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388)
폭력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투쟁의 땅, 마계.
하지만 그런 악명과는 별개로 마계 또한 지성체들이 문명을 이루고 살아가는 세상 중 하나였다.
전쟁이 수백 년간 지속되었다고는 해도 모든 영역이 사시사철 전쟁터일 수는 없었고, 대부분의 지역은 여전히 그들 나름의 체계와 규칙 속에서 사회를 유지하고 있었다.
“뭐, 임마? 쳐 죽여 버린다!”
“오냐, 한번 해 보자!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내 주마!”
“오오! 싸우는 거냐! 어이, 여기 판 깔렸다!”
“켈로크! 본때를 보여 주라고! 마랑족의 자존심을 보여줘!”
비록 그 사회란 것이 다른 지성체의 관점에서 보자면 심히 뒤틀려 있다고는 하나 그것 역시 그들 문화의 일부.
사실 마이너스 에너지가 가득한 마계의 환경상 거주민인 악마족들의 성향이 폭력적인 쪽으로 기운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활기찬 게 참 보기 좋지 않습니까? 이게 다 ‘다크 네스트’가 승기를 잡으면서 그간 오랫동안 이어진 전란이 곧 끝날 거란 기대감 때문이겠지요. 아! 물론 그 일각을 차지한 코아틀 가의 덕분이기도 하고요.”
헬라를 안쪽으로 안내하던 도베르만 머리의 악마족이 길 한편에서 일어난 소요 사태를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일상적인 풍경을 보고 꺼낸 의례적인 말인 듯 반응은 그게 전부였다.
‘···저걸 단순히 활기차다고 넘어가도 되는 건가?’
주변을 둘러싼 다수의 무리와 그 중심에서 치고받고 싸우기 시작한 두 악마.
둘 다 수준이 그리 높아 보이진 않았지만, 그 싸움의 살벌함만큼은 절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뒤져라!”
“죽여라! 죽여! 죽여!”
“뭐 하는 거야, 켈로크! 물어뜯어서 죽여 버려!”
양쪽 모두 상대의 육체를 파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진심으로 서로를 죽일 듯 주고받는 공격에 비산하는 피와 살점,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환호하는 군중의 모습.
‘악마족한텐 재생력도 흔한 능력이라서 그런가? 거참 살벌하게도 싸우네.’
이런 게 문화의 차이라는 걸까.
저런 싸움이 길거리 한복판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니, 과연 여기가 그 악명 높은 마계라는 사실을 절실히 체감할 수 있는 광경이었다.
심지어 마력만 공급된다면 먹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큰 문제없다니, 말 그대로 싸우기 위해 태어난 생체 병기들이 아닌가?
“도착했습니다. 이곳으로 오시지요.”
그렇게 말로만 듣던 마계의 실상을 감상하며 이동하던 것도 잠시.
안내를 받으며 이동한 헬라는 곧 성 중심부의 거대한 저택에 다다랐다.
과연 미리 일러뒀다는 말이 사실인지 저택의 정문 앞엔 이미 누군가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크흥—! 어서 오시오. 내가 바로 이 땅의 성주인 달룬이오.”
무려 이 성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는 성주라는 자가 직접.
황송할 정도로 극진한 대접이었다.
‘코아틀 가라는 말에 이렇게까지 숙이고 들어온다라···. 이 정도면 완전히 종속된 관계라고 봐도 되겠는데?’
헬라는 도도한 태도로 표정을 감추며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아무래도 이들 또한 전장의 균형이 무너진 직후 코아틀 가가 소속된 ‘다크 네스트’에 빠르게 줄을 댄 모양이었다.
그렇게 친히 마중을 나온 성주를 따라 저택 내부로 발걸음을 옮기던 도중.
멧돼지 머리의 악마 달룬이 연신 거칠게 코를 킁킁거리다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는 낮게 목소리를 깔았다.
“크흥킁! 그나저나 코아틀에서 이렇게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올 줄은 몰랐소만···. 그것도 완전히 처음 보는 분이 말이야. 전에 오셨던 구역 담당자는 바쁜 일이라도 생겼나 보오? 이렇게 그쪽 분이 대신 온 걸 보니.”
