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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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 (1)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진 습격, 사흘째.
강경파의 근거지를 일곱 개째 박살 냈더니 놈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놈들도 온갖 수단을 동원하며 대응했지만, 압도적인 무력의 차이 앞에서는 무의미한 저항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아무리 숨고 도망쳐 봐야, 기억을 읽는 한스의 마수를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오호, 과연 창의적이구나. 마법에 고유스킬을 접목한 건가? 어떻게 잘만 비틀면 다른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한스에게 머리를 붙잡힌 흡혈귀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습격을 피하기 위해 외진 곳의 원룸에 숨어들었지만, 불행히도 그의 행적을 아는 동료가 있었다.
하인즈가 새로운 흡혈인자를 가지고 있을 만한 놈을 우선 목표로 삼았다면···.
한스는 아는 정보가 많거나 새로운 술식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놈들을 주로 노렸다.
[그나저나, 슬슬 놈들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셈인가 보군.]놈의 기억을 읽어 들인 한스가 조용히 읊조렸다.
살짝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이해가 가기도 했다.
지난 사태 파악과 당장 벌어진 일의 수습, 혈맹 내부의 의견을 모아 앞으로의 대응 방안까지 모색해야 했을 테니까.
‘거기에 강경파의 근거지에서 찾은 동족 포식의 증거들을 온건파 측에 보냈으니까. 힘을 합치기에는 힘들겠지.’
연구용 자재들은 지난번에 챙겼으니, 새로 얻은 것들은 자료 사진까지 첨부해서 진소란에게로 보냈다.
빌라 내부의 로비에 가져다 놨는데, 어떻게 잘 전달된 모양이었다.
‘그래도 당장 내려온 지령은 없군.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니 당분간 숨어 지내란 것이 전부니.’
그렇다면야.
무슨 대응을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그 전에 최대한 털어먹어 주마.’
***
진소란은 바보가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하회탈의 혈맹 강경파 습격 사건, 자신에게 전해진 그들이 부정을 저지른 증거.
그 사건들에 하인즈가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그들의 근거지를 알려준 직후에 사건이 벌어졌으니까.’
또 감마 일당에 대한 증거가 소실됐다고 의기소침했던 다음날, 보란 듯이 크루의 근거지에 물건이 보내졌다.
이쯤 되면 아예 숨길 생각이 없다고 봐야 하리라.
사실 자신도 그를 추궁할 생각이 없기도 했고.
‘사실 나도 마음은 같으니까.’
자신들은 같은 사건을 겪고 인연을 맺지 않았는가.
차이점이라면 그는 위기를 스스로 헤쳐 나올 수 있을 만큼 강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로 움직일 추진력이 있었다는 것뿐.
‘이미 강경파와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틀어졌어. 그대로 계속 갔다간 그들에게 무력으로 흡수당했을 거야.’
그렇게 되면 힘이 약한 온건파의 약자들부터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
사실상 같은 이름만 달고 있을 뿐, 다른 깃발 아래에서 서로를 노리는 적이나 다름없었다.
‘증거를 제시했는데도 그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그것을 이번 사태로 뼈저리게 깨달았다.
상층부를 통해 전달한 항의는 강경파의 수뇌부들에게 깔끔하게 무시당했다.
긍정도 부정도 없는 무시.
그나마도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정신이 없었기에 그 정도로 끝난 거지, 아니었으면 이미 무력을 동원해 이쪽을 집어삼키려 들지 않았을까.
그 때문에 진소란도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두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크루를 이끄는 그녀도 온건파의 간부진 중 하나였으니까.
‘전투원들을 모으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겠지.’
이계전송 사태가 시작된 이후 이십여 년이 지났다.
혈맹은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둠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텨온 집단이었는데···.
‘내분이라···, 희생이 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도 없으니.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강경파에 일어난 일은 그들에게 큰 호재였다.
일단 무력을 모으고 대비할 시간은 벌 수 있었으니까.
‘그대로 강경파가 무너졌으면 좋겠지만, 그럴 리는 없겠지.’
그들은 누가 뭐래도 혈맹의 무력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벌이었다.
온건파에 비하면 몇 배나 차이가 나는 게 사실.
균형을 지키려는 중립파의 존재로 인해 지금까지나마 버텨온 것이다.
그나마도 강경파가 손실을 감수하고 본격적으로 나서면, 둘 다 함께 무너질 테지만.
