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428)
마스커레이드 (6)
갑작스럽게 생겨난 균열이 순식간에 공간 전체로 퍼져 나갔다.
“···엇, 이건?”
그 직후, 이 격리된 구역의 최초 구축자인 타오르는 횃불의 간부 말피가 뭔가 눈치챈 듯 헛숨을 토해냈다.
“말피? 갑자기 무슨 일이야?”
“공간 봉쇄가 해제됐··· 아니, 이건 단순히 그 정도가 아니라···!”
여전히 기절해 있는 총통을 끌어안고 의아한 듯 묻는 안과 그녀 쪽은 돌아보지도 않고 황급히 주변을 확인하는 말피.
하지만 채 무언가를 할 틈도 없이 이변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쩌저저적—
균열이 서서히 벌어지며 조금씩 바깥 풍경이 드러났다.
별들이 반짝이는 어두컴컴한 밤하늘과 살짝 낙후된 분위기의 작은 도시 전경.
술식의 중심인 말피가 회담에 참여하기 전까지 있던 장소, 태국에서도 말레이시아와 인접한 지역의 한 은신처였다.
“이런, 공간이 무너진다!”
굳건하게 버티던 봉쇄의 방향성이 갑자기 반전되면서, 앞서 탈출을 위해 안쪽에서 마구 들쑤셨었던 게 이제야 한 번에 터져 나오고 있었다.
물론 하필 지금에서야 반응이 온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매개체로 사용된 마도구들과의 연결이 하나둘 끊어지고 있다. 이건 역시···.’
외부의 개입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이곳 내부에 들어오기 위한 절차로서 저마다 문에 설치했던 고풍스러운 비단처럼, 동남아 지역 전체를 하나로 묶기 위해 곳곳에 안배해 둔 장치들에서 연달아 이상 신호가 전해져오고 있었다.
쩌적— 와장창—!
거미줄 같은 균열이 번지다 못해 어떻게 손쓸 겨를도 없이 무너져 내리는 주변 풍경.
예기치 못한 이변에 누구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멈칫한 건 아니었다.
[지금!]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번천회 일당들의 뇌리로 동남아시아 지부장 나가라자의 염파가 울려 퍼졌다.
일이 벌어지기 직전에 이미 언질을 해두었던 터라 이어진 움직임에는 일체의 군더더기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중엔 당연히 한창 할리와 치고받고 싸우던 처형자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끄응— 아니, 형씨! 한창 싸우는 도중 어딜 가는 거야? 사나이답게 이 자리에서 아예 끝장을 보자고!”
[크핫!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끈질기구나. 몇 번이나 찢고 부수길 반복했는데도 도무지 죽을 기미가 보이지 않다니?]싸움이 지속되며 너덜너덜해진 할리를 막 무너진 잔해의 산에 처박은 흉악한 외형의 악마.
그는 오뚝이처럼 다시 벌떡 일어난 할리가 꿈틀거리며 몸을 재생하는 모습을 보곤 혀를 내둘렀다.
물론 과한 대미지가 누적된 탓인지 처음보단 그 재생 속도가 확연히 느려지긴 했으나,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과정에서 피로가 쌓긴 것은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계속해서 싸운다면 확실히 끝장낼 자신은 있었지만, 이 자리에 있는 적수가 저 돌연변이 괴물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계속 발목 잡혀 있는 건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저 흡혈귀··· 저놈이 유럽에서 콧방귀깨나 뀌던 그 공작을 사냥한 놈이란 말이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이 야만인에 저 흡혈귀까지 더해진다면 아무리 고유스킬을 적극 활용해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기회를 틈타 전장에서 물러나는 그의 움직임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담겨있지 않았다.
가짜 광기인 그의 투쟁 욕구를 충족시키는 건 다른 때라도 언제든 가능하니까.
“어딜 그리 급하게 가려는 거지? 아직 준비된 것이 많이 남았거늘, 파티 주인이 벌써 자리를 비워서야 쓰나.”
물론 상대도 그걸 가만히 내버려두진 않았다.
줄곧 이때만을 위해 기다려 왔다는 듯, 시간 정지에 대한 대책으로 주변 일대에 미세한 피의 입자를 빼곡하게 흩뿌린 오페라 가면의 괴인이 유령처럼 나타나 그의 퇴로를 차단했다.
