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369)
북경을 코앞에 두고 맞닿은 인근 마을.
주민들이 모두 떠난 뒤로 오랜 기간 관리되지 않아 엉망이 된 그 땅에 일단의 무리가 모여들었다.
“허허허. 어서 오시오, 곽 시주.”
그들의 대표 중 하나, 정파 무림의 거두인 소림사 방장 신승 무진이 한 손으로 합장을 하며 막 도착한 중년인을 맞이했다.
“신승, 낭패를 보았다는 소식은 들었다만···. 상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한데? 제대로 싸울 순 있는 건가?”
“아미타불, 비록 수행이 부족하여 이리되었으나 빈승에겐 아직도 한 팔과 두 다리가 남아 있지 않소? 허허, 폐는 끼치지 않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구려.”
“흐음, 그래. 본인이 할 수 있다는 데 남이 왈가왈부하는 것도 웃긴 일이겠지.”
중년인의 언사는 다소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로 거칠었지만, 그것을 가지고 그에게 따지고 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겉보기와는 달리 그는 무진 대사와도 비슷한 연배였을뿐더러 그 지위 또한 결코 그에 못지않은 거인이었으니까.
무림맹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해체된 사파 연합인 사도련의 전(前) 련주이자 사파 무림 제일인이라고까지 불리는 패천도황 곽철.
그것이 방금 도착한 중년인의 정체였다.
‘···그나저나, 여기까지 오면서도 느끼긴 했지만···. 과연 무시무시하군. 왜 보고 한 놈들이 한결같이 호들갑을 떨었는지 알겠어.’
그의 시선이 북경이 있는 방향의 하늘로 향했다.
그곳엔 척 보기에도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새카만 먹구름들이 두껍게 쌓이고 쌓여 위에서 내리쬐는 햇빛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우르릉—
그뿐만 아니라 구름 사이에서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는 살벌한 뇌성과 보랏빛 섬광은 보는 이의 뇌리에 본능적인 불길함과 섬뜩함을 안겨주었다.
마치, 말로만 듣던 지옥의 하늘을 마주한 것처럼.
“하수들은 저걸 보기만 해도 정신이 나가겠군. 그런데 이런 마기가 몇 날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는 건···. 마교 놈들이 이번엔 정말 단단히 작정한 모양이야.”
나직이 읊조리는 패천도황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몸소 직접 이 자리까지 오긴 했으나,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선 조금 낙관하는 마음도 남아있었다.
천마가 세인들에게 천하제일인이라 추켜세워지긴 해도 직접 맞붙는다면 본인도 결코 밀리지 않으리란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저것’에서 흘러나오는 기세를 직접 느껴보니···.
‘단순히 의식을 치르는 것만으로 이런 위압감이 흘러나올 리가 없다. 저 안에 담긴 끔찍한 존재감과 드높은 격. 설마 정말로 천마가 신화경에 도달한 것인가?’
잠시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다시 이 자리에 한데 모인 이들에게로 향했다.
대충 살펴봐도 족히 수백은 되는 인파.
그들의 몸에선 하나같이 예리하게 가다듬어진 기도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축지(縮地)의 술을 사용하는 도사들의 도움까지 받아 가며 전 대륙에서 모여든, 모두가 각 지역에서 이름을 날린 내로라할 고수들이었는데···.
평소였다면 그 수준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저 기운에서 새어 나오는 격을 직접 가늠하고 보니 과연 이들을 데리고서 저것을 막을 수 있을지 확신이 생기지 않았다.
‘신승과 검성, 수라혈존과 정천 대장군. 그리고 나까지··· 현경은 이 다섯이 끝이군.’
그들 중 유독 눈에 띄는 이들을 한 차례 훑은 그의 인상이 저도 모르게 찌푸려졌다.
그 수가 그가 사전에 파악하고 있던 것보다 더 적었던 것이다.
‘뭔가 변고를 당해 오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제 안위를 챙기느라 오지 않은 것인가?’
아무리 오랜 전란으로 많은 이들이 불귀의 객이 되었다 하나, 드높은 경지에 오른 이들의 이름은 어떤 식으로든 알려지기 마련이었다.
불과 일 년여 전까지만 해도 천하십대고수니 뭐니 하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돌 정도였거늘.
‘곤란하군.’
