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409)
마계의 신전 (3)
축 늘어진 몸이 격렬하게 흔들린다.
어지러울 정도로 속을 뒤집는 그 최악의 승차감에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지만, 미야모토 켄은 질끈 눈을 감으며 억지로 그것을 눌러 삼켰다.
여기서 정말 뭔가를 게워 내기라도 했다간 그의 거친 상사가 무슨 짓을 할지 몰랐으니까.
“흡, 후우··· 후.”
“형씨, 괜찮아? 아직 버틸 수 있지?”
“카하핫! 정 못 참겠으면 미리 말해 달라고! 편하게 토할 수 있게 만들어 줄 테니까!”
가빠지는 호흡을 억지로 추스른 그에게 호쾌한 목소리가 말을 걸었다.
처음엔 고작 대형견 정도의 크기였던 삼두견.
지금은 완전히 뻗어버린 그를 등에 태울 수 있을 정도로 덩치가 커진 데이비슨이었으나, 켄에겐 갑자기 변한 상대의 크기를 지적할 여유조차 없었다.
‘···편하게? 그건 대체 어떻게 해준다는 거지?’
그저 내면과 육체 안팎으로 뒤흔들려 정신이 없는 와중, 상대의 말꼬리를 잡듯 그런 쓸데없는 생각만 떠오를 뿐.
물론 그것도 돌아올 대답이 무서워 차마 되묻지는 못했다.
“···끄응, 죽을 거 같군. 젠장, 갑자기 이게 무슨 봉변인지···.”
앓듯이 읊조린 그 말엔 본인도 인지하지 못한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그가 여기 와서 마주한 진실이 오죽 충격적이었던가?
헬라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이곳에 잠입을 결정했을 때부터 각오는 충분히 했지만, 설마 마룡 공작의 비밀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마주하게 될 줄 누가 짐작이나 했으랴.
지금껏 지구인 출신이었다고 믿어왔던 자신이 알고 보니 진짜 ‘미야모토 켄’도 아닌, 그저 그의 고유스킬에서 파생되었을 뿐인 복제 의식이었다니!
심지어 거기에 저 끔찍한 저주가 섞여 있는 건 물론, 이 몸뚱이 또한 놈의 것이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으니 충격받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뭐, 어차피 악마가 된 시점에서 별로 달라질 것도 없나. 지구로 돌아가는 건 진즉에 포기한 지 오래였으니까.’
그래도 애초에 인간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악마가 되었기 때문인지 그에 대한 혼란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지금은 최대한 정신을 집중해 저주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버티는 것만으로도 바쁘기도 했고.
쿠르릉— 콰앙!
그래서 알아채는 게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언제 나타났는지도 모를, 어떤 낯선 존재가 뒤를 쫓아오는 저주에 대항해 싸우고 있었다는 것을.
“···저건?”
처음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외양과 능력은 아무리 봐도 이쪽 세계관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지 않은가!
“아X언 맨?”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출생의 비밀에 대한 충격이 더 컸던 모양.
하지만 이내 그는 그것이 환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얼핏 인상만 비슷해 보일 뿐이지 자신이 알던 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예 한쪽 팔을 까놓고 있는 것도 그렇고.
‘마도구인가? 그런데 보통 수준이 아니야. 거기다 이 느낌은··· 용언 마법? 마룡 공작과는 느낌이 다르긴 한데. 다른 드래곤의 작품인가 보군.’
갑자기 마주한 익숙한 외양에 당황하긴 했으나, 사실 생각해 보면 디자인이 비슷하다는 것 정돈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이 아우테리카에 넘어온 지구인이 자기··· 아니, 미야모토 켄 혼자만은 아닐 테니까.
누군가에 의해 지구의 히어로물에 대한 정보가 이쪽에 전해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마도구가 제작되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건 그렇다 쳐도···. 확실히 이 세상의 드래곤이 만든 건 다르군. 지구에서 만들어진 건 재료 문제 때문에 도저히 실전에서 쓸 수 없을 수준이라고 들었는데.’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켄이 감탄을 터트렸다.
