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00
– 등급 : S
– 마왕 그레모리의 모든 힘이 저장된 채찍입니다.
– 착용 효과 : 소환수를 대상으로 저장된 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제공 수준 조절이 가능합니다.
– 단, 대상이 힘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소멸할 수 있습니다.
– 힘을 충전하려면 직접 사용해야 합니다.
[귀속의 부적]– 등급 : S
– 소모품
– 동일 등급 이하의 아이템을 귀속시킵니다.
– 스킬 [회수] 가 생성됩니다.
– 회수 : 부적으로 귀속시킨 아이템을 언제든 회수할 수 있습니다.
그레모리가 그렇게 찾던 자신의 힘.
그 힘이 저장된 아이템이 여기서 튀어나왔다.
‘귀속의 부적을 활용하면···.’
이 아이템은 이제 영원히 내 거다.
아이템을 키비시스 주머니에 넣자 상태창에 ‘에너지 지원’이라는 메뉴가 생겼다.
‘이런 식으로 줄 수 있군.’
주변 대상을 고르고 나눠줄 에너지의 %를 지정할 수 있다.
아이템을 챙기자 모든 보물상자가 사라졌다.
그레모리의 채찍에 꺼내 부적을 사용했다.
“아서스. 뭐 좀 테스트해보자. 힘을 줄 수 있다는데···?”
“알겠네.”
나는 아서스를 터치하고 제공할 에너지를 0.1%로 설정했다.
“크으으윽.”
쿵
아서스가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어? 괜찮아? 취소할게!”
“크으. 아, 아닐세. 기다리게!”
아서스의 눈에 핏발이 섰다.
“서진우. 데스나이트를 소환해주게. 이 힘을 시험해보고 싶군.”
“응? 알았어.”
‘해골 소환.’
데스나이트 한 기를 소환했다.
나와 처음부터 함께했던 선임 데스나이트다.
“여기 있는 아서스랑 한번 싸워볼래?”
“알겠다.”
데스나이트의 검에서 검은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가겠네.”
‘아서스도 검은 오러가···?’
스팟.
쾅! 쾅!
둘은 흐릿한 잔상을 남기며 충돌했다.
하얀 대리석에서 서로를 향해 춤추는 검은 오러의 궤적만 남았다.
데스나이트가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아서스는 마스터에 가까운 기사였지만 데스나이트 수준은 분명 아니었다.
단지 0.1%의 힘을 제공했을 뿐인데 데스나이트를 서서히 밀어내고 있었다.
“그만!”
데스나이트가 뒤로 물러나며 내게 시선을 옮겼다.
“주인. 아서스의 몸에서 주인과 연결된 힘의 연결이 느껴진다. 내게도 힘을 제공해줄 수 있나.”
“기다려봐.”
데스나이트에게도 0.1%의 힘을 제공했다.
쿠르르르르.
바닥이 진동하며 데스나이트의 몸이 커졌다.
“다시 가지.”
스팟.
꽈아앙—!
검이 충돌하며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원래 언데드라 그런가···? 힘을 받아들이는 효율이 다른데?’
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아서스가 바닥을 굴렀다.
“크으··· 고맙군. 데스나이트.”
“종종 불러주면 고맙겠다. 내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힘을 회수하자 두 명 모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서진우. 아주 훌륭하네. 종종 힘을 주면 고맙겠어.”
“그러지.”
나는 계약자인 그레모리를 불러냈다.
그레모리는 잔뜩 화난 표정으로 대리석 위에 소환되었다.
“아직 안 죽었어? 마지막 유언이라도 하려고 부른 거야?”
나는 씩 웃으며 채찍을 들어 보였다.
그레모리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턱.
그레모리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내 손에 있던 채찍을 낚아챘다.
“깔깔깔깔! 네가 죽기 전에 내게 큰 선물을 줬구나! 이제 나는 모든 힘을 되찾았다!”
그레모리의 몸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쿠쿠쿠쿠쿠쿠쿠.
검은 공간이 일렁이며 찌그러질 정도의 힘이었다.
‘최대로 개방하면 이 정도 수준이군.’
