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344)
인터넷 방송인.
최근 사회가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고 영상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각광받고 있는 직업이었다.
그 수익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고 나서부턴 너도나도 뛰어들어 레드오션이 되어가고 있는 시장.
“···방금 가게는 생각보다 별로였습니다. 때깔은 좋은데 뭔가 MSG가 과한 느낌이랄까. 개인 평점은 10점 만점에 4점! 나름 기대했던 집이었는데 맛은 소문만 못했네요.”
지금 길거리에서 셀카봉을 연결한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열심히 떠들고 있는 청년, 홍두식도 그런 흐름에 편승한 이 중 하나였다.
그의 주력 콘텐츠는 숨은 맛집 찾기.
사실 미식에 대해서는 쥐뿔 아는 것도 없지만, 그럴싸하게 입을 터는 것만은 자신 있었기에 야심만만하게 뛰어든 것이었는데···.
‘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사람이 안 들어오냐. 역시 좀 더 자극적인 방향으로 가야 하나.’
평균 시청자 수는 간신히 두 자릿수를 넘을 정도에다, 어설프게 직접 편집한 영상을 올리는 동영상 플랫폼의 조회수도 처참할 정도였다.
가족 계정을 총동원하고 친구들의 도움까지 받아 가며 최대한 알고리즘의 수혜를 받기 위해 발악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럼 다음은 후식입니다! 이번에 가 볼 곳은 SNS에 조금씩 소문이 나고 있는 크레이프 노점상인데요. 어디 제가 한 번 직접 먹어보고···.”
오늘도 평소와 그리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하루였다.
차라리 다 때려 치고 아르바이트나 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특별할 것 없는 지루한 일상의 단면.
그래.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진.
파지직—!
고압 전류가 흐르는 듯한 스파크 소리.
“어···?”
갑작스럽게 들려온 그 소리와 함께 저릿한 감각이 전신을 내달렸다.
그는 순간적으로 피부에 돋아난 소름에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그 이변에 반응한 것은 홍두식 혼자만이 아니었다.
주변이 있던 다른 이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소리가 들려온 곳,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고개도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파직—!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이 이러할까?
화창한 하늘 한복판에서 요란한 스파크가 사납게 번쩍이고 있었다.
‘잠깐, 저거 설마···!’
그러다 문득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듯 등골이 오싹해지고, 굳어 있던 머리가 맹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건 누가 봐도 이능으로 인해 생긴 현상이지 않은가?
그것도 어떤 사전 고지도 없이 행해진 대규모 이능 발현!
그렇다는 말은···.
‘각성자 테러!’
위기감이 머리끝까지 치달았다.
최근 하회탈과 팬텀 등 소위 자경단이라 불리는 이들이 활발히 활동하면서 한국, 그중에서도 서울의 치안은 근래 드물게 굉장히 좋아진 상태였다.
그가 야외 활동을 주 콘텐츠로 잡은 것 또한 그런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었는데···!
파직! 파지직—!
머리 위의 스파크가 점점 커져 가기 시작했다.
그는 이능과 눈곱만큼도 연이 없는 평범한 일반인이었으나, 어째선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것’에 담긴 에너지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면, 이 정도 거리에 있는 자신은 형체도 남기지 못하고 증발하리라는 것을.
‘아, 아직 여친도 못 사겨봤는데!’
온갖 상념이 뒤죽박죽 뒤엉키며 주마등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는 저도 모르게 카메라 앵글을 돌려 하늘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을 화면 안에 담았다.
그게 방송인으로서의 알량한 저널리즘이었는지, 아니면 자신이 죽는 이유를 남기고자 하는 본능이었는지는 본인도 알 수 없었지만.
파아앗—
그때, 스파크의 한가운데에서 눈부신 황금빛 광채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직후.
[크오오오오——!]그 존재의 등장과 함께—.
모골이 송연해지는 어마어마한 포효가 주변을 휩쓸었다.
쿠르르릉—
“으아아악! 악!”
“꺄아악!”
“뭐야뭐야뭐야? 저게 뭐야!”
그 찰나의 순간.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며 주변이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혼란은 단지 근방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저 거대한 모습이 보이는, 그 울음소리가 닿는 일대 전체가 그 영향을 받고 있었으니.
