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12
찜찜했던 기분이 한 방에 날아갔다.
나는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경매장을 검색했다.
세부 검색을 누르려는데 최상단에 있던 아이템이 눈에 들어왔다.
– 매화검 : 화산파의 정수가 녹아든 보검
– 즉시 구매 : 50,000,000골드
‘와··· 이건 뭐 이렇게 비싸?’
세부 정보를 터치했다.
[매화검]– 등급 : A++
– 화산파의 정수가 녹아든 보검입니다.
– 착용 효과 : 기 또는 오러 주입, 스킬 사용 시 사용자의 수준에 따라 매화향이 퍼져나갑니다.
– 착용 효과 : 스킬 [칠절매화검] 적용
– 칠절매화검(패시브) : 성장형 스킬입니다. 장문인의 검술 전승 가능.
‘허··· 이거 장난 아닌데?’
대체 어디서 구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무림맹에서 올렸나?’
성장형 스킬이 붙어있다.
등급은 A급이지만 충분히 쓸 만하다.
‘검술을 배우는 데는 좋겠지만··· 매화향이라니? 그래서 판매하는 건가?’
착용 시 귀속이 아니라서 되팔기도 좋아 보인다.
‘그동안 각성자들도 꽤 발전했구나.’
내게 많은 돈이 적립된 게 그냥 이루어진 현상이 아니었다.
‘나도 더 빡시게 돌아야겠어.’
나는 경매장 소모품 탭을 열고 스크롤을 검색했다.
‘라이트··· 라이트··· 있다!’
– 라이트 스크롤 : 빛의 구체를 띄워 시전자의 반경 50m를 밝게 비춰줍니다. 사용자를 따라다닙니다.
– 사용 효과 : 공격할 수 없는 빛의 구체 소환
– 지속 시간 : 24시간
– 즉시 구매 : 1,000,000골드
‘와, 이 도둑놈들.’
라이트 마법이 무려 100억이다.
그래도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구매를 터치했다.
툭.
허공에서 스크롤이 떨어져 내렸다.
“또 스크롤이야? 이번엔 어디로 데려가려고.”
클라우디아가 스크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라이트 스크롤이야!”
“그래? 그럼 어서 찢어!”
“아으. 기다려 봐.”
찌익.
번쩍!
머리 위로 구체가 떠 오르며 주변이 밝아졌다.
* * *
밝아진 눈앞으로 기괴한 모습이 펼쳐졌다.
거대한 구조물이 이리저리 얽혀 있었다.
우리가 있던 뒤쪽으로는 나무 벽이 펼쳐져 있었다.
높이와 길이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나무 벽이 아니라··· 진짜 나무인가?’
이그드라실.
세계를 지탱하는 나무.
‘혹시··· 진짜 이그드라실? 그럼··· 이게 뿌리?’
스크롤이 제대로 된 곳으로 보낸 듯했다.
“대체 이건 뭐야? 늪지대도 아니고?”
클라우디아가 나무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팅! 팅!
작은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이, 이게 뭐야!”
팅! 팅! 팅! 팅!
클라우디아가 나무를 향해 오러를 잔뜩 뿜으며 화려한 검술을 펼쳤다.
“뭐 하는 거야. 그만해.”
“여기 뭐야! 너 대체 나를 어디로 데려온 거야?”
“설명하자면 길어. 그리고 나도 여긴 처음 온 곳이야. 난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도와줄 거 아니면 여기서 기다려.”
솔직히 그냥 여기에 있었으면 좋겠다.
“뭐라고? 나 같은 레이디한테 이런 곳에 혼자 있으라고?”
“레이디? 누가?”
“나 말이야! 나! 클라우디아 해로드! 발포그 최고의 미녀.”
“하아··· 아서스가 왜 널 피하는지 알겠군.”
“뭐?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정말 사납고 괄괄한 여자다.
하지만 당당한 모습은 마음에 든다.
‘이런 곳에서는 저런 성격이 더 나을지도.’
“일단 가자.”
“어딘 줄 알고 가?”
“나도 몰라. 근데, 바닥으로 내려가야 해.”
미미르의 샘.
위쪽에는 나무인지 벽인지 알 수 없는 것으로 가로막혀 있다.
거대한 뿌리의 틈을 잘 살펴보니 아래로 향하는 길이 나 있었다.
‘샘물이니까 당연히 바닥에 있겠지.’
나는 길이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망할. 동굴이네.’
아래로 내려가는 방향에는 나무뿌리가 엮여 만들어진 동굴 같은 길이 있었다.
라이트 마법의 빛조차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촘촘한 뿌리.
나는 하는 수 없이 다시 경매장을 뒤졌다.
– 산업용 야간 안전모 : 튼튼한 작업 모자입니다. 공사 현장 필수.