몰아치는 에너지에 숨을 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나는 광기에 젖어 웃음을 흘리는 그레모리를 바라보며 씩 미소 지었다.
“회수.”
팟.
그레모리의 손에 들려있던 채찍이 키비시스에 들어갔다.
공간을 찢어낼 정도로 진동하던 그레모리가 순식간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 이게 무슨? 내 무기 어디 갔어?”
“내가 회수했어.”
“뭐, 뭐라고? 당장 내놔! 안 그러면 지금 이 자리에서 찢어 죽여주지.”
“우리 아직 계약에 묶여 있는 거 몰라? 너는 날 죽일 수 없어.”
“명계 최악의 마물을 불러와 주마.”
그레모리의 눈이 증오로 번들거렸다.
“채찍은 내 아공간에 들어가 있어. 내가 죽으면 아공간 물건은 어떻게 되나?”
움찔.
그레모리가 몸을 떨었다.
“호, 호호호호! 내 계약자께서 원하시는 게 있으신가?”
“이거 꽤 쓸만하더라고. 내가 쓸까 하고.”
“아, 안돼! 그걸 네가 가지면 내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고!”
“인간의 수명은 얼마 안 돼. 그냥 감옥에 100년 더 갇혀있다고 생각해.”
“꺄아아아! 안된다고! 으아아악! 아아아아아악!”
그레모리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미칠 노릇이겠지.’
그냥 말로만 했다면 이 정도까지 효과는 없었을 것이다.
잠시 손에 들려준 게 결정적인 한 수였다.
자신의 전성기 시절 힘을 아주 잠깐 맛본 그레모리의 눈에는 갈망이 가득했다.
“내, 내가 여태까지 계획한 게 모두··· 네, 네놈 때문에!”
“길어야 100년이야. 얌전히 내 계약자로 남아있으면 돌려줄게. 뭔지는 모르지만 기분 내키면 네 계획도 좀 도와주고.”
순한 맛으로 살살 달래자 그레모리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서를 수정하지.”
모든 형태의 적대적 행위를 못 한다.
내게 무조건 복종하고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내가 생각하기에 계약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소멸’ 한다.
말도 안 되는 조항들을 추가했다.
“이, 이건··· 나더러 네 노예가 되라는 건데?”
“맞아. 내 뒤통수를 치려 한 대가지. 싫으면 그냥 가. 안 잡을게.”
“하, 할게! 하겠다!”
그레모리가 계약서에 추가 서명했다.
번쩍!
계약서가 서로에게 흡수되었다.
곧바로 그레모리의 눈빛이 끈적거렸다.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니··· 유희 삼아 하기에 나쁘지 않은 경험인데? 흐응··· 정식으로 인사하지. 잘 부탁해. 주인님.”
‘마왕이라 그런 건가? 기분이나 태세 전환이 엄청 빠르네.’
“다시 부를 때까지 돌아가 있어.”
그레모리가 입맛을 다시며 사라졌다.
“우리도 돌아가자.”
나는 아서스를 데리고 영지로 귀환했다.
* * *
“허···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그냥 우리를 부르시지···.”
“안 오는 게 좋았어. 아서스가 정말 고생했다.”
아서스를 돌려보내고 파티원들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설명했다.
특히, 아서스가 고통받던 부분에서는 파티원 대부분이 식은땀을 흘렸다.
“나 유리멘탈인데. 큰일 날 뻔 했군.”
박성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빡. 이건 네 선물이다.”
나는 손상된 바이던트를 박성남에게 넘겼다.
“이게 뭐야? 헉.”
“으악! S급 창이잖아?”
“세상에··· 하데스의 창이라고?”
“우와. 부럽다··· 난 아직도 드워프제 A급인데.”
“아, 근데 패시브 스킬이··· 딱 박성남 씨 전용이네.”
“맞아. 축하드려요.”
“축하해요!”
파티원들이 아이템을 보며 경악과 흥분, 축하를 건넸다.
박성남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창을 들었다.
스발린과 바이던트를 들고 있는 박성남.
여느 신화 속 영웅과 다를 바 없었다.
