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07
* * *
“네놈들은 대체 뭐냐···!”
티데우스가 한 손에 대검을 들고 나를 가리켰다.
“우리? 아테나한테 못 들었냐? 저승사자다.”
“흥. 저쪽 신들의 떨거지들인가? 그래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리가 승리한다!”
‘저쪽 신들?’
아마도 북유럽 신들을 말하는 것 같다.
‘슬슬 목표가 명확해지고 있어.’
레벨이 오를수록 점점 진실에 다가가고 있다.
나는 씩 미소 지었다.
“티데우스가 뭐냐? 헤라클레스나 테세우스는 아는데.”
“이, 이···! 감히 그런 겁쟁이들과 나를 비교하다니!”
티데우스가 들고 있던 대검을 들고 내게 달려왔다.
‘성격 더럽네. 도발이 잘 먹히는군.’
“아테나도 나한테 두들겨 맞은 거 알고 있냐? 아폴론도 있었는데.”
“크아아악! 다시는 지껄이지 못하게 죽여주마!”
쾅!
티데우스의 대검에서 검붉은 오러가 길게 뿜어져 나왔다.
커다란 덩치와 대검, 거기에 10m쯤 뻗은 오러까지.
“헤이. 네 상대는 나야!”
펑!
박성남이 티데우스를 향해 달리며 도발을 사용했다.
“크윽··· 뭐, 뭐냐! 왜!”
티데우스가 당황한 표정으로 박성남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크크. 어서와. 도발 스킬은 처음이지?”
쾅! 쾅!
박성남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예전에는 일반인이 방패를 들고 억지로 몸빵하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제법 여느 영웅이 싸우는 것처럼 날렵한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허, 뭐야··· 진짜 기사 같네.”
“제스터가 검술을 많이 가르쳐줬어요.”
박성남이 티데우스의 검을 침착하게 막아가며 1:1로 붙잡아 두었다.
강석호는 티데우스의 등 뒤로 다가가 독이 담긴 검을 쥐고 난도질을 사용했다.
위이이이잉.
쾅! 쾅! 쾅!
촥. 촥.
아서스가 타워를 조종해 거대 멧돼지와 병사들을 쓰러트렸다.
꽈아아아앙—!
저격 타워의 포격에 티데우스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오, 영웅은 영웅이군. 저걸 버티네.”
“아서스. 전쟁터 한복판에서 너무 태연하다?”
“사람이 이렇게 변하는가 보네. 솔직히 포라스에 비하면 하품이 나오는 수준이야.”
“하긴, 그렇지.”
쾅! 쾅!
끼에에에엑!
멧돼지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병사들을 상대하던 테오도르의 병사들이 우리 쪽으로 몰려들었다.
선두에 선 앵거스 패닝턴이 나를 향해 함박웃음을 지었다.
“크하하하! 아서스 발포그 왕자와 마법사!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우리를 구하러 와 주었나!”
“아니, 제 이름은 마법사가 아니라···.”
“그나저나 아서스 자네는 이제 발포그를 가지거나 죽음을 맞이하거나 둘 중 하나겠어. 우리 테오도르는 자네를 지지하겠네.”
‘이름 좀 말하자!’
마법사가 뭐야 마법사가.
호탕하게 웃는 앵거스를 향해 아서스가 정중하게 허리를 굽혔다.
“초원의 강력한 기마병. 창과 활을 사랑하는 들판의 샤프 스피어 기사단께서 제게 호의를 보여주신 것, 잊지 않겠습니다.”
“크하하하하! 들판에 살다 보면 귀족들이 좋아하는 꽃은 금방 죽는 걸 보게 되지. 계속 관리해야 하거든. 하지만 끝까지 살아남는 건 이름 모를 잡초일세!”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여기 이 벽은 또 뭔가? 게다가 왕자가 대륙 반대편 리요네스의 타워를 조종하고 있다니?”
“자세한 건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병력을 뒤로 물리십시오.”
“그럴 수는 없네! 우리 기마대는 단 한 번도 다른 이의 등을 보며 달린 적이 없어! 우리는 좌향으로 간다!”
뿌우우우—!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뿔피리 소리와 함께 기마병들이 초원을 가로질렀다.
* * *
챙! 챙!
크악!
퍽! 퍽!
일렬로 늘어선 발포그의 병사들이 검은 오러를 뿜어내며 기마대를 찔렀다.
