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373)
“아아—.”
하늘을 올려다본 제갈혜미가 저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갑작스럽게 먹구름을 찢고 등장한 용들의 압도적인 위용.
그리고 그들을 중심으로 하나둘 공간을 가르고 등장한 요괴들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려, 저와 비슷한 외형의 요괴 강시들의 앞을 막아서기 시작한 광경은 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오랜 세월 역사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암중에서만 움직이던 요괴들이···.’
세상의 위기 속에서 비로소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들과 힘을 합쳐 이 절망적인 상황을 함께 헤쳐 나가기 위해.
‘하긴, 그들 역시 이 세상의 구성원인 건 마찬가지니 당연한 일인가.’
사실 그들도 이십여 년 전 황실과 공조했을 때처럼 활동 자체는 꾸준히 이어 오고 있었으나, 그 모든 과정이 매우 비밀스럽게 진행되었기에 자세한 내막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불특정 다수의 인간에게 이렇게 대놓고 모습을 드러낸 건 근 수백 년간 이번이 처음이라는 소리.
‘저게 진짜 용이구나. 나도 가문의 고서에서 보고도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홀린 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압도적인 존재감에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명문 제갈세가의 직계인 그녀가 그럴 정도였으니, 요괴와 신수 등은 그저 전설 속의 존재일 뿐이라고 생각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죽할까.
나름 상위 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연합의 고수들 대다수가 멍하니 그 장관만 바라보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어째선지 마교 측 또한 공세를 멈춘 상황이기도 하고.
다만, 그 와중에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면···.
‘···그런데 황룡은 왜 혼자만 저렇게 생겼지? 기록상에 저런 묘사는 없었는데.’
바로 기다란 몸체를 가진 나머지 용들과는 다른, 그들의 중심부에 있는 한 황룡의 이질적인 생김새였다.
펄럭이는 커다란 날개와 비대한 몸체에 달린 한껏 발달한 팔다리.
그것은 흔히들 ‘용(龍)’하면 떠올리는 일반적인 형상이 아니라, 마치 거대한 도마뱀처럼 전혀 동떨어진 외양을 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황룡은 명실상부 오룡 중에서도 으뜸으로 쳐주는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존재만 다른 외양을 하고 있다는 것은 뭔가 숨겨진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가문에 남은 과거 기록들이 잘못된 건가? 아니면 어떤 특별한 이유라도···.’
그렇게 그녀가 넋을 놓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을 때.
“제갈 소저, 이제 진영 안에 도착했으니 여기까지만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
갑작스럽게 들려온 사내의 목소리가 그녀의 상념을 일깨웠다.
그녀는 얼른 정신을 차리곤 자신에게 말을 건 사내, 하승훈이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
“죄송해요, 하 공자님. 저 광경을 보니 저도 모르게.”
“하핫, 괜찮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럼 이제 기의 공급을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런 일련의 대화가 지나간 직후.
기의 흐름이 끊어지는 순간과 때를 맞춘 그녀가 줄곧 유지하던 술법을 해제하자, 그들을 데리고 땅에 내려선 후에도 여전히 그 존재감을 과시하던 용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서서히 흐려지더니 이내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후우—.”
“괜찮으십니까? 갑작스럽게 그런 고위 술법을 장시간 유지하시느라 상당히 무리하셨을 텐데.”
“아, 물론이죠! 그리고 힘들어봤자 공자님만 하겠어요? 거기에 필요한 기는 전부 공자께서 공급하셨는걸요. 저야 껍데기의 형태만 다듬었을 뿐이고.”
“저도 괜찮습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는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이게 다 소저의 축복 덕분이죠.”
“제가 사용한 축복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는데···. 그런 성취를 얻으신 것도 다 공자님이셨기에 가능한 일이죠! 거기다 기의 양은 그렇다 쳐도 그걸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테고요.”
“그래도··· 음···.”
“···풋.”
서로를 마주 보며 상대를 추켜세우기 급급하던 두 사람이 동시에 어색한 웃음을 터트렸다.
감금되어 있던 지하 의식장에서 탈출한 이후.
