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402)
헬라와 마룡 공작이 대면한 곳과는 다른 전장.
그곳에서도 한창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시 심연의 괴물들이 밀려옵니다!”
“요격 준비! 놈들이 다가오기 전에 최대한 많은 수를 해치워야 한다!”
“대모님! 다크 네스트의 선봉대들도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단단히 수비를 굳히고 있는 헬헤임과 그들을 향해 연신 공격의 고삐를 조이는 다크 네스트의 군세.
한 차례의 싸움이 끝난 이후 태세 정비를 지휘하던 드림 워커의 대모 리리아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전격적인 작전을 통해 상대의 영토를 점거한 것까진 좋은데, 그 이후로 계속되는 적군의 공습은 정말 지독하기 짝이 없었다.
“후우, 저 끈질긴 놈들은 아무리 죽여도 도무지 끝이 보이질 않는구나.”
짜증 섞인 짧은 한숨을 토해낸 그녀가 적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한편에 생겨난 몇 개의 칠흑 같은 균열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새하얀 몸체를 지닌 이형의 괴물들이 끊임없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언제 봐도 역겹게 생겼네. 정말 고약한 취미야.”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리리아나로서는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끄르륵! 끄륵!] [아아···! 배고파아!] [가자, 간다! 피 냄새가 나는 곳!]단순히 신체 부위가 비틀리거나 뒤섞인 정도는 애교였다.
머리 대신 자리한 커다란 눈알에 이빨이 달린 괴물부터 오직 머리들로만 이루어져 굴러오는 큼직한 구체, 심지어 여러 개의 인간형 상체가 길게 이어져 수많은 팔들을 지네 다리처럼 움직이는 괴물까지.
신체의 조합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수가 현실이 되어 전장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쪽도 슬슬 조바심이 나나 보구나. 처음 병력을 투입했을 때보다 더 거칠어진 것 보니. 하긴, 거의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에 갑자기 이렇게 밀릴 줄은 미처 몰랐을 테니 당연한가.”
피식 웃은 그녀가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지금은 한 손이라도 급한 상황이었으니 지휘관이라고 가만히 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쫘아아악—!
그녀의 손짓에 따라 그 궤적에 걸린 전방의 모든 것들이 일시에 찢겨나갔다.
그 압도적인 파괴력에 비산하는 잔해가 꽃잎처럼 휘날리는 가운데.
손아귀에 돌아온 장미 넝쿨 같은 채찍을 다시 움켜쥔 리리아나가 날카로운 눈으로 한 차례 주변을 훑었다.
삶과 죽음이 격렬하게 충돌하며 폭발하는, 세상에서 가장 격렬한 감정이 들끓는 전쟁터.
하지만 이곳은 그녀가 질리도록 경험한 전장과는 많은 것이 달랐다.
병력 구성원의 수준부터 시작해 아군의 사기와 전황까지 전부.
‘이런 상황인데 내가 힘들다고 불평할 입장은 아니지.’
지금 이 상황은 원래라면 오지 않았을 기회였다.
만약 그분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드림 워커는 언제가 되었든 어브노말이나 다크 네스트에게 잡아먹히고 산산이 분해되고 말았을 테니까.
지금은 흔적만 남은 투마 공작의 ‘버닝 인베르노’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
품 안에서 느껴지는 퀸의 정수를 한 차례 쓰다듬은 그녀의 입가에 아름다운 미소가 맺혔다.
하사받은 직후부터 공들여 진행하던 정수의 가공이 곧 완전히 끝난다.
직계 혈족의 정수여서인지 생각했던 것보다 정제가 더 빨리 이뤄지고 있었다.
‘이걸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러면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더 편해질 것이다.
단순히 이곳뿐만이 아니라 헬헤임 전체가 그 수혜를 보게 되겠지.
당연히 최전선에서 그들을 이끄는 수장 헬라에게도 큰 도움이 될 터.
‘뭐, 그분이야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겠지만. 언제나 기대했던 것 이상을 보여주시는 분이니.’
지금까지 헬헤임의 군세가 이뤄낸 실적은 전적으로 군주인 헬라 덕분이 아니던가?
리리아나는 자신들의 위대한 지배자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헬헤임에 승리를! 헬라 님께 영광을!”
