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01
“진짜 멋있네. 나도 타보고 싶다.”
“멋있다 서진우!”
영지에 있던 각성자들이 후끈 달아올랐다.
“가시죠. 몬스터 쓸어내러.”
압도적인 화력, 일방적인 폭력
서울에는 폭삭 주저앉은 건물들의 잔해만 가득했다.
‘아, 저기도 다 무너졌네.’
얼마 전 몬스터 토벌을 위해 지나다녔던 길까지 파괴되었다.
남아있는 몬스터와 그걸 잡기 위한 각성자들이 만든 흔적.
‘이래서 복구는 되나.’
사람의 흔적은 없어 보였다.
수도권 근처 일반인들은 거의 다 구출해냈다.
몬스터 토벌 의뢰 덕분에 각성자들이 곳곳을 이 잡듯 뒤졌고, 덕분에 영지에 피난민들이 크게 늘었다.
꼭 수도원에서만 오는 것도 아니라서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로 피난 캠프는 항상 북적거렸다.
‘그나마 영지 부녀회 덕분에 살았어.’
수많은 사람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했다.
안전과 의식주가 제공되기에 사람들은 별 불만 없이 따르고 있었다.
‘뭔가 오락거리를 제공하긴 해야 하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국인의 전통 스포츠가 인기다.
‘고스톱이라니.’
젊은 사람 중에는 병영과 훈련소에서 열심히 허수아비를 때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배가 하늘을 날다니··· 이상한 세상이 되었지 말입니다.”
전창우가 바깥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시 복구 될 겁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완전히 망해버린 세상 같은데···.”
“제가 그렇게 할 거예요. 분명 가능합니다.”
전창우에게 한 말이라기보다는 나 스스로 다짐이다.
정확하게 뭐라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지난날과 비교하면 크나큰 발전이다.
흐릿하지만 여러 단서를 찾았고,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비와 동맹도 얻었다.
“속도가 엄청 빠른데 바람도 스쳐 지나가지 않지 말입니다.”
“마법으로 움직이는 배니까요.”
시우 덕분에 마법 방어 개발이 완료되었다.
배 주위에 펼쳐진 녹색 결계가 마법 방어 동작 여부를 보여주고 있었다.
“페널티에도 군이 멀쩡한가요?”
“그게 나중에 보니 각성자들이 있었던 위치만 공격받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군에서 각성한 사람들은 전부 전출되어서···.”
군부대는 정말 깨끗하게 일반인만 남아있었다.
덕분에 묘하게도 페널티의 피해는 군부대를 비껴갔다.
‘미군도 그래서 많이들 살아남았나 보군.’
어느덧 서울을 지나 경기도에 들어섰다.
* * *
“사단본부로 가나요?”
“아뇨. 27보병 여단으로 부탁드립니다.”
전창우의 안내를 통해 부대 근처로 이동했다.
연천군은 서울보다 더 심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저건··· 포격으로 무너진 건데.’
시멘트 건물 외벽에 총알과 포탄 자국이 널려있었다.
몬스터들과 치열하게 싸운 증거.
두두두두두.
멀리 북쪽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총이 효과가 있나요?”
“군에서 새로운 탄알을 지급했습니다. 미제리던데··· 그게 오우거 까지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습니다.”
‘미군? 어떻게 들여왔지?’
군이나 정부 소속, 아니면 도움을 주는 각성자가 군수물자를 보급한 모양이다.
“다 왔습니다!”
따다당! 따다당!
익숙한 총성이 배를 향해 쏟아졌다.
티딩! 팅! 팅!
그러나 배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몬스터인줄 알았나?’
하기야 웬 배가 날아오고 있으면 이상할 만 하지.
“김만호 병장님! 사격을 멈추십시오!”
전창우가 배 밖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잠시 후, 총성이 가라앉았다.
“누구야!”
“일병! 전창우!”
“창우? 이 미친 새끼야. 빨리 도망가!”
김만호 병장이 전창우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복귀했습니다!”
“야, 이 병신새끼야 도망갔으면 잘 살아야지 뭐 먹겠다고 여길 돌아와! 그냥 도망가! 이 배는 또 뭐고!”
욕설 속 녹아있는 걱정.
군 생활을 잘했던 모양이다.
“서진우 각성자님. 내려주실 수 있습니까?”
“아 물론이죠. 기다려 보세요.”
나는 전창우를 들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으아아아악!”
쿵.
연병장에 있던 군인들이 바쁘게 뛰어다녔다.
곧, 다부진 체격의 장년 남성이 내게 뛰어왔다.
‘계급장이··· 대령인가.’
“이게 대체 다 무슨 일인가?”
“단결! 일병 전창우!”
“전···창우? 너 이 새끼 탈영병 아냐? 체포해!”
“잠깐. 기다려 보세요.”
대령이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각성자 서진우라고 합니다. TV에서 보셨을 수도 있겠네요.”