역시 성주는 성주인지 예를 갖추면서도 과하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저 상황에 휩쓸리기에 바빴던 부하들과는 달리 곧바로 미심쩍은 부분을 파악해 은근슬쩍 떠보는 것도 그렇고.
‘제법이군. 하긴, 저 달룬이라는 자도 나름 귀족급 악마이니.’
차기 패권 세력의 일원이 갑자기 방문했다기에 부랴부랴 준비하고 마중까지 나왔는데, 정작 마주한 건 완전히 처음 보는 인물이었으니 저것도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무리 작위 중에선 가장 낮은 등급인 남작급이라지만, 능력 지상주의인 이 마계의 땅에서 그러한 지위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의 자질을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뭐, 나한텐 거기서 거기지만.’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한 대응 방법이 하나 있었다.
“후후, 나보고 지금 왜 왔냐고 꼽 주는 거야?”
“엉? 아니, 그···.”
바로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
이곳은 폭력과 강압이 난립하는 투쟁의 땅, 마계였으니까.
헬라의 몸에서 은근한 위압감이 스멀스멀 새어 나왔다.
“······!”
성주 달룬이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순식간에 그의 사방을 점유하고 송곳니를 들이미는 막강한 힘의 잔재.
고작 남작급 악마의 힘 따위로는 감히 범접할 수도 없는 마력이 뻔뻔스럽게 모든 의혹과 불신을 강제로 찍어 눌렀다.
꿀꺽—
성주가 힘겹게 침을 삼켰다.
전신이 뻣뻣해지고 얼굴색도 서서히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멧돼지 털에 뒤덮여서 겉으로 티가 나진 않았지만.
“아, 그래. 얌전히 있자니 슬슬 배알이 꼴린다 이거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재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계집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려다 보니까?”
“아, 아니··· 무슨. 그런 게 아니라···.”
억지로 화제를 비틀어 버리는 궤변과 대놓고 행하는 힘의 과시.
그리고 불쾌하다는 듯 찌푸린 얼굴과 단단히 꼬아진 팔짱, 살짝 옆으로 기울어진 머리를 따라 흘러내리는 머리카락까지.
그야말로 훌륭한 갑질 상사 그 자체였다.
“그럼 뭔데? 내가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왔다는 소리 아냐? 응? 그런 뜻 맞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실언이었습니다.”
결국 달룬은 조용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따지고 보면 뭘 잘못한 것도 아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마계에서 힘도 없으면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것은 곧 죽어도 할 말 없는 중죄였으니까.
‘최소 백작급, 어쩌면 그 이상. 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이···. 정말 코아틀 소속은 맞는 건가? 전황에 여유가 생기면서 전장에 있던 핵심 전력을 뒤로 뺀 게 아니라면···.’
그의 머릿속에서 온갖 상념이 휘몰아쳤다.
당장 곁에 있는 정체불명의 강자의 분노를 가라앉힐 방법부터 그녀의 뜻대로 움직였을 때 발생할 최악의 사태에 대한 우려까지.
‘정말 최악은 이 여자가 다른 세력 소속일 경우다. 이미 승패는 기운 지 오래야. 이제 와서 억지로 다른 파벌의 편을 들었다가 다크 네스트에게 보복당하기라도 하면.’
그리되면 당장 죽느냐 나중에 죽느냐의 차이일 뿐 자신에게 미래란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의 상황.
‘일단 협력하는 척하자. 그런 다음 은밀하게 다크 네스트에 연락해서 상황을 잘 설명하면 오히려 공을 세울 수 있을지도···.’
달룬은 어떻게든 활로를 찾기 위해 머리를 팽팽 굴렸다.
그는 힘만을 맹목적으로 추종할 것 같은 외견과는 달리 모략을 더욱 선호하는 타입의 악마였다.
위기는 곧 기회, 이것을 잘만 활용한다면—.
“풋.”
그런데 그때.
나직한 웃음소리가 옆에서 흘러나왔다.
그 진원지가 누구인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왜 그렇게 굳었어? 농담이야, 농담.”
“아, 아하하··· 그러셨군요. 이거 참, 깜짝 놀랐습니다.”
“후후, 재밌었지?”
정말 재미없는 농담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할 배짱은 없었다.