혼란스러운 세태에 휩쓸린 그들이 결국 스러져 내렸든, 마교가 일을 벌이기 전에 펼친 사전공작으로 살해당했든, 그것도 아니면 겁이 나서 일부러 불참한 것이든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만큼 승산이 줄어들었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음?”
이어서 굳은 얼굴로 십여 명이 넘는 화경의 고수들을 살펴보던 패천도황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꿈틀거렸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자연스럽게 나무가 우거진 방향으로 향하는 그의 시선.
바스락— 바스락—
그의 예민한 청각이 저 멀리서 수풀을 헤치는 소리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했다.
그의 본능을 자극할 정도로 위험한 무언가가.
그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그의 육체도 자연스럽게 긴장 상태로 접어들었다.
‘이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예민한 기감을 가진 이들을 시작으로 한 자리에 모여 있던 이들의 눈길이 하나둘 그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몇몇은 이미 무기까지 빼 들었을 정도.
“경계! 지금 무언가가···!”
“큭, 마교도인가?!”
저쪽에서 접근해 오는 속도가 워낙 빨랐기에 기다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경계와 함께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수풀 너머에서 누군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오! 벌써 많이들 모여 있었구만! 카하하핫! 이거 아무래도 우리가 좀 늦은 모양이야!”
경직된 공기를 흩어버리는 듯한 태평한 웃음을 터트리면서.
긴장한 얼굴로 자신에게 무기를 들이댄 다수의 무인들과 정면으로 맞닥뜨렸음에도 그 태도엔 조금의 거리낌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런 사소한 건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저런 날붙이 따위론 자신에게 어떤 위해도 가할 수 없다는 듯이.
“후우, 이게 다 네가 늦장 부린 탓이 아닌가? 질리지도 않고 먹고 또 먹고···. 산에 존재하는 야생 동물들을 모두 잡아먹어 버릴 셈이냐?”
“크흥! 여긴 맹수도 없는지 전부 아주 살이 오동통하게 쪘더구만. 그걸 어떻게 참아?”
“···작작 좀 처먹어라. 대체 그 많은 고기가 어떻게 그 뱃속에 다 들어가는지 모르겠군.”
“크하하핫! 이거 쑥스럽구만!”
이어서 뒤를 따라 수풀을 빠져나온 일행과 실없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괴한.
하지만 패천도황은 뒤따라온 이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줄 수 없었다.
먼저 나온 사내에게서 도무지 눈이 떨어지지 않았으니까.
‘들어본 적 있다. 신광마라는 자라지? 소문이야 부풀려지기 마련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상대는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니라는 걸.
장신으로 이름난 그조차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커다란 키와 떡 벌어진 어깨, 전신에 가득 들어찬 흉악한 근육과 야성성을 돋보이게 만드는 문신과 복색.
그 눈길을 끄는 외모도 특이하긴 했으나 지금 그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정말 신경 써야 할 건, 그 거인의 몸을 휘감고 있는— 그 체내에 잠들어 있는 미지의 ‘무언가’였으니.
‘뭐지, 저건?’
그는 소림사의 신승이 그 괴한을 맞이하는 것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저게 정말 인간인가?
‘그럴 리가.’
그는 확신했다.
저 생명체는, 저 괴물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을 뿐 결코 인간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저자의 정체는···.
“어엉? 거기 형씨, 나한테 뭔가 할 말이라도 있나?”
그 순간.
물끄러미 괴인을 관찰하던 그의 눈과 배부른 포식자처럼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상대의 시선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태도와 어울리지 않는 무저갱 같은 그 눈빛과.
‘···그렇군. 이제 와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나.’
그리고 그 안에 깃든, 대체 어떻게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무한한 광기를 마주한 직후.
그는 자신의 생각을 수정했다.
어쩌면 이번 싸움.
승산이 그리 낮진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
마침내 할리가 무림 연합의 무인들과 합류했다.
‘생각보다 많이 모였군. 역시 부지런히 움직인 보람이 있어.’
한스가 최후의 무대를 준비하고 대륙 곳곳에서 몰려든 무인들이 한곳에 모이는 동안, 그도 가만히 놀고만 있진 않았다.
그가 맡은 일은 제대로 협력하지 않고 미온적으로 나오는 세력에 따로 찾아가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무료로 상담을 해 주는 것.