그들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숨 좀 돌릴 만하면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마교도와 강시들.
그들은 치열한 혈투를 치러가며 거친 험로를 뚫고 적의 본거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아마 마교 전력의 대부분이 외곽의 전장에 집중된 데다, 또 제물들을 안전하게 생포해야 한다는 제약까지 없었으면 진즉에 실패하고도 남았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유일한 전투원인 휴고와 그를 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제갈혜미의 사이가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떻게든 호흡을 맞추지 않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위험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어쨌든 저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저들이 합류하며 희망이 생겼다곤 하지만 아직 모든 싸움이 끝난 건 아니니까요.”
“그럼 저도···.”
“소저는 이곳에서 다른 분들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진영 한가운데라곤 해도 놈들이 작정하고 덤비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런 그의 말에는 제갈혜미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 ‘용의 아이’의 향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교는 그들을 다시 탈취해 의식을 마저 진행하고 싶어 할 테고, 무림 연합 측도 이 세계를 회복시킬 유일한 가능성인 그들을 포기할 수 없었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 당장 마교의 손에서 벗어났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구나.’
어느 쪽도 그들이 잘못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지만, 결국 용의 아이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다만 이 전쟁의 승패에 따라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제물로 희생될 것인지가 달라질 뿐이지.
‘···그래. 그래도 마교의 뜻대로 이용되는 것보단 세상을 위해 희생하는 게 더욱 값어치 있을 테니.’
그녀도 세상이 망가진 채 무너져 내리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이 세상엔 아직 그녀에게 소중한 것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한 자신을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가족들과 세가의 일원들도 그렇고···.
제갈혜미는 전장을 향해 멀어져 가는 사내의 등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의 몸에서 피어오른 불길이 화룡이 되어 전방의 강시들을 휩쓸었다.
그 열기로 인한 아지랑이 때문인지 시야가 흐릿해졌다.
“······.”
눈도 깜박이지 않고 가만히 그 모습을 응시하던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흐리게 느껴지는 시야에 신비롭게 하늘을 유영하며 아래를 오시하는 용들이 담겼다.
‘아쉽네. 용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그녀는 그중 하나, 조금 이상하게 생긴 황룡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물론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이 한두 명도 아니니 이 역사적인 사건이 잊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건의 개요부터 시작해 용과 요괴들의 참전, 그리고 저 황룡의 생김새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후대로 전해지겠지.
역사서와 구전은 물론 그림과 노랫말 등의 예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의 이름은 ‘저자’ 란이 아닌 다른 곳에 적히겠지만.
“아.”
그렇게 멍하게 있던 도중, 잠깐 그 황룡과 눈이 마주친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아마 단순한 착각일 것이다.
그녀의 시야는 여전히 흐릿해진 상태였으니까.
눈을 한 번 깜박이기만 해도 바로 선명해지겠지만 그녀는 끝까지 눈을 감지 않았다.
오직 그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저항이라도 되는 것처럼.
***
[절묘하군. 여기서 더 늦었으면 돌이킬 수 없을 뻔했다.]가만히 아래를 내려다보는 호루스의 머릿속에 굵직한 사내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백룡 네가 반대하지만 않았으면 더 빨리 올 수 있었겠지만 말이지.] [흐음, 그건 인정하지. 하지만 환계(幻界)의 밖으로 나오는 일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 하물며 세상이 멀쩡하던 때에도 그랬는데, 지금처럼 무너지기 직전인 상황에서야 오죽할까.]그 목소리에 틱틱거리는 듯한 여성, 적룡의 목소리가 따지고 들자 사내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과연 현 오룡 중 최연장자인 백룡다운 침착한 반응이었다.
그래봐야 그도 인간으로 치자면 고작 삼십 대 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나이였지만.
[쳇, 꼰대 같으니.] [적룡, 그래도 예의는 지켜야지.]그런 차분한 회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십 대 초중반 뻘인 적룡이 재차 툴툴대자, 그 또래인 청룡이 조용히 그녀를 타일렀다.
