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42)
습격 (3)
콰드드득—
날아드는 핏빛 손톱을 쳐내기 무섭게 오금을 노린 발차기가 가해졌다.
화르륵!
불시에 피어오른 아름다운 붉은 꽃잎이 시선을 현혹하고, 그 틈을 노린 상대는 어느새 후방에서 주먹을 꽂아 넣고 있었다.
“크윽··· 무슨 놈의 속도가···!”
혈맹의 7레벨 흡혈귀, 베타 원은 공격을 막으며 이를 갈았다.
전신을 핏물에 담갔다 뺀 듯 온몸이 붉게 변한 그는, 자신의 신체 능력에 큰 자부심이 있었다.
술법보다는 육체에 특화된 차원 출신이었고, 그곳에서도 고유스킬인 「금강불괴」와의 시너지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지구에 돌아와서는 알파를 제외하고는 근접전에서 져 본 적이 없었다.
가디언과의 충돌에서는 먼저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건 일대일도 아니었고 계속 싸워봤자 괜히 문제가 커질 소지가 있었으니 논외였다.
그랬기에 그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콰앙! 쾅!
서로의 팔다리가 교차할 때마다 공기를 진동하는 충격음이 퍼져나갔다.
근접해서 벌어지는 박투.
상대는 생각 이상의 수준 높은 무술을 구사하고 있었다.
공격을 흘리며 전신을 이용해 급소를 노리는 모양새가 굉장히 능숙했다.
그래도 수십 년을 싸움으로 보낸 자신에게는 부족함이 있는 것이 사실.
뿌득!
몇 번의 페이크를 거치고 상대의 가드에 박힌 주먹에서 확실한 타격감이 전해졌다.
기회를 잡은 베타 원이 자신의 튼튼한 몸을 믿고, 놈이 도망가지 못하게 잡으려고 한 순간···.
콰드득— 펑!
“윽!”
갑작스레 몇 배나 빠르게 가속한 상대가 자신을 밀어 차 거리를 벌렸다.
피해는 거의 없었으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크허억···!”
화르르륵—
그 찰나.
또 한 명의 6레벨이 심장이 꿰뚫려 붉은 꽃과 함께 재가 되어 흩날렸다.
자신을 걷어차 거리를 벌리고 피의 칼날을 날리는 베타 신의 견제도 무시한 채, 철저히 부하들의 수를 줄이는 데 집중한다.
그의 입장에서는 열불이 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노옴—! 쫄래쫄래 도망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 싸워라!”
분통이 터진 그가 그렇게 외쳤지만, 상대는 가볍게 코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눈만으로 흡혈귀들을 슬쩍 훑고는 다시 피식 웃는다.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그 의도는 명백히 전해졌다.
여럿이서 한 명을 공격하는 주제에, 네가 그런 말 할 입장이냐.
눈빛으로 오는 조롱에 안 그래도 붉은 베타 원의 얼굴이 용암처럼 타오르며 근처에 밀려온 언데드를 때려 부쉈다.
“크으으—! 베타 신! 뭐 하는 거야! 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어떻게든 해 봐!”
“이쪽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쪽이야말로 잠깐이라도 발을 묶어 봐라! 계속 아군을 방패로 삼고 움직이고 있잖나!”
하다 못한 베타들 사이에 언성이 오갈 만큼 그들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싸움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하급 흡혈귀들이 번천회를 도와 하회탈의 언데드들을 상대하고는 있지만, 그 물량을 다 막아낼 수는 없어 전장이 혼란스러워진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그보단 상대의 능력이 범상치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들이 상대하는 흡혈귀는 틀림없이 7레벨이건만, 같은 레벨인 그들이 힘을 합쳐도 발을 묶기 힘들었으니.
그들조차 긴장하지 않으면 놓칠 정도의 속도, 육체 능력에 특화된 베타 원과 맞붙고도 오히려 그를 튕겨낼 파워,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은밀함까지.
처음 별장에 잠입했을 때부터 은신에 소양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난전 도중 순간적으로 기척을 숨기고 기습하는 모습에는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이 언데드들도 거슬리고!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투명화까지 쓰고 있잖아! 숨기고 있던 능력인가?’