반드시 그를 처단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대놓고 표출하며.
[···글쎄, 과연 막을 수 있을까?]하지만 더 이상 그들과 정면으로 맞서 싸울 생각이 없던 처형자는 그저 입가를 뒤틀 뿐이었다.
거기에 담긴 지극히 악마다운 미소에 그를 마주한 하인즈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네가 무슨 짓을 하건 소용없다. 대책은 이미 철저히 세워뒀으니.”
[글쎄? 내가 딱히 뭘 한다는 뜻이 아닌데 말이지.]그리고 그런 처형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왔군.]—————!
하인즈와 할리, 하인리히, 해리스.
그 네 아바타를 포함한 몇몇 초월자들이 황급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건?!’
사고가 빠르게 가속했다.
자세한 상황 파악과 최적의 대책 수립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직후, 곧바로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다.
화아악—!
번천회 일당을 마무리하기 위해 쇄도하던 하인리히가 방향을 틀어 하늘 위로 높게 솟구쳤다.
그의 세 쌍의 날개가 펄럭이면서 흩뿌려진 찬란한 광채가 사방을 밝게 물들이고, 손에 쥐인 성검에서 커다란 빛의 칼날이 솟구쳤다.
그리고 그 직후.
콰아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새카만 밤하늘에 눈부신 섬광이 번뜩였고.
그 뒤를 잇는 막대한 충격파가 사방을 휩쓸며 일대에 폭풍이 휘몰아쳤다.
“우와아악! 폭격이다! 폭격이야!”
“꺄악— 뭐야, 갑자기? 엄마!”
“문 닫아! 얼른 문 닫아!”
그 여파에 도시 곳곳에서 시민들의 비명소리가 메아리쳤다.
최대한 충격파가 지상에 닿지 않게 흐트러뜨렸는데도 그럴 지경이니.
하인리히는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공격을 쳐낸 팔이 찌르르 울리는 것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이 막지 않아서 이게 지상에 직격했다면 미사일에 폭격당한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아마 그 목표가 되었던 타오르는 횃불의 간부진 중 초월에 근접한 몇몇 빼곤 제대로 뼈도 추리지 못했겠지.
‘···대체 누가 이런 공격을···?’
하인리히는 공격을 쳐내기 직전 어렴풋이 보였던 형상을 떠올리며 방금 전의 공격을 가늠했다.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분명 그것은···.
‘팔뚝만 한 길이의 쇠말뚝이었지.’
물론 평범한 말뚝은 아니었다.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기세를 흘리는 제대로 된 마도구라 할 수 있었으니까.
사실상 초소형 미사일이라고 봐도 될 터.
하지만 그에 대해서 자세히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또 온다. 그것도 이번엔 연달아서···!’
첫 공격은 그저 영점을 잡은 것일 뿐이었다는 듯, 이어서 융단폭격을 하는 것처럼 정체불명의 공격이 쏟아져 내렸다.
쐐애애액—
하인리히의 감각이 확대되었다.
아까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자세히 살펴볼 틈도 없었는데, 이렇게 보니 아까 전에는 놓쳤던 정보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속도 환산, 궤적 분석, 이능 흐름 추적···. 단순히 물질계를 넘어온 게 아니라 아스트랄계를 경유했군.’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공격은 궤도 폭격이라는 말이 더없이 어울릴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천사로서 수호 쪽으로 보정이 크게 붙은 하인리히조차 방어하면서 부담을 느꼈을 정도인데 다른 이들은 오죽하랴.
콰아앙—! 쿠우우웅! 퍼어엉—!
등 뒤의 날개를 이용한 기동력을 바탕으로 창공을 누비는 하인리히가 검을 휘둘러 쏟아지는 폭격을 요격하자, 어두컴컴한 밤하늘 위에서 연달아 굉음과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몇 차례 공격을 쳐내는 동안, 그는 투사체의 궤도를 비롯한 여러 분석 결과를 종합하여 대체 이 공격이 어디에서 날아오고 있는지 대충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미친. 이게 사실이면 거리가 적어도 5천 킬로미터는 된다는 소리일 텐데?’
