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433)
리코리스 (3)
루나틱 엔터테인먼트.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혈맹이 새로 설립한 회사의 이름이었다.
물론 엔터 회사를 세우려면 이런저런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해야 했으나, 힘과 금전 모두를 가진 혈맹에게 그것을 맞추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돈이 무제한으로 투입된 만큼 루나틱 엔터는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그럴듯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카페가 딸린 건물 한 채가 통째로 사옥으로 주어진 건 물론, 이 바닥에서 나름대로 인정받는 인재들이 막대한 연봉을 대가로 속속 스카웃되어 왔던 것이다.
“박 형, 그 소식 들었어? 얼마 전에 그만두신 3팀장님이 신생 엔터에 이직하셨다던데···.”
“정말인가? 아니, 몇 년 내로 임원 자리도 확실시되는 분이 뭐가 아쉬워서 그만두셨나 했더니. 가신 곳이 겨우 신생이라고? 거기서 사장 자리라도 줬대?”
“그런데 그 신생이 보통 신생이 아니래. 대기업에서 작정하고 밀어주려는 건지 투입된 자본이 천문학적이라더군. 3팀장님뿐만 아니라 스카웃된 직원들 모두에게 어마어마한 연봉을 제시했다던 모양이야.”
“허 참,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그런 미래도 불투명한 곳에···.”
당연히 그 소식은 업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이 바닥에서 매년 나타났다 사라지는 엔터 회사의 수가 한둘이 아니라곤 하지만, 이렇게까지 자본을 펑펑 쏟아부으며 공격적으로 세를 키우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거기다 혈맹의 이인자이자 프로젝트의 기안자인 진소란은 일을 진행하면서 단순히 자본만 푼 게 아니었다.
‘이 일엔 우리 흡혈귀들 전체의 미래가 달려있어. 이미 로드의 허락도 받은 마당에 더 주저할 것도 없지.’
아픈 가족이 있는 이에겐 치유 이능과 포션 등 돈만으로는 접하기 힘든 신비를 제공했고, 억울한 사연이 있는 이에겐 권력과 인맥을 동원해 그 원한을 풀어주었다.
한배를 탄 이들의 충성심을 끌어올려 이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하게 하기 위해.
모든 멤버가 흡혈귀로 이루어진 전무후무한 아이돌 그룹, 리코리스는 그런 수많은 노력 끝에 탄생한 결실이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 데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홍보의 일환으로 뿌려진 그 기습적인 보도 자료는 익히 예상했던 대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네? 아이돌이요? 누가요? 흡혈귀가요?
-ㅋㅋㅋ구라치고 있네. 안 속음 ㅅㄱ
└아니, ㄹㅇ잖아? 이게 왜 낚시 아님??
-흡혈귀면 마인이잖아? 그런데 대놓고 연예인을 하겠다며 튀어나온다고?? 나라가 미쳐 돌아가는구나.
└내 말이. 세상 말세다. 가디언이랑 공무원들은 대체 뭐 하는 거냐? 저것들 안 잡아가고.
어느 정도 각오하긴 했지만 그 반응은 그리 썩 좋진 않았다.
그간 여러 사건을 거치며 흡혈귀들의 이미지가 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으나, 양지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연예인이란 사회적 지위까지 용납하기엔 그들에게 박힌 고정관념이 너무 뿌리 깊었던 것이다.
커뮤니티에 불평을 토하는 건 예사요, 직간접적인 관련자들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까지.
그나마 다행인 건 그동안 노력한 보람이 있는지 그 반응이 전부 부정적이진 않았다는 것이었다.
-와…; 근데 다들 비주얼 장난 아니다. 뮤비 티저 무한 재생 중. 헤어 나올 수 없다…
└나도 멍하니 보다가 겨우 정신 차림. 이런 걸 보고 여우한테 홀린다고 하는 걸까.
└여우X 흡혈귀O
└이게 비주얼도 비주얼인데 노래랑 시너지가 장난 아님. 티저에 들어간 음악이 길지도 않은데 훅 빨려 들어가네. 빨리 풀버전 듣고 싶다;;
-아니, 근데 잘 생각해 보면 우리한테 나쁠 건 없지 않냐? 어차피 연예인이랑 직접 어울릴 일도 없는데, 흡혈귀건 뭐건 그냥 보기 좋으면 장땡 아님?