분명 처음에는 순간적으로 이목을 피하는 눈속임에 불과했는데, 부하들을 몇 처리한 후부터는 대놓고 투명화를 섞어 쓰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엄청나게 튼튼했다.
이미 몇 번 공격을 성공시키기도 했고, 베타 신과의 연계로 치명상을 입히기도 했으나···.
상대는 시간을 되돌리기라도 한 듯, 아무렇지 않게 회복하고 더욱 날뛰고 있었으니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거기에 베타 신이 마법으로 파놓은 함정을 간파하여 회피하고, 틈이 날 때마다 혈마법까지 사용한다.
그야말로 다재다능의 결정체.
‘그리고 저놈, 싸울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기분이···.’
베타 원은, 그것이 기분 탓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
하인즈는 가볍게 숨을 골랐다.
겉으로는 흡혈귀들을 쉽게 농락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수의 적과 싸우는 것이 그렇게 쉬울 리가 없었다.
7레벨이 둘이나 껴 있고, 6레벨도 열이 넘었으니까.
‘그래도 생각보다는 할 만하네. 살아있는 포션들이 있어서 그런가?’
결계 때문에 빠져나갈 수도 없으니, 놈들은 희생이 커짐에도 병력을 빼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능력이 부족한 이들은 후방 지원으로 빠졌지만, 내가 그걸 가만히 놔둘 리가 있겠는가.
‘베타들과 싸워도 이길 자신은 있지만 지금은 전략적으로 움직여야겠지. 일단 적들의 수를 줄이는 게 먼저다.’
언데드들로 혼란스러워진 틈을 타 은신해서 기습하기도 하고, 무리하게 나서다 손해를 보더라도 동족 포식을 통한 회복을 믿고서 놈들의 숫자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6레벨은 절반 이하로 줄었고, 그 아래의 잡졸들은 번천회와 함께 있는 이들을 제외하면 거의 괴멸 직전이었다.
‘덕분에 운 좋게 「투명화」를 얻기도 했으니. 그리고 성전사 전투술이 생각 이상으로 도움이 많이 되는군.’
지금도 열심히 교단에서 수련 중인 하인리히.
그가 배운 기술의 일부인 맨손 무술이, 하인즈의 손에서 흡혈귀들을 상대로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물론 완벽하진 않았다.
신성력까지 보조해서 사용해야 하는 하인리히의 진짜 「성전사 전투술」과는 달리, 스킬화도 되지 않아 겉모습만 따라 하는 것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그 또한 실전 무술임에는 틀림없는 사실.
그것도 교단에서 인외의 존재를 상대하기 위해 발전을 거듭해 대대로 계승되어 온 전투 기술이었다.
그것과 하인즈의 압도적인 신체 능력이 만나니, 이전보다 힘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뱀파이어인 하인즈가 교단의 성전사 전투술을 사용하는 게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교단에서 이 사실을 알면 뒷목을 잡지 않을까.
그렇게 하인즈가 흡혈귀들을 상대하며 우세를 점한 덕분에 한스는 한결 편하게 번천회의 술법을 연구할 수 있었다.
[오호··· 이런 식으로 연계하는 건가? 흑마력을 억제하는 방식도 흥미롭군. 과정은 제각각인데 그것을 하나로 엮어 시너지를 만들었어.]한스는 치열한 공방 중에도 상황을 분석하며 가볍게 손목을 흔들었다.
그의 손짓에 지팡이 끝에서 시작된 검은 안개가 삽시간에 몸을 부풀려 복면인들을 뒤덮었다.
한순간에 전장 전체에 뿌려진 저주.
그것은 다시 번천회의 술자들에 의해 파훼 되었지만, 그 찰나의 빈틈을 노려 솟구친 그림자가 그들의 몸을 꿰뚫었다.
하지만 그렇게 아군이 당하는 와중에도, 한스를 상대하는 이들은 그에게만 온전히 신경을 쏟을 수 없었다.
[끄힉힉힉···]“크아악! 시체 따위가!”
시커먼 아우라에 휩싸인 언데드들의 검은 물결.