“서진우···? 그 건물을 소환한다는 각성자 말인가?”
“그렇습니다. 여기 전창우 일병이 제게 ‘지원요청’을 했습니다. 탈영한 게 아니라요.”
“군법은 그렇게 마음대로 해석할 수 없네.”
“글쎄요··· 어느 정도 융통성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절차대로 보고했으면 과연 외출 허락을 하셨을까요?”
“···우리는 우리끼리 충분히 할 수 있네. 인간의 과학기술과 군이 쌓은 전략 전술은 어린 친구들의 게임놀음과는 다른 법이야.”
“그거야 보시면 아실 거고.”
쾅! 쾅!
애애애애애앵.
부대에 사이렌이 울렸다.
대령이 전창우를 보며 이를 갈았다.
“너, 처벌은 나중에 하겠다. 완전 무장하고 투입해.”
“단결!”
“각성자들이 여기 몬스터 퇴치를 도와주지 않았습니까? 저도 도우러 온 겁니다.”
“각성자? 흥. 그 쓰레기 같은 놈들.”
대령이 이를 갈았다.
‘왜 이렇게 적대적이지···?’
하기야 전창우도 좀 이상하긴 하다.
검제 길드도 있고, 주변 각성자들도 있었을 텐데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내게 와서 도움을 요청하다니.
“몬스터 몇 마리 잡아주고 아주 상전처럼 굴어? 우리는 군인이다. 너희 각성자들의 노예가 아니라.”
대령의 눈에 증오가 비쳤다.
‘뭔가 일이 있었구나.’
이미 세상의 판도는 각성자 위주로 개편되었다.
나처럼 일반인을 돕는 자가 있는가 하면 각성 자체를 신분의 하나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영지에 있다 보면 좋든 싫든 여러 소식이 들리게 마련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 좋은 사건들.
일반인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많은 고통을 받았다.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안 좋은 일이 있으셨다면 죄송하게 됐습니다.”
나는 진심을 담아 정중하게 사과했다.
대령이 깊은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자네는··· 지금까지 경험한 각성자와는 조금 다르군.”
“제가 일반인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군은 폐쇄된 사회네. 우리는 눈 뜨면 감기 전까지 전투와 수색만 계속하고 있지.”
‘그럼 모를 만도 하지.’
“이번에 이상한 몬스터가 나왔다죠?”
“맞네. 오우거나 그 무슨 도마뱀, 거미 같은 거나 나오더니 이젠 아예 무슨··· 지옥에서 올라온 것 같은 몬스터들이 나온다네.”
“마족이라고 부릅니다. 명계에서 오고 있죠.”
“마족···? 허허. 내가 인생을 너무 오래 살았나 보군.”
완전 무장한 군인들이 연병장으로 몰려왔다.
“일단 한번 맡겨보시죠. 저는 다른 각성자들과 다릅니다.”
“···그러지. 한번 믿어보겠네.”
나는 배를 최대한 낮춰 연병장에 착륙시켰다.
“모두 타세요. 편하게 모시겠습니다.”
“저, 저걸 타라고?”
“배가 왜 나는 거야?”
“창우야 네가 타고 온 게 저거냐?”
“일병 전창우! 예. 저거 죽여줍니다. 한번 타보시지 말입니다.”
군인들이 배 위로 올랐다.
대령도 소총을 건네받았다.
“대령님도 가시게요?”
“지휘관이라고 안전한 곳에만 숨어있으면 되나? 한 손이라도 거들어야지.”
“지휘관께 무슨 일이 생기면···.”
부사관도 아니고 장교가 전투에 참여하다니 신선하다.
내 기억에 원래 그러면 안 되는 거로 알고 있는데.
“병력이 다 죽으면 간부 혼자 뭘 하겠나? 나는 이 부대와 생명을 같이하네.”
‘흠···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네.’
그저 나쁜 놈들을 몇 명 만나 각성자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을 뿐인 것 같다.
탈영했던 전창우를 곧바로 전투에 투입한 것만 해도 그렇다.
완전히 꽉 막힌 사람은 아니라는 말.
2개 중대급 인원이 배에 올랐다.
“이게 다입니까?”
“물론 아니지. GOP랑 전방에 일부 병력이 더 있네. 나도 오늘 아침에야 보급을 위해 잠시 온 거고.”
“어디로 가면 됩니까?”
“휴전선이지. 가장 치열한 곳이네.”
“그럼 갑니다.”
배가 서서히 떠올랐다.
“우와아아.”
“으아. 나 고소공포증 있는데!”
“죽여주지 말입니다! 으하하!”
젊은 군인들이라 그런지 적응이 빨랐다.
감탄과 환호 속에 배가 서서히 이동했다.
* * *
배는 휴전선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저기 있습니다!*
전창우가 전방을 가리켰다.
얕은 고지 너머에는 붉은 개미 떼처럼 몰려있는 몬스터들이 보였다.