동체 곳곳에서 사출된 부스터로 음속을 넘어 자유자재로 공중을 누비고, 왼손에서 뿜어져 나온 빔은 고위 마법사가 사용한 파괴 광선을 연상케 한다.
저건 아무리 봐도 ‘진짜’ 전투용 슈트였다.
그것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극의급 정도는 무리 없이 상대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하지만 그 정도 수준으로 저 괴물한테 비비는 건 무리지.’
데이비슨에게 업힌 채 고개만 돌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켄이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뒤이어 일어난 일은 그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제법 버티는 듯했던 히어로가 한차례 공격을 허용한 뒤 비틀거리고는 이내 전력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저걸 맞고도 살아있다고? 파일럿도 생각보다 대단한 것 같군. 대체 누구지?’
저주와 끈끈하게 연결된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저 검은 안개는 공작 수준의 대악마조차 함부로 건들 수 없는 재앙 그 자체라는 것을.
어떻게 이 비밀스러운 곳까지 와서 히어로 행세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작 저 정도 능력을 가지고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으음, 나도 이제 슬슬 한계일지도···.’
그러나.
이변이 발생한 건 그때였다.
“어?”
당황한 켄이 저도 모르게 외마디 소리를 내뱉었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멈춰 선 히어로가 다시 뒤돌아서 자신을 쫓아오던 저주와 마주했다.
쩔그렁— 쩔렁—
켄의 귓가에 나직한 쇠사슬 소리가 흘러들었다.
아니, 그건 귀로 들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머리에서··· 가슴속에서··· 영혼에서 울리는 미지의 소리.
“이건··· 대체 뭐지?”
그는 진심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조금 전, 무언가가 자신의 심장을— 영혼을 옭아맸다는 것을.
그 주체가 누구인지는 굳이 말할 것도 없었다.
“어떻게··· 이런?”
가슴이 술렁거린다.
마치 헬라를 마주한 것처럼 까닭 없는 존경과 경외심이 솟구친다.
있을 수 없는 일,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감각을 느낀 것은 히어로와 직접 마주한 검은 연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방으로 소리 없는 괴성이 퍼져 나갔다.
하지만 그 안엔 이전까지와는 다른 감정이 물씬 담겨있었다.
당황, 불신, 부정 등.
그러나 히어로는 그런 상대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알 수 없는 구속에 저항하기 위해 꿈틀거리는 저주에게 천천히 오른팔을 내밀어 겨누었다.
금속 슈트를 입지 않아 훤히 드러난 맨팔을.
그 직후.
팔에서 솟구친 거대한 검은 불꽃의 동양용이 그대로 정면으로 쏘아져 나가 검은 연기와 충돌했다.
쿠르르르릉—!
지금까지와는 다른 압도적이고 장엄한 광경.
하지만 저주와 끈끈하게 엮인 켄은 그것을 그저 감탄만 하고 바라볼 수 없었다.
느껴졌다.
저 검은 연기를 이루고 있는 끔찍한 힘이 득달같이 달려든 검은 용에게 급속도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걸.
그건 거대한 공룡이 강아지 목줄에 끌려 개집에 갇히는 것 같은, 보고도 믿기 힘든 불가사의한 장면이었다.
“설마 진짜 흑염룡에 저런 힘이 있었다니···.”
일본인의 기억을 가진 악마 켄이 나직이 침음을 흘렸다.
그리곤 줄곧 애써 외면하던, 검은 기운에 휩싸인 히어로의 팔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끝에 연결된 동양용을 따라 차곡차곡 기운을 흡수하고 있는 오른팔.
그걸 보고 있자니 성인이 된 후 깊고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사춘기의 아픈 과거가 스멀스멀 치밀어 올랐다.
‘···아니, 그건 내 과거가 아니야.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단호한 손절로 본체와의 연관성을 부정한 그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 와중에도 한껏 몸을 부풀린 흑염룡이 맹렬하게 저주를 빨아들이고 있었지만, 저것 덕분에 딴생각을 해도 될 정도로 여유가 생긴 그에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흑염룡이라···.”
이젠 완전히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부끄러운 추억.
하지만 진짜 악마로 새로 태어난 입장에서 보자면 또 다르게 느껴졌다.