“이제 그 교복만 어떻게 하면 딱이네.”
“그래. 상의는 갑옷으로 어느 정도 가려지는데··· 아예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는 건 어때?”
무기가 마음에 드는지 박성남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세라복이고 뭐고 이젠 무조건 성능이다. 이 정도 급이면 내 의장을 버릴 용의가 있지!”
“모든 공격이 치명타고, 카르마를 쌓으면 부활도 된대. 너한테 딱이다.”
박성남이 허공을 터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여기 상태창에 카르마 수치가 있네. 100% 채우면 되나 보다.”
“진정한 좀비 탱커가 되셨군요.”
“죽여준다! 부활이라니!”
“당장 테스트하러 가자!”
“으하하! 가자!”
박성남과 4인방이 흥분한 기색으로 사라졌다.
“그럼 이제 마왕은··· 다시 안 오나요?”
수진 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언제든 제가 소환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제는 그런 짓 못 할 거에요.”
채찍이 아까워서라도··· 아니 자신의 소멸이 두려워서라도 내게 절대복종할 것이다.
“그럼 다행이고요.”
“언니! 우리 저번에 심은 허브 보러 가요!”
“그래.”
파티원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나는 컨테이너 홀에 있던 왕좌에 앉아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 레벨 : 48
– 등급 : 지키는 자(임시)
– 포인트 : 5
– 선포영지 개발 항목 : [의류점 건설 : 1 포인트]
[농장···– 화전민 개발 항목 : [방어타워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식료품 창고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위생시설 업그레이드: 3 포인트] [연구시설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방어타워 건설 : 1 포인트] [주거시설 정비 : 3 포인트]
– 촌장 개발 항목 : [경매장 업그레이드 : 3포인트]
– 쉘터 마스터 개발 항목 : [마굿간 건설 : 1 포인트]
– 군주 개발 항목 :[선술집 건설 : 1 포인트]
– 대군주 개발 항목 : 없음
– 선박 고유능력 : [업그레이드] [비상 기동] [투명화] [거주 구역] [포문 증설] [구간 운행] [자동 항해] [마법 방어 OK] [물리 방어]
‘슬슬 연구시설 올리고 영지도 한번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데···.’
야킨둔 영지에 선술집과 마구간도 지어야 한다.
‘최근에는 계속 임무를 못 들어갔으니···.’
여러 아이템을 얻어 강해지기는 했다.
특히, 동맹을 맺은 건 무조건 내게 이득인 부분.
‘영지부터 한번 둘러보고··· 임무도 하나 해야겠어.’
골드 미션이 아닌 이상에야 그냥 쭉쭉 밀어버릴 수 있다.
나는 컨테이너 밖으로 향했다.
* * *
광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제일 끝에 사람이 웅크리고 있었다.
‘음? 군복?’
앳된 외모의 남성이 군복을 입고 앉아있다 인기척을 느끼고 벌떡 일어났다.
“누구신지요? 피난민이세요? 여기가 아니라 저기 캠프로 가시면···.”
“호, 혹시 서진우 각성자님이십니까?”
“그렇습니다만···.”
“다, 단결! 일병 전창우! 용무 있어 찾아왔습니다.”
“으음. 군인이신 건 알겠는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제가 군인도 아니고···.”
흘깃 마크를 보니 열쇠부대 아저씨다.
‘미군은 꽤 잘 버티고 있었는데. 우리 군도 살아는 있구나.’
“어쩐 일이시죠? 연천은 무사한가요?”
“네, 넵! 그렇습니다. 검제님의 길드가 경기 북부까지 들어와 웬만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몬스터는 거의 정리했습니다.”
“오, 그 할배 일하네. 잘됐네요.”
“최근엔 의뢰인가 뭔가 해결하러 왔다고 다른 각성자분들도 많이 오셔서···.”
의뢰 시스템까지 사용한다니 검제가 꽤 신경 쓰는 모양이다.
“그럼, 무슨 일이시죠?”
“휴전선에 이상한 몬스터들이 나타났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응?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열쇠부대는 포탈 브레이크 이후 각성자들과 함께 휴전선에서 넘어오는 몬스터를 방어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평소 보던 몬스터보다 더 강력한 개체가 나타나 부대가 위기에 처했다.
