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446)
황룡의 보주 (1)
어느 동굴 깊숙한 곳에 마련된 사당.
“참회동은 단순히 범죄를 저지른 요괴들을 가둬두는 감옥이 아니에요.”
긴 푸른 머리를 가지런히 틀어 올린 여인, 청룡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녀의 뒤에 쫄래쫄래 따라붙은 자그마한 체구의 호루스가 휙휙 고개를 돌려가며 주변을 구경했다.
여기저기에 배치된 금줄과 방울, 거울과 칼 등의 온갖 제구(祭具).
그 사이사이에 놓인 위패들이 은근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가운데, 앞서가던 청룡이 제자리에 멈춰 서곤 품속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 들었다.
-사흉(四凶) 도올(檮杌).
내부에서 강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위패를 잠시 바라본 그녀는 이내 사당의 빈 공간에 그것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나자.
새롭게 마련된 자리도 주변의 다른 곳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이 되어있었다.
“요괴는 태생적으로 신비를 타고나 평생 동안 숨 쉬듯 이능을 사용해 온 존재들. 그런 이들을 강제로 억류하는 덴 매우 많은 힘이 소모되죠. 가둬둔 죄인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저희가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소리예요.”
“헤에—.”
그건 지극히 비효율적이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규율을 어겨 이곳으로 온 순간부터 이미 금오도에 적잖은 피해를 줬다는 소리인데, 감옥을 유지하기 위해 또 추가 지출이 필요하다니.
그럴 바에야 그냥 깔끔하게 전부 죽여 버리는 게 훨씬 더 낫지 않은가?
‘그렇게 하면 희귀한 소재도 더 쉽게 수급할 수 있을 테고.’
대신 그만큼 조직의 결속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누구나가 인정할 만한 대형 사고를 친 일부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동족을 살해해 도축하는 조직에 애착을 가지긴 쉽지 않을 테니까.
다행히 도술 쪽으론 강환계 제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금오도는 그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찾아낼 수 있었다.
“원리는 간단해요. 굳이 우리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 죄인들의 요력을 대신 끌어다 이용하는 거죠.”
강제로 에너지를 빼앗아 힘을 쭉 빼놓고, 그 에너지는 다른 요괴들을 억제하는 동시에 교화 프로그램인 환상진을 가동하는 데 사용한다는 발상이었다.
참회동에 봉인된 모든 요괴가 서로의 족쇄가 될 수 있도록.
“그렇게 하고도 남는 힘은 저장해뒀다가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 사용하고요?”
“역시 호루스. 굉장히 영특하군요.”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청룡이 그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곤 어디선가 꺼낸 당과를 입에 물려주었다.
다시 말해 참회동은 감옥 겸 교화소 겸 발전소나 다름없는 장소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건 최근에도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렇지 않아도 무너지기 직전이었던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느라 힘의 소모가 컸으니까요.”
이미 사고를 치고 봉인된 이들을 쉽게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건 최선의 선택이었다.
당장 환계를 운영하는 힘의 대부분이 이쪽에서 충당되는 중이기도 하고.
“그래서 호루스? 이곳엔 왜 오려고 했던 건가요? 여긴 딱히 호루스의 관심을 끌 만한 게 없는데.”
말을 마친 참회동의 관리자, 청룡이 당과를 오물거리는 호루스를 맑은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갑작스러운 그의 요청을 순순히 응해주긴 했지만, 어째서 그가 그런 행동을 했던 건지 의아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우물우물— 아, 그게 말이죠···.”
살풍경한 주변을 구경하던 그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직접 이곳을 확인하려 했던 것 자체에 큰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앞으로 할 일에 변수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을 뿐.
‘설마 「황룡의 보주」가 이런 것일 줄은 몰랐는데.’
그는 특전을 발동하기 전에 필요한 사전 조건들을 떠올리며 말을 골랐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각인된 사용법엔 온갖 까다로운 사항들이 가득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을 꼽자면 셋 정도를 들 수 있었다.
첫 번째는 강환계의 구원자라는 위업을 달성한 데다가 ‘최후의 황룡’으로서 특전을 부여받은 주체인 자기 자신.