완전히 파괴되지 않는 한 순식간에 수복하며 달려드는 모습에, 그 앞을 막아선 이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젠장할! 괴물 같으니! 이만한 억압 속에서 그 정도 소모량이면, 이미 마력 회로가 붕괴해도 한참 전에 붕괴했을 텐데!”
양복 남자의 얼굴엔 이미 여유라고는 남아있지 않았다.
협력을 약속했던 흡혈귀들의 수뇌부는 멍청하게도 한 놈에게 발이 묶여있고, 함정에 빠뜨렸다고 생각한 하회탈의 역량은 상상 이상이다.
심지어 몇 번이나 상극의 기운에 직격당하고도 잠시 흔들렸을 뿐, 금방 아무렇지 않다는 듯 회복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출력이 억제된 상황에서 이렇게 공격을 허용하고, 거기다 무리한 마력 운용까지 계속했는데···. 어떻게 저렇게 멀쩡할 수가 있지? 한참 전에 마력이 역류했어야 정상인데.”
번천회의 흑마력 억제는 한스뿐만 아니라 그가 소환한 언데드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방패가 되어줄 언데드들이 없으면 한스에게도 여유가 생기지 않아 소환은 꼭 필요했다.
그렇다고 아까운 언데드들이 무력하게 부서지도록 내버려 둘 수도 없으니···.
그래서 평소보다 과하게 언데드들에게 흑마력을 부여했고, 이런 적대적인 환경에서의 무리한 마력 운용은 한스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왔···어야 했다.
그가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그의 흑마력의 근원은 심장에 위치한 불사왕의 파편.
인간 마법사들처럼 마나홀도, 마력 회로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파편의 흑마력을 끌어다가 쓸 뿐.
또 「불사」 덕분에 어떤 피해를 입더라도 심장에서 공급되는 흑마력으로 금방 수복할 수 있었다.
피격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마력이 부족해져 잠시 흔들렸을 뿐, 그에게는 큰 타격이 아니었다.
‘오히려 장비가 파손되지 않게 하는 게 더 힘들었지.’
막강한 흑마력에 보호되는 심장 다음으로,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한 장비 보호가 우선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부로 전해지는 충격에 취약해져 몇 번이고 뼈가 박살 나긴 했지만.
하지만 번천회의 안배로 한 번에 낼 수 있는 출력이 절반가량 낮아졌다고 해도, 파편에서 제공되는 흑마력은 무한에 가까웠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그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콰아앙!
다시 날아든 상극의 기운이 흑마력 방어막을 뒤흔들며 내부에 충격을 주었으나.
그는 곧바로 공격이 날아온 방향으로 손을 뻗어 죽음의 광선으로 보답해 주었다.
[···대충 알 것 같군. 아직은 조금 부족하긴 한데, 상황을 보아하니 더 이상 도움을 받을 순 없을 것 같구나.]어느 정도 소득을 거뒀다는 확신이 들자, 한스가 공격을 멈추고 천천히 주변을 훑었다.
“허억, 허억···.”
“크윽, 괴물 자식···.”
전투가 계속되며 한스도 너덜너덜해졌지만, 번천회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이미 쓰러진 이들이 절반이 넘었고 나머지도 결코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한스가 연구를 주 목표를 삼았다고는 하나, 그것이 적을 적당히 상대했다는 의미는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상극의 기운에 대항하는 상대의 반응, 극한의 상황에서 대처하는 한 수를 보기 위해 더 격하게 밀어붙였다.
상대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는 과격한 실험이라고 보면 되리라.
[뭐, 부족한 부분은 내가 직접 알아내면 되겠지. 오히려 이쪽이 더 빠를지도.]그렇게 잠깐의 유예 시간이 지나고···.
번천회의 인물들이 쓰러진 만큼, 그에 비례해 흑마력의 억제가 풀린 한스는 처음보다 더욱 강해진 흑마력을 흩뿌렸다.
[크히히엑!]달그락, 달칵!
“젠장할! 하회탈—!”
자신만만하게 함정을 팠던 번천회는 그렇게 하나둘 무력화되어 쓰러졌으며···.
