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348)
콰아아—
미사일이라도 발사된 것 같은, 대기가 찢겨나가는 파공음이 살벌하게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건 어떤 과학 기술이나 신비한 마도의 이치, 하다못해 특별한 무기가 사용된 것도 아니었다.
“으하하핫!”
그 근원은 오로지 순수한 육체의 힘.
바위처럼 단단한 주먹에서 비롯된, 한 인간이 만들어 낸 폭력적인 물리력의 극치였다.
···그 존재를 진짜 인간이라고 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콰아앙!
“크흡!”
왼손에 든 신성력 방패에서 전해지는 엄청난 충격에 서기관이 헛숨을 터트렸다.
폭주 기관차처럼 진격만을 반복하던 발걸음은 이미 몇 걸음 뒤로 밀려난 상태였다.
방패에 담긴 신성한 이적으로 받는 피해의 대부분을 중화했음에도 이 정도라니!
어이가 없다 못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끄으, 뭐지? 갑자기 어디서 이런 놈이···?’
2미터를 아득히 넘어서는 체구에 개성적인 복색과 요란한 문신으로 치장한 야만인.
그녀는 자신의 앞을 막아선 그 근육질을 거한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시간만 조금 더 끈다면 주변 일대는 그녀를 따르는 이들로 철저하게 봉쇄될 테고, 그러면 겁도 없이 감히 자신을 습격한 건방진 불신자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대체 어떻게···!’
그 흐름이 바뀌는 데는 고작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제법 난관이 있을지언정 충분히 이겨낼 수 있었던 시련이, 제 몸을 추스르기에도 급급한 절체절명의 위기가 되어버리기까진.
그게 전부 갑자기 난입한 저 괴한들 때문이었다.
“파하! 막았어? 이거 참 훌륭한 샌드백이구만! 그럼 좀 더 템포를 올려 볼까?”
찢어질 듯 크게 벌린 입으로 광소를 터트린 야만인이 몸을 낮추며 재차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뿌드득!
끼기기깅—!
그와 동시에 그 몸뚱이에서 새어 나오는 소음.
저게 정말 생명체의 몸에서 날 수 있는 소리인가?
극도로 압축된 근육이 뒤틀리며 시끄러운 금속성이 사방에 퍼져나갔다.
붉게 달아오른 피부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것은 덤이었다.
“크으! 나의 주이시여! 어떤 역경에도 쓰러지지 않는 힘을 주소서!”
하지만 서기관도 직접적인 공격력이라면 뒤지지 않는 강화형 전투 사제.
그녀의 몸 안에 가득한 신성력이 불길처럼 타오르며 해머의 머리 부분에 작은 태양과도 같은 광채가 깃들었다.
“심판을 받아라!”
“으라차차!”
쉬익— 콰아아앙!
커다란 궤적을 그리며 휘둘러진 해머와 직선으로 내뻗은 주먹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그 여파로 발생한 어마어마한 압력이 사위를 짓누르며 해리스가 다시 손본 진법이 재차 비명을 내질렀다.
“이야! 진짜 제법인데? 뼈가 부러진 건 오랜만인데 말이야! 카하핫!”
“···괴물 놈이. 신의 망치와 정면으로 부딪쳐서 고작 골절? 아니, 잠깐. 벌써 회복됐다고?”
“아, 내가 회복이 좀 빠른 편이라!”
공세를 주고받은 직후, 지근거리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한 두 사람이 살벌하게 대화를 나눴다.
태양처럼 타오르는 해머를 내리찍는 서기관과 그 힘에 저항하며 주먹을 맞댄 할리.
압도적인 체격 차가 무색할 정도로 치열한 모습이었다.
“다시는 그 입을 놀리지 못하게 잘근잘근 다져 주···.”
다만, 지금 상황에 변수가 있다면—.
“잠깐 실례.”
지금 그녀가 신경 써야 할 대상은 정면의 거한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이겠지.
촤아악—!
“크흡!”
서늘한 목소리가 들린 것과 공격이 가해진 건 동시였다.
배후를 노린 은밀한 기습에 등 부위의 신성력 갑주가 뜯겨나가며 피가 튀어 올랐다.
기척을 감지하는 즉시 반응하며 몸을 비틀긴 했지만, 한 차례 전력을 다한 직후의 무방비해진 상태로 정신까지 분산되어 있어서야 피해 없이 대응하는 건 처음부터 무리였다.
“크으! 이 비겁한 마인 놈들이···!”
아낌없이 신성력을 흩뿌리며 간신히 뒤로 물러난 그녀가 상처를 통해 몸속으로 파고드는 혈마력을 억누르며 이를 갈았다.
그나마 흡혈귀에게 절대적인 우위를 갖는 신성력이었기에 이 정도로 끝난 거였지, 자칫했다간 그 한 번의 공격에 심장이 뽑혀버렸으리라.
