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09
바닥에 죽어있던 거인들.
검은 기운이 그들을 스치자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 * *
전투는 원상태로 돌아왔다.
아니, 더 안 좋아졌다.
나르피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뒤를 돌아 제이나를 향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쿠르르르릉.
신전 위로 검은 구름이 몰려들며 제단에 누워있던 제이나의 몸이 서서히 떠올랐다.
“제, 제이나!”
‘2 페이즈라 이거지.’
다음 단계로 진입한 전투.
올림푸스의 영웅들은 우리를 비웃었다.
“크크. 노예 검투사를 보는 느낌이군.”
“우리에게 죽는 것을 영광으로 알라!”
“내가 먼저다!”
쿵. 쿵. 쿵.
영웅들이 신전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콰르르르.
콰직. 콰직.
영웅들까지 합세하자 성벽이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나는 아직 누워있는 거인의 시체에 시체 폭발을 사용했다.
꽈아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거인의 시체가 산산이 조각났다.
“오, 그래! 차라리 완전히 부숴버리··· 응?”
거인이 폭발해 죽었던 자리.
바닥을 흐르던 검은 기운이 뭉치더니 그 속에서 거인이 멀쩡한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으아. 이게 뭐야! 이러면 언제 끝나?”
‘이상해. 아예 공략이 불가능한데···?’
적어도 이건 임무다.
그렇다면 반드시 공략법이 존재할 터.
‘···혹시?’
반드시 쫄 몬스터를 잡을 필요는 없다.
보스가 마법으로 쫄을 되살린다면···.
“나르피만 잡아내면 임무에 성공하겠어.”
“서진우! 나도 함께 가세! 에드먼드를 저지해야 하네!”
“굴락! 아서스에게 플라이 좀 걸어줘! 빡! 최대한 탱킹하고!”
“오케이!”
타워를 자동 공격으로 돌리자 아서스의 몸이 떠올랐다.
나는 제단 앞을 바라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블링크.’
* * *
“뭐, 뭐냐!”
나르피가 갑자기 옆에서 나타난 나를 바라보며 당황했다.
“뭐긴. 죽을 시간이지.”
키리리리리릭.
블링크의 최대 장점.
소환수가 한 번에 같이 이동한다.
아이언 골렘, 데스나이트 17기와 스켈레톤 위저드 16기가 함께 이동했다.
꽝!
아이언 골렘이 나르피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크아아악!”
나르피가 마법을 쓸 생각도 못 하고 아이언 골렘에게 맞아 그대로 계단을 굴렀다.
“에드먼드! 멍청한 놈아! 구경하지 말고 공격해!”
“크으으으··· 알겠다!”
에드먼드의 눈이 붉게 변했다.
“에드먼드! 네 상대는 나다!”
쿵.
아서스가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에드먼드에게 달려들었다.
“크크크크. 멍청하고 또 멍청한 놈. 변방에 처박혀 있었으면 괜찮았을 것을··· 이젠 늦었다! 그냥 널 죽여주마! 아이작의 뒤를 따르거라!”
“···아버지? 아버지를··· 설마.”
“크크크크. 지금 있는 국왕은 그저 껍데기뿐이다. 나르피님께서 궁정 마법사에 취임하신 바로 그날부터.”
“이··· 이··· 쓰레기 같은 놈아! 널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아서스의 손에서 검은 오러가 쭉 뽑혀 나왔다.
쾅! 쾅! 쾅!
누워있는 제이나의 몸에 검은 기운이 조금씩 차올랐다.
‘저게 남은 시간이군.’
검은 기운이 제이나를 완전히 삼키면 임무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크으. 특별히 네놈은 나의 전사로 만들어주지.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모든 인간을 네놈들이 도륙하게 될 것이다. 역사에 영원히 남을 혈귀가 되거라.”
나르피가 저주를 내뱉으며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웠다.
쿵.
나르피의 몸에 쉴드가 쳐지고 바닥에 마법진이 생겨났다.
“아서스! 피해!”
