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vereign of the Infinite Clones RAW novel - Chapter (468)
(3)
이제 와서 재차 언급하기에도 새삼스럽지만.
라뮤는 굉장히 특별한 존재였다.
누구에게도 없는 권능과도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그렇다고 시스템의 영향을 받아 각성한 건 아니다.
또한 마나나 기, 차크라 등을 수련해 후천적으로 이능을 단련한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지구인이 아닌데도 마음대로 지구에 눌러앉아 있다는 것부터가 그렇지.’
사실 그 특별함에 대해 따지고 들면 한도 끝도 없었다.
한 마디로 어떤 신의 변덕으로 인해 탄생한 이레귤러.
그녀는 존재 자체가 변수 덩어리이며, 기존의 판을 흔들 수 있는 조커 카드나 다름없었다.
“초대장···이요?”
“그래. 초대장.”
그래서였다.
라뮤에게 그 『초대장』을 사용할 생각을 떠올렸던 건.
‘사실 이걸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애매해서 지금까지 줄곧 묵혀두고만 있었는데···.’
자신이 지구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은 이미 각성한 뒤 이세계에서 돌아온 귀환자가 대부분이었다.
어쩌다 보니 지구 활동 초창기부터 번천회에 대항하기 위한 세력을 꾸리게 되었기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 예외라고 한다면 지구에서 흡혈귀가 되었다가 혈맹으로 들어온 말단 부하들과 자기의 유일한 친구인 강태산 정도일까?
어느 쪽이든 각성자로 만들기에는 조금 꺼려지는 게 사실이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돌아올지도 의문이었고.
‘초대장 한 장에 백만 포인트···. 거기다 만약을 위한 귀환권은 하나에 이백만이잖아? 아무리 내가 가진 카르마가 많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펑펑 쓰기엔 좀···.’
물론 친구인 강태산의 경우엔 전적으로 안전을 위해서였다.
특별한 능력이 없는 지금도 이능관리국의 요원으로서 온갖 사건에 연루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런데 거기서 특별한 능력까지 각성했다간 어떻게 될지 뻔하지 않겠는가?
‘녀석에게 뭐라 말하면서 초대장과 귀환권을 넘겨줄지도 문제고 말야.’
그런 여러 가지 이유로 여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초대장』이었는데, 마침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활용처를 찾게 된 것이었다.
“이 방법을 쓰면 지금보다 훨씬 더 빨리 강해질 수 있을 거야. 고유스킬이 부여되는 것도 그렇고, 성장 보정도 적잖은 도움이 되겠지.”
“으음, 각성자가 되면 24시간 후에 무작위 이세계로 전송된다고 하셨죠? ···제 고향인 코시야스 같은.”
“그래. 물론 이미 닫힌 차원이 되어 버린 그곳으로 보내질 일은 없겠지만.”
그녀의 능력을 생각하면 어떤 세상으로 보내지더라도 큰 상관은 없을 터였다.
뭔가 곤란해졌다 싶을 때면 그냥 차원을 넘어 지구로 돌아와 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럼 거기엔 저 혼자만 가는 건가요?”
거실 소파에 앉은 라뮤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애써 대수롭지 않은 척하려 하지만, 그동안 줄곧 함께 있었던 데다가 「정신감응」으로 한 번 연결된 적도 있는 훈은 그녀의 속마음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아무리 더욱 강해지기 위해서 뭐든 시키는 대로 협력하기로 했다 하나, 혼자 아무 정보도 없는 세상으로 가야 했으니 아직 어린 그녀로선 주저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녀를 향해 씩 미소 지으며 자신의 품속에 한 손을 집어넣었다.
“그럴 리가. 다 생각해 둔 방법이 있지.”
직후에 그가 꺼낸 것은 한 장의 서류였다.
척 보기에도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풀풀 풍겨대고 있는.
“···이건?”
“이걸 통하면 네가 어디로 갔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그것은 헤스페론이 자신의 능력인 「맹약의 사슬」과 저주 등을 엮어 만들어낸 계약서였다.
원래는 직접 마주한 상대와만 맹약을 맺을 수 있었으나,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사건은 그가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이제는 꼭 직접 대면하지 않고 이렇게 매개체를 통해서도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뭐, 그것도 그 권한을 대리 행사하는 훈이 당사자 본인이나 다름없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어쨌든 그것만 해도 이 능력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했다.
그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는 이미 어엿한 운명공동체니까. 널 위험한 곳에 혼자 밀어 넣고 혼자 편하게 쉴 생각은 없어.”
“네에.”
이건 그에게도 하나의 커다란 실험이었다.
동시에 라뮤의 능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치를 재측정할 기회이기도 했고.
그런 진심이 물씬 담긴 훈의 설득이 빛을 발했는지, 아니면 아직도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탓인지.
라뮤는 그 수상쩍기 그지없는 계약서에 순순히 서명을 마쳤다.
그가 시키는 대로 손끝에 작게 낸 상처에서 피 한 방울까지 떨어뜨리면서.
