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392)
콰아앙—!
“죽여라!”
“그동안 도망만 다니던 쥐새끼 놈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헬라 님을 위하여!”
사방에서 시끄러운 소음이 흘러들었다.
그와 함께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진동하는 전장 특유의 향기.
싸움이 벌어진 전역에서 투쟁과 결의, 광기 등이 어우러져 화려한 죽음의 꽃을 피워 올렸다.
평소였다면 시파르 또한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한바탕 광란의 파티를 벌였겠지만—.
[···뭐냐 네놈들은?]지금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다른 쪽에 신경을 기울이기엔 당장 자신의 앞에 있는 존재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으니.
“카하하하—!”
비웃는 듯한 울음소리와 함께 기괴한 형상의 네발짐승이 이를 드러냈다.
검치호처럼 길게 뻗은 한 쌍의 엄니와 빼곡하게 돋아난 무수한 이빨들이 예리한 빛을 발했다.
그 한가운데에 뱀과 같은 혀를 꿈틀거리면서.
‘저건 대체 뭐지?’
체고 3미터에 체장 5미터 남짓.
풍성한 검붉은 갈기는 물론 전신을 두꺼운 근육과 갑각으로 휘감은 그 생명체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맹수와 마수를 하나로 합쳐놓은 것처럼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모든 짐승형 마물의 정점인 괴랑 공작으로서도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그러나 자기보다 덩치가 훨씬 작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상대는 결코 아니었다.
아까부터 시파르의 본능이 맹렬하게 경종을 울리고 있었으니까.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저 식욕과 광기가 흘러넘치는 오드 아이와 입에서 뚝뚝 떨어져 내리는 군침을 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저 짐승은 지금 자신을 먹잇감으로 보고 있다고.
그리고 어쩌면··· 방심하다간 정말로 먹혀버릴지도 모른다고.
[감히! 감히 이 괴랑 공작을 그런 눈으로 보다니! 머리통째로 씹어 먹어주마!]당연히 시파르는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신 거칠게 분노를 터트리는 일그러진 머리.
그런데 문제는 그 괴생물체뿐만이 아니었다.
[크르르— 저자는 설마, 14대 마왕인가?] [아니, 그럴 리 없다. 그 여자는 확실히 죽었어. 이미 천 년도 전에!] [하지만 아직 불완전해도 저건 분명 마왕의···.] [그럼 새로운 마왕이라고? 16대 마왕? 이제 와서, 이렇게 갑자기?!] [···그게 사실이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지금까지 싸워온 것은 도대체···!]기괴한 짐승의 등에 태연하게 앉아있는 한 인영.
체고가 10미터에 가까운 시파르는 물론, 그녀 자신이 타고 있는 괴생물체에 비해서도 가녀리기 이를 데 없는 여인이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고개를 들어 한창 혼란에 빠진 세 개의 머리를 올려다보면서.
“흐흥~ 과연. 이게 공작급 악마인가?”
가벼운 코웃음과 함께 그녀의 붉은 입술 사이로 노래하듯 아름다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확실히 대단하긴 한데···.”
검고 붉은 그녀의 역안이 반짝였다.
평가라도 내리듯 묘한 눈초리로 거대한 케르베로스 훑는 헬라.
그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뭐··· 그냥저냥이네. 나 혼자 왔어도 크게 상관없었겠어.”
시파르 입장에선 터무니없는 악평이었지만.
“괴견 공작아. 너 혹시 다른 공작들에 비해 조금 딸리는 편이니? 아니면 유독 운이 좋다던가···.”
“카카카카카!”
“아니면 내가 마계의 수준을 너무 과대평가했던 건가?”
매혹적인 미성과 활기찬 말투와는 어울리지 않는 독설이 상대를 난도질하듯 쏟아져 나왔다.
또 그에 동조하는 듯한 기괴한 웃음소리까지.
거기엔 이미 듣는 이에 대한 배려 따윈 눈곱만큼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떠들던 시파르의 머리들이 일제히 입을 닫았다.
여태 사납게 발광하던 일그러진 머리도 마찬가지.
그는 명색이 현 마계의 정점인 공작 중 하나였다.
그런 그가 이런 싸구려 도발에 넘어가 일희일비할 리가 없지 않은가?
가타부타 말싸움할 필요도 없이 그냥—.
[죽여주마!] [크허어엉—!]마음에 들지 않는 건 모조리 없애 버리면 되는 것을!
콰앙!