마법진에서 검은 에너지가 폭발하듯 튀어 올랐다.
쾅!
스켈레톤 위저드가 폭발에 휘말리며 그대로 터져나갔다.
나르피가 쉴드를 두른 몸으로 허공에 떠올라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아이언 골렘이 열심히 나르피를 쫓았지만 허사였다.
‘젠장. 어그로도 안 먹히고.’
스팟! 스팟!
쾅! 쾅!
아서스와 에드먼드는 오러를 뿜어내며 치열하게 서로를 공격했다.
“아서스! 검술이 많이 늘었군. 내가 가르쳐 준 보람이 있구나. 크크크.”
“네가 뭘 가르쳐? 쿨렌이 다 가르쳤지.”
“쿨렌···? 크크크. 내 충실한 신하 쿨렌 도킨을 말하는 건가?”
“그게 무슨 개소리야! 쿨렌은···!”
“쿨렌은 우리 중 하나가 되었다.”
“뭐라고···?”
아서스의 몸이 굳었다.
에드먼드가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위험하다!”
굴락이 재빨리 아서스에게 쉴드를 사용했다.
쾅!
쉴드가 미쳐 몸을 감싸기 전에 들어간 공격으로 아서스가 피를 뿌리며 바닥을 굴렀다.
“병신같은 놈! 크크! 처음엔 네놈도 우리 중 하나로 만들까 했는데··· 역시 잘한 선택이었어. 이대로 죽어라!”
* * *
‘방법이··· 그래! 그게 있었지!’
어둠의 자식들에게는 어둠의 힘으로 상대해야지.
“굴락! 아서스를 계속 지원해라. 거기! 스켈 위저드! 데스나이트에게 플라이를 사용할 수 있나?”
“가능하다. 그러나. 데스나이트의 힘을 온전히 활용하려면 마력이 많이 필요하다.”
“그건 내가 해결해 줄게.”
나는 상태창을 통해 그레모리의 채찍에 담긴 힘을 배분했다.
‘일단 1%부터 시작해볼까.’
아이언 골렘과 해골을 합치면 모두 33기.
그리고, 아서스와 굴락에게 1%씩.
총 35%의 힘이 소환수에게 배분되었다.
쿠르르르르.
소환수들의 몸이 전체적으로 커졌다.
쾅!
아이언 골렘이 신전 기둥을 후려치자 가루로 변했다.
크아아아아아!
힘이 마음에 드는지 아이언 골렘이 포효했다.
데스나이트의 오러는 더욱 진해지고 길어졌다.
갑옷에는 광택이 흐르며 쉴드까지 흘렀다.
스켈레톤 위저드는 굴락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했다.
쿵. 쿵. 쿵.
신전 아래쪽에서 거인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데스나이트가 계단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콰르르르.
콰직. 콰직.
계단이 우그러지며 언데드가 일어섰다.
‘오··· 듀라한을···?’
구울과 와이트던 소환수가 업그레이드되고 수도 늘어났다.
듀라한과 밴시를 10마리씩.
와이트와 구울, 스켈레톤은 셀 수조차 없었다.
그야말로 언데드 군단.
듀라한을 선두로 언데드 군대가 거대한 신전의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두두두두두두.
꽈아아앙——!
언데드 군대가 거인들과 충돌했다.
* * *
크으으으.
데스나이트가 허공에 떠올랐다.
“데스나이트도 똑같이 강해졌는데 허공에 띄울 수 있는 건가?”
“물론이다. 써클이 높아진 것과 비슷한 효과지.”
데스나이트 17기가 하늘을 날며 나르피의 뒤를 쫓았다.
쾅! 쾅!
“크아아아악!”
데스나이트가 휘두른 검에 나르피의 쉴드가 눈에 띄게 옅어졌다.
“이, 이럴수는 없다! 이··· 힘은! 명계의 것인데. 어떻게···?”
데스나이트에게 분배된 힘을 느꼈는지 나르피가 크게 당황하며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나, 나를 도와라! 에드먼드!”