미국에서 보았던 익숙한 모습.
디아블로의 마족들이다.
수 백 마리 정도 되어 보였다.
미국에 나타났던 것과 비슷한 규모.
“으··· 오우거 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했는데··· 대체 저게 뭐야.”
병사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생겨났다.
“발포합니까?”
철컥. 철컥.
탄알을 장전하는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
배는 모든 인원이 엎드려쏴해도 될 정도로 거대했다.
“크아아아!”
“저걸 먼저 공격해라!”
땅에서 가래 끓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병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놈들 말을 하잖아?”
“아, 악마인가?”
“마족이라 부릅니다. 마왕 디아블로의 부하들이죠.”
“마왕···?”
내 설명에 대령이 멍한 표정으로 아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높은 위치에서 보는 것은 처음인지 긴장과 함께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이 보였다.
아래 숲에서 파이어볼이 날아왔다.
“피해!”
펑!
파이어볼은 배에 도달하기도 전에 쉴드에 막혀 터졌다.
‘시우가 큰일 했네.’
상태창에 마법 방어 정보가 업데이트되었다.
– 마법 방어 : 99.999%
‘단단하구나.’
이 정도면 웬만한 전투에서 그냥 배를 노출하고 싸워도 충분할 터.
펑! 펑!
연이어 마법이 날아왔지만 모두 쉴드에 흠집도 내지 못하고 터졌다.
병사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으아아아··· 우리는 무적이다!”
“다 죽여버리자!”
아래 숲에서도 함성이 울려 퍼졌다.
“멋있다! 우리 편! 잘한다!”
“와하하하!”
“어? 김 병장! 김 뱀! 나 여기 배에 타고 있어!”
칙. 치익.
무전기로 소식을 교환하며 아군임을 알렸다.
내 배의 등장으로 아군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올랐다.
‘이쯤에서···.’
인간이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지.
‘시설 소환.’
철컥. 철컥.
쿵. 쿵. 쿵.
배 옆면에 달려있던 포문이 차례로 열렸다.
뿌리 묶기 타워를 제외한 모든 형태의 공격 타워를 포문에 배치했다.
저격 타워는 일부러 갑판에 올렸다.
위이이이잉.
타워가 준비되었다.
“이, 이게 뭐야?”
“무슨··· 등대 같은데?”
“타워?”
대령이 입을 쩍 벌리고 열린 포문과 갑판의 타워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대령님.”
“무, 무슨 일인가.”
“저는 군의 방식과 전략을 깎아내릴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정신이 박힌 각성 능력자와 함께라면 분명 아군피해 없이 더 손쉽게 승리할 수 있을 겁니다.”
펑! 펑!
계속 날아오는 마법을 방어하며 마족들 중앙까지 이동했다.
나는 배가 제자리에서 천천히 돌도록 기동 명령을 내렸다.
‘발사.’
꽈아아아앙—!
허공에서 배가 뒤로 살짝 밀릴 정도의 충격.
양쪽 면 포문에 모두 설치한 타워가 불을 뿜었다.
콰아앙—!
펑! 펑!
“끄아아아악!”
“아아악!”
진동과 함께 숲이 불타올랐다.
간신히 포격을 피한 몇몇 마족이 마법을 이용해 허공에 떠올랐다.
위이이잉.
철컥. 철컥.
촥! 촥!
허공에 뜨자마자 아이스 타워에 당하고 어이없이 땅으로 추락했다.
꽝! 꽝!
나는 여유 있게 밖을 구경하며 저주를 걸었다.
‘시체 폭발.’
꽈아아앙—!
“캬아아아악!”
마족들이 뭉텅이로 터져나갔다.
‘피해 증폭도 필요 없고···.’
디버프(해로운 효과)계열 저주인 피해 증폭이나 약화 따위로 필요 없다.
일방적인 폭력.
압도적인 화력.
대령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마, 말도 안 되는··· 화력이.”
병사들은 총을 쏠 생각도 못 하고 엎드린 자세 그대로 귀를 틀어막으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다 죽어버려! 이 개새끼들아! 최운찬 상병의 몫이다!”
“으아아아! 죽어 죽어! 이 새끼들아! 문 일병 살려내고 죽으라고!”
전사자들의 이름이 나오며 군인들의 눈가가 시큰해졌다.
꽈앙—!
펑! 펑!
배를 빙글빙글 돌리며 이리저리 이동시켰다.
타워 사거리 자체도 길뿐더러 배에 설치에 이동까지 하자 조금씩만 이동해도 지우개가 지나가듯 마족들이 사라졌다.
“서진우 각성자님! 저기! 두 놈이 도망칩니다!”
‘도망?’
이미 한번 경험했다.
전세가 불리하면 자신들의 피와 목숨을 담보로 더 강한 개체를 소환하기 위한 의식.
나는 저격 타워를 수동 모드로 돌려 도망가는 마족의 뒤통수를 조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