두 번째는 방금 확인한 어마어마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막대한 에너지였고.
마지막으로는···.
“···용의 아이를 용신전에 데려갈 수 있겠냐고요?”
청룡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용신전은 금오도의 수뇌부급도 허가 없이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는, 오로지 용들에게만 허락된 성지나 다름없었다.
그런 곳에 아무리 ‘용의 아이’라고는 해도 인간을 들이자는 소리를 들었으니 온화한 그녀라도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호루스는 자신 있었다.
자신의 말을 듣고 나면 그녀 역시 그 말에 따를 수밖에 없으리란 걸.
그리고 그 확신은 곧 현실이 되었다.
“···세상에, 곧바로 오룡 회의를 소집하도록 하죠.”
이유를 듣는 즉시 모든 일을 제쳐두고 움직인 그녀는 순식간에 오룡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모두 각자의 업무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나, 평소 차분하던 그녀의 강권이 담긴 채근에는 만사 제쳐두고 달려올 수밖에 없었다.
“뭐야? 청룡. 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하게 우릴 다 부른 거야?”
괜히 까탈스럽게 툴툴거리는 붉은 단발머리의 여성, 적룡.
“이런 시기에 오룡 회의라니. 큰 문제라도 생겼나?”
가장 연장자로서 점잖게 입을 여는 흰 장발의 사내, 백룡.
“호루스 안녕? 그동안 바빠서 얼굴 볼 시간도 없었는데, 넌 여전히 귀엽구나?”
검은 머리를 길게 땋아 내린 채 호기심 가득한 눈을 빛내는 소녀, 흑룡까지.
하지만 제각각이었던 그들의 반응은 호루스의 말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같은 양상을 띠게 되었다.
의문, 불신, 경악.
그리고 혹시나 하는 기대까지.
“그럼 모두 동의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청룡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오룡의 긴급 회동이 시작된 지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용의 아이 제갈혜미의 용신전 출입에 관한 안건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
“후우.”
긴장한 제갈혜미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환계라는 이 생소한 환경 속에서 자신만 일행들과 떨어져 따로 불려 온 상태였으니까.
‘그것도 온통 요괴들만 가득한 세상에···.’
하지만 크게 겁을 먹은 건 아니었다.
깊게 심호흡한 그녀가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에겐 설령 자신에게 위기가 닥치더라도 누군가가 반드시 구하러 와줄 거란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지금까지 줄곧 그랬던 것처럼.
“여기! 이쪽이야!”
그렇게 주저 없이 나아가던 중.
통로의 끝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을 바라보니 이제 고작 예닐곱 살 정도 된 것 같은 꼬마 하나가 그녀를 향해 손을 팔랑팔랑 흔들고 있었다.
‘어린애?’
중원에선 보기 드문 찬란한 금발과 금안을 가진, 인형처럼 아주 예쁜 사내아이였다.
“에헴.”
으스대듯 고개를 치켜들고 가슴을 활짝 편 소년.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귀엽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지만, 용의 아이로서 그 기척을 민감하게 느낄 수 있었던 그녀는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저 귀여운 외양을 한 아이의 진면목에 대해서.
놀랍게도 자신과 저 꼬마는 초면이 아니었다.
“황룡···? 설마 황룡 님이신가요?”
마교와의 전쟁 도중 단 한 방의 공격으로 북경을 통째로 지워버렸으며.
나중엔 그녀를 비롯한 용의 아이들을 위한 의식까지 집도했던 바로 그 황룡.
“음! 알아보는구나? 이제부턴 내가 안내할 테니까 조용히 따라와!”
그것이 바로 지금 눈앞에서 자그마한 어깨를 으쓱이고 앞서가는 소년의 정체였다.
그녀는 상대에게 차마 질문조차 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닫은 채 그 뒤를 따랐다.
‘···이건 말도 안 돼.’
침을 꿀꺽 삼킨 그녀가 근질거리는 손을 꾹 움켜쥐었다.
그리고 질끈 감았다가 다시 부릅뜬 눈을 안내자에게로 고정했다.
‘그 무시무시했던 황룡이 저렇게나 귀엽다니!’