└ㄹㅇㅋㅋ
물론 거기엔 약간의, 아주 약간의 여론 조작이 개입한 영향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모든 이들이 부정적이지 않았다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흐히힛, 좋아요···. 여기도 좋아요 누르고···.”
리코리스의 리드보컬이자 귀여움을 담당하는 막내— 이나희가 숙소 소파에 엎드린 채 손에 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시시덕거렸다.
물론 좋은 내용보다는 좋지 않은 내용이 더욱 많았지만, 그녀는 그런 댓글에는 가차 없이 신고를 누를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뭐, 흡혈귀란 이유만으로 욕먹는 거야 익숙하니까.’
리코리스의 멤버들은 모두 엄선하여 뽑힌 인재들.
그 평가 기준엔 멘탈도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는 만큼, 그녀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이 정도 일은 무던하게 넘길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희야! 너 또 우리 검색한 거야? 회사에서 그런 거 보지 말라고 했잖아?”
“아!”
그때, 책망하는 듯한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나희의 손에서 스마트폰이 쏙 빠져나갔다.
그녀는 엎드린 채로 빼앗긴 폰을 향해 바동거리다 이내 포기하고 소파에 축 늘어졌다.
4레벨 흡혈귀인 그녀가 기척도 느끼지 못하고 빼앗긴 것에서 알 수 있듯, 상대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녀의 힘만으로 물건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이다.
리코리스의 메인댄서이자 섹시함을 담당하는 리더— 6레벨 흡혈귀 윤설이 빼앗은 폰을 쥐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런 부정적인 말들을 계속 접해 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지금 당장이야 괜찮아 보일지 몰라도, 자극적인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 깊은 곳에 계속해서 누적되는 법이니.’
그리고 어떤 일을 계기로 마음이 약해진 순간 그 빈틈을 노리고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이다.
경험을 통해 이미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윤설이 어리디어린 막내를 걱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최근 데뷔하는 아이돌들이 다 그렇듯 리코리스 멤버들의 나이도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다.
최연장자인 윤설이 고작 스물둘.
반면에 최연소자인 나희는 중학생에 불과했으니, 평균적으로 따지자면 십 대 후반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나이’엔 한 가지 맹점이 있었는데···.
‘우리 다섯 중 셋은 귀환자 출신이라 호적상의 나이보다 경험이 많지만, 나희는 진짜 그 나이 또래의 아이일 뿐이니까.’
바로 실제 경험한 나이가 아닌 지구의 나이를 기준으로 책정했다는 것에 있었다.
지구에서 흡혈귀가 된 다른 한 명의 고등학생 멤버는 워낙 성실한지라 회사에서 시킨 대로 여론을 멀리하고 있는데, 정작 가장 어린 나희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있었으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냥 폰을 압수해야 하나···. 하지만 나희한테만 그러는 것도 좀··· 아! 그래, 그 방법이 좋겠다.’
그때 문득 윤설의 머릿속에 문득 좋은 생각 하나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소파에 눌러 붙은 소녀를 지그시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꾸 그러면 하 실장님한테 다 말할 거야. 네가 계속 회사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고.”
“으엑! 하 실장님?”
“그래, 아예 이 폰도 실장님한테 맡겨두는 게 낫겠다. 필요한 일 있을 때마다 네가 달라고 하면 되겠지?”
그 말에 이나희의 얼굴 한가득 부담스러움이 떠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윤설의 입에서 나온 하 실장이란 인물은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으니.
“언니! 그건 좀···.”
최근 리코리스 팀에 합류한 ‘하 실장’.
그 본명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하 실장은 그냥 하 실장일 뿐.
아마 루나틱 엔터테인먼트의 사장도 모를 것이다.
그만큼 그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존재였다.
데뷔가 코앞으로 다가와 한창 밤낮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다른 직원들과는 달리 그는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그저 쉬지 않고 뭔가를 먹으며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뿐.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를 더 특별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낙하산도 정도가 있지, 그런 사람이 평범한 매니저일 리가 없잖아.’
상부에서 보낸 감시자, 혹은 위험에 대비한 고위 능력자.
그것이 리코리스를 포함한 루나틱 엔터의 임직원들이 생각하는 하 실장의 정체였다.