그런 이유로 진소란은 하인즈가 먼저 밝히기를 기다리며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지금까진 이쪽에 도움이 되고 있었고, 만약 그가 도중에 배신하더라도 딱히 잃을 게 없었으니까.
‘그 악명이 자자한 흑마력 사용자와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막강한 무력을 바탕으로 범죄자들을 사냥하는 하회탈.
그와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인지, 단순히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때가 되면 그가 설명해 주지 않겠는가.
‘지금은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
지금 자신이 할 일도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오하~ 트하~ 반갑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이렇게 제 방송을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소란··· 아니, 인터넷 방송인 오키드는 밝게 웃으며 자신을 비추는 캠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자신의 취미도 만족시키고 돈도 벌 수 있는 직업.
온건파는 사회 시스템에 편승하는 것을 모토로 삼는 만큼, 돈은 아무리 있어도 부족했다.
혈액팩을 구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했으니까.
복잡한 문제는 잠시 제쳐 둔 그녀는 활기차게 방송을 이어갔다.
취미가 일이 되면 즐거움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대중의 관심이 고팠던 그녀에게는 딴 얘기일 뿐이었다.
***
진소란에게 슬쩍 단서를 흘린 것은 의도한 행동이었다.
숨긴다고 딱히 얻을 수 있는 것도 없고, 직접 당한 게 있는 그녀는 강경파에게 적대적이었으니까.
‘무엇보다 혈맹을 집어삼키기 위해서는 어차피 밝혀야 할 사실이지.’
실컷 먹기 좋게 손질해 놨는데 남에게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아랫사람이 따르게 하기 위해선, 먼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강경파의 음모를 분쇄하고 그들을 처단하는 건 훌륭한 업적이 되지.’
물론 일이 끝나면 대놓고 밝힐 생각이긴 하지만, 지금은 이 정도 힌트를 준 것으로 충분했다.
이쪽도 진소란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었으니까.
하나의 조직을 집어삼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그러기 위해선 우선 자기 사람부터 만들어야 하는 법이었다.
그녀는 가장 유력한 오른팔 후보이니만큼, 지금부터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건 그렇고, 여기는 상당히 철저하게 준비한 것 같군.’
하인즈는 지금 「은폐」를 이용해 어둠 속에 숨은 채, 산속에 위치한 고급 별장을 노려보는 중이었다.
그의 두 눈에 깃든 「간파」의 힘으로 별장의 방비 상태가 까발려졌다.
‘결계도 그렇고 경계 레벨도 상당한데···, 내부에 있는 이들의 수준이 장난 아니군.’
물론 못 이겨낼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으니까.
[크흐흣, 은밀하고 빠르게 잠입해서 수뇌부부터 해치우면 되겠지.]한스와 하인즈가 함께 이 별장에 온 이유.
바로 얼마 전에 우연히 얻은 정보 때문이었다.
그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강경파의 수뇌부들이 모여서 회의를 가진다는 내용.
그 정보의 출처가 상당한 발언권이 있던 놈이었고, 정보 자체가 굉장히 은밀하게 암호화 되어있어서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아주 좋은 기회였으니까.
‘수뇌부들을 일망타진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일이 더 수월해지겠지.’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로 봤을 때, 강경파의 수뇌부 정도는 그들 둘만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한스는 원래부터 강했고, 이제는 하인즈도 그에 못지않았으니까.
하지만 만약의 사태라는 것이 있는 법.
그래서 일단 상황을 직접 살펴보고 공격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었는데···.
‘이 정도 수준이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걱정이 과했던 것 같다.
물론 전부 일망타진하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겠지.
한스는 먼저 별장 주변을 넓게 돌며 내부를 감싸는 결계를 설치했다.
감지용 사역 마법을 연구하며 은밀성에는 도가 튼 한스의 마법에 하인즈의 「은폐」를 더하니, 그야말로 감쪽같은 결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발동되기 전까지는 절대 발각될 일 없겠군.’
모든 작업을 마친 직후, 한스가 어둠에 휩싸인 채 하인즈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하인즈는 자신에게 「은폐」를 걸고 은신을 사용해 모습을 감췄다.
스킬이 아닌 「혼혈진화」를 통해 배운 혈마력 운용 테크닉.
하지만 거기에 「은폐」의 힘까지 곁들어지니 어지간한 투명화 못지않은 효과가 있었고, 덕분에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별장에 다가설 수 있었다.