선두에 서던 수십 명의 테오도르 병사들이 낙마했다.
그러나 기마병들은 두려움을 잊은 채 그대로 병사들을 밟고 지나갔다.
“와··· 무슨 파도가 지나가듯이 쓸고 가네.”
“테오도르의 상징과도 같은 전술이네.”
아서스가 타워의 공격을 잠시 정지시켰다.
“왜?”
“혹시 피해를 입을까 해서.”
“지금 나는 임무로 들어왔으니까 아마 적으로 치지 않을 거야. 저기를 봐.”
기마병들은 맹독 타워의 독이 남은 자리를 지나가도 멀쩡했다.
“그럼 마음껏 공격하겠네.”
위이이이잉.
쾅! 쾅!
스플래쉬 타워가 연신 불을 뿜었다.
쾅! 쾅!
푸르르르!
말들이 놀라거나 폭발 때문에 땅이 튀어 오르며 약간의 피해를 보긴 했어도, 기본적으로 타워 자체의 공격은 테오도르의 병사들에게 먹히지 않았다.
“아서스가 우리 뒤를 지켜준다! 싸워라 테오도르의 병사들이여! 리요네스의 타워는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와아아아아!”
“아서스! 아서스!”
앵거스의 외침에 병사들의 사기가 잔뜩 올라갔다.
“미안하네. 자네 타워인데···.”
“괜찮아. 널 왕위에 올릴 때까지는. 흐흐.”
“뒤에 그 웃음은 뭔가?”
“부동산과 더 많은 돈 아니겠어? 흐흐흐흐. 개국공신은 원래 한몫 잡는 거잖아?”
“자네가 그런 말을 하니 어색하군.”
“왜? 나 돈 엄청 좋아해. 나중에 수서 땅 보상받으면 평생 놀고먹을 거다.”
멧돼지를 제외한 발포그의 병사들은 거의 다 죽었다.
‘아무리 오러가 있어도 쓸 줄 모르면 의미가 없구나.’
각성자처럼 스킬의 도움을 받는 게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병사의 숫자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고.
* * *
테오도르가 전장을 쓸고 지나가자 티데우스가 분노했다.
“크아아악! 이놈들! 감히 영웅을!”
“우리 바빠. 그냥 빨리 죽어.”
“크크크. 신에게 받은 내 권능을 보여주지! 내게 오라!”
‘권능?’
쿵.
티데우스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퍼져나가며 온 전장을 덮었다.
‘뭐지? 바닥인가?’
그때, 바닥에 쓰러졌던 병사들이 하나둘씩 일어났다.
“크크크크. 우리는 무적의 군대다. 타나토스께서 아케론강을 막아버리셨지. 하데스님은 우리를 위해 명계의 율법마저 바꾸셨다!”
‘그렇다면···?’
죽은 자가 명계로 가지 않고 부활한다는 소리.
크게 놀랍지 않았다.
내 영지민들 역시 한번 죽었던 자들이다.
멀리까지 진군한 기마대가 다시 전장으로 회군하며 정렬했다.
앵거스가 아서스와 내게 다가왔다.
“발포그의 군대는··· 죽지 않는군. 그동안 다른 신의 영웅들도 많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일세.”
“누가 있었죠?”
“내가 본건 데이포보스와 피엘로스라는 영웅이었네. 끔찍할 정도로 강했지.”
“어떻게 퇴치했나요?”
“퇴치? 우리는 도망쳤네. 영웅과 함께한 전투에서 이 정도로 비등하게 싸운 건 처음이야. 그런데··· 부활이라니···.”
앵거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상관없어요.”
“무슨 말인가? 죽여도 계속 살아나면 힘을 낭비할 뿐이네. 차라리 다른 쪽으로···.”
“계속 그렇게 퇴각하다 보면 결국 전쟁에서 지는 겁니다. 이기는 걸 보여줘야죠.”
‘골렘, 해골 소환.’
앵거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마법사. 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저는 마법사가 아니라. 서진우입니다. 서. 진. 우.”
“서진우? 그게 무슨 직업인가?”
“···놀라지나 마시고요.”
키리리리리릭.
쿵. 쿵.
아이언 골렘과 데스나이트가 등장했다.
“으헉! 저게 뭐야!”
