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02
‘발사.’
꽈아아아아앙—!
퍽!
마족
하나의 머리에 커다란 구멍이 남으며 그대로 절명했다.
남은 마족이 당황하더니 스스로 자신의 팔을 잘랐다.
분수처럼 쏟아지는 피를 받아 곧바로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잉.
‘발사.’
꽈아아앙—!
퍽!
남은 마족이 쓰러진 자리.
마법진에 붉은 기운과 함께 커다란 포탈이 생성되었다.
‘젠장. 늦었나.’
포탈 빛 틈으로 커다란 인간의 형상이 나타났다.
땅에서 포격을 피하던 마족들이 포탈에서 나오는 존재에게 엎드렸다.
“지옥의 기사. 군단장 포라스님! 저희를 굽어살피소서.”
“쓰레기 같은 것들. 이따위로 불안정하게 소환하면 힘을 다 못 쓰지 않나.”
“제, 제발!”
포라스가 손을 휘둘렀다.
“크아아아악!”
엎드려있던 마족들이 비명을 지르며 모두 녹아내렸다.
완전히 포탈에서 나온 포라스가 고개를 들어 나를 응시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 계집년의 배군. 설마 탈출한 건가? 모두 죽인 뒤 뇌를 먹으면 정보를 뽑아낼 수 있겠지. 크크.”
포라스의 손에서 보랏빛 기운이 터져 나왔다.
디아블로의 군단장을 반가워할 존재
‘꽤 강력해 보이는데.’
마족들이 군단장이라 칭한 존재는 긴 머리의 미남자였다.
그는 이 배의 정체와 원래 주인이었던 그레모리까지 눈치챘다.
‘어쩐지 오랜만에 몬스터 잡는 게 너무 쉽다 했지.’
지구인이 얼마나 죽었는지는 몰라도 이제 군단장급 개체까지 소환이 가능한 모양이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디아블로가 강림할 텐데···.’
콰르르르르.
퍼석! 퍼석!
펑! 펑!
포라스 주위에 멀쩡하던 나무가 터지고 가루가 되었다.
콰직.
포라스의 보랏빛 기운이 땅에 스며들자 모든 풀이 말라 죽고 거무튀튀한 색으로 변했다.
쩌적.
땅이 갈라지며 꾸물거리는 애벌레 같은 게 기어 나왔다.
‘땅을··· 바꾸고 있어. 저주받은 땅이 된 건가.’
명계에서 본 그런 느낌의 땅이다.
“나와라. 내 충실한 군대여.”
콰르르르르.
살면서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던 끔찍한 괴물들이 땅을 비집고 올라왔다.
썩은 살점이 녹아내리는 피부.
이족
보행을 하지만 골렘은 아니었다.
등에는 촉수 같은 것들이 자라나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괴물이 끝없이 생성되었다.
“저게··· 대체 뭔가?”
대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저도 처음 보네요. 마물이라고 불러야 하나? 대령님. 숲에 있는 병사들을 모두 철수시키세요.”
“철수··· 하라고? 후퇴하자는 말인가?”
“그럴 리가요. 지금까지 군은 훌륭하게 잘해 주셨습니다. 목숨을 걸고 국가를 지켜내셨죠. 이제부터는 각성자가 처리할 시간입니다.”
“자네··· 혼자서 대체 뭘 하려고···?”
“혼자가 아닙니다.”
나는 우리 편을 모두 불러냈다.
* * *
번쩍! 번쩍!
빛무리와 함께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박성남과 4인방이 치킨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우왁. 여긴 또 어디야?”
“휴전선.”
“엉? 어라? 휠체어 부대 아냐? 으하하 반갑다 후배들아!”
박성남이 반색했다.
수진 씨와 시우, 안젤라는 보이지 않았다.
“아, 세 분은 임무에 들어가셨어요. 아마 당장 나오시기는 어려울 겁니다.”
린저씨 나현우가 눈치껏 대답했다.
“우와아악! 그럼 이번엔 이런 땀내 나는 남자들끼리만 가는 거야? 으으.”
빛무리 속에서 엘프 궁수 100명과 라이델, 아서스가 함께 나타났다.
“다시 만나 반갑네.”
라이델이 미소와 함께 인사했다.
아서스가 주변을 슬쩍 둘러보며 고개를 저었다.
“서진우. 자네는 하루도 쉬질 않는군.”
“죽으면 영원히 쉴 수 있어. 피곤할 텐데 미안하군.”
“야킨둔 영지에도 여러 일이 있었네. 왕성에도··· 나중에 이야기하세.”
“그래.”
척.
엘프 궁수 100명이 정확히 똑같은 동작으로 내게 경례했다.
“어? 아이말?”
가운데 있는 다크 엘프, 아이말이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아이는 재능이 특출나더군. 생각도 유연하고. 미래가 기대되네.”
“엘프에게는 신분 제한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만···.”
“다크 엘프의 관습이었지. 그런 낡은 것들은 다 없애기로 했네. 새로운 알프헤임에서는 새로운 엘프들의 세상이 열릴 테니까.”