작은 발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아장아장 걷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힘이 풀리며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마치 악독한 요괴에게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지금 지나고 있는 통로엔 아름다운 예술품들이 널려 있었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 그런 것 따윈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 머리 쓰다듬고 싶다.’
찹쌀떡처럼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와 금실처럼 부드럽게 찰랑거리는 머릿결.
까딱까딱 흔들리는 자그마한 머리통과 씩씩하게 움직이는 팔다리까지.
어쩐지 따뜻한 햇살 같은 향기도 풍겨 나오는 듯했다.
‘어린아이라는 게 원래 저렇게 사랑스러운 존재였구나.’
평생을 세가의 가장 깊은 곳에서 두문불출하며 보냈던 그녀는 아이와 접할 기회가 없었다.
지금처럼 건강을 되찾고 나선 세상의 어두운 면만 잔뜩 마주하기도 했고.
그런 그녀였기에 존재 자체만으로 태양과도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호루스가 더욱 인상 깊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나도 자식을 가지면···. 저렇게 귀여운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절대 이뤄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바람.
하지만 이제는 마냥 꿈이 아닌, 현실이기도 한 이야기였다.
‘응, 분명 내 아이도 사랑스러울 거야. 엄마인 나도 어디서 뒤떨어지는 외모는 아니니까. 그리고 아빠 쪽은···.’
불과 얼마 전에 있었던 납치 사건 때문일까.
그녀의 머릿속으로 온갖 망상이 폭주하듯 스쳐 지나갔다.
급기야 두 사람의 이목구비를 이리저리 섞어 2세의 모습을 상상한 그녀가 상기된 얼굴로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어떻게 조합해도 다 예뻐. 아, 그러고 보니 이름은? 지금부터라도 남녀 하나씩 미리 지어두는 게 좋을까? 핫! 만약 쌍둥이면 어떻게 하지?!’
붉어진 얼굴로 끙끙거리며 고민하기 시작한 제갈혜미.
그에 안내하면서 사전 설명을 늘어놓던 호루스가 뒤를 돌아보곤 눈을 깜박였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 응? 너 괜찮아? 어디 아파?”
그 부름에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그녀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퍼뜩 고개를 들었다.
당연하지만 그가 뭐라고 했는지는 하나도 듣지 못한 상태였다.
“죄, 죄송해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제가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
“음! 괜찮아! 긴장하면 그럴 수도 있지.”
겉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인 소년이 그녀를 바라보며 팔짱을 끼곤 씩 미소 지었다.
“뭐, 복잡한 건 다 제쳐두고 본론만 말하자면.”
그리고 손가락 하나를 활짝 펴면서 활기찬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아기를 만들 거야!”
“예에에엣—?!”
어째선지 생각 이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호루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
혼란에 빠졌던 것도 잠시.
다시 이어진 호루스의 상세 설명에 앞뒤 사정을 이해한 그녀가 평정을 되찾은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새로운 황룡이라니.’
아기.
그건 용의 새끼를 뜻하는 말이었다.
쉽게 말해 짝퉁 황룡인 호루스가 아닌, 진짜 제대로 된 황룡을 이 강환계에 부활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여기 있다, 호루스. 샅샅이 뒤져 봤는데 당장 우리가 가진 건 둘밖에 없더군. 혹시 중원 어딘가에 멀쩡한 게 더 남아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걸로 괜찮아요! 어차피 한꺼번에 부화시킬 수도 없으니까! 나머진 차분히 수색해서 하나씩 늘려 가면 되겠죠.”
“···회수에 사활을 걸어야겠군.”
용신전.
그곳은 거대한 용이 똬리를 튼 듯한 형상의 돌산 중심부였다.
제갈혜미를 인도해 그 내부로 들어온 호루스가 백룡이 내민 물건을 받아 들고 눈을 빛냈다.
화창한 하늘을 그대로 담은 듯 푸르게 빛나는 원형의 구체.
그 안에선 선명한 황금빛 광채가 불길처럼, 혹은 물결처럼 일렁이며 선명한 존재감과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황룡의 여의주(如意珠).’
이것은 불의의 사태로 목숨을 잃은 용의 유품이자.