당연히 그를 편히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사실 그 외모와 분위기에 압도되어 버려서 감히 함부로 말을 걸지 못한 탓도 있고.
“이번 한 번은 봐줄게. 대신 다음에 또 걸리면 진짜 내가 말한 대로 할 거야?”
“···알았어.”
결국 이나희는 윤설의 엄포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괜히 호기심 하나 충족하자고 그 무서운 아저씨의 눈 밖에 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
윤설은 스마트폰을 돌려받고 입술을 삐죽이는 나희를 보며 쓰게 미소 지었다.
역시 나이에 걸맞게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며.
‘상부에서 그런 사람을 우리에게 붙였다는 건··· 우리가 활동하면 그만한 트러블이 생길 거라고 판단했다는 소리겠지.’
영광스럽게도 하인즈 님의 은총을 하사받아 전보다 더욱 강해진 리코리스의 멤버들이건만.
그녀는 6레벨에 오른 자신의 안목으로도 감히 가늠할 수 없는 하 실장의 수준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디 너무 큰 소란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침내 리코리스가 데뷔할 날이 밝았다.
***
“흐음, 드디어 본격적인 시작인가.”
깔끔하게 올백으로 넘긴 머리와 남자답게 선이 굵은 얼굴, 알이 짙은 커다란 선글라스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검은 정장까지.
누구라도 마주한 순간 쪼그라들 차림을 한 할리가 천천히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리곤 천천히 데뷔 쇼케이스가 시작되기 직전의 무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간 열심히 언론을 들쑤신 보람이 있는 듯, 빼곡하게 자리한 사람들이 그간 리코리스에게 쏟아진 관심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지.’
무려 세계 최초의 뱀파이어 아이돌 그룹이 아닌가!
머리로는 혹시 위험하지 아닐까 생각하더라도, 그 치명적인 매력에는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무언가가 있었다.
연예부 기자로서 이만큼 조회수가 기대되는 소재를 포기하기도 힘들었을 테고.
‘물론 그런 기특한 관심 때문에 여기까지 온 놈들만 있진 않겠지만.’
할리는 지그시 눈을 감으며 주변 일대를 자신의 영역으로 뒤덮었다.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거칠게 널뛰기 시작했다.
‘역시. 이 행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들이 한둘이 아닌 모양이야.’
모두가 분주한 가운데 관계자석에 태연하게 앉아있던 그가 피식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직접 몸을 움직이진 않았다.
이날을 철저하게 대비해 온 혈맹의 흡혈귀들이 그렇게 수상한 거동을 보이는 이들을 은밀하면서도 신속하게 배제하고 있었으니까.
‘그래, 명색이 한국의 밤을 지배한다는 놈들이 이런 얕은 수작에 넘어가면 안 되지.’
사제 폭탄이 든 가방을 메고 행사장 주변 건물을 어슬렁거리던 장년 사내부터 시작해서 기자라는 명함을 이용해 내부 잠입을 시도한 여자, 추첨으로 뽑힌 관객과 쇼케이스의 무대 준비를 위해 고용한 인부에 대관한 무대 관계자까지.
직간접적으로 뭔가를 꾸미거나 저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이용당한 이들이 무더기로 적발되었다.
‘쯧, 흡혈귀가 이렇게까지 미움받고 있었나?’
인상을 찡그린 할리가 가볍게 혀를 찼다.
그 하나하나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다.
뭔가를 시도하기도 전에 상황을 예의 주시하던 흡혈귀들에게 죄다 제압당할 정도.
그 말은 즉, 어떤 강력한 암중 세력이 개입한 게 아니라 저들 스스로 꾸민 일들이라는 소리였다.
흡혈귀가 양지의 세상으로 나오려고 하는 이 기념비적인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이것 때문인가.’
때마침 「기계안 : 캘리카스」를 이용해 정보의 바다를 헤스페론이 쓸 만한 정보를 찾아냈다.
제압한 몇몇 이들의 인터넷 기록을 뒤져보다 발견한 한 비밀 커뮤니티가 그 시작이었다.
-인간의 피를 빠는 괴물들에게 영원한 죽음을.
-이제 딸을 만나러 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모두 고마웠습니다. 보답으로 기생충을 하나라도 더 데리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무운을.