각성자들은 모두 도망치고 군인들만 남았다.
‘마족이네.’
외형을 들어보니 디아블로의 마족들이다.
“아니···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시거나 저희 영지로 다 오시지 왜···?”
“대부분 군인은 이런 도시가 있다는 것도 모릅니다. 그리고··· 사단장님의 명령입니다. 죽어서도 부대를 사수하라는···.”
‘어후. 대한민국 군대가 어땠는지 까먹고 있었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아니, 대체 뭐 한다고 거기서 버텨요? 이해가 안 되네.”
전창우가 주저하며 말을 꺼렸다.
“괜찮아요. 말해보세요. 저도 예비역인데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고··· 간부들 때문에 그래요?”
“사단장님이 국방부 장관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어에 신경 쓰시는 것 같습니다.”
“엥? 장관? 이게 무슨 소리야? 정부가 있어요?”
“네. 충무계획에 따라 국회의원들과 각 부처 요인들. 군인, 공무원들이 다 대피에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충무계획.
정말 오랜만에 듣는 낡은 단어다.
‘허··· 살아남았다니 다행이긴 한데···.’
일반인들은 다 내팽개치고 자기들끼리 살겠다고 튀었단 말인가.
거기에 이런 시국에도 자리 하나 해 먹겠다고 병사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다니.
“그럼··· 그쪽 일병 아저씨는 여기 어떻게 온 거예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각성자 하나가 철수하기 직전에 저를 데리고 이곳에 왔습니다. 저는 지금 탈영병 신분이고요.”
‘그렇게 된 거였군.’
“그럼 도와달라는 게···. 그 몬스터를 좀 잡아달라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저는 정부니, 뭐니 그런 건 관심도 없습니다. 그냥 저희 부대원들만 무사했으면 좋겠어요. 전역도 못 하고 가족들 생사도 모른 채 부대에 갇혀있습니다.”
통신이 끊겼으니 어디 연락할 곳도 없었겠지.
“근데 땅 위에는 몬스터들이 잔뜩 있었을 텐데 정부와 군 기능은 어떻게 유지하는 거죠?”
“군 각성자 중에 공간능력자 같은 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땅굴을 모티브로 지하로 들어가 거대한 시설을 만들었다.
일종의 건설 능력자.
‘나랑 비슷하지만 좀 다르네.’
영지처럼 작동한다기보다는··· 땅을 파고, 토대를 만드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토건 능력자라고 불러야 하나.’
‘중요한’ 사람들은 모두 미국 같은 메가쉘터를 만들어 그곳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정부인가 뭔가는 관심 없고, 탈영까지 하면서 제게 찾아오셨는데 외면하기도 어렵군요. 가시죠.”
“지, 지금 말씀이십니까?”
“음? 배고파요? 국밥이라도 한 그릇 하실래요?”
“아, 아닙니다. 이렇게 쉽게 도와주셔도 되는지··· 저희가 뭐 가진 게 없어서···.”
“끌려간 것도 억울한데 거기서 죽으라니. 그건 인간적으로 좀 아니죠. 말씀하신 몬스터는 어렵지 않게 해결 가능합니다. 가요. 금방 끝내드릴게.”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크흑···.”
전창우가 눈물을 왈칵 쏟았다.
‘나와라! 내 탈것!’
팔을 흔들자 허공에서 서서히 배가 나타났다.
광장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저, 저게 뭐야?”
“몬스터?”
“아냐. 타워가 가만히 있는데?”
“배··· 같은데?”
“배가 왜 하늘을 날고 있어?”
“엔진도 없는데 어떻게 나는 거지?”
“대체 뭐야?”
배가 2층 내성 근처에 정박했다.
“탑시다.”
전창우와 함께 배에 올라탔다.
갑판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자 각성자들의 감탄이 쏟아졌다.
“와··· 서진우잖아?”
“영지도 모자라서 이젠 배까지···.”
“에이 운빨X망이네 가진 놈만 더 가지는 더러운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