쉽게 말해 등교 거부를 하는 학생의 집에 가정 방문을 간 교사나 다름없는 건실한 활동이었다.
물론 진짜 선생님들과는 달리 상담 과정에서 아주 약간의 강압과 폭력이 조금 수반되긴 했지만.
‘이 정도는 그냥 사랑의 매라고 봐야지. 나중에 아예 멸문지화 당하는 것보단 훨씬 낫잖아?’
이 얼마나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행동이란 말인가!
이렇게 굳이 수고해 가며 마지막 구원의 동아줄까지 내려줬는데도 대세를 따르지 않는다면, 정말 안타깝지만 그들 전체가 벌을 받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놈들을 가만히 내버려 둬봤자 이 세계의 화합과 평화에 방해만 될 테니.
‘조금 늦어서 이곳까지 오기 힘든 이들을 위한 무대들도 따로 준비했으니까. 어디 보자, 지금쯤이면 다른 곳들도 대충 다 준비됐겠지?’
강환계에 남아있던 한스가 준비한 것은 북경의 무대뿐만이 아니었다.
좀 더 많은 이들이 이 빅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판을 더욱 크게 벌이려고 준비한 소소한 무대들이 대륙 각지에서 개장의 때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각 성(省) 별로 준비된 마교의 지부들은 명목상으론 북경에서 열리는 의식을 보조하는 분점이 되어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곳은 이곳 북경이긴 했으나, 지부를 공격하는 이들도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할 수 있도록.
‘물론 시련은 극복할 수 있어야 하니 전력도 적당히 조절해 놨지. 다들 힘을 모아 협력하면 큰 피해 없이 마교도들을 소탕할 수 있도록.’
만약 그 소탕 작전이 실패한다면 누군가가 제대로 싸우지 않았다는 뜻일 터.
그러면 그 남은 마교도들을 이용해 협조하지 않은 놈들의 본거지를 치면 그만이었다.
말 그대로 일거양득인 셈.
“아미타불, 이제 올 사람들은 모두 모인 것 같구려.”
그렇게 할리가 혼자 상념에 잠겨있을 때.
웅혼한 기운이 실린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모두의 이목을 잡아끌었다.
“그럼 이제 이동하도록 하지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세상의 위기에 하나의 대의를 가지고 이 자리에 모인 영웅들.
그들의 시선이 가장 앞에 나선 신승의 눈길을 따라 북경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쿠르릉—
여전히 새카만 먹구름에 뒤덮인 땅은 주변의 빛까지 빨아들이며 이미 칠흑 같은 밤이 되어 있었다.
영역을 나누는 어떤 선을 따라 낮과 밤이 바뀌어 버린 것처럼.
이 세상에서도 손꼽히는 고수들인 그들조차 처음 보는 기사(奇事)였다.
“···저곳, 희망이 사로잡힌 지옥으로.”
그로부터 얼마 뒤.
수백의 인영이 어둠이 드리운 땅으로 몸을 날렸다.
***
‘시작됐다.’
강환계 최고의 정예들이 일사불란하게 북경의 심장부로 파고들었다.
물론 그들의 틈에는 제갈세가와 모산파 출신을 비롯한 고명한 술법사들도 끼어 있었다.
“이쪽입니다!”
그들은 진법에 특화된 제갈세가 대표의 인도에 따라 이동 중에도 대열 하나 무너뜨리지 않고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내공을 흐트러트리는 마경의 환경과 호시탐탐 몸을 침식하려 드는 마기, 그리고 길을 잃게 만드는 광범위한 미로진의 환영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면서.
‘대단한데? 이 술법을 이런 식으로 응용할 수도 있었군. 이건 금오도에서도 못 배운 건데.’
원래 진법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오랜 세월 서로 손발을 맞추며 합을 짜는 과정이 필수였다.
지금처럼 이번에 처음 본 이들끼리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소리.
하물며 지금처럼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 명색이 거대 세가라 이거지? 이만하면 절대고수의 개입만 배제하면 하위 무사들 간의 싸움에선 무조건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겠어.’
하지만 제갈세가에서는 그 한계를 술법을 접목하는 것으로 극복한 상태였다.