사실 청룡도 내심 그녀의 말에 찬동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적어도 선은 지킬 줄 알았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렇게 답답하게 굴건 뭐야? 어차피 여기서 밀리면 모든 게 끝나는 마당에! 이번에도 호루스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잖아?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절묘하군.’이라고?]사실 적룡이 까칠하게 나오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바로 호루스가 이번 참전 계획에 대해 처음 안건을 꺼냈을 때, 거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던 게 백룡이었던 것.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하며 청룡 못지않게 호루스를 귀여워하고 있던 그녀에겐 그게 영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지금 상황을 보니 오히려 딱 좋은 순간인 것 같은데요.]그때,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그들 사이에 조용히 흘러들었다.
불과 몇 년 전에 성인식을 치른, 호루스를 제외한 오룡 중 최연소자인 흑룡이었다.
[너무 일찍 왔으면 인간들의 피해가 너무 적어지잖아요? 사실 인간들이 전멸하기 직전에 오는 게 제일 좋았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면 우리 쪽의 피해도 너무 커질 테니 지금 정도가 딱 좋은 것 같아요.] [흑룡···.]그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살벌한 내용.
용신의 적자인 자신들을 제치고 대륙의 패권을 차지한 인간들을 싫어하는 성향이 담긴 발언이었다.
인간들이 저들끼리 싸워댈 때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녀의 오라비, 전 흑룡이 사망한 뒤로 그런 성향이 더욱 강해지기도 했고.
[호루스? 그런데 아까부터 뭘 보는 건··· 아아! 그렇군요. 저 아이들이···.]그런 그녀에겐 차마 뭐라 말을 하지 못한 청룡이 슬그머니 호루스가 내려다보던 곳을 바라보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척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인간 진영의 중심부에 한데 모인 가녀린 인간들.
그들이 바로 세상을 구할 열쇠인 용의 아이들이라는 걸.
[···일곱이라. 거기다 그중 한 명은 유독 격이 높군요. 저 정도면···.]차분히 말하던 청룡이 말끝을 흐렸다.
제물로서 부족하진 않겠다고 대놓고 말하기엔 그녀는 그리 뻔뻔하지 못했으니.
그런 그녀의 뒤를 잇듯 적룡이 한층 높아진 어투로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이제 저놈들만 때려잡으면 모든 게 해결되겠군. 승산은 충분해. 우리는 공간을 안정시키느라 직접 나서진 못하겠지만, 그 대신 싸움 좀 한다는 녀석들을 잔뜩 데리고 왔잖아?]사실 오룡 전원이 이 자리에 온 것도 상당히 무리한 것이었다.
괜히 그들이 많은 피해를 감수하며 용신전에 틀어박혀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던 게 아니지 않던가?
하지만 이 마경의 환경을 억누르고 요괴 군세를 운송하기 위해선 그들이 직접 올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다른 용들을 용신전에 추가로 투입하긴 했으나, 아마 그것도 그리 오래 버티진 못할 터.
‘세상의 균형을 담당하는 신수들이 이 현세에서 사용하는 힘이 커질수록 그 반동도 더 거세진다고 했었지.’
그렇게 되면 모두가 위험해진다.
용신전에 들어가 가까스로 세상을 유지하고 있는 다른 용들도, 무리하게 현세에서 힘을 사용한 이들도, 그리고 불안정한 상태인 이 세상도.
그것이 백룡이 과하게 주의를 기울이던 이유였다.
자칫하다간 용심 재건 의식을 벌이기도 전에 세상이 끝장나 버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게 나에게까지 적용되진 않지만.’
가만히 아래를 바라보던 호루스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흉악한 이빨이 밖으로 드러났다.
그는 세상이 정한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이계의 각성자.
최대한 조심해서 움직여야 하는 다른 용들과는 사정이 달랐다.
[그러니까, 지금부턴 시간 싸움이라는 거죠?] [뭐, 그렇지. 최대한 빨리 여길 정리하고 용신전으로 돌아가야 세상이 입는 손상이 최소화될 테니.]호루스의 물음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적룡과는 달리, 뭔가를 느낀 듯 청룡이 가늘게 뜬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호루스?]하지만 그녀가 채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
펄럭—
[그럼 다녀오겠습니다!]날개를 활짝 펴고 공중에서 한 바퀴 돈 호루스가 그대로 아래로 활강하기 시작했다.