이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알’이 될 매개체였다.
‘「황룡의 보주」라고 해서 여의주와 연관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설마 말 그대로의 의미였을 줄이야.’
하긴, 이 특전에 용신이 개입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황룡이 부재한 이상 아직 이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보긴 힘들었으니.
‘뭐, 나쁘지 않아. 나라고 언제까지 강환계에 신경 써 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확실한 대책 정돈 남기고 가야 뒷맛이 깔끔하겠지.’
물론 단순히 그것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황룡의 보주」는 자신의 특전인 만큼, 정말로 성공했을 때 적지 않은 메리트가 있었던 것이다.
“준비가 다 끝났다는군. 그럼 슬슬 의식을 시작하지. 잘 부탁한다.”
호루스와 제갈혜미에게 말을 남긴 백룡이 용의 형상으로 돌아가며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그리곤 이미 하늘에서 대기하고 있던 세 마리의 용과 합류해 각자 방위를 점했다.
동쪽의 청룡, 남쪽의 적룡, 서쪽의 백룡, 북쪽의 흑룡.
[자, 그럼 시작해 보자고!]그리고 용신전 한가운데에 마련된 제단의 중심에 선 채, 「엘더 드래곤의 심장」을 이용해 거대한 골드 드래곤으로 폴리모프한 호루스까지.
지금껏 재난 상황에서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느라, 또 전대로부터 제대로 승계를 받지 못한 탓에 다소 중구난방인 감이 있었지만.
사실 용신의 직계인 오룡에게는 각기 맡은 역할이 있었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청룡은 참회동 봉인의 관리자이자 재판관.
호전적인 적룡은 외부와의 분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선봉장.
계산적이고 리스크를 꺼리는 백룡은 살림을 총괄하는 사무장.
음험한 흑룡은 외부 첩보 수집과 배신자를 척결하는 심판관.
‘그리고 황룡은 용신과의 연결을 상징하는 제사장이라 할 수 있지.’
호르스의 몸에서 강대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물론 야매로 황룡 취급을 받고 있을 뿐, 진짜 황룡이 아닌 그로선 완전히 제사장 역할을 대체할 수 없었다.
고오오—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존재가 바로 ‘용의 아이’.
세계 수복이란 기적의 증거이자 용신이 직접 지상에 내린 사도이며 무녀(巫女)인 제갈혜미였다.
“···으음.”
여의주 하나를 양손에 쥐고 무릎을 꿇은 채 기도하고 있던 그녀의 입에서 무거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몸이 터질 것 같아.’
방위에 따라 의식의 기둥이 된 다른 용들은 물론, 참회동에서 시작돼 이곳까지 흘러온 막대한 기운이 손에 든 여의주로 일시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 대부분을 황룡인 호루스가 제어하고 있었으나, 의식의 중심에 선 그녀에게도 부담이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아니야, 아직 괜찮아. 그때에 비하면 이 정도쯤은!’
마교에 납치되어 있다가 하승훈과 재회한 그 순간.
그에게 축복을 내리다가 용신과 접신했을 때에 비하면 아직 참을만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때는 뭘 어떻게 하기도 전에 의식이 쓸려 내려가 버렸었으니까.
‘그동안 내가 받은 게 얼만데 이 정도는 해야지!’
또 누가 알겠나?
이 일을 계기로 용들에게 특별한 능력이라도 전수받을 수 있을지.
얼마 전에 있었던 일로 하승훈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서 더욱 강한 힘을 갈망하게 된 그녀가 이를 악물고 여의주를 움켜쥐었다.
그 순간.
파직—!
그녀의 손안에서 금이 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여의주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강한 기원의 힘을 품고 있는 기물이었다.
일각에선 어떤 소원이든 이뤄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름 높은 신비의 결정체.
하물며 지금은 이 의식 전체에 「황룡의 보주」라는 시스템의 특전이 개입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는.
이 세상의 섭리를 일부 비틀어 기적을 발현시키기에 충분했다.
빠지직!
부서진 여의주의 균열 사이.
[캬항!]그 틈새에서 흘러나온 가냘픈 울음소리와 함께.
작고 노란 머리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