“닥쳐!”
쾅! 쾅! 쾅!
“크아아아악!”
쿠우우우우우.
하늘이 어두워졌다.
태양이 하나 더 떠올랐다.
“크하하하! 주인! 내 힘을 보아라! 궁극의 마법 메테오다!”
“뭐? 야 이 미친 뼈다귀야! 여길 다 날려버리려는 거야?”
“아직 큰 건 소환 못 해. 그리고 저 아래에 소환했다.”
날아오던 메테오가 눈에 들어왔다.
‘주먹만 하네. 아군피해는 없으니까 괜찮겠지만···.’
번쩍!
작은 운석이 신전 아래 떨어졌다.
메테오는 메테오였다.
꽈아아아아아아앙——!
폭발 충격으로 작은 버섯구름이 생겨났다.
우리 편은 튀어 오르는 신전 바닥에 간접 피해만 받았다.
“와아! 멋있다! 이거 누구 거야?”
“굴락이 쐈나 본데?”
“진짜 대마법사였나 봐.”
신전 아래가 깨끗해졌다.
죽어 나간 거인과 영웅들이 하나둘씩 일어섰지만, 훨씬 할 만해 보였다.
“크아아아악!”
데스나이트가 집요하게 나르피를 공격했다.
나르피의 몸에 상처가 터지며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나르피.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나는 아이템 스킬 토르의 심판을 사용했다.
쿠르르르르릉.
신전 상공에 구름이 몰려들었다.
파지지지지직.
나르피를 향해 번개 줄기가 내려쳤다.
“크아아아악! 이건 뭐냐! 이··· 힘은? 토르 오딘슨?”
나르피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갈라지고 빛과 함께 망치가 내려왔다.
“아, 안돼! 토르! 우리 아버지의 원수···! 아직 부활의 시간이 남았을 텐데···! 어찌!”
번쩍!
꽈아아아아앙——!
묠니르가 나르피를 내려쳤다.
* * *
빛이 터져나간 자리.
나르피가 소멸하지 않고 몸이 아주 천천히 작은 입자로 변하며 사라지고 있었다.
“쿨럭··· 젠장··· 아버지···!”
나르피의 입에서 핏물이 뱉어졌다.
“나르피. 왜 발포그를 집어삼켰나? 제이나는 왜 납치했지? 토르의 부활은 또 뭐고?”
“크크크. 인간들은 경계에 숨겨진 진실을 모른다. 쿨럭. 경계는··· 멸망한 이그드라실의 파편. 그리고··· 잊힌 신들을 다시 불러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
“신을 다시 불러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그래서 여길 먹으려고 전쟁을 일으킨 건가.’
단발성이면 이렇게 몰래 숨어들어와도 괜찮다.
하지만 계속 써먹으려면 아예 내 땅으로 만드는 게 편하겠지.
‘전쟁으로 시선도 돌리고.’
“제이나는··· 왜 납치했나?”
“크흐흐. 제이나는 제우스의 아내 헤라와 파장이 일치하는 유일한 인간이다. 내가··· 아니라도 분명 누군가 다시 시도하겠지. 크크크. 쿨럭.”
“파장···?”
“후우··· 이렇게 당해도 아버지는 나를 돌아보지 않는군. 젠장. 그 괴물들만 사랑하고··· 정통 후계자인 나를 이렇게···!”
나르피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파장이 맞는 인간들의 몸을 빌려 강림할 수 있다.”
“···그럼 다른 신들도···?”
“그래. 아테나도, 아폴론도 다 그렇게 강림했지 크크. 이제 알겠나? 신이 강림하는 이상 네놈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럼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냐. 왜 우리 지구를 침공했지?”
“크크크크. 지구를··· 쿨럭. 침공하다니. 거긴··· 원래 처음부터 우리의··· 땅. 오딘과 멀린··· 그놈들의 교활한 계략으로···.”
퍽!
나르피의 몸이 터져나갔다.
‘오딘과 멀린···!’