굴락이 하이드를 풀고 스켈레톤 위저드와 함께 나타났다.
“리, 리치다···! 데, 데스나이트!”
영웅을 보고도 놀라지 않던 앵거스가 리치와 데스나이트를 보며 당황했다.
“죽은 자가 살아난다고요? 그렇다면 제게 맞춤 솔루션이 있죠.”
“솔루션···?”
“굴락!”
“크크크. 알았다. 흐읍···! 이 죽은 자의 향기. 너무도 마음에 드는군.”
굴락의 손끝에서 불길이 높이 솟아올라 하늘로 향했다.
화르르르르르!
하늘에서 불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떻냐, 내 선물이? 파이어 레인이다! 크크크.”
쿵. 쿵. 쿵.
아이언 골렘과 데스나이트가 전장으로 합류했다.
* * *
기마대에도 당하는 병사들은 애초에 데스나이트나 와이트의 상대가 안 됐다.
우리 소환수들도 나름 여태까지 엄청난 적들만 상대했기에 전투는 수월하게 이어졌다.
굴락이 전투 중에 내게 날아왔다.
“주인! 이놈들··· 내가 흡수 할 수 있는데?”
“뭐? 흡수할 수 있다고?”
“그래. 한번 죽었다 살아나서 그런지··· 어둠의 기운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어.”
‘아···.’
그레모리가 설명해줬던 명계의 법칙.
마족은 죽은 자를 통해 힘을 흡수한다.
일반인은 죽어 3개의 강을 지날 때 명계에 힘을 빼앗긴다.
그런 힘이 명계에 가지 못하고 다시 돌아왔으니···.
‘진수성찬이겠네.’
“가서 흡수해. 그냥 둬봐야 나쁜 놈들이 먹을 것 같다.”
“크크크! 크하하하!”
굴락이 떠나고 선임 데스나이트도 달려왔다.
“주인! 저 앞에 인간들···.”
“힘을 흡수할 수 있다고? 너희도 흡수가 되냐?”
“그렇다. 굴락님께서 가르쳐줬다.”
“나는 그냥 주인인데 굴락은 왜 님이냐? 쯧. 아무튼 가서 흡수해.”
“알았다.”
난데없이 전장에 흡수 경쟁이 일어났다.
죽어도 다시 살아나던 발포그의 병사들은 언데드가 다가가 힘을 흡수하자 그대로 쓰러졌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이놈들! 내 병사들을···!”
“네 병사가 아니라 발포그 병사들이겠지. 그리고 전쟁 중에 무슨 헛소리야?”
쾅! 쾅!
푹! 푹!
박성남의 올 크리티컬 공격.
바이던트가 티데우스를 계속해서 공격했지만, 그는 끝까지 버텨냈다.
‘흠··· 결국 마무리는 권능인가?’
좀비 같은 것들이다.
처음부터 그냥 스킬을 쓰면 한 방에 안 죽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전투 중에 내뱉는 말에서 여러 정보를 얻을 수도 있었다.
‘성남이가 좀 힘들겠지만··· 어쩔 수 없지.’
나는 다그다의 곤봉 스킬인 조율을 사용했다.
번쩍!
하늘에서 빛이 비치며 황금색 천칭이 내려왔다.
티데우스가 당황하며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이, 이게 대체 뭐냐! 이 느낌은··· 신?”
천칭이 티데우스의 머리 위에 자리했다.
“아, 안 돼! 나, 나는 아테나님과 하데스님의 축복을 받은 영웅이다! 이럴 리가 없어!”
“잘 가라.”
천칭이 좌측으로 기울었다.
부르르르르르.
티데우스의 몸이 격렬하게 떨렸다.
펑!
티데우스의 몸이 한 방에 터지며 어두운 기운이 흩날렸다.
‘피도 안 나네. 말 그대로 그냥 소멸하는군···.’
영웅은 일반적인 인간은 아닌 모양이다.
흩어지는 기운을 향해 언데드가 서로 달려들며 경쟁하듯 흡수했다.
“아서스 왕자···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저 언데드 무리가··· 자네 쪽에서 소환했다 이 말인가?”
“정확하게는 여기 서진우의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 편이죠.”
앵거스가 전장에 우뚝 서 있는 타워와 언데드를 번갈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 * *
“유적?”
“네. 어떻게 부르던 상관은 없는데요. 아무튼 아주 오래되고 누구도 가지 않는 그런 곳이 있을까요?”