애초에 그 경고가 진짜 농담일 리도 없었고.
“···여기가 저희 성의 응접실입니다. 일단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 들어가서 좀 더···.”
“뭐, 이 정도면 되겠네. 조용하니 방해받을 일도 없고. 훌륭해.”
“네?”
그에 어떻게든 표정을 관리하고 있자니, 또다시 이해할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아아—
“무슨···!”
일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 곁의 수상한 손님을 바라본 그의 몸이 덜컥 멈춰 섰다.
그러나 그건 절대 그의 의지가 아니었다.
‘큭, 눈이···?’
어느새 상대의 눈동자가 바뀌어 있었다.
그저 아름다울 뿐이었던 평범한 눈에서 검은 안구 한가운데에 루비 같은 눈동자가 빛나는 역안으로.
그리고 자신은 거기에 사로잡히기라도 한 듯 그 한 쌍의 눈동자에서 도저히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자, 마음 편하게 먹고. 어차피 저항해도 소용없으니 우리 편하게 가자? 아직 갈 길이 멀단 말이야.”
이제 보니 상대의 뿔도 그 형태가 바뀌어 있었지만, 그것을 좀 더 자세히 확인할 여유는 없었다.
그의 심상은 이미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것처럼 붉은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간 지 오래였으니.
“그래, 그래. 착하다, 달룬. 일단 이 성의 수뇌부부터 하나씩 호출해 줄래? 내가 아직 한꺼번에 작업하는 건 익숙하지 않아서.”
“···네. 주인의 명령대로.”
「지배의 마안」에 홀린 달룬이 공손하게 답하자, 헬라가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그의 듬직한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설마 이렇게 쉽게 한 성의 주인과 독대할 기회를 갖게 될 줄이야.
아직 고위 악마 하나를 거두는 데는 상당한 제약과 시간이 필요했기에, 외부의 방해 없이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사실은 그만큼 기꺼울 수밖에 없었다.
‘이러면 부하 녀석들과 함께 오지 못해도 상관없지. 필요한 만큼 여기서 공급하면 그만이니까.’
현지 조달, 산지 직송.
이곳은 악마족들의 고향 마계.
마왕의 권속이 될 수 있는 인재들이 넘쳐내는 세상이었다.
‘마계 안에서 더욱 강해지는 악마족의 특성상 내성도 더 증가하겠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상관없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숙련도도 더 오를 테고.’
또 그들에게 사용하는 「지배의 마안」은 단순히 강제로 정신을 조작하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왕이 휘하의 군세를 통솔할 수 있는 권한이자 권능의 일부.
즉, 이 일련의 종속 행위는 모두 정당한 절차에 의해 행해지는 의식의 한 부분이란 소리였다.
‘일단 이곳의 정확한 위치부터 확인하고···. 다음은 다른 녀석들과 연락을 취해 봐야겠지. 각자 지침을 내려두긴 했는데, 그 녀석들이 시킨 대로 잘 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네. 할 일이 많구나.’
마계에 문제가 있다면 십중팔구 현재 파란의 중심인 ‘다크 네스트’와 깊은 연관이 있을 터.
놈들의 행적을 추적하는 것이 그 원인에 접근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성주님? 갑자기 저는 왜···.”
“일단 이리 와 보게. 자네도 알겠지만 중요한 손님이니 몸가짐에 주의하고.”
그때, 응접실의 밖에서 달룬과 도베르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그도 경비 총책임자쯤 되는 수뇌부의 위치에 있었던 모양.
헬라는 천천히 열리는 문 너머로 들어서는 이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와 동시에 루비와 같은 한 쌍의 눈이 붉게 타올랐다.
‘해야 할 일이 많을수록 세력의 존재는 필수.’
그건 이미 수많은 경험을 통해 체득한 사실이었다.
이 생소한 타지에서 자기 혼자 고군분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으니.
‘우선 이 성부터 완전히 집어삼키고.’
그리고 그다음은—.
그렇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마왕 파벌이.
마계 한구석에서 조용히, 그리고 급속도로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
다크 네스트가 점거한 마계의 후방 지역.
“뭐야, 켄? 어째서 벌써 돌아온 거지?”
“음? 아아. 루시 코아틀인가.”