그 여파는 옆에서 이어진 흡혈귀들의 싸움에도 영향을 끼쳤다.
***
푸욱—
“끄윽··· 네, 네놈···.”
《새로운 흡혈인자를 수집합니다. 특수스킬「혼혈진화」의 영향으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혈마법」이 특수스킬「피의 신비」로 진화합니다.》
《특수스킬「피의 신비」가 하위능력인 「혈화」와 「혈류증폭」을 흡수하고 더욱 강화됩니다.》
‘오, 이건 좋은데?’
하인즈는 서서히 재가 되어 흩어지는 베타 신의 목덜미에서 입을 떼며 새로운 능력을 확인했다.
마법에 특화된 그를 먹어 치운 보람이 있는지, 「혈마법」 스킬이 진화해 더 사용하기 편해졌다.
일정 규칙에 얽매여 있던 전과는 달리, 좀 더 직관적인 의지만으로 피를 매개로 한 이적을 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혈화」와 「혈류증폭」의 효과를 내는 데에 전보다 효율이 증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크으으—! 네놈! 동족 포식을 하다니! 광혈귀였구나! 광혈귀였어!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베타 원이 주변을 둘러싼 언데드들을 박살 내며 다가왔다.
용암처럼 붉게 번들거리는 몸과 전신 모공에서 뿜어대는 하얀 연기가 그가 얼마나 화났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주변의 견제가 있는 상태에서 과하게 튼튼한 그를 먼저 사냥하는 것은 힘들다고 판단해, 여유가 생긴 한스의 도움을 받아 베타 신을 먼저 처리했다.
온갖 강화를 받은 언데드들이 잠깐 시간을 끄는 사이에 전형적인 마법사 타입인 베타 신을 처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니까.
‘물론 흡혈귀니만큼 일반적인 마법사와는 달랐지만, 나한텐 의미 없는 차이지.’
최대한 빨리 처리하기 위해 무리해서 접근하느라 그가 만들어낸 피의 폭풍에 전신이 갈가리 찢겨나가긴 했으나···.
이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흡혈귀들을 먹어 치운 하인즈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축적된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는 한, 무한히 재생할 테니까.
“대체 어떻게 이성을 유지하는 거지? 아니, 그냥 곱게 미친 건가? 하지만 금기에 손을 댄 이상 너도 좋게 끝나진 않을 거다!”
참으로 내로남불의 전형이었다.
대답할 가치도 없었던지라, 곧바로 새로 얻은 「피의 신비」를 사용했다.
촤아악!
차르르륵—
허공에 흩뿌린 혈액이 사슬 형태로 굳어져 베타 원에게 쇄도하고, 일부는 가시가 되어 그의 사각에서 쏘아졌다.
“크윽, 이따위 잡기술로 나를—!”
그리고 순간적으로 모습을 감춘 하인즈가 찰나의 순간에 그에게 접근해 목덜미에 손톱을 박아 넣었다.
카가가각!
“크윽—?!”
불시의 기습은 그의 단단한 피부에 튕겨나갔지만 그 충격은 충분히 전해졌다.
그리고 주변의 보조가 없는 이상, 하인즈에게 그는 좀 단단한 샌드백에 불과했다.
카각! 카가가각! 카아앙—!
사방에서 몰아치는 핏빛 사슬이 그의 사지를 옭아매려 들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하인즈가 혈마력이 담긴 손끝으로 그의 전신을 두들겼다.
마찰이 생길 때마다 붉은 꽃잎이 어우러지며 그 피부를 불살랐다.
핏—!
그중에서도 중점으로 노린 부위.
지속되는 공격에 한계를 맞이한 베타 원의 목덜미 피부가 찢어지며 핏방울이 튀었다.
그것은 그 육체의 단단한 내구도가 마침내 한계에 달했다는 뜻이었으며.
베타 원의 마지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7레벨은 혈액 통제력이 강해서인지 다른 부위로는 혈액 흡수가 힘들단 말이지. 이빨로 구멍을 내서 빨아들이는 수밖에.’
그 때문에 베타 신도 목을 물어 흡혈해야 했었지만···.
이제 와서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목격자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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