“나도 다시 한번 만들어 볼··· 아니, 아니지!”
한쪽 팔에 깃든 미지의 힘이라니, 너무나도 악마의 취향에 딱 맞는— 지극히 악마 친화적인 능력이지 않은가?
그에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던 그가 황급히 말을 주워 담곤 자신을 자극하는 악마의 본능에 나직이 욕지기를 내뱉었다.
“음? 형씨도 저런 거 좋아해?”
“오호, 그랬군. 멋진 취향이잖아? 크하핫!”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나는 다 이해하니까!”
상황이 변한 후 자리에 멈춰 섰던 데이비슨이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굉장히 흐뭇하다는 듯, 어쩐지 저가 다 뿌듯해하는 기색으로.
[————!]그들은 거대한 신전의 복도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방금 막 완전히 사라져 버린.
공간을 가득 채우며 밀려들던 검은 연기가 있던 자리를.
***
자신의 오른팔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헤스페론이 혀를 찼다.
‘역시 온전히 소화하는 건 무리인가.’
검은 용이 휘감고 있던 팔은 이제 문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체가 새카맣게 물들어 있었다.
수준에 맞지 않는 과한 힘을 거두면서 생긴 부작용.
먹구름 속을 노니는 것처럼 그 안에서 흐릿한 용의 형상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으나, 이전과는 달리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은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맹약의 사슬」 덕분에 강제로 거두긴 했는데, 완전히 굴복하지 않은 놈이 호시탐탐 반란을 일으킬 기회만 엿보고 있는 탓이었다.
“뭐, 그 정도는 감수해야겠지.”
사실 그가 이것을 감당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전투력의 대부분을 티탄 슈트와 「갈망의 오른팔」에 의지하고 있는 그의 순수한 경지는 아직 극의에도 채 미치지 못한 상태였으니까.
‘뭐, 생각해 보면 이게 정상이기는 한데···.’
특별한 만큼 제약도 많은 마계와 천계를 제외하면, 초월자의 수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대륙에선 극의야말로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수준의 강자이지 않던가?
따지고 보면 지금 헤스페론의 성장세만 해도 남들은 절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수준이었다.
그동안 기연으로 빠르게 성장해 줄곧 큰물에서 놀았기에 자신의 성에 차지 않을 뿐이지.
“···하긴, 내가 언제부터 정상적으로 성장했다고.”
피식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한스가 불사왕의 파편을 얻어 급격히 강해진 뒤로 자신의 성장 방향성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바타」와 그 외 여러 스킬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위험성 같은 건 죄다 무시하고 억지로 기연을 쑤셔 박는 것.
그런 방식의 빠른 성장에는 그만한 부작용이 동반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그런 것 따윈 전혀 개의치 않았다.
바로 지금처럼.
《개체가 조건을 달성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특수스킬「암혼 사역」과 「암혼 해방」을 획득합니다.》
《저주받은 암혼의 침식이 시작됩니다. 침식이 일정 수치에 도달하면 계약의 주도권이 역전됩니다.》
《현재 육체 침식률 : 7% / 정신 침식률 : 0%》
뻣뻣해진 오른손을 주무른 헤스페론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거 지금까지처럼 쉽게 억누를 순 없겠네.’
계획했던 대로 이전보다 강해진 건 틀림없었다.
이 오른팔에 깃든 저주, ‘암혼’은 초월에 이른 이조차 죽음에 이르게 만들 수 있는 치명적인 힘이었으니까.
아마 그냥 해방하는 것만으로도 주변 일대를 저주받은 땅으로 만들 수 있겠지.
“으음, 역시 이대론 안 되겠는데.”
하지만 그만큼 관리가 더 까다로워진 건 어쩔 수 없었다.
정신 침식이야 「마인드 허브」와 「영혼 방화벽」이 있으니 신경 쓸 필요 없으나, 육체 침식은 이야기가 달랐으니.
다시 팔에 두른 봉인용 붕대에 조금씩 검은 얼룩이 생기는 것을 본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당장은 괜찮아 보이지만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두면 언젠가 큰 사달이 나고 말 거다.