– 사용 효과 : 라이트를 켤 수 있습니다.
– 지속 시간 : 24시간
– 즉시 구매 : 500,000골드
‘···.’
라이트로 검색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어째 온갖 생필품이 올라온다 싶더니, 정말 별게 다 있다.
‘지금 여기에 딱이야.’
나는 눈물을 머금고 안전모 두 개를 구매했다.
툭.
안전모 두 개가 허공에서 떨어져 내려 바닥을 굴렀다.
“와, 너 마법사가 맞구나? 아공간 마법은 꽤 고위급 마법이라던데?”
“됐고, 이거나 써.”
“이게 뭐야? 투구? 이마 위만 가리는 이런 멍청한 투구를 누구한테 쓰라는 거지?”
“그냥 쓰기나 해.”
귀가 따갑다.
그래도 아이템이라고 건전지를 넣지는 않고 바로 켤 수 있게 되어있다.
딸깍.
안전모를 쓰고 턱끈을 단단히 조였다.
“그런 식으로 쓰는 거군. 신기한데? 라이트 마법을 아티팩트로··· 그걸 다시 투구로? 양팔도 자유롭고··· 리요네스엔 정말 신기한 게 많구나?”
“리요네스는 꿈과 희망의 나라지.”
더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대충 대답했다.
우리는 촘촘한 나무뿌리 사이를 비집고 아래로 향했다.
* * *
“여기는 좀 넓은데?”
나무뿌리 틈 안으로 커다란 공간이 형성되었다.
철퍽.
바닥은 여태까지 밟아오던 나무뿌리가 아닌 끈적한 검은 액체로 흥건했다.
“늪지대인가 봐. 으··· 찝찝해.”
쿠르르르륵.
“방금··· 무슨 소리지?”
고개를 돌려 라이트를 비추자 바닥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몬스터가 나오려나 본데···.’
영지화를 쓰려다 멈칫했다.
‘이럴 때 스킬 연습이나 해야겠다.’
다그다의 곤봉을 집어넣고 봉인된 미스틸레인을 꺼내 들었다.
– 스킬 [오딘의 분노]가 적용되었습니다.
– 검술 레벨이 상승하면 추가 스킬이 나타나고, 기존 스킬이 업그레이드됩니다.
– 1레벨 : [클레버 무브먼트] [위즈덤 아이] [디셉션] [배쉬] [퓨리]
– 2레벨 : [미적용 – 검술 향상 필요] [클레버 무브먼트]
– 패시브 : 사용자를 전투에 최적화된 몸으로 변화시킵니다.
[위즈덤 아이]– 패시브 : 단기 예지를 통해 적의 공격을 미리 알아냅니다.
[디셉션]– 패시브 : 전투 중에 발생하는 적의 약점을 잡아냅니다.
[배쉬]– 액티브 : 강력한 일격입니다. 완벽하게 소화 시 추가 대미지.
[퓨리]– 액티브 : 오딘의 분노를 쏟아냅니다.
‘와··· 이게 S급의 위엄인가?’
다그다의 곤봉이나 토르의 망치같이 그런 종류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미스틸레인의 스킬은 아예 차원이 달랐다.
그르르르르르륵.
그때.
바닥이 더욱 심하게 들끓으며 무언가가 일어났다.
“꺄악. 이게 뭐야! 괴물! 괴물!”
‘진흙 골렘 종류인가 보군.’
철퍽. 철퍽.
바닥에서 일어난 진흙 골렘 4마리가 우리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꺄아아악! 죽어! 죽어버려!”
번쩍.
클라우디아의 검에서 오러가 쭉 뻗어 나왔다.
캉! 캉!
선두에 있던 진흙 골렘 한 마리가 정신없이 뒤로 밀렸다.
‘비명은 되게 레이디인데··· 움직임은 완전 데스나이트네.’
솔직한 평가였다.
나는 미스틸레인을 집어 들고 가까이 오는 진흙 골렘에게 시선을 옮겼다.
* * *
‘···!’
홀로그램이 떠오르며 진흙 골렘 몸 부위 여기저기에 주먹만 한 붉은 점이 겹쳐 보였다.
‘적의 약점. 이게 디셉션이군.’
저곳을 공격하면 된다.
나는 검을 들어 진흙 골렘에게 달렸다.
‘어··· 어!’
힘 증가를 쓸 때처럼 움직임이 빨라졌다.
몸도 가벼워지고 움직임에 제약이 없었다.
‘클레버 무브먼트···!’
전투에 최적화된 몸.
이보다 더 가벼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쿠르르르륵.
진흙 골렘이 느릿하게 자신의 팔을 움직였다.
바로 그때.
진흙 골렘이 두 마리로 겹쳐 보였다.
