왕, 한스는 그 일반적이라는 범주에 포함되는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 덕분에 그들이 준비한 강시들은 물론 진법과 술법 등의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그의 손아귀에 들어오지 않았나?
“으음, 뭐— 이제 그쪽은 한스에게 맡기면 되겠지. 결이 조금 다르긴 해도 마교도들도 마(魔)에 속한 놈들이니까.”
그런 놈들 상대하는 거야말로 마를 지배하는 한스의 전문 분야가 아니던가!
그는 수년간 불사의 군대를 별 탈 없이 이끈 전적이 있는, 소위 경력 있는 신입이었다.
아마 그라면 외부로 나간 잔당들이 뭔가 낌새를 눈치채기도 전에 모조리 일망타진할 수 있겠지.
‘금오도 쪽도··· 나쁘지 않아. 마교의 발호 때문인지 호루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기도 하고.’
그 호루스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화두는 어떻게 하면 여의주와 드래곤 하트를 연계하여 사용할 수 있을지였다.
막대한 힘을 가진 그 두 가지 핵을 하나씩 따로 사용하는 건 너무나도 비효율적이었으니까.
‘에너지 총량은 이미 충분해. 역시 가장 효율적인 건 듀얼코어 방식이겠지.’
하지만 당장 그 해결책을 찾기에는 마법 지식에 비해서 술법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떨어졌다.
이걸 해결하려면 그 양측의 균형을 어느 정도라도 맞출 필요가 있을 터.
결국 시간이 필요한 문제란 소리였다.
‘···시간은 아직 괜찮아. 한스가 마교를 점거한 이상 금오도 측의 예상 이상으로 여유가 생긴 셈이니까. 어차피 일단 용의 아이들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기도 하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천마신교의 본단에서는 살아있는 용의 아이를 찾을 수 없었다.
마교도들은 이번 일이 있기 전부터 꾸준히 용의 아이 탐색과 납치를 병행해 왔는데, 용심이 다시 부활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던 놈들은 그들을 잡아 오는 족족 모두 번제(燔祭)하여 자신들의 힘을 키우는 데에 이용했던 것이다.
천마가 번천회주의 신성력을 큰 손실 없이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마교도들과 마주한 무림인들의 내공 수발이 부자연스러워졌던 것도 전부 그 과정에서 얻은 힘의 일환이었다.
‘애초에 용심(龍心)이라는 강환계 제일의 신비를 재건하기 위해 안배된 이들이다.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기에도 최적의 제물이라 할 수 있었겠지.’
나는 가볍게 혀를 차며 미간을 찌푸렸다.
상황을 파악하다 보니 현재 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용의 아이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그 수가 그리 많지는 않았을 터.
‘워낙 허약하게 태어났으니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면 성년이 되기도 전에 죽어버렸을 거야. 결국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들의 수는 한 줌에 불과할 텐데 거기다 마교의 방해까지 있었으니···.’
용심의 재건을 위한 의식에 몇이나 되는 용의 아이가 필요한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이상, 그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당연했다.
만약 애써서 대안을 찾아냈는데 그들의 숫자가 부족해서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리면 말짱 도루묵이 아닌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겠어. 놈들의 기본 방침은 본단으로 데려와 제물로 바치는 거지만, 혹시 도중에 마음을 바꾸는 놈들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
거기엔 지금 하릴없이 금오도를 관광하고 있는 할리가 나서면 될 터였다.
사실 그동안 어떻게든 시빗거리를 만들어서 요괴들의 살점을 물어뜯을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는데, 이미 그가 도올과 한 판하고 그를 완전히 압도했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다들 쉬쉬하며 몸을 피할 뿐 이렇다 할 소득은 없었다.
애초에 10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육체로 그리 요란하게 날뛰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이제 그쪽은 아무래도 좋아. 마교의 실험실에서 요괴의 인자가 가득 담긴 내단들을 잔뜩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암중에서 사사건건 부딪치며 서로를 사냥해 온 두 집단이었다.
그런 마교의 본단에는 정말 엄청난 숫자의 부산물들이 쌓여있었고, 그중에는 소위 신수라고 불리는 최상위권 요괴의 일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현무의 등갑에 기린의 뿔, 거기에 용의 여의주까지···. 말 그대로 노다지나 다름없네.’
결정된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나는 할리를 움직이며 강환계에 소재한 마지막 아바타를 살펴보았다.
제갈세가의 일행들과 함께 급히 귀향길에 올랐던 휴고.
이미 오는 길에 할리가 경로에 있는 대부분의 적대 문파들을 때려 부순 덕분에 생각 이상으로 쾌적한 귀로였다.
아마 그게 아니었으면 급히 이동하며 방비가 허술해진 그들을 다른 놈들이 결코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겠지.
“이 정도 속도면 곧 도착하겠군.”
사실 이미 늦은 감이 있기는 했으나, 그래도 당사자들에게 얻는 정보는 그들을 추적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잠시 그쪽에 주의를 집중하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어쨌든 이걸로 현재 돌아가는 현황 파악은 모두 마쳤으니,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사실상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
‘정산이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아우테리카 쪽에서 공급되는 카르마는 언제나처럼 안정적이었지만, 이번에 강환계 쪽에서 제법 큰일이 연달아 일어났던 만큼 여러모로 기대되는 게 사실이었다.
“···오?”
무림맹 회합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무작위 뽑기’를 통해 「흉내내기」를 비롯한 스킬들을 습득한 직후의 카르마가 360만 정도였는데···.
『보유 카르마 – 6,212,830』
역시, 새로운 텃밭을 개척하는 작업은 아주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