‘최대한 빨리 전용 봉인구를 만들어야겠군.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필요한 인력은 충분하니 문제 될 건 없었다.
자신에겐 불사왕과 성자는 물론 하이 엘프, 마왕, 드래곤에 명장급 장인인 드워프까지 있었으니까.
‘흠, 호루스의 「천류 도술」로 제마(制魔)의 인(印)도 섞어야겠어. 암혼도 강환계의 도술엔 내성이 없을 테니 제법 도움이 되겠지.’
필요한 재료는 휴버트와 카르마 상점을 통해 공급하고, 여차하면 라일리 황태녀와 리에스타 성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 외에도 세계수의 부산물이나 「황금의 보고」의 보물들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으니 사실상 자신에게 제한 따윈 없는 셈이었다.
“그럼, 챙길 것도 다 챙겼고.”
헤스페론이 슬쩍 시선을 돌렸다.
거인들이 지은 것처럼 거대한 신전 한편, 자신이 있는 장소와 제법 떨어진 곳.
그곳엔 삼두견 데이비슨과 악마 켄이 가만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필요한 도움도 줬으니까—.’
이만 가 볼까.
슈트 헬멧 속에서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굳이 여기에 합류해서 뭘 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은 그냥 저주 하나만 보고 냉큼 달려왔을 뿐인 불청객이었으니.
‘남은 건 알아서 하라고 하고. 난 얼른 돌아가서 봉인구나 새로 만들어야지.’
그렇게 자기 필요한 것만 홀랑 챙긴 정체불명의 히어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왔을 때처럼 소리 소문도 없이 조용히.
***
“···대체 뭐였던 거지?”
켄이 황당하다는 듯 멍하니 중얼거렸다.
혹시나 해서 여러 차례 확인해 봤지만 확실했다.
진짜 그냥 그렇게 가 버린 것이다!
“아니, 진짜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가 버린다고? 자기가 진짜 비밀 히어로야 뭐야?”
답답함에 가슴을 두드린 그가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최소한 통성명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설마 저리 나올 줄은 그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대체 정체가 뭔지, 이 신전엔 어떻게 들어왔는지, 도와준 목적이 뭐였는지, 그 슈트는 누가 만든 건지, 자신의 영혼을 얽매었던 사슬은 뭔지, 집어삼킨 마왕의 저주는 어떻게 된 건지 등 묻고 싶은 것이 산더미 같은데!
‘그보다 이곳에선 어떻게 빠져나간 거지? 이 신전에서 그리 쉽게 빠져나갈 순 없을 텐데.’
공간이동의 파장은 감지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그냥 존재 자체가 이곳에서 깨끗하게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생각나는 게 한 가지밖에 없었다.
‘고유스킬··· 역시 각성자였던 건가. 그 슈트와 동양용을 봤을 때부터 혹시나 했건만.’
아우테리카의 용은 전형적인 서양용이었다.
당연히 일본인의 기억을 가진 켄에게 그 히어로가 다루던 흑염룡은 이질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부럽군. 그 끔찍한 저주를 봉인할 정도의 능력에다 드래곤이 직접 그런 슈트를 만들어 줄 인연까지 있다니. 분명 지구로 돌아가서도 떵떵거리며 살겠지.’
자신은 이 모양 이 꼴인데 말이다.
마계로 납치되어 제물이 되어버린 건 물론, 아예 그 기억을 물려받았을 뿐인 복제품이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악마.
정신을 뒤흔들던 저주가 사라진 덕분에 자신의 처지를 냉정하게 되돌아볼 수 있게 된 켄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지구인들은?”
그러다 제물로 바쳐졌던 이들에게 생각이 미친 켄이 외쳤다.
거기엔 그의 본체도 있었는데!
그 검은 안개가 나타난 순간부터 워낙 정신이 없었던지라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걸 이제 알았어? 얼른 가 보자고.”
“놈이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거길 빠져나왔으니 괜찮을 것 같긴 한데···.”
“대법의 제물로 바쳐진 이들이니까 나름의 안전장치도 있겠지.”
켄은 데이비슨과 함께 서둘러 처음 향했던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그가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
“······.”
정신을 차린 듯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내.
진짜 미야모토 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