“···아!”
이후에 이어진 기묘한 연결에 그녀가 외마디 감탄사를 토하고는 신기하다는 듯 자신의 몸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느껴지는 감각에 반응한 건 훈 또한 마찬가지였다.
‘좋아, 생각대로군. 지금까진 순조로워.’
그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라뮤를 바라보았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여기까지 왔다면 더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그는 VIP 마켓에서 구입한 『초대장 (1,000,000)』을 꺼내 들고는 곧바로 그것을 눈앞의 어린 소녀에게 적용했다.
그리고 그 직후.
화아악—!
순간적으로 뿜어져 나온 섬광과 함께.
라뮤의 눈앞에 몇 줄기의 문구가 떠올랐다.
《차원의 변곡점 감지. 아카샤 시스템에 접속합니다.》
사전에 훈에게서 들었던 것과 정확히 같은 문장.
저 다음에 바로 고유스킬이라는 것을 얻는다고 들었다.
‘이게 각성···. 나한텐 어떤 능력이 생길까? 이왕 나오는 거 좋은 게 걸렸으면 좋겠다.’
고유스킬은 각성자가 단 하나만 가질 수 있는 능력으로, 그 성장 잠재력이 여타 일반적인 능력을 압도한다는 이능이었다.
훈은 그게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그녀가 가진 권능보단 못할 것이라 했지만, 그래도 그런 능력이 하나라도 더 있어서 나쁠 건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과분한 편이긴 한데···.’
그렇게 긴장한 그녀가 마른침을 삼킨 순간.
《에러 코드 발생.》
그녀의 얼굴 앞에 그런 경고성 문구가 출력되었다.
“에?”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 지금 제 눈앞에···.”
아무래도 이 문구는 당사자에게만 보이는 듯 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라뮤에게 그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원인을 분석합니다.》
《오류 발견. 허가되지 않은 개체의 접속 확인.》
《코드 네임 ■■■의 존재가 감지되었습니다.》
《에러 코드 강제 삭제.》
《정정합니다. 입력된 명령을 승인합니다.》
《불가. 절차 준수. 제거 강행.》
《반대합니다.》
······
그녀가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어마어마한 양의 메시지가 설전이라도 벌이듯 한꺼번에 위로 주르륵 올라갔다.
그러던 도중 결론에 대한 내용이 출력된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고유스킬을 각성합니다.》
《지구 강제 추방 명령 집행.》
강한 두통이 라뮤의 뇌리를 들쑤셨다.
상당히 아플 거라 미리 듣긴 했으나, 이건 각오해 둔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
그렇게 아득해지는 정신 속.
서서히 닫혀가는 그녀의 시야에 마지막 메시지창이 어렴풋이 스쳐 지나갔다.
《각성이 완료되었습니다. 고유스킬 ······를 각성하였습니다. 》
《이계 전송까지 1초.》
그리고 그 너머에서 놀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훈의 시선을 끝으로.
그녀의 정신이 깜깜하게 암전되었다.
***
“···이게 뭐야?”
훈이 멍하니 눈을 깜박거렸다.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났기에 뭘 어떻게 대응할 수도 없었다.
“어째서 이계전송진이 벌써 활성화된 거지?”
그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라뮤가 있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조금씩 차게 식어가는 온기만이 방금 전까지 누군가가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각성의 순간에 기절한 것까진 충분히 예상했던 대로인데···.’
자기도 처음 각성할 때 그러지 않았던가?
아니, 그건 이 세상에서 상식이나 다를 바 없었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누가 픽 쓰러지기라도 하면, 119와 함께 나온 이능관리국 전송조사과 사람이 각성 여부를 조사한다는 건 이제 비밀도 아니었으니까.
‘문제는 전송진이다. 원래라면 24시간의 유예가 지나고 전송 10분 전에나 나타나야 할 그게 곧장 라뮤를 집어삼키고 사라졌어.’
훈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상 현상을 보아하니 각성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었다.
어쩐지 라뮤가 기절하기 직전에 당황한 기색으로 뭔가를 말하려 하더라니···.
‘역시 지구인이 아닌 게 문제가 된 건가?’
당장 짐작 가는 바는 그것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예 처음부터 각성 자체가 실패했다면 모를까, 이런 식으로 애매하게 문제가 생길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거늘.
“후우, 이미 일이 터진 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보험을 들어두어서 천만다행이었다.
훈은 한쪽 옆에 놔두었던 계약서를 양손으로 쥐고 가늘게 눈을 떴다.
라뮤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그 이정표에서 흐릿한 존재감이 전해져왔다.
‘다행히 아직 신변에 큰 문제가 생기진 않았군. 그래도 최대한 빨리 가볼 필요가 있겠어.’
사실 정신을 잃은 직후인 지금이 그녀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
일단 눈을 뜨기만 하면 자력으로도 돌아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그녀였으나, 무방비 상태인 지금은 지나가던 들짐승에게도 한 끼 양식으로 전락할 뿐이었으니까.