그리고 그것은 이곳에 있는 헬헤임의 군세 모두에게 마찬가지였다.
“헬헤임에 승리를! 헬라 님께 영광을!”
“저 괴물들을 모조리 쳐 죽여!”
“헬라 님을 위해 죽음을 바쳐라!”
상대가 고위 악마건 끔찍한 괴물이건 신경 쓰지 않고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군세.
충성스러운 병사보다는 광신도에 더 가까운 그들은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다.
콰아앙—!
고착화되어가던 마계의 판도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대부분의 대항자들을 굴복시키고 한창 전세 굳히기에 들어가던 다크 네트스의 계획에 제동을 거는.
그들이 짜놓은 판을 뒤집는 혁명의 바람이.
***
상공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앙—!
공간이 뒤틀리며 충돌한 여파로 생긴 그 굉음은 강한 충격파를 동반한 채로 전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에 영향을 받은 지상의 존재들이 앓는 소리를 내며 저마다 대응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정작 그 소란을 만들어 낸 당사자들은 그쪽에 작은 관심 하나 줄 수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잠시라도 한눈을 팔았다간 흐름이 상대에게 완전히 넘어가 버릴 테니까.
[잡종이 아직도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네가 진짜 르레이에라도 되는 줄 아느냐!]쿠르릉—! 빠지직—!
벼락같은 용언과 함께 여섯 개의 눈 중 하나가 빛나며 거대한 마룡의 곁에 수백 개의 벼락의 검이 생겨났다.
막대한 힘이 깃든 것은 물론 하나하나의 크기가 수 미터에 달하는 강맹한 공격.
그것들은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쏘아져 전면의 모든 공간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참 성질 한번 급하네. 그리고 잡종 잡종 거리지 좀 말지? 너도 이민 온 처지인 주제에 누구보고 큰 소리야?”
그 공격이 닿기 전, 지배한 공간을 강제로 접어 몸을 이동시킨 헬라가 투덜거렸다.
아무리 그녀가 혼혈이라지만 무수한 계통의 악마족들이 한데 뒤섞여 살아가는 마계 사회에서는 그리 특별한 경우도 아니었다.
오히려 지상의 드래곤 출신인 주제에 마계로 넘어와 정착한 마룡 크루샤이어야말로 정말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지.
“뭔가 규율이라도 어기고 마계로 도망쳐 온 것 같은데, 아무리 마계라도 범죄를 저지른 도망자 출신을 대표로 세우는 건 모양새가 영 그렇잖아? 그러니 지금까지 물만 먹은 거 아냐?”
[···죽여주마!]놈의 세 쌍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대충 넘겨짚은 건데 아무래도 정곡이었던 모양.
지금까진 감히 그 앞에서 그것을 언급하는 이가 없었겠지만, 헬라에게 상대의 기분을 고려해 줄 의리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언제나 진실은 뼈아픈 법이지. 그래도 현실을 마주해야··· 이크!”
진심을 담아 상대를 조롱하던 헬라가 급히 한쪽 날개를 접으며 몸을 비틀었다.
그 직후 자신이 있던 곳을 스치고 지나가는 기묘한 파동.
헬라는 그 궤적을 따라 공간에 가득하던 마력이 깨끗하게 지워진 것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참 대단하긴 하네. 괜히 이 마계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게 아니란 건가.’
원래 드래곤이라는 종족 자체가 신비를 발현하는 데에 특화된 종족이라고는 하나, 그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그런데 마계로 넘어와 이곳의 기운에 적응해 육체를 변형시키는 걸 넘어 이런 다양한 이능까지 몸에 품을 정도라니!
과연 수천 년 동안 유력한 마왕 후보라고 불릴 만한 놈이었다.
‘좋아, 아주 좋아.’
헬라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반짝이는 그녀의 두 눈은 한 시도 마룡 공작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도발을 하고, 공격을 회피하고, 반격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
쿠르르릉—
그녀의 근처에서 기묘한 진동음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사방의 빛이 굴절하며 일대의 형상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지배하에 들어온 주변 공간이 한데 뭉치고 압축되며 그녀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나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상대를 조롱하고 시간을 끌면서 준비한 한 수.