잘 모르는 나조차도 아는 유명한 이름.
나르피가 분노하는 걸 보니 우리 편이라 볼 수 있겠지.
적의 적은 우리 편이니까.
나르피가 죽고 나자 부활이 멈췄다.
남은 영웅과 거인들은 집중 공격에 하나씩 쓰러졌다.
* * *
여느 경계와 같이 조각난 대지.
땅 위에는 반파된 성 조각이 흉물스럽게 허공을 떠다녔다.
파괴된 왕좌.
단단한 체구를 가진 남성이 안대를 한 채 왕좌에 앉아 아무런 표정 없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까마귀 두 마리가 날아와 남성의 어깨에 내려앉아 무언가를 속삭였다.
남성에 앞에 하얀 수염을 길게 늘어트린 노인이 나타났다.
“헤라의 부활이 멈췄습니다.”
안대를 남성이 아무런 말 없이 노인을 응시했다.
“그릇이 살아있지만··· 그 아이 곁에 있게 될 테니 괜찮겠지요.”
“제우스는?”
“저쪽에서 그 정도까지 힘을 모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자네 말대로 되어가는군.”
“올림푸스의 신들이 하나 둘씩 돌아서고 있습니다. 저쪽의 전력이 강화될 것 같습니다.”
“헬헤임은 어떻게 되었지?”
“중립 상태입니다. 명계가 그렇게 넘어간 후로 완전히 마음을 굳힌 모양입니다.”
“그럼 언제가 되어야 우리는 예정대로 소멸할 수 있겠나?”
“바라시는 대로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잊힌 자들이다. 이야기에만 남아있어야 하지.”
“옳은 말씀입니다. 모든 신들의 신께서 어려운 결정을 하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계속 수고해주게.”
마법사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사라졌다.
혼자남은 남성이 손을 휘젓자 까마귀가 공중에 떠올랐다.
“네가 움직일 시간이다. 후긴.”
까마귀가 날개를 펄럭거렸다.
“후긴. 그 아이를 미미르의 샘으로 인도해라. 씨앗을 심어야 한다.”
미미르의 샘 이동 스크롤
쾅!
가슴이 꿰뚫린 에드먼드가 바닥을 굴렀다.
피가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에드먼드! 이 멍청한 놈! 빨리 정신을 차려!”
“내가···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에드먼드가 잠시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 기억을 떠올리려는 듯.
“쿨럭. 그렇게 된 것이군. 잘못 판단했나···. 아서스. 내 죄를 씻고 싶구나. 나를 죽여라.”
“대체 왜! 그냥 가만히 있었어도 왕국은 네 것이 되었을 텐데!”
“순진한 아서스. 왕국을 물려받아도 통치할 땅이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뭐?”
“너와 함께 온 그 인간들. 지구라고 부르는 곳에서 온 거지?”
“그래. 우리 대륙의 몬스터가 들끓고 있지.”
“아서스. 내가 널 내치기 위해 야킨둔으로 보냈다고 생각하겠지. 나는 너까지 이런 지옥에 빠지길 원하지 않았다.”
에드먼드의 몸도 가루로 변하며 흩날리기 시작했다.
“···에드먼드.”
“그러나 아버님과 나는 실패했다. 모든 걸 걸었지만··· 역부족이군. 이제 발포그는 너만 남았다. 많은 짐을 물려주고 떠나 미안하구나.”
“형!”
“쿨렌도 어떤 신과 파장이 맞는다는구나. 아마 이제 네가 알던 쿨렌이 아닐 것이다.”
“그, 그럼··· 이제 난 뭘 해야 하지?”
“발포그를 통치해라. 누구보다 평민들을 사랑하는 너니까 잘하겠지.”
“형··· 말을 했어야지! 뭐 하는 거야! 함께 했으면··· 분명!”
“네 곁에 좋은 인간들이 있는 것 같아 다행이구나. 영지를 지나는 상단도 꽤 흡족했다 하고.”
“그, 그걸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