라이델이 미소 지었다.
엎드려있던 병사들이 뻘쭘하게 일어서자 엘프들이 사이사이로 들어갔다.
모림이 마그마엑스 가문의 드워프들과 함께 트림을 하며 나타났다.
“캬아. 라면은 정말 엄청난 맛이라니까? 너구리라니 단어조차 감미롭군.”
헤벡의 아들 아이벡도 함께였다.
“어이쿠. 여긴 또 뭐야? 왜 이렇게 높아? 으으.”
“아, 모림은 이 배를 처음 타는군요.”
“내, 내려가 주면 안 되나?”
“곧 내려가게 될 겁니다.”
“허억. 대체 저 마물은 뭐야? 끔찍하네.”
“지난번에 마족은 그래도 좀 멀쩡하게 생겼었는데 말이야.”
“그놈들 강화판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크흐흐. 이런 모험담을 누가 믿을까? 책을 한 권 써야겠어. 영원히 남을 드워프 최고의 모험담을!”
모림이 등에서 도끼를 꺼냈다.
대령이 입을 쩍 벌리고 엘프와 드워프를 번갈아 보았다.
“젊은 친구들 코스프렌가 뭔가도 아니고··· 진짜··· 외계 종족이란 말인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하여튼 제 동료들입니다.”
“이러니 어디 혼자 다녀도 당당한 거로군. 순간이동을 하다니···.”
수십 마리던 몬스터가 이백여 마리까지 늘어났다.
포라스가 눈을 감고 황홀한 표정으로 감탄했다.
“이 세계는 정말 마음에 드는군. 완전히 새것이야. 마법이 없는 세계라니 이 얼마나 감미로운가?”
‘새것이라고···?’
포라스가 눈을 뜨며 다시 나를 응시했다.
“드워프와 엘프 같은 쓰레기들도 함께 왔군. 크크. 배와 함께 침몰하고 싶은가.”
“침몰이라니, 이 배 보험도 안 들어 있는데 그런 끔찍한 소리를.”
나는 지상에 굴락과 소환수를 불러냈다.
키리리리리리릭.
쿵. 쿵.
아이언 골렘과 데스나이트들이 늘어섰다.
프로스트 오러를 흠뻑 머금은 데스나이트가 와이트와 구울을 소환했다.
번쩍.
데스나이트의 검에 오러가 맺혔다.
굴락과 함께 허공에 떠오른 스켈레톤 위저드 16마리가 각자 손에서 빛을 뿜었다.
꿀꺽.
“저··· 괴물도 우리 편인가?”
대령이 와이트와 구울을 가리켰다.
“맞습니다. 충실한 제 부하죠.”
“자네는 중대급 인원을 혼자 통솔하면서 다니는군.”
대령의 눈빛이 감탄으로 물들었다.
포라스가 무감각한 눈으로 우리를 훑었다.
“이게 네놈의 힘인가? 인간들의 수준을 알아보려 기다려 주었건만··· 이게 전부라면 우리 명계가 모든 영광을 차지할 것이다. 크크크크.”
‘죽이지 말고 잡아서 족쳐야겠어.’
하는 말이 심상치 않다.
분명 뭔가 알고 있다.
“아서스. 일단 가볍게 인사부터 해 볼까?”
“알겠네.”
위이이이잉.
아서스가 저격 타워 8개를 모두 조종했다.
꽈아아아아아앙-!
퍽!
저격 타워에서 뿜어져 나간 포가 포라스의 바로 앞에서 터졌다.
그러나 충격이 없지는 않았는지 표정이 일그러졌다.
“감히··· 벌레만도 못한 인간들이!”
“이봐 포라스!”
포라스가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내게 시선을 옮겼다.
“그거 전형적인 악당 대사야! 보통 그런 말 하면 곧 죽는다고!”
“푸훗.”
병사들 몇 명이 숨죽여 웃었다.
“너는 특별히 내 성으로 데려가 주지. 영원한 고통이 뭔지 알게 해주마.”
“야. 너두? 나도 너 그냥 죽일 생각은 없는데.”
크아아아아악!
괴물들이 우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카르마를 100%까지 모아왔다. 크하하하!”
박성남이 스발린과 바이던트를 들고 배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 뒤를 강석호가 따랐다.
나는 포라스를 가리키며 외쳤다.
“전원. 공격.”
* * *
우우우우웅.
꽈아아아앙-!
스플래쉬 타워가 불을 뿜으며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키리리리릭.
아이언 골렘이 달려가던 속도를 이용해 마물에게 숄더차지를 먹였다.
쾅!
키에에엑!
마물이 뒤로 한걸음 물러나며 버텨냈다.
‘꽤 강하네. 저걸 버텨내다니.’
푹.
마물이 녹아내리는 허벅지 살점에 자신의 손을 박아넣고 무언가를 꺼냈다.
‘검···? 뼈인가?’
자신의 뼈를 검처럼 갈아 만든 무기.
마물이 아이언 골렘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쾅!
아이언 골렘의 어깨 부위가 움푹 파였다.