가벼운 웃음을 흘린 헬라가 무언가를 쥔 손을 채찍처럼 내리쳤다.
그리고 그 직후.
꽈르르르릉—!
태산이 무너지는 듯한 거센 폭음과 함께 마룡이 체공하던 공간이 한껏 일그러졌다.
하늘이, 빛이, 공기가, 중력이, 마력이.
아니, ‘세상’ 그 자체가 형상을 이룬 채 목표에게 이빨을 들이밀었다.
자신을 지배하는 주인의 뜻에 따라.
공간을 가르는 정도가 아닌, 세상 그 자체를 휘두르는 일격.
온전히 자신만의 능력이 아니라 마왕으로서의 영향력이 강해진 이 마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한정적인 일격이었으나, 그런 만큼 발휘할 수 있는 위력은 가히 초월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법이구나. 과연, 시파르를 사냥할 정도는 되는군.]물론 그것도 제대로 맞았을 경우에나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입가를 비튼 헬라가 고개를 돌려 마룡이 몸을 피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기운이 조금 쇠한 것 같긴 했으나 그는 여전히 겉으로 보기엔 큰 상처 없이 건재한 채였다.
“흐음, 혹시나 했는데. 역시 미래 예지인가?”
[흥, 이 몸이 그런 뻔한 공격에 당해줄 것 같은가?]말을 돌리고 있었지만 그녀를 속일 수는 없었다.
상대의 여섯 개의 눈 중 두 개가 활성화되었다는 것을 간파한 헬라가 조용히 입술을 핥았다.
‘하나는 예지안인 게 분명한데. 그래도 그리 긴 미래를 볼 수 있는 건 아닐 거야. 기껏해야 몇 초 정도겠지.’
그러나 그들 정도 되는 수준에서 그 몇 초는 승패를 판가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당연히 함부로 남용할 순 없겠지만 그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건 사실.
더구나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몇 초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저렇게 멀쩡할 수 없어. 방금 그건 알고도 피할 수 없는 종류의 공격이었으니까.’
지배하에 들어온 공간 전체를 하나로 뭉쳐 휘두르는 한 수.
범위 안의 세상 전체가 공격 수단이자 사정거리인 만큼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회피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피격 지점이 멈췄었지. 절대 방어나 무효화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시간 정지 능력인가?’
아주 제한된 범위를 찰나의 순간만 멈출 수 있더라도 그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거기에 미래 예지까지 더해진다면 저렇게 멀쩡한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마안들이 하나같이 비범하기 짝이 없네. 저런 걸 그냥 스스로의 힘으로 개화한 건 아닐 테고. 그럼 역시···.’
가장 처음 시도했다가 이쪽에겐 통하지 않는 걸 확인하고 포기했던 ‘정신 공격’의 마안과 번개 등을 다루는 ‘원소 지배’의 마안, 「마천의 세계」의 사용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마력 소멸’의 마안까지.
이걸로 밝혀진 마안의 종류만 모두 다섯 개였다.
‘저런 사기적인 능력들을 가지고도 마왕이 되지 못했다니. 대체 전대 마왕들은 얼마나 대단했단 거지?’
내심 감탄한 헬라가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그런 마왕을 토벌하기까지 한 과거의 사람들은 대체 얼마나 강력했단 말인가?
물론 마계의 기운을 받아들여 악마화한 마룡 공작은 이곳에서 더 강해진 상태라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걸로 그들의 능력을 폄하할 수는 없었다.
그 이후로도 전장의 상공에서 펼쳐지는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공격을 피한 방향으로 기다렸다는 듯 브레스가 날아든다.
공간을 제어해 그 궤적을 비틀려 했지만 이미 그곳에 파고들어 있던 상대의 기운이 그녀의 지배를 방해했다.
어찌어찌 공격을 막고 반격을 가해 연격을 끊어내긴 했으나 놈에게 큰 피해를 주진 못했다.
콰과과광!
시도 때도 없이 번쩍거리는 섬광과 천지를 뒤집는 듯한 요란한 굉음.
간혹 그 여파가 지상까지 닿아 한창 전쟁을 치르던 양측에 큰 피해를 낳기도 했지만, 그들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조금 버겁네. 마안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도 그렇고, 능력을 사용하는 게 굉장히 노련해.’