[···어어?] [호루스?!]그들의 놀란 목소리를 뒤로하고 전장으로 접근하는 호루스의 입에서 여의주가 반짝였다.
‘기본 목적은 달성했다. 남은 건 최대한 실리를 챙기는 것뿐.’
이미 이 세상은 자신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중이다.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카르마의 양도 어마어마하겠지.
하지만 여기서 추가 소득을 더 얻을 방법이 있는데도 굳이 그걸 피할 필요는 없지 않나?
‘세상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다. 수십 수백 수천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거대한 족적을.’
인간들은 물론 용과 요괴들까지 전부 포함해 이곳에 모인 이들은 이 세상의 정점에 선 존재들이었다.
이건 그런 이들의 뇌리에 자신의 존재를 선명히 새겨 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 개꿀 이벤트를 왜 포기한단 말인가?
파아앗—
은은하게 빛나던 여의주가 태양과도 같은 빛을 뿜어냈다.
그와 동시에 호루스의 드래곤 하트가 거칠게 맥동하며 활화산처럼 짙은 에너지를 목구멍 깊은 곳에 응집시키기 시작했다.
‘전력으로 간다.’
「골드 드래곤」의 기본 능력에 「엘더 드래곤의 심장」이 더해지고, 「용언 마법」으로 자기를 강화하며 「만물의 군림자」와 「신비의 탐구자」가 그를 보조했다.
「섭리의 저항자」가 힘의 발현 도중에 가해지는 제약을 무시하고, 「천류 도술」이 그 모든 흐름을 하나로 엮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계돌파」까지 더하면.’
빠직—
내면에서 뭔가에 금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물리적인 물체가 아닌 형상이 없는 무언가가.
이를테면 한계, 혹은 벽이라고 불리는 제약이.
탄생 이후 처음으로 행해지는 호루스의 전력에 반응했다.
휘이이잉—
공기의 흐름이 뒤바뀐다.
오룡의 등장과 함께 북경 전체에 머물던 순풍 중 일부의 방향이 뒤틀리고, 그것은 그대로 한 점을 향해 밀려들어 압축에 압축을 거듭했다.
“어어? 황룡?”
“뭐, 뭐야! 저건!”
“미친···! 물러나! 방어! 방어 태세!”
그 심상치 않은 현상에 마교도들은 물론 무림 연합까지 혼비백산해 서둘러 대응 준비를 갖췄다.
태연한 것은 오직 감정 없이 움직이는 강시들뿐.
고오오오—
엘더급 드래곤 하트에서 발산된 무한한 마력이 목구멍에서 내뿜어진다.
평소처럼 성룡급으로 제한되었던 마력이 아니었다.
이어서 그것은 곧바로 세상의 법칙을 조율하는 여의주에 닿아 끝없는 상승작용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더욱 강하게, 더욱 빠르게, 더욱 거대하게, 더욱 화려하게.
그 직후.
도저히 생명체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파괴 광선이 레이저처럼 쏘아졌다.
전장이 펼쳐진 접경지의 약간 뒤편, 마교도들이 점거한 북경 쪽으로.
그리고—
일시에 전장의 소리가 사라졌다.
아니, 압도적으로 거대한 단 하나의 소리에 묻혀 뭉개져 버렸다.
“@!%$!&*···!”
“$@$!#%&···!”
전장 전체에— 아니, 북경 전역에 후폭풍이 휘몰아친다.
한창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던 전투는 이미 그친 지 오래였다.
지금은 자신의 몸을 가누는 것만으로도 급급했으니.
쿠구구궁—!
사방을 휩쓰는 지진과 흙먼지와 함께, 도시에서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오랜 역사를 쌓아온 이 세계의 수도.
동시에 근래 장시간 방치되어 폐허가 되었던 재앙의 흉터.
북경이.
사라졌다.
후방에 몰려있던 마교의 병력 일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