‘지구에서의 1초가 그쪽에서는 약 10초.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은 없다.’
「한계돌파」로 증폭된 훈의 「정신감응」이 계약서를 통해 이어진 통로를 타고 저 머나먼 곳으로 뻗어나간 이후.
그녀가 전송된 곳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운의 흐름을 생생하게 전달해 오기 시작했다.
마치 본인이 직접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후우, 이 정도면···.”
원래라면 절대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그도 열에 가까운 숫자의 차원들을 순회하기까지 했던 몸.
그동안 쌓인 노하우와 「세계 침공」 등의 다양한 효과를 생각하면 그렇게 불가능하지도 않았다.
파아아—
그렇게 그의 발밑에 「이계전송진 소환」이 발동하고.
라뮤를 집어삼켰던 것과 같은 모양의 전송진이 은은한 빛을 발했다.
그리고 그 직후.
혼자 남아있던 그의 모습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
차원 이동 특유의 묘한 부유감이 지나가고.
《사바천 차원으로 전송이 완료되었습니다.》
훈의 앞에 한 줄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헛! 뭐야, 이건 또!”
“순간이동? 이놈도 수행자인가?!”
하지만 지금은 그쪽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일단의 무리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흉흉한 기세를 풍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허, 어이가 없군.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연달아서 이곳에 기어들어 왔다고?”
“어디서 우리 정보가 샌 거 같은데. 일단 저놈도 잡아서 심문해 보자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대놓고 들어올 정도면 우리를 아주 우습게 본 거 아냐?”
도끼와 대검, 사슬낫과 갈고리 등.
하나같이 흉악한 장비들로 무장한 십여 명의 남녀들이 으르렁거리며 천천히 접근해 오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교류를 통해 우호적인 관계를 다질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 이런. 이거 아무래도 그냥 들어와선 안 될 장소로 넘어온 모양이네.’
다들 수준도 상당히 높아 보이는 것이 단순한 깡패나 산적 같지도 않았다.
무슨 비밀 조직의 일원들이라면 모를까.
작게 한숨을 내쉰 훈이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이곳이 라뮤가 넘어온 좌표가 틀림없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녀석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저들이 말하는 걸 들어보니 이쪽으로 넘어온 건 분명하다. 심문을 위해 어딘가에 가둬둔 것 같은데.’
그 뒤를 따라 이곳으로 넘어오기 위해 최대한 빨리 움직이긴 했지만, 세계 간의 시차는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지구에서 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해도 이 세상에서는 30분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게 현실이었으니.
하필이면 첫 전송지로 많고 많은 장소 중에서 이런 곳이 걸릴 줄이야.
운이 지지리 없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아니, 정말 우연인가?’
상념을 이어가던 훈이 인상을 찌푸렸다.
막 각성한 이가 기절한 순간에 이뤄진 악의적인 전송.
이런 일이 있다고는 지금껏 듣도 보도 못했다.
그걸 생각해 보면 이런 위치 선정도 어쩌면 고의일지도 몰랐다.
‘···아니, 생각은 나중이다. 일단은 라뮤와 합류하는 게 먼저야. 일단 이곳 현장에 남은 사념파를 추적해서···.’
그렇게 그가 한창 다음 행동 방침을 정하던 순간.
“하, 이놈 딴생각 중이었잖아?”
“뭐? 쫄아서 얼어붙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주변을 둘러싼 무리가 어이없다는 듯 입가를 꿈틀거렸다.
그들 입장에서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열이 넘는 이들이 흉악한 무기를 들고 살기를 내뿜고 있는데 딴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그들을 개무시하는 게 아니고서야 뭐겠는가?
그럼에도 그들이 쉽게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건 혹시 상대가 뭔가 한 수를 숨긴 고수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아무리 봐도 저 여유는 강자의 오만이라고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머지않아 그런 걱정은 그들 중 한 명의 목소리에 산산이 깨져 나갔다.
“···잠깐, 허세다! 저놈 심층을 열기는커녕 수행자도 아니야! 차크라를 제대로 다뤄본 적도 없는 놈이다!”
“뭣? 진짜냐? 그럼 방금 순간이동은···.”
“신외지물의 도움이라도 받았겠지! 젠장, 감히 같잖은 허세로 우릴 속이다니!”
검지와 엄지로 원을 만들고 그 사이를 통해 훈을 관찰하던 한 사내의 외침에 주변 공기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쪽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건만, 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뜨거운 분노를 표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죽여!”
“아니, 죽이면 안 돼! 심문해서 정보를 캐내야지! 어떻게 이 장소를 알았는지!”
“하! 먼저 잡는 놈이 임자다!”
사방에서 무서운 기세를 풍기는 무인들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찾았다.’
라뮤의 기척이 느껴지는 장소를 찾은 훈의 눈이 반짝였다.
혹시 몰라서 함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목표를 찾은 이상 더는 저들을 내버려둘 필요가 없었다.
‘범위 설정 완료.’
기이잉—
훈에게서 시작된 정신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일정 격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