이곳 태국에서 북쪽으로 5천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
그곳이 바로 지금 공격을 가하는 저격수가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장소였다.
아니, 이 정도면 저격수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세상에 어느 저격수가 5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한 발 한 발이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이나 다름없는 공격을 날리며 저격한단 말인가?
‘후우, 상식으로 생각하지 말자. 일단 저 폭격부터 막는 게 우선이야. 이거 자칫 잘못했다간 타오르는 횃불만이 아니라 도시 시민들까지 떼 몰살당하게 생겼으니.’
다행히 이곳에 파견된 아바타 전력은 하인리히 하나 빠진다고 당장 큰 문제가 생길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계획이 틀어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고 합류하는 게 좋을 터.
‘조금 화려할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가자고.’
도시 상공에 날아오른 하인리히가 세 쌍의 날개를 크게 펼치며 신성을 내뿜었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천벌로부터 지상의 인간들을 보호하듯.
도시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넓게 펼쳐진 거대한 장막이 오로라처럼 아른거렸다.
“···아. 저게, 대체.”
“천사님···? 진짜 천사님이시잖아?”
“오오! 천상에서 천사님께서 강림하셨다! 우리를 구원해 주시기 위해!”
하인리히가 품은 매력이 천사가 되며 한도를 넘어서 버린 건지, 그 모습을 올려다본 이들 중 일부가 뜬금없이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신앙의 대상을 직접 마주함으로써 신앙심이 각인되기라도 한 것처럼.
물론 그런 사소한 문제에 정신을 할애할 여유가 없었던 지금의 하인리히에게는 별것도 아닌 일일 뿐이었다.
“이, 이봐! 찍고 있지? 저걸 놓치면 기자 실격이라고! 줌을 좀 더 확 당겨 봐! 앵글이 별로 안 살잖아!”
“앵글이 문제가 아닙니다, 치프! 저, 저런 걸 어떻게 온전히 화면에 담을 수 있겠습니까?”
백색 갑옷을 입고 빛의 날개와 후광을 두른 채 상공을 유영하며 재앙으로부터 도시를 지켜주는 천사.
그 모습이 마침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해 이쪽 지역에 방문했던 방송국 카메라에 담기고 있었다는 것도.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
러시아 바이칼 호수 인근.
“후우~ 한밤중에 이게 무슨 야단이람.”
땀 냄새와 함께 자욱하게 피어오른 수증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 중심에서 모습을 드러낸 금발의 여성 하나가 목을 꺾으며 팔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운동에 탈이라도 나지 않았는지 이리저리 점검하듯.
“진짜 내 이 빚은 꼭 받아내고 만다. 오라클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처형자 그 짜증 나는 놈이 뒈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텐데.”
자다가 급히 불려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탱크톱과 반바지라는 편한 차림을 한 여성이 뒤로 대충 묶은 부스스한 금발을 이리저리 긁적였다.
급하다고 별다른 준비 운동도 없이 곧바로 전력투구를 했더니 두피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 때문에 머리가 간지러워서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전신에는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흘러내리며 늘씬한 근육의 결을 따라 아래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하아, 그럼 슬슬 다시 시작해 볼까?”
안타깝게도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무리 초장거리 저격에 특화된 그녀라 해도 이 정도 거리는 제법 부담이 되었기에 잠깐 텀을 뒀을 뿐.
그녀가 한쪽에 주르륵 놓인 쇠말뚝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희귀 금속은 물론 번천회 특유의 복합 술식이 가미된 그녀만의 ‘탄환’이었다.
“후우~ 후우.”
심호흡과 함께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몸에서 재차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눈은 이미 이곳이 아닌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보기는커녕 방위조차 가늠할 수 없는 수천 킬로미터 바깥의 어느 한 지점.
쿵!
그녀의 한쪽 발이 앞으로 힘차게 내디뎌졌다.
다리에서부터 증폭을 거듭한 에너지가 회전을 통해 연달아 허리와 어깨를 지나 손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 힘이 온전히 손끝에 실린 순간.
힘찬 기합과 함께 팔을 휘두르자 손에 쥐인 쇠말뚝이 사라졌다.