키에에에에엑!
그러나 대미지 반사 효과로 마물의 어깨가 폭발하듯 터졌다.
골렘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마물을 공격했다.
쾅! 쾅!
키에에에엑!
진흙 같은 마물의 살점이 이곳저곳에 튀며 서서히 녹아내렸다.
키리리릭.
“크아아아!”
아이언 골렘이 포효하며 전방을 향해 내달렸다.
데스나이트가 오러를 머금은 검을 휘둘렀다.
스팟.
툭.
마물의 팔이 잘렸다.
키에에에엑!
퍽! 퍽!
마물의 등에서 촉수가 자라나 데스나이트를 공격했다.
데스나이트의 팔이 터져나갔다.
와이트가 마물에게 달려들어 촉수를 물어뜯었다.
떨어진 팔을 바라보던 데스나이트가 구울에게 손을 뻗어 힘을 흡수하고 다시 팔을 재생시켰다.
“흐랴아! 내게 와라! 크하하하!”
푹! 푹!
박성남이 바이던트를 찌를 때마다 마물의 몸에 구멍이 생겨났다.
모든 공격이 치명타로 작용하는 바이던트의 능력.
박성남은 마물의 공격을 맞아도 큰 충격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크하하하! 암흑계열 저항력이 늘었다고!”
푹! 푹!
박성남이 마물 열 마리를 몰고 배를 향해 소리쳤다.
“아서스! 예쁘게 잘 모아뒀다!”
팅! 팅!
펑! 펑!
박성남이 스발린을 들어 마물의 공격을 바쁘게 막아냈다.
꽈아아아앙!
스플래쉬 타워 4기의 포격이 마물에게 집중되었다.
흩날리던 먼지가 가라앉자 서 있는 건 오직 박성남밖에 없었다.
“어우. 상큼하구만. 간다!”
박성남이 마물을 향해 다시 달려갔다.
드워프는 엘프의 지원을 받으며 침착하게 한 마리씩 상대했다.
“모루의 신이여! 우리에게 힘을!”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아이벡이 날카로운 양날 도끼를 들고 마물에게 달려들었다.
쾅! 쾅!
키에에에엑!
마물의 촉수 공격이 시작되자 바닥을 굴러 피하는 아이벡.
또 다른 마물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이벡을 향해 달려들었다.
“위험해!”
모림이 아이벡을 도우려 했지만 달려드는 마물에게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팅. 팅. 팅. 팅.
경쾌한 활 소리와 함께 아이벡에게 달려들던 마물이 고슴도치로 변했다.
이 모든 전투를 지켜보던 대령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전쟁이군.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모두 엎드려 쏴!”
“예!”
병사들이 자리에 엎드려 K2를 장전했다.
따다당! 따다당!
귀를 찢는 총소리와 함께 마물의 몸이 조금씩 흔들렸다.
완전히 죽일 정도의 화력은 아니라도 잠시 멈칫거리게 만드는 것으로 충분했다.
전장에서는 그 잠시의 틈에 생사가 갈린다.
굴락은 스켈레톤 위저드와 함께 마법 포격을 쏟아냈다.
“광역마법으로 태워버려라!”
꽈아아아앙!
좁은 지역에 불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황폐해진 땅에서는 얼음 기둥이 솟아오르며 날카로운 가시를 만들었다.
마물들은 배 위의 타워에서 쏟아지는 포격에 굴락과 스켈레톤 위저드가 쏘는 마법까지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박성남이 마법을 맞고 비틀거리는 마물의 몸에 구멍을 냈다.
“죽어라! 크하하하!”
박성남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마물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 * *
마물이 얼추 정리되고 나는 포라스 앞에 내려섰다.
전장에 죽어 나가는 마물을 바라보던 포라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내가 불완전한 상태로 소환되었다 해도··· 왜 이렇게 되는 거지?”
펑! 펑!
키에에에엑.
마물의 비명이 사방을 울렸다.
나는 빙긋 웃었다.
“억울해할 거 없어. 하필이면 나를 만난 게 운이 없었을 뿐이지.”
“운이 없었다··· 누구 운이 나쁜 건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
“이 상황에서도? 대단한데···? 허세가 육체를 지배하셨나?”
포라스가 차갑게 웃었다.
“한시라도 빨리 그 나불거리는 입에서 아름다운 비명이 나오는 걸 보고 싶군.”
“비명은 네 입에서 나오겠지.”
꽈아아아앙!
퍽!
저격 타워가 불을 뿜자 포라스 주위에 쉴드가 빛나며 막아냈다.
“후우··· 이제 끝이다.”
콰콰콰콰콰!
포라스 주위에 에너지가 발생하며 파도처럼 주변으로 터져나갔다.
숲에 있던 나무가 모조리 쪼그라들었다.
‘에너지를 흡수하는 형태인가···?’
포라스의 몸이 점점 커졌다.
“야! 변신한다! 빨리 퍼부어!”
펑! 펑!
마법과 포격이 쏟아졌다.
나는 아이언 골렘을 시켜 마물의 시체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