진짜 골렘과 그 위를 겹친 반투명한 홀로그램이 나를 향해 팔을 끝까지 휘둘렀다.
내 몸을 관통한 홀로그램 골렘의 팔은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다.
‘위즈덤 아이! 이게 단기 예지구나!’
어떻게 공격할지 미리 알고 있으면 전투에 패배할 이유가 없다.
약 2-3초 정도가 흐르자, 정말로 진흙 골렘이 똑같이 팔을 휘둘렀다.
나는 자연스럽게 몸을 돌려 골렘의 공격을 피했다.
몸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부드럽게 움직였다.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거구나.’
힘 증가를 사용한 후 무작정 군주의 검을 휘두르던 때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몸을 비틀어 골렘의 팔을 흘려보내자마자 골렘의 겨드랑이 부위에 붉은색 약점이 표시되었다.
‘배쉬!’
배쉬를 외치자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
내가 한 명 더 등장했다.
마치 위즈덤 아이처럼 나와 겹쳐있던 분신이 약점을 향해 빛나는 검을 찔렀다.
눈앞에는 게이지가 줄어들고 있었다.
‘시간 내에 저렇게 따라 하라는 거구나!’
오딘의 검술 전승 시스템이라더니 정말 대박이다.
나는 서둘러 내 분신이 보여줬던 찌르기를 그대로 따랐다.
번쩍!
화르르르르르.
검에서 황금색 빛이 터져 나오며 선명한 오러가 맺혔다.
아서스, 쿨렌, 데스나이트.
그 어떤 검사보다 더 선명한 오러였다.
콰직.
검이 골렘의 겨드랑이를 뚫고 머리까지 관통했다.
쿠르르르르르.
진흙 골렘이 물처럼 쏟아져 내렸다.
‘어떻게 쓰는지 알았어.’
아주 훌륭한 튜토리얼이다.
여태껏 얻었던 그 어떤 아이템보다도 훨씬 더 좋은 검이다.
“꺄아아악! 죽어! 죽어!”
캉! 캉! 캉!
클라우디아는 여전히 첫 번째 골렘을 붙잡고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철퍽. 철퍽.
남은 두 마리가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마지막 스킬이 하나 있지.’
나는 다가오는 골렘을 바라보며 속으로 외쳤다.
‘퓨리.’
– 대상을 선택하세요.
‘대상을 선택하라고?’
우측에 있는 골렘을 바라보았다.
스팟.
순간, 시야가 변했다.
내 눈앞에 있던 골렘의 등 뒤로 이동했다.
그리고 허리 부근에서 빛나고 있는 붉은 색 약점.
‘엇··· 뭐, 뭐지!’
나는 본능적으로 약점을 찔렀다.
콰직.
골렘의 허리를 관통한 검.
또다시 몸이 액체로 변하며 흘러내렸다.
옆에 있던 다른 골렘에게 시선을 옮겼다.
스팟.
이번에는 골렘의 옆구리로 이동했다.
‘목 부위에서 약점이 빛나고 있군.’
콰직.
진흙 골렘 세 마리가 순식간에 흙탕물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꺄아아악!”
캉! 캉! 캉!
나는 마지막 골렘을 응시했다.
집중해서 골렘을 바라보자, 갑자기 다리근육이 미세하게 간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스팟.
간질거리던 다리가 시원해지며 마지막 골렘의 등으로 이동했다.
콰직.
허리를 향해 검을 깊숙이 박아 넣자, 골렘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뭐, 뭐야! 저 앞에 있었는데··· 갑자기 어떻게 나타난 거야? 너, 진짜 마법사야? 그런데 오러는 또 뭐고··· 그 검술은 어디서 배웠지?”
“구해줬으면 먼저 고맙다고 인사부터 해야지.”
클라우디아가 다시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노려보았다.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묻는 말에나 대답해.”
“나, 검술도 좀 해.”
1단계의 사용법을 완벽하게 깨우쳤다.
“검술도··· 한다고? 대체···.”
“나중에 알려줄게. 우선 임무에 집중하자.”
“아, 알았어.”
강력한 검술이다.
자연스럽게 당당함이 흘러나왔다.
클라우디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해졌다.
“그럼 계속 내려가 보자.”
한참을 내려가자 또 다른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나무뿌리 사이 넓은 틈으로 하늘이 보였다.
“클라우디아, 잠깐만.”
“왜?”
“이런 데는 몬스터가 나올 확률이 높아.”
“그게 무슨 말이야···? 처음 와본다며?”
“그런 게 있어.”
나는 조심스럽게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갔다.
서걱, 서걱, 서걱.
무언가를 갉아먹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검을 움켜쥐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어느새 나를 따라온 라이트가 허공에서 빛을 비췄다.
‘···?’
소리가 들리던 곳.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생물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미미르의 샘에 도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