쐐애애액— 쿠구궁!
로켓이 발사된 것 같은, 공간을 찢어발기는 것 같은 충격파만을 주변에 남긴 채.
휘몰아치는 여파에 주변 수풀이 뿌리가 뽑힐 듯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것은 그 한 번으로 끝이 아니었다.
투척을 끝마친 그녀가 다시 한 발을 내디뎠다.
그녀의 반대편 손에는 어느새 이전과 똑같은 말뚝 하나가 들려 있었다.
쿠르르릉! 콰아아아— 쿠와아앙—!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결계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뒤이어 연달아 터져 나온 충격파에 의해 주변 환경이 엉망으로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일부러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까지 나오지 않았더라면 그 여파만으로도 대량 학살을 벌이고도 남았을 터.
그렇게 쏘아진 탄환은 다시 십여 발을 넘어서고서야 끝이 났다.
“후우, 오랜만에 시원하게 땀 뺐네.”
푸른빛이 일렁이는 그녀의 눈이 남쪽으로 향했다.
발사부터 착탄까지 십여 초 남짓.
이미 「필중」을 비롯한 다양한 원거리계 스킬들이 어우러진 그녀의 저격은 대부분 목표물에 도달한 상황이었다.
사실 5천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생각하면 물리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건 물론, 이능학적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그녀는 그런 법칙 따위에 구애받지 않는 존재였다.
그녀는 세계의 이치를 벗어나는 걸 넘어, 스스로가 정의한 법칙 일부를 세상에 덧씌울 수도 있는 경지에 오른 이였으니까.
“···오, 대단한데? 흐음, 그래도 이 정도면 난 할 만큼 했으니까. 이만큼 도와줬는데도 죽으면 저가 무능한 탓이지.”
이번 일도 오라클 때문에 나섰을 뿐, 그녀는 망나니 그 자체인 처형자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굉장히 싫어했다.
회주가 싸움을 금지하지 않았으면 이미 몇 번이고 놈의 뒤통수에다 자신의 필살기를 꽂아 넣고 싶었을 정도로.
‘신념이고 뭐고 없이 내키는 대로 싸움판을 벌이는 양아치에다 전형적인 강약약강. 이번 일로 호되게 당해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는데.’
힐끔 남쪽을 흘긴 그녀가 길게 하품하며 걸음을 옮겼다.
때아닌 운동으로 땀도 뺐으니 숙소로 돌아가 씻고 숙면을 취할 생각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엔 이미 뒷일 같은 건 남아있지 않았다.
***
공격이 날아온 정확한 위치를 추적하는 것은 실패로 끝났다.
그 어마어마한 위력과 속도에 비해 투사체가 워낙 작은 데다, 특별한 이능들까지 개입되어 있어 헤스페론의 위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수단들로도 도무지 그 종적을 쫓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대략적인 방향과 거리는 파악했으니까.’
러시아.
사실상 그곳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었다.
뭐, 땅이 워낙 넓은지라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아마 거기 있는 게 처형자보다 조금 아래라던 최고위 간부겠지. 그것도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그게 아니라면 이런 위력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한 발 한 발이 전술 핵폭탄에 맞먹지 않을까 싶은 공격을 수천 킬로미터 바깥에서 일방적으로 때려 넣는다니.
내재한 에너지의 발산이 크지 않고 집중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좁은 면적에 가해지는 파괴력은 그 이상이라고 봐야 할지도 몰랐다.
‘물론 실제로 전술핵을 직접 맞아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적이 그렇게 극단적인 공격력을 가진 덕분에 오히려 무언가를 수호하는 데 특화된 천사 하인리히의 능력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
강풍으로 인해 어지러워진 것 외엔 어떻게든 큰 피해 없이 지켜낸 도시의 전경과—.
“커헉!”
“젠···장.”
거의 죽기 직전의 상태로 사로잡혀 그의 앞에 널브러져 있는 번천회 잔당 여섯의 모습이었다.
일곱이 아닌 여섯인 이유는 간단했다.
‘쯧, 설마 나머지 부하들을 전부 버림패로 쓰고 튈 줄이야.’
가장 중요한 타깃이라 할 수 있는 처형자가 아직까지 잡히지 않은 상태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