‘재생 속도가 생각 이상으로 더디다. 상처 악화의 저주인가? ···시간이 필요해.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물론, 그녀의 시련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
치명상을 입으며 생긴 빈틈을 노리듯, 이미 몇 차례나 겪어 본 적이 있는 폭격이 연달아 쏟아져 내렸다.
소리 없이 날아든 형형색색의 빛줄기가 황급히 방어 태세를 갖춘 그녀의 몸을 사정없이 두들겼고.
“캬아! 역시 신성력 사용자라 그런지 튼튼하단 말이야? 생각보다 잘 버티는데?”
뚜둑! 뿌드득—!
본색을 드러내듯 육체 변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몸집을 부풀리기 시작한 인간형 괴수가 재차 참전했으며.
“퉷, 강신 때문인가. 피는 영 못 써먹겠군. 이제 2분··· 아니, 3분 조금 안 됐나? 5분 내로 끝내려면 조금 빠듯하게 움직여야겠어.”
입에 넣었던 피를 뱉어낸 흡혈귀 군주의 몸이 허공에 스르륵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하나같이 일대일로 상대하더라도 승산을 점치기 힘든 초월의 강자들.
그들은 마치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단 하나의 사냥감, 서기관을 철저하게 궁지로 몰아붙였다.
‘···어떻게? 어째서?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거지? 처음부터 한 패거리였나? 이 정도 수준의 놈들이 함정을 파고 접근할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다니···!’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공격에 손발이 어지러워진 아델라인의 내면에 현 상황에 대한 혼란이 들불처럼 들고 일어났다.
움직임을 봉쇄하듯 앞을 막아선 괴물은 아무리 두들겨도 도무지 부서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 와중에도 계속되는 흡혈귀의 암습과 저격수의 폭격은 무한에 가까운 신성력으로 활화산처럼 폭발하던 그녀의 생명력을 사정없이 깎아내기에 충분했으니.
“커헉···! 아아, 주이시여···! 이 못난 종복을 용서해 주시···.”
딱 5분.
끝까지 고군분투하던 그녀가 결국 무릎 꿇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끼이익— 끽!
“이쪽이다!”
“서둘러 결계를 준비해라! 방심하지 말고 확실하게 처리해!”
급정거한 여러 대의 차량에서 내린 다수의 사람들이 빠르게 주변으로 흩어지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다양한 복색을 한 채 자연스럽게 몇 개의 무리로 나뉜 인원들.
“위상 변곡점 감지. 여기가 중심핵입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 판테온 쪽은 지금 뭐 하고 있지?”
“곧바로 돌입을 준비한다고 하는군요. 아무래도 그들은 대상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신경 쓸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나중에 괜한 말이 나오지 않도록 우리도 최대한 협조해 줘. 예민해진 광신도만큼 피곤한 존재도 없으니.”
“예, 알겠습니다.”
사실 어쩌다 보니 함께 행동하고는 있지만, 그들은 한 단체에 소속된 이들이 아니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요원부터 시작해 미국 귀환자 협회에서 파견 나온 가디언,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판테온 총본부에서 급파된 이까지 다양한 출신들이 섞여 있었으니.
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모두 대동소이했다.
바로 판테온의 최고 간부 중 한 명, 12위원회의 일좌인 아델라인 슈나이더를 무사히 구출하기 위해 모였다는 것.
“그나저나 감히 판테온의 수뇌부를 건드리다니. 간도 참 크군요. 역시 악신의 추종자가 한 짓이겠죠?”
“글쎄, 최근 그쪽과 관련해 워낙 말이 많아서. 그 드래곤을 불러냈다는 이계의 성자 건도 그렇고 말이야.”
“아! 그러고 보니. 설마 이것도 그것과 관련이 있는 걸까요? 그 번천회라는 놈들이 이번 일을···.”
“그거야 모를 일이지.”
여러 능력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공간의 괴리가 일어난 중심을 파악해 결계를 설치하고 돌입 준비를 마치기까진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상을 파악하고 이곳으로 달려온 시간까지 포함하면 이제 10분이 조금 지났을까?
신호를 감지하기 전부터 이미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움직이고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발 빠른 대처였다.
“내부로 진입한다!”
“셋— 둘— 하나—!”
그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진법 안으로 들어간 것은 판테온 측이었다.
그들에겐 내부에 있을 함정 무력화나 흉수의 도주를 막기 위한 결계 구축 같은 것 보단 수뇌부의 안위가 가장 중요했으니.
“지금!”
파직—!
그렇게 한껏 긴장한 마음을 품고 공간의 이면으로 진입한 그들이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세상에.”
“이게, 무슨···.”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규모로 벌어진 대파괴의 현장이었다.
뿌리째 뽑혀 널브러진 것은 물론 바짝 타버려 숯이 된 나무들.
산산조각이 나도록 박살 나 원래의 형상을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바위.
지진이라도 난 듯 갈라지고 파헤쳐진 건 물론,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 속살을 훤히 드러낸 대지 등.