‘방범 장치들도 잔뜩 설치되어 있군. 진혈이 되기 전이었다면 이렇게 쉽게 무력화하긴 힘들었겠지.’
적외선이건 뭐건 한계를 초월한 하인즈의 감각에 모조리 감지되었으니까.
방범 카메라의 감시 범위는 물론 숨겨져 있는 전자장비에서 새어 나오는 미약한 전자파까지 느낄 수 있었으니, 이제 현대의 과학 기술로는 하인즈를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곳곳에서 보초를 서는 흡혈귀들과 방범 장치를 피해 별장에 다가선 하인즈는··· 건물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화려한 외관을 한 커다랗고 멋들어진 건물.
···아무리 찾아봐도 열린 문은 보이지 않았다.
‘아··· 원래 이쯤에서 문이 열린 다음, 누가 드나들 때 같이 숨어 들어가야 하는데.’
그것이 약속이건만.
역시 현실과는 다른 법이었다.
한참 건물 주변을 돌아다녀 봤지만, 어찌나 문단속을 잘했는지 열린 창문 하나 없었다.
여전히 누군가가 별장을 드나들 기색도 보이지 않았고.
‘후우, 어쩔 수 없지.’
하인즈는 구석진 창가로 향해 주변에 「은폐」를 최대한 강하게 발동했다.
‘됐다. 이 상태로···.’
한스가 숨어있는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그러다 한쪽 귀퉁이가 길게 늘어지며 창틀 사이로 스며들었다.
창문에도 경보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형체가 없는 그림자에는 무의미할 뿐이었다.
그렇게 창문을 사이에 두고 안과 밖이 그림자로 연결되었다.
스스슥—
바깥에 서 있던 하인즈의 몸이 서서히 바닥으로 빨려들어 가고···.
건너편까지 뻗은 그림자 위에서 조용히 솟구쳤다.
‘경보 장치 반응 없음. 이쪽을 찍는 카메라도 없고. 완벽하군.’
은밀한 마법 발현에 일가견이 있는 한스와 「은폐」의 힘이 더해지니, 흑마력의 누출 없이 자연스럽게 침입할 수 있었다.
‘놈들이 모인 곳은, 1층 로비와 연결된 방인가.’
위치를 다시 확인하고 흡혈귀들의 기척이 모인 곳으로 조용히 이동했다.
일단 수뇌부가 있는 곳까지 이동한 후, 결계를 발동해 아무도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머리부터 일망타진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로비의 안까지 도달했을 때···.
‘응?’
하인즈의 감각에 이질적인 기척이 감지되었다.
공감각을 얻고 익숙해진 초월적인 감각이 경종을 울렸다.
그리고 그림자에 숨은 한스는 그 정보를 가지고서야 한발 늦게 이상을 감지했다.
대응은 즉각.
혈마력을 끌어올리고 곧바로 전투 태세를 갖춰 주변을 경계하는 순간.
지이잉—
그와 동시에 하인즈가 들어선 로비를 둘러싸고 정체불명의 결계가 발동했다.
‘아니, 로비뿐만이 아니라···, 건물 전체를 사용해 구축된 결계다.’
한스가 작동을 시작한 결계를 빠르게 진단했다.
···그래, 그 한스가. 결계가 발동하기 전에 먼저 눈치채지 못했다.
‘···나름 한스의 마법 수준에 자신 있었는데. 이거 자존심 상하네···?’
솟구치는 짜증에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불평할 여유는 없는 듯했다.
결계의 발동과 동시에 하인즈를 감싼 「은폐」의 힘이 약해지더니, 기어코 그의 모습이 노출되어 버렸으니까.
“이거 원~ 하회탈을 잡으려고 했는데 웬 흡혈귀가 나타났네?”
로비에 위치한 거대한 계단 꼭대기.
난간에 기댄 한 남자의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덜컹!
스스슥—
그와 동시에 하인즈가 목표로 한 방문이 벌컥 열리며 흡혈귀 무리가 튀어나와 순식간에 주변을 포위했다.
하인즈가 「간파」로 미리 감지했던 인원들.
‘이거··· 제대로 당한 것 같은데?’
어느새 나타난 검은 복면인들이 2층 난간을 둘러싸고 그가 서 있는 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들은 그가 미리 감지하지 못했던 놈들이었다.
“그래서··· 너는 누구니? 하회탈과는 무슨 관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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