홍두식은 그 존재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온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끼며 넋을 놓고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전신이 금빛으로 뒤덮인— 날개를 펄럭이며 상공을 유영하는 수십 미터에 달하는 크기의 생명체를.
“드래곤···?”
당연히 실제로는 평생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저 존재를 마주하니 그 이름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게임이나 만화 등 여러 매체에서 워낙 지겨울 정도로 다루다 보니 이젠 친숙하기까지 한 소재였으니까.
다만, 그 와중에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면—.
‘그런데 저건 뭐야?’
그 황금빛 드래곤의 입에 물려있는 커다란 구슬이었다.
그것 역시 처음 접하는 것이었으나 어쩐지 이름을 알 것만 같은 물건.
“···여의주?”
아직 채 정리되지 않은 머리에 또 다른 의미의 혼란이 찾아왔다.
생긴 건 전형적인 서양의 드래곤처럼 생겼는데 동양 용들이나 가지고 다닌다는 여의주를 물고 있다니, 이 무슨 혼종이란 말인가?
‘으음, 아니. 오히려 그게 선입견이었을지도···.’
하긴, 애초에 드래곤이고 용이고 직접 본 적도 없는 자신이 뭘 알겠나.
현실에 저렇게 떡하니 실물이 나타나 버린 마당에.
그간 매체에서 접한 정보 때문에 고정관념에 빠져있었던 모양이지.
그렇게 멍한 머리로 맥 빠진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지지진짜 드, 드래곤?! 어? 실물?!”
혼란에 빠져있던 뇌가 뒤늦게 현재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지금 이 사태는···.
지구의 상공.
서울 한복판에.
드래곤이 나타났다.
진짜 실물로.
-???
-뭐야, 실제 상황이야?
-미친, 진짜잖아! 지금 밖에 난리 남!
-이왜진?
멍하니 돌린 시야에 잡힌 스마트폰의 채팅창도 혼란의 도가니였다.
그간 드문드문 올라오던 채팅들이 빠르게 위로 지나가고, 시청자 수도 계속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가 찍고 있는 화면 속의 드래곤을 보고 경악에 빠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이 자리가 명당이긴 해.’
거리 자체가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딱 적당한 데다, 중간에 장애물이 없어서 그 거체를 온전히 화면에 담을 수 있는 최적의 위치였다.
충격적인 상황을 마주하며 간덩이가 부었는지 처음엔 공포에 차 있던 그의 마음에 서서히 욕심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거, 어쩌면 기회일지도?’
현세에 등장한 드래곤의 최초 보도라니, 그야말로 특종 중의 특종이 아닌가!
홍두식은 침을 꿀꺽 삼키며 손에 쥔 스마트폰을 꾸욱 움켜잡았다.
이성적으로 따지자면 당장 저 멀리 줄행랑을 쳐도 모자랐으나, 지금 그는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내 인방 인생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야!’
‘특종이다! 이건 무조건 찍어야 해!’
‘대박! 이걸 SNS에 올리면···!’
그리고 이 넓고 사람도 많은 서울에서 그와 같은 생각을 품은 이들의 수는 한둘이 아니었다.
안전 불감증이란 말이 이러할까?
혼란에 빠져 최대한 멀리 벗어나려는 이들 틈에서 하나둘 렌즈를 들이밀고 이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을 촬영하기 시작한 사람들.
그렇게 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이 소식은 빠르게 한국 전체로··· 아니.
인터넷을 타고 순식간에 세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지구에 나타난 호루스의 늠름한 자태를 싣고서.
***
‘역시 효과 한번 확실하군.’
사실 다짜고짜 호루스를 내보인 것은 조금 급발진한 감이 있었다.
그것도 곧바로 「엘더 드래곤의 심장」까지 사용하며 완숙한 성룡의 몸체까지 꺼내 든 것은.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란 말이지.’
요컨대 충격 요법.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각성자라면 누구나 상공을 유영하는 드래곤을 본 순간 느꼈을 것이다.
저 생명체는 이 세상에 속한 존재가 아니라고.
절대 그런 존재가 될 수 없다고.
흡혈귀나 늑대인간, 언데드같이 인간에서 비롯된 유사 인류가 아닌, 그야말로 종의 근간부터 지구인과는 차원이 다른 종족.
그것이 대부분의 차원에서 최강으로 군림하는 드래곤이라는 생명체의 위치였다.