한순간에 몸을 웅크린 시파르가 곧이어 스프링처럼 쏘아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압도적인 덩치가 온갖 물리적 현상을 무시하고 일직선상의 모든 것을 찢어발겼다.
쿠르르릉—!
그 후폭풍에 휘말려 피를 토하며 조약돌처럼 튕겨 나가는 양측의 부하들.
이미 수장들이 대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낌새를 눈치채고 멀찍이 물러나고 있었지만, 이 압도적인 파괴 앞에서 그 정도 거리로는 어림도 없었다.
자신의 본거지고 뭐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거체가 직접 지나간 곳을 중심으로 사방이 한순간에 폐허가 되었다.
“···성질도 더럽고 참. 저런 걸 키웠다간 집안에 가구가 남아나질 않겠네.”
“카핫!”
하지만 정작 그 기습은 목표물에겐 이렇다 할 피해를 주지 못했다.
어느새 공격 경로에서 벗어난 채로 투덜거리는 미녀와 야수.
시파르가 후속 공격을 위해 재차 몸을 웅크렸다.
“역시 교정이 좀 필요하겠어.”
그 직후.
세상이 뒤집혔다.
[···?!]사방에서 들려오던 전장의 소음이 사라졌다.
나름 잘 정비되어 있던 어브노말 본부의 정경이 지워지고 황폐한 대지가 넓게 뻗어나갔다.
한순간에 주변을 뒤덮은 메마른 황야.
「마천의 세계」
오직 시파르만을 노리고 발동한 마왕의 세상이 마계에 덧씌워졌다.
그리고 이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풍경은.
긴 세월을 살아온 시파르 또한 이미 아주 오래전에 몇 차례 겪어본 적 있는 것이었다.
[···버려진 대지?] [르레이에에에—!] [역시! 너! 14대 마왕과는 무슨 관계냐! 대체 어떻게!]세 개의 머리가 노성을 터트리고 꼬리의 뱀 머리가 연신 쉭쉭거렸다.
그 거대한 몸에서 강대한 마기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며 지진이 일어나고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 여파에 조금씩 삐그덕거리기 시작한 「마천의 세계」.
‘어휴, 하여간 짐승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날뛰기는. 이걸 미리 안 깔아뒀으면 어쩔 뻔했어.’
마력을 쏟아부어 다시 그것을 안정시킨 헬라가 가볍게 혀를 찼다.
괴랑 공작을 정리한 후 어브노말을 통째로 집어삼킬 생각인 그녀에겐 적도 아군도 없이 모두가 잠재적인 부하였다.
그런 만큼 저렇게 자기편의 피해 같은 건 신경 쓰지도 않고 깽판을 치는 시파르가 못마땅하게 보이는 건 당연한 일.
“묻고 싶은 게 많은가 보다?”
괴생물체의 등에 앉아있던 헬라가 그 위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그리곤 그 듬직한 옆구리를 툭툭 두들기며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애를 이기면 말해줄게. 네가 궁금해하는 것 전부.”
그와 함께 지어 보이는 화사한 미소.
그러나 그 손에 쥐인 가시가 빼곡한 흉악한 채찍은 그런 밝은 공기조차 음산하게 느껴지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물론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우리 귀염둥이는 이쪽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거든.”
—너처럼 커다란 괴물을 사냥하는 것 말이야.
나직이 말을 이은 헬라가 피식 웃으며 채찍을 바닥에 내리쳤다.
촤아악—!
매서운 파공음과 함께 비산하는 대지의 파편.
“할 일도 많으니 빨리 끝내자.”
그녀는 한 손을 뻗어 정면에 태산처럼 버티고 선 시파르를 가리키며 외쳤다.
“가라! 데이비슨! 물어!”
“카카카캇—!”
그 명령에 마계까지 파견 나와 정체를 감추기 위해 철저하게 변장한 용병왕 할리···가 아닌.
헬라가 소환한 ‘탐식의 마물 데이비슨’이 거칠게 포효하며 전면으로 쇄도했다.
뚜둑— 뿌드드득—!
그 찰나의 순간에 몇 배나 몸집을 부풀리면서.
한순간에 시파르의 체구를 얼추 따라잡은 데이비슨이 입을 쩍 벌렸다.
[오냐, 찢어 죽여주마!] [이제 마왕이고 뭐고 상관없다! 그냥 이 자리에서 먹어 치워 버리면 그만이니!]콰아앙—!
그렇게 거대 괴수 대격돌이 시작되었다.
***
쿠구구궁!
데이비슨은 한마디의 말도 내뱉지 않는 건 물론, 철저하게 사족 보행 짐승의 외견을 고수했다.