사실 「마왕」과 「섬멸자」가 없었으면 대등한 싸움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용할 수 있는 힘의 총량은 헬라도 절대 뒤지지 않았지만, 이능의 숙련도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으니까.
상대는 이 투쟁의 땅인 마계에서 수천 년 동안 정상에 군림해 온 존재였으니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상황은 나쁘지 않아. 덕분에 내 숙련도도 빠르게 오르고 있고.’
그만한 강적을 상대한다는 사실이 『성장의 비약』을 비롯한 여러 보정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그녀의 능력 또한 빠르게 숙달되고 있었다.
마계에 온 직후부터 이 전장에 도착하기까지보다 마룡 공작과 맞상대하며 오른 숙련도가 더 클 만큼.
거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왕으로서의 영향력’이 계속 증가하고 있었으니···.
그 사실을 눈치챈 마룡 공작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적이 자신과 싸우는 와중에도 실시간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어찌 평정을 유지할 수 있으랴.
이대로 계속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일까?
결국 그는 끝까지 아끼던 마지막 마안을 발동했다.
[죽어라!]똑바로 헬라를 바라보며 보랏빛 광채를 발산하는 마룡의 ‘역안’.
키이잉—
“큭!”
귓가에 이명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헬라의 날갯짓이 흐트러지며 몸이 휘청거렸다.
양 눈을 비롯해 얼굴의 칠공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피.
그렇게 당하고 나니 비로소 놈이 아끼고 있던 여섯 번째 마안의 능력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즉사의 마안···?’
시선을 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최악의 마안.
아끼고 아끼다 이제야 사용하는 걸 보니 함부로 쓸 수 없는 능력인 것 같았지만, 그 위력만큼은 두말할 것도 없는 수준이었다.
‘···칫, 차라리 「즉사 면역」 특전이 발동했으면 피해를 완전히 무시할 수 있었을 텐데.’
다만 헬라의 격이 너무 높은 나머지 마안에 당하고도 ‘즉사’ 판정이 나오지 않은 게 문제였다.
그 때문에 괜히 반감된 피해를 입은 그녀가 목구멍에 치민 핏물을 토해내곤 날갯짓을 바로 해 몸을 수습했다.
[이제야 좀 꼴이 볼만해졌구나.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끝내주마!]놈에게도 상당히 부담이 갔는지 바로 후속타가 들어오진 않았지만, 헬라가 더 큰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이대로 계속 싸운다면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을 터.
“흐.”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마침 방금 처음 설정했던 목표를 이룬 참이었으니까.
헬라의 붉은 눈동자에 광망이 어렸다.
싸우는 내내 한시도 상대를 놓치지 않았던 그녀의 집요한 눈길이 마룡이 가진 세 쌍의 역안에 고정되었다.
‘이걸로 여섯 번째 마안까지 전부 확인했다. 어떤 술식을 통해 하나로 엮인 저 인공 마안을.’
첫 대면에서 그의 마안과 격돌한 순간, 그녀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 마룡 공작이 사용하는 마안은 자신의 것과 근원을 같이하는 것이라는 걸.
14대 마왕 르레이에가 13대 마왕인 부친에게 물려받은— 서큐버스 혼혈인 그녀의 나머지 절반인 ‘마안족’의 힘이라고!
‘대체 놈이 어떻게 그 힘을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마안족 여섯의 안구를 적출해 거기에 깃든 신비를 자신에게 이식하기라도 한 거겠지.
그 자세한 방법까진 당장 알 필요가 없었다.
중요한 건, 놈의 안구 구조는 물론 마안의 발동 메커니즘까지 자신과 완벽히 일치한다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뿌리가 같다고 해도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능력을 따라 할 순 없었다.
하물며 마룡 공작 정도 되는 상대의 내부를 꿰뚫고 기운의 흐름을 읽는다는 건 어불성설.
하지만 그녀에겐 그 모든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이 하나 있었다.
《개체가 조건을 달성하여 성장합니다. 특수스킬「지배의 마안」이 「칠색 마안」으로 진화합니다.》
눈으로 본 상대의 기술을 따라 할 수 있게 해 주는 스킬.
「흉내내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