임시로 설치한 막사 안.
나는 앵거스와 독대했다.
“전쟁 중에 갑자기 유적은 왜 찾나?”
“메르키오르··· 그러니까 발포그 왕국이 전쟁을 일으킨 이유가··· 아마도 테오도르의 영토에 있는 어떤 장소 때문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흠. 유적··· 유적이라···.”
“단장님, 혹시 그 버려진 땅 조각들을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요?”
부관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아! 그럴 수도 있겠군!”
“버려진 땅 조각이요?”
“그래. 경계라고 부르는 이상 현상이지. 그것에 대해 알고 있나?”
“말보런스 여기저기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맞아. 그런데 우리 테오도르에 있는 경계는 좀 특이하네.”
앵거스가 알기로 일반적인 경계는 공간이 무너져 내린 공허 그 자체다.
그러나 테오도르의 경계는 땅이 조각나 있긴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대단히 넓고, 알 수 없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네. 탐험가들이 몇 번 들어갔지만, 다시 돌아오지는 못했지.”
그리고 조각난 땅들에는 일상 용품이 자주 발견됐다.
“오랜 옛날에는 꽤 좋은 그릇도 나와서 밀수꾼들이 극성이었다 하는 말도 있었고. 지금은 아마 아무것도 없을 걸세.”
워낙 넓기에 국가 차원의 조사도 멈춘 상태다.
‘거기구나.’
퀘스트 동선을 제대로 따라왔다.
앵거스가 다음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었다.
“그곳이 어디죠? 여기서 먼가요?”
“아닐세. 이 근처야. 국경에서 그리 멀지 않네.”
전쟁의 이유가 확실시되었다.
“그곳을 알려주세요. 저희가 그곳에 가면 전쟁을 끝낼 수 있습니다.”
로키의 아들 나르피
“전쟁을 끝낸다고? 어떻게···?”
앵거스가 종전 이야기에 당황했다.
‘임무 내용에 따르면··· 메르키오르는 제이나와 함께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유적 발견, 보스 처치, 인질 구출, 기록 획득까지.
한 장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임무들이다.
“발포그의 궁정 마법사가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전쟁은 새로 영입된 그 마법사가 주도적으로 벌인 일이고요.”
“그게 진짜라면 아이작 발포그께서는 총명함을 잃으신 게로군.”
“아직 멀쩡한 아서스가 남았으니까요.”
“발포그 왕가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 뜻이겠지. 그러나, 진짜 전쟁이 끝난다 해도 협상에는 테오도르의 재상이 나올 거야. 쉽지 않을걸세.”
먼저 침공해놓고 실수였다고 내뺄 수도 없다.
양측 모두 극심한 피해를 입었고, 보상 관련 문제는 국가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그런 건 아서스가 처리하겠죠. 저는 전쟁의 원인만 제거하면 됩니다.”
“특이한 마법사로군. 아니 마법사가 아니라 서진우라 했나?”
‘응···?’
“서진우라는 직업은 처음 들어보는데. 리요네스에서 새로 유행하는 이름인가?”
“···네 뭐. 그렇습니다.”
한국식 이름이 어색한 모양이다.
툭. 툭.
앵거스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고민했다.
부관이 긴장한 표정으로 자신의 상관을 바라보았다.
‘딱히 계산적인 타입은 아닐 것 같았는데.’
“좋네. 아서스와 함께 나타난 걸출한 서진우를 믿어보지.”
“그냥 마법사라고 불러주십쇼.”
“단장님. 전쟁 중에 상대국가의 사람을 국경 내부로 들이시면··· 나중에 정치적으로 위험해지실 수 있습니다.”
부관이 맞는 말을 했다.
‘앵거스의 고민이 그거였군.’
그렇다면, 지금의 허락은 자신의 직위를 내던질만한 모험인 셈.
“괜찮아. 패트릭. 오늘 이 서진우가 싸우는 걸 보지 않았나? 우리와는 애초에 다른 세계의 사람인 것 같네.”
대충 한 말일 텐데 아주 정확하다.
“그럼··· 저는 방금 말씀하신 결정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충성심이 대단한 부관이다.
“크흐흐 그래서 내가 자네를 좋아하지. 패트릭. 자네가 좀 데려다주게.”
“하아···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