[내 이빨에 찢기고도 재생하다니! 무슨 이런 놈이!] [크아악! 떨어져라! 버러지!]“카하하하!”
[크르르— 내 독에도 저항한다고?]이젠 용병왕이자 투왕이 된 할리도 아우테리카에서 상당한 유명 인사가 되었으니, 이런 사소한 부분부터 세심하게 신경 쓸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그가 대가만 치르면 무엇이든 하는 용병이라 해도 그렇지, 한창 영웅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는 마당에 대놓고 마계까지 찾아가서 마왕을 도울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시아나도 할리에 대해 알고 있을 테고 말이야. 어디서 말이 샐지 모르니 항상 조심해야지.’
존재 자체가 돌연변이인 할리였던지라 작정하면 정체를 위장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기본적으로 유지하고 있던 인간으로서의 요소들을 그동안 수집해 온 수많은 마물의 인자로 모조리 대체하는 걸로 끝이었으니까.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지금의 모습.
오로지 인외의 인자로만 이루어진 탐식의 마물— 데이비슨이었다.
‘그래도 역시 이렇게 가능성을 제한하고 기술들도 봉인한 채로 싸우는 건 살짝 버겁네.’
상대는 서로 간의 격차가 큰 초월 안에서도 끄트머리에 선 공작급 악마이지 않은가?
하물며 이곳 마계에서는 더욱더 강해지는 특성까지 있었으니 오직 피지컬만으로 압도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쉬익—
그때, 시파르의 꼬리에 달린 뱀이 벼락처럼 쏘아져 그의 몸에 독니를 박아 넣었다.
순식간에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영혼조차 녹이는 맹독.
데이비슨의 육체는 순식간에 그것에 적응해 저항했지만, 아주 찰나의 순간 멈칫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콰직! 콰드득!
그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은 시파르의 좌우 머리가 그의 양어깨를 물어뜯었다.
어마어마한 치악력에 겉을 두른 갑각과 근육이 단번에 꿰뚫리고 피가 튀어 올랐다.
[끈질긴 놈! 재생하지도 못하게 갈가리 찢어주마!]갈기가 무성하고 한쪽 눈가에 상처가 난 중앙의 머리가 크게 입을 벌렸다.
싸우는 동안에도 상당히 공들여 준비한 듯 그 목구멍에 밀집된 끔찍한 마력이 요란하게 일렁였다.
저것에 직격당했다간 아무리 데이비슨이라도 육체의 절반 정도는 날아가 버릴 터.
쐐애액—!
그렇게 그 입에서 마력이 토해지려는 순간.
날카로운 파공음이 허공을 갈랐다.
푸화악!
그 직후, 폭포수가 역류하듯 엄청난 양의 혈액이 솟구치며 살벌하게 끓어오르던 마력이 산산이 흩어졌다.
[커헉! 네노옴···!]거대한 두상의 삼분의 일이 사라진 중앙 머리가 분노가 가득한 눈으로 위쪽을 노려보았다.
한 쌍의 날개를 펄럭이며 허공을 유영하고 있는 헬라에게로.
공격에 집중하느라 방벽이 약해져 한쪽 눈은 물론 뇌의 일부까지 사라질 정도로 타격을 입었으나, 역시 악마답게 그 정도로는 끄떡도 없는 듯했다.
“흐흥, 일대일로 싸우잔 말은 안 했는데?”
어쩐지 억울함까지 느껴지는 그 눈빛에 헬라가 찡긋 윙크를 날렸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애초에 빨리 끝내려고 일부러 용병까지 불러왔는데, 자신이 일대일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지금까진 견적 좀 재느라 잠깐 지켜보고 있었지만···.’
공작급 악마는 처음인지라 이번 기회에 그 힘을 확실히 파악해 둘 필요가 있었다.
흑암 공작은 몰라도 마룡 공작은 분명 저 케르베로스보다 훨씬 더 강할 테니까.
‘대충 감 잡았으니 이제 이 정도면 충분해.’
높게 날아오른 헬라의 날개가 펼쳐지자 양옆에 거대한 마법진이 떠올랐다.
「마왕」과 「마력 지배」를 통한 초고속 마력 구축.
직후, 쏟아져 내리는 수많은 섬광과 함께 잘 관측되지도 않는 채찍의 연격이 지상의 거체를 강타했다.
쉬쉬쉭! 쉬익—! 콰앙!
[크아아아!]그 공격에 쉬지 않고 쌓아 올린 마력 방벽들이 무참히 깨져나가며 꾸준히 상처가 쌓여갔다.