‘하이 엘프 해리스도 썩 괜찮은 대안이 되었겠지만, 그래도 시각적인 면에선 호루스가 워낙 압도적이니.’
여리여리한 인간형의 요정족 남성과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드래곤 사이에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덕분에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기도 했고.
다만, 그 과정에서 아주 약간의··· 사소한 문제가 생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조금 전까지 하인리히와의 대담이 이루어지던 공간.
“······.”
“···후우.”
갑작스럽게 등장한 골드 드래곤의 압도적인 자태를 특등석에서 직관하며 연신 감탄사를 터트리던 이들이 피곤한 얼굴로 눈가를 쓸어내렸다.
아까와 달라진 점이라면, 이 장소에 있는 이들이 애초부터 회담 대상자로서 자리해 있던 인원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처음보다 족히 두 배는 되는 머릿수.
그들의 진지한 시선은 대부분 회담장 구석의 어느 한 방향에 집중되어 있었다.
냠냠.
그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한가롭게 뭔가를 오물거리는 소리가 작게 울려 퍼졌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 따윈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듯, 높은 의자에 걸터앉아 자그마한 다리를 달랑달랑 흔들면서 열심히 과자를 집어 먹는 어린아이— 골드 드래곤 호루스.
그야말로 하인리히를 넘어선 이 자리의 진정한 주인공이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성급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쳐 버렸군요.”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호루스에게 쏠려있을 때, 하인리히가 재차 사과의 말을 입에 담으며 고개를 숙였다.
당연하지만 난데없이 도시 상공에 거대한 드래곤이 불쑥 나타났는데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갈 수는 없었다.
“하, 하하···.”
“···괜찮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니까요.”
“허허, 어쩔 수 없지요. 저희가 더 빨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연신 비상 사이렌이 울리며 대규모 마법 결계가 발동하고, 사방에서 가디언을 비롯한 각성자 전투부대들이 떼로 몰려들었다.
심지어 한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뇌제 윤지윤까지 전신을 번개로 뒤덮은 채 황급히 달려왔을 정도였으니.
물론 호루스도 「폴리모프」를 해제하고 「엘더 드래곤의 심장」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기운을 갈무리하긴 했다.
누가 뭐래도 이곳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이었으니까.
진심 모드의 호루스가 전력으로 기세를 드러내며 드래곤 피어라도 터트렸다간 엄청난 대형 사고가 일어나지 않겠는가!
이곳의 민간인 대부분은 이능에 대한 저항력도 굉장히 낮은지라 자칫하다간 끔찍한 재앙이 일어났을 수도 있었다.
‘일부러 일을 키워서 전 세계로 대서특필되는 게 내 목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쪽도 최대한 신경 쓴 데다 성자인 하인리히까지 있으니 정말 심각한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겠지.’
지금도 피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다행히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것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이들, 그리고 그 외의 관계자들까지 상당히 고생해야 하기는 했지만.
“저 아이가 아까 그 드래곤이었다고···?”
“허참, 이세계에나 있을 법한 존재가 지구로 넘어오다니. 또다시 격변이 오려나 봅니다.”
“도무지 아까의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군요. 저 작은 몸 안에 깃든 어마어마한 마력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절대 믿지 못했을 겁니다.”
“···귀여워.”
어쨌든 모든 것은 계획대로.
이제 하인리히가 이세계에서 왔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물론, 이번 소동에 대해서 접한 모두가.
***
미국 판테온 총본부.
“푸흡—!”
편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티타임을 즐기던 서기관의 입에서 찻물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의 두 눈이 지진이라도 난 듯이 거칠게 흔들렸다.
“···뭐야, 저건?”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지구 반대편의 어느 곳에서 전해진 깜짝 소식.
휴게실 한편에 놓인 거대한 모니터에서 크고 아름다운 한 생명체가 신비로운 구슬을 물고 연신 자신의 날개를 퍼덕이며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드래곤···? 저게 왜 지구에···?”
그것도 하필이면 한국의 서울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아우테리카의 성자라는 하인리히와 판테온에서 파견된 조사단이 마주하기로 한 바로 그 지점에서!
알 수 없는 불길함이 발을 타고 스멀스멀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초인의 격에 이른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잠깐, 이거 이렇게 되면···.’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그것도 아주 단단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