한눈에 봐도 이곳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만한 전투 흔적이라니. 만약 결계가 없었다면···.”
“주변에 미친 영향이 상당했겠군요. 인명 피해도 적지 않았을 테지요.”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슈나이더 님은, 아델라인 슈나이더 님은 무사하신 겁니까?!”
“헛! 바로 추적을···!”
그 처참한 풍경에 압도되어 있던 이들이 정신을 차린 직후, 곧바로 주변에 대한 수색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며 탐색과 정보 수집 계열 신비를 쉴 새 없이 사용한 그들은 이내 도저히 믿기 힘든 현실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쪽은 어떻습니까? 찾았습니까?”
“···아뇨, 아무것도···.”
“끄응,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흔적이 이렇게 선명하게 남아있는데 어떤 정보도 파악할 수 없다니!”
그것은 바로,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이곳에서 그 무엇도 알아낼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흔적으로부터 과거의 기억을 읽어내는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부터 시작해 투시, 천리안, 추적 등 그 무엇도 소용이 없었다.
“···깨끗하게 지워졌군요. 아무래도 흉수 쪽에서 먼저 손을 쓴 모양입니다.”
“그렇다는 말은, 슈나이더 님은 이미···.”
“허! 말도 안 됩니다! 그분은 미국이 자랑하는, 그리고 판테온 전체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초월자이십니다! 그런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당하셨을 리가···!”
애써 현실을 부정해 봤지만 아무리 현장을 뒤져봐도 바뀌는 건 없었다.
그건 밖에 있던 이들이 기어코 진법을 완전히 해체하고 합류한 이후로도 마찬가지.
“이 정도 은폐 능력이라니.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군요.”
“이능으로도 개입할 수 없는 완전 소거. 거기에 사용된 격 또한 최소로 잡아도 초월자급인 것 같은데···. 이걸 꿰뚫어 볼 수 있는 이가 있기는 할는지.”
“결계 구축과 정보 은폐, 그리고 이 현장에 남은 전투 흔적까지. 일단 범인이 개인이 아닌 건 확실합니다.”
어쩔 수 없이 탐색에 특화된 능력자까지 수배해서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파악하려 해 보았으나, 그들이 알 수 있었던 것은 허무하게까지 느껴지는 신비의 공백이 전부였다.
결국 판테온의 수뇌부를 노린 테러 사건의 전말은 미궁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그녀와 비슷한 위치에 있던 수뇌부들은 물론, 판테온이 아닌 다른 세력의 수장들에게도 경계심을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다.
도저히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암중 세력’에 대한 위기감과 함께.
***
‘과한 전력을 투자한 보람이 있었네.’
5분이라는 타임어택.
그것은 강신까지 사용한 초월자를 상대로는 굉장히 빠듯한 시간이었다.
제한 시간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 안에선 거의 무한에 가까운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그로부터 비롯된 모든 능력의 폭발적인 증가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발휘했으니까.
‘원래 머릿수 앞에 장사 없는 법이지.’
해리스 혼자 있을 땐 조금 힘들겠다 싶었는데 전력을 추가 투입하고 보니 일이 이렇게 쉽게 해결되지 않았는가?
괜히 만화 등에서 정의의 용사들이 악당을 물리칠 때 숫자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었다.
이런 게 실생활에서 얻는 삶의 교훈이란 거겠지.
‘거기다 하인즈 2세 덕분에 흔적을 깨끗하게 지울 수 있기도 했고.’
은폐 계열로는 최종 스킬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성장한 「존재부정」.
그것은 전후 뒤처리에도 훌륭한 성능을 발휘했다.
신혈이 되면서 미약한 신성의 씨앗을 발아하기 시작한 하인즈 2세의 격이라면, 번천회주쯤 되는 상대가 직접 오지 않는 한 누구도 남은 흔적을 꿰뚫어 볼 수 없을 터.
‘적을 붙잡아 두는 메인 탱커 할리와 원거리 딜러 겸 유틸성 서포터 해리스, 근거리 메인 딜러 하인즈 2세까지. 썩 괜찮은 조합이로군. ···무엇보다 이번 일로 받은 타격은 번천회에게도 치명적이겠지.’
나는 마음속에 차오르는 흡족함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번천회 북아메리카 지부장이자 회주의 사도이며, 동시에 판테온 수뇌부 중 하나인 서기관을 처리한 것은 굉장히 큰 성과였다.
이걸 기회로 판테온에 대한 하인리히의 영향력을 더욱 키울 수도 있을 테니.
‘···거기다 그게 끝이 아니지.’
지그시 눈을 감으며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번천회주의 사도인 서기관.
그에게서 하사받은 신성력을 사용하는 건 물론, 강신까지 사용할 정도로 높은 수준에 도달한 성직자.
당연히 그 영육에는 번천회주에 관한 막대한 정보가 담겨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분석해 주마.’
마침 그에겐 이쪽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있었다.
세계 최고의··· 아니, 전 차원 최고의 전문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