끈덕지게 매달려 있는 데이비슨 때문에 몸을 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거 좋은데? 뭔가 흥이 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당연하지만 그녀가 사용하는 채찍도 호루스의 「황금의 보고」에서 꺼내온 물건이었다.
아마 서큐버스 퀸의 애병일 것이라 추정되는 무기.
거리를 무시하고 길게 늘어나는 채찍이 공간을 찢어발기며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끄악! 이 비겁한 놈들! 과연 그 핏줄대로 하는 짓이 추잡하기 짝이 없구나!]“에이, 따지고 보면 거긴 머리가 네 개잖아? 이래도 그쪽이 두 배나 더 많다고?”
[무슨 개소리를···!]“개소리라니··· 자학은 좋지 않아? 아무리 네가 늑대인 척해도 본질은 속일 수 없으니까.”
[%@#@$#]데이비슨이 거구를 이용해 놈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동안 상대를 조롱하며 편하게 공격하고 있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파괴력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크으으— 재생이···!] [13대의 힘이다! 역시 저 종자도 그 힘을 물려받은 게 틀림없어!]헬라의 특성인 「섬멸자」가 상대의 두꺼운 마력 방벽과 생체력 등의 모든 방어 수단을 분쇄하고 재생력을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채찍을 이용한 공격은 물론 마법 공격 하나하나에 모두 방어 관통과 재생 억제의 힘이 깃든 것이다.
그로 인해 원래라면 불사에 가까운 수준으로 순식간에 원상복구 되어야 했을 머리의 재생이 아직도 지지부진했으니.
「초재생」 정도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고위 악마들을 상대하는 데 무엇보다 효과적인 능력이었다.
‘여기서 하나 더.’
혼돈 속에서 시파르와 엎치락뒤치락하던 데이비슨의 눈이 번뜩였다.
이어서 그의 몸이 요란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꾸드득— 꾸득—!
싸우면서 수집해 두었던 상대의 특성을 모사한다.
실시간으로 육체의 성질이 변화하며 지금보다 나은 인자만을 가져와 육체에 적용했다.
오직 상대의 장점만을 취하는 선택적 진화.
‘역시 공작급 악마인가. 정수를 흡수한 것도 아닌데 저급한 악마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군. 어떤 부분은 드래곤보다도 나을 정도니.’
그 정점은 그의 양어깨 부근에서 돋아나고 있는 무언가였다.
불쑥 솟아올라 서서히 형체를 갖추기 시작한 것.
그것은 이윽고 중앙에 있는 것과 완전히 같은 새로운 머리가 되었다.
마치, 그의 앞에 있는 케르베로스처럼.
[···하?!] [···뭐냐, 그건···.] [응? 억? 저게 뭐야? 대체 어떻게 한 거야?!]그에 잠깐 헬라에게 정신이 팔렸던 시파르의 눈가에 혼란이 차올랐다.
정통 케르베로스인 그는 저것을 보는 순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저건 결코 단순히 겉모습만 베낀 수준이 아니라, 자신과 완전히 같은 근본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카하하핫!”
“카카카캇!”
“크하카캇!”
그렇게 당황한 시파르를 비웃듯 세 개의 머리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날카로운 이빨이 빼곡하게 돋아난 입을 활짝 벌리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시파르의 등줄기로 한 줄기 불길함이 싸늘하게 치밀어 올랐다.
‘위험하다.’
그것은 본능이었다.
이제까지와는 다르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위협적이었지만 저것은 그 이상으로 치명적인 무언가다.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데···.
하지만 위아래로 정신없이 협공받는 지금, 이미 그에게 빠져나갈 구멍이란 남아있지 않았다.
[끄아아악! 뭐냐! 이건 또! 아아악!] [물리면 안 된다! 저건··· 끄윽!] [떨어져! 떨어져!!]지금까지 때를 노리며 감추고 있던 「식신」과 「탐식의 권능」이 본격적으로 활개 치기 시작했다.
그 앞에서는 어떤 방어도 재생도 소용이 없었다.
그 두 능력의 조화는 입안에 들어온 것이라면 실체가 있든 없든, 설령 개념만 존재하는 것이라도 가리지 않고 먹어 치웠으니까.
두 개나 늘어— 셋이 된 입을 통해서.
“아! 이제 사 대 사네?”
그 모습에 한 손을 뺨에 가져간 헬라가 해맑게 웃었다.
다른 손으로는 계속 채찍을 휘두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