원래라면 아주 힘들고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한 통신 술법을 개량해 보다 펼치기 쉽게 만들고, 근처에 있는 이들의 표면 무의식에 가느다란 선을 연결한 것이다.
그 덕분에 무인들은 별다른 훈련 없이도 자신이 있어야 할 올바른 위치를 직감적으로 느끼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거기다 위기에 빠진 아군의 위치도 즉각적으로 파악해 진형을 변경할 수도 있고. 이 세계에선 최고의 오퍼레이터나 다름없군.’
그에 힘입어 무림 연합은 미리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마경의 중심부로 접근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좀 더 우왕좌왕하며 겨우겨우 의식 장소에 도달했을 터인데.
‘뭐, 이것도 나쁘진 않지. 그럼 이제 제대로 시작해 볼까?’
대열을 갖추고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던 수백의 인파.
하지만 의식이 펼쳐지는 북경의 중심부에 거의 도달했을 때, 파죽지세로 전진하던 그들의 발걸음도 이내 멈출 수밖에 없었다.
“흐으— 잘도 여기까지 기어 왔구나. 저들이 죽을 자리인 줄도 모르고 말이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귀신 형상이 새겨진 흑검을 든 애꾸눈 노인이 비웃음을 흘리며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뒤에는 수백을 넘어 수천에 달하는 군세를 거느린 채.
“귀검마제 여문철···.”
그에 상대와 악연이 있는 검성 남궁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여기에 있을 거라 익히 예상하긴 했으나, 막상 이렇게 마주하고 보니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백골마군에 청수마군, 거기다 천랑마후까지···.”
“하나같이 악명 높은 화경의 마인들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저자는 전대의 노괴물인 혈산노옹이로군. 혈교까지 마교와 손을 잡았다니.”
“잠깐! 저기, 저 강시! 본 파의 장로님이 어째서 저기에!”
앞을 막아선 마교의 군세를 마주한 직후, 기세등등하게 들이닥치던 무림 연합의 기세도 한풀 꺾일 수밖에 없었다.
어림잡아 보이는 화경의 고수만 해도 그들의 수와 비슷할 정도였는데, 거기에 그간 실종되거나 죽었다고 알려진 이쪽의 고수들까지 강시로 등장하자 마음이 흔들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혈마.”
천천히 앞으로 나서는 강시 무리의 선두를 본 패천도황이 씹어뱉듯 낮게 중얼거렸다.
몇 차례 충돌하며 호적수로 여기고 있던 상대가 눈앞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의 생기 있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밀랍 인형처럼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한 채로.
비록 성향이 맞지 않아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 실력만큼은 확실히 인정하던 상대였다.
그런데 그런 극강의 고수까지 저런 몰골이 되어 나타날 줄이야···.
‘마교와 손을 잡은 게 아니라 패망하고 흡수된 거였군.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을 준비해 온 거지?’
하지만 무림 연합을 흔들던 혼란도 잠시.
산전수전 모두 겪은 최정예답게 그들은 곧 정신을 차리고 일사불란하게 대열을 갖춰 싸울 준비를 마쳤다.
무인들이 자신의 병장기를 강하게 움켜쥐며 앞으로 나섰고, 술법사들은 자신의 제구(祭具)와 부적 등을 꺼내 마교의 주술에 대응하기 위해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양측에서 들끓는 기세와 함께 서서히 고조되어 가는 전운.
그 순간.
[“기어이 여기까지 왔구나. 무림의 버러지들아.”]사악한 힘이 실린 음성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크윽!”
“이, 이건···!”
“큽!”
비교적 경지가 떨어지는 이들이 휘청거리며 애써 진탕되는 속을 다스렸다.
개중엔 입가에 가느다란 피를 흘리는 이도 있었다.
공간 전체를 뒤흔드는 듯한 음산한 목소리.
지옥에서 흘러나온 듯한 그 음성은 듣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오염시키고 내공을 흐트러트렸다.
[“애써 여기까지 왔으니, 주인으로써 성대하게 맞이해 줘야겠지.”]현 천하제일인인이자 마교의 교주, 천마.
시나리오의 최종 보스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이 정도면 훌륭하군. 역시 첫 등장은 임팩트가 있어야지.’
장막 뒤에서 전장을 조율하는 존재.
한스가 공들여 꾸민 연출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