“‘아아’는 지랄. 제대로 설명부터 하시지? 왜 벌써 돌아온 거야? 마계의 차원 방벽을 한 번 넘어가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알아? 임무는 제대로 마쳤겠지?”
쨍하게 울리는 여성의 시끄러운 목소리에 미야모토 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무리 그녀가 이 구역의 책임자라지만 마주치자마자 곧바로 잔소리라니.
하여간 도무지 정이 들지 않는 여자다.
‘쯧, 헬라 님의 발톱만큼만 닮아도 구애하는 이들이 줄을 설 텐데.’
하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여신의 강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 완벽한 우상에 감히 누굴 갖다 붙인단 말인가?
아우테리카엔 딱히 여신이라 불릴 만한 신격이 없었지만, 켄은 자신의 새로운 주인이야말로 거기에 가장 합당한 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네가 하도 가고 싶다고 해서 보내줬는데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돌아왔으면 위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걱정 마라. 제법 성과가 있었으니까.”
“···응? 진짜로?”
켄은 눈을 동그랗게 뜬 루시 코아틀을 한 차례 흘기고 품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내 들었다.
별처럼 삐죽삐죽 각뿔이 솟은 다면체의 새카만 보석 같은 물체.
“14대 마왕의 침공 때 전사한 후작급 악마의 정수다.”
“···켁, 진짜잖아?!”
켄을 포함해 대륙으로 파견된 이들의 임무는 간단했다.
무엇이라도 좋으니 지상에 퍼져나간 마계의 물건을 가능한 한 많이 회수해 올 것.
물론 무엇이라도 좋다곤 했으나 그 수준에 따른 기대치는 있기 마련이었다.
“허, 설마 했는데 이런 게 아직도 대륙에 남아있었단 말이지?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어디 드래곤의 레어라도 털었어?”
“후! 뭐, 쉽진 않았지.”
“흐음, 영업 비밀인가? 아무래도 좋아. 이 정도 성과면 확실히 큰소리칠 만하네.”
마왕위에 도전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이 바로 공작이었다.
현재 마계에도 넷밖에 없는 그들이 바로 각 파벌의 수장이며, 동시에 분단된 영토를 지배하는 실질적인 지배자였다.
후작급이라면 그 군주들의 바로 아래 단계로서 어느 전장에서나 최강의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존재들.
‘심지어 그게 마지막 대륙 침공에서 전사한 악마의 정수라면.’
거기에 얽힌 업 또한 쉽게 가늠할 수 없을 터.
켄은 확신할 수 있었다.
14대 마왕의 유해나 공작급 악마인 서큐버스 퀸의 정수를 회수한 이가 없다면, 이번 파견에서 자신 이상의 수확을 거두고 돌아온 이는 없을 거라고.
‘···그래, 이것을 내게 맡겨주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켄은 감탄한 표정으로 정수를 이리저리 살피는 루시를 보며 눈을 빛냈다.
사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 주인을 찾아가고 싶었지만, 그분께서 지시하신 사항을 위해선 지금은 참아야 한다.
그걸 위해서 이런 귀한 물건까지 자신에게 직접 하사해 주시지 않았던가?
“루시 코아틀, 이 정도면 내 공적은 충분하겠지?”
“으음, 그래. 인정할 수밖에 없네. 이 정도면 열 번은 더 대륙을 들락날락해도 뭐라고 하는 이는 없을 거야.”
“그럼 어서 안내하지 않고 뭐 하는 거지?”
“응? 뭐라고?”
고개를 똑바로 치켜든 켄이 악마의 정수를 다시 품 안에 챙겨 넣으며 당당히 말했다.
“마룡 공작님을 뵈어야겠다. 그분께 내 직접 이 마석을 진상하도록 하지.”
그의 눈에서 광신(狂信)의 불길이 타올랐다.
루시는 그의 충성심이 저 정도였나 싶어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대충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저 정도의 공적이라면 그의 요구도 지극히 타당했으니까.
‘모든 것은 헬라 님을 위해서.’
물론 그의 신앙이 향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확실히 알았더라면 결코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진 않았을 것이다.
‘설령 이 한 몸 불사르는 한이 있더라도.’
결의를 품은 광신도가 이단의 심장부로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