└저도 곧 따라갑니다.
가족이나 지인을 흡혈귀들에게 잃은 피해자들의 커뮤니티.
이미 마음이 완전히 닫혀버려 혈맹이 무슨 활약을 하든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된 이들의 모임이었다.
‘···이건.’
하긴, 혈맹이 지금의 온건적 노선을 걷게 된 건 전부 하인즈가 집권한 이후에 생긴 일.
불과 일 년 전 강경파가 대세였을 때까지만 해도 혈맹의 흡혈귀들은 공포스러운 마인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그때의 피해자들에게 ‘지금의 우린 그때와 다르다’고 주장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쉽지만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네.’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원한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자기 자신마저 갉아먹고 있는 이들과 타협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무리 저들이 발버둥 쳐 봤자 큰 의미는 없다는 것 정도일까.
저 모임에 각성자 출신이 몇이나 있던 마찬가지였다.
혈맹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밤을 지배하는 주류 세력.
그런 이들이 사활을 걸고 진행하는 행사를 초월자도 아닌 이들이 훼방 놓을 수 있을 리 없었다.
‘혹시 모를 번천회의 개입을 대비해서 내가 여기 있는 거기도 하고.’
그렇게 쇼케이스가 순조롭게 진행되길 한참.
마침내 이전 순서가 끝나고 데뷔곡을 발표할 차례가 되었다.
“드디어 시작인가.”
사실상 오늘의 행사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대중들에게 ‘리코리스’의 첫 무대를 선보이는 순간이었으니까.
~♪
행사장에 아름다운 전주가 흘러나왔다.
엘븐 킹덤의 하이 엘프 해리스와 그 친구들이 최선을 다해 만들어낸 건 물론, 본인들이 직접 악기 연주에 참여하기까지 한 곡.
그 음악 속에 깃든 ‘조화’의 극치가 청자들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으음, 이건···.”
“허, 티저로 선공개된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감정이 제멋대로 끌려들어 간다.
대체 어떻게 녹음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감미로운, 가히 천상의 연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름다운 멜로디.
감정을 따라 의식도 무대 위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폭풍처럼 흐르는 선율의 물결 위로 매혹적이고 치명적인 미성이 얹어진 순간.
“······!”
“······.”
한시라도 빨리 송고하기 위해 분주하게 키보드를 두들기던 기자들의 손이 멈췄다.
몰래 손가락을 움직이며 SNS에 실황 중계를 하던 이들의 눈이 무대 위로 고정되었다.
편견에 가득 차 시종일관 팔짱을 끼고 있던 이들의 몸에서 스르륵 힘이 빠져나갔다.
바닷길에서 선원들을 죽음으로 인도했다는 세이렌의 노래가 이러할까?
조화를 담은 엘프의 음악과 매혹이 깃든 흡혈귀 목소리의 시너지는 음공에 이렇다 할 내성이 없는 지구인들의 정신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동시에.
음원과 동영상 사이트에 리코리스의 데뷔곡, ‘아마릴리스(Amaryllis)’가 발표되었다.
***
당연한 말이지만 데뷔곡의 반응은 굉장히 폭발적이었다.
어디 한번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자던 이들도 차마 입 하나 뻥긋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지표가 가파른 우상향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리코리스는 그 인기에 힘입어···.
“저기 봐, 진짜 리코리스잖아? 장난 아니다. 실물이 훨씬 더 예쁜데?”
“쉿! 멍청아, 입 좀 다물어 제발! 저기서 제일 작은 여자애도 널 맨손으로 조각조각 찢을 수 있다고!”
“헛!”
전국에 송출되는 공중파 음악 방송 촬영을 위해 방송국에 와 있었다.
“···안 찢어요.”
대놓고 어려워하는 주위의 시선에 가장 작은 여자아이인 이나희가 입술을 삐죽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저들도 제 딴에는 작게 속삭였겠지만,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그 말을 듣지 못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마치 우리를 벗어난 맹수를 보는 것처럼, 그 말속에 깃든 명백한 두려움에 리코리스 멤버들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카하하핫! 이거 참, 흥미롭구만? 내가 방송국에 다 와보고 말이야! 오옷? 저건 뭐지? 신기하게 생겼군!”
물론 언제나 활기가 넘치는 하 실장은 아무 생각도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