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15
“아까 그 인간. 기억나나?”
“그래.”
“이름은 서진우. 지구라는 세계의 인간이다. 그 인간을 주시해라.”
거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거래는 이루어졌다. 잘 있게 미미르.”
거인이 공간을 가르며 사라졌다.
홀로 남은 미미르가 고개를 돌려 샘물을 바라보았다.
“자네의 거짓 약속을 내가 믿을 거라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네. 기만의 신. 로키.”
부동산 시세조절
“여긴··· 어디야?”
수서에 돌아오자마자 클라우디아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내 영지.”
“영지? 근데 저 멀리 건물들은 또 뭐고···.”
클라우디아가 멀리 반파된 아파트와 상가를 가리켰다.
“음··· 우선 따라와 봐.”
나는 광장에 북적대는 사람들을 뚫고 클라우디아와 함께 연구시설에 들어갔다.
“영주님. 오셨어요?”
전보다 훨씬 밝아진 넬다가 책들을 정리하며 밝게 웃었다.
“넬다. 별일 없죠?”
“네. 물론이죠. 아, 썬더워커 길드에서 계속 찾으시는 거 같던데요.”
“그래요? 한번 찾아가 봐야겠네요. 고맙습니다.”
“옆에 계신 분은···?”
“아, 여긴 클라우디아 해로드. 저쪽은 넬다야. 마법사지.”
“클라우디아··· 해로드? 발포그 북방에 해로드 가문인가요?”
“나를 알고 있나?”
클라우디아가 주변을 훑어보며 물었다.
“제 가족이··· 도움을 받은 적 있어요. 반갑습니다.”
“원한이 아니라니 다행이군. 반갑다.”
“넬다. 여기 클라우디아가 말보런스에서 처음 넘어왔어요. 한스보다는 아무래도 넬다가 이것저것 좀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서요.”
“네. 제가 알려드릴게요. 클라우디아님? 따라오시겠어요?”
넬다가 클라우디아와 함께 연구시설을 나섰다.
‘저쪽은 대충 해결된 거 같고.’
바로 돌려보낼까 싶기도 했지만 온 김에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 * *
오랜만에 컨테이너에 들어가자 의자와 싸우고 있는 박성남이 보였다.
“아오. 진짜 좀 앉자!”
박성남이 의자에 달려들어 엉덩이를 들이밀자 곧바로 튕겨 나갔다.
“빡. 뭐해?”
“크윽. 저 왕좌···! 나도 앉아보고 싶어!”
“뭘 그리 집착해. 그냥 의자인데.”
“오기가 생기네. 한번 앉아보겠다는데··· 의자 주제에 날 거부해?”
박성남이 툴툴거리며 의자를 노려보았다.
“썬더워커가 날 찾는다던데?”
“어, 안 그래도 쪽지를 보낼까 했는데··· 별일은 아닌 것 같아서.”
“뭔데?”
“무슨 단서를 찾았다던데. 그래서 너랑 의논하고 싶다나.”
“그래? 흠··· 한번 찾아가 봐야겠구나.”
“아서스는 어떻게 됐어?”
“무난하게 왕위에 오를 것 같아.”
박성남이 씩 미소를 지었다.
“난 백작이 좋겠어.”
“응?”
“백작! 박성남 백작! 박백작! 얼마나 어감이 좋냐? 아서스한테 한자리 달라고 말해봐야지.”
박성남이 꿈에 부풀어 컨테이너를 나섰다.
나는 헤라의 주머니, 키비시스에서 이그드라실 씨앗을 꺼냈다.
‘이걸 어디에 심지···?’
컨테이너 밖으로 나가자 황금사과가 열리는 나무가 보였다.
‘옆에 심어볼까?’
미미르의 샘에서 보았던 거대한 나무.
실제로 그렇게 자라날지는 모른다.
‘진짜 그렇게 커지면 어디 우주로 나가서 심어야 할 텐데.’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작동하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상태창을 통해 컨트롤되고 있는 걸 확인 했기 때문이다.
‘씨앗도 상태창 아이템으로 취급되고···.’
심지어 미미르의 샘물조차 상태창을 통해 내 몸으로 흡수되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나는 손으로 흙을 파내고 씨앗을 심었다.
툭툭.
흙을 덮고 발로 살짝 밟고 나자 상태창이 업데이트되었다.
[이그드라실 씨앗을 발아하려면 미미르의 샘물이 필요합니다.] [미미르의 샘물 보유가 확인되었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Y/N.]나는 Y를 터치했다.
번쩍!
밝은 빛과 함께 흡수했던 샘물이 빠져나가는지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 오오···!’
효과가 있었는지 아주 작은 묘목 같은 게 땅 위로 올라왔다.
빨리 감기를 하듯 점점 자라나던 묘목이 더욱 커지며 사람 키 높이로 자라났다.
‘응? 왜 멈춰?’
이그드라실이 성장을 멈췄다.
[이그드라실을 성장시키려면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TIP : 영지 등급을 ‘그랜드 마스터’까지 상승시키면 에너지를 분배할 수 있습니다.] [단, 아이템으로 상승하는 (임시) 등급은 적용되지 않습니다.]오랜만에 보는 팁 문구다.
적어도 판타지 문명 IV에서는 본 적 없던 팁.
아이템빨로 올라가는 등급은 반영되지 않는다니 그럼 대군주에서 네 단계는 더 올려야 한다.
‘정비를 좀 해야겠군.’
* * *
하늘에 떠 있는 2층 내성.
나는 배를 소환해 정박시키고 시우를 찾았다.
“시우야. 선박 고유능력 좀 업그레이드해 줄수 있어?”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시우가 변신을 풀고 갑판에 올라 엎드렸다.
– 선박 고유능력 : [업그레이드] [비상 기동] [투명화] [거주 구역] [포문 증설] [구간 운행] [자동 항해] [물리 방어]
‘마법 방어는 끝냈고···.’
“아저씨! 뭐부터?”
“투명화, 혹시 투명화 끝나면 물리 방어나 거주 구역 부탁해.”
“오케이.”
시우가 곧바로 펜을 들고 작업에 착수했다.
상태창을 켜고 오랜만에 정보를 띄웠다.
– 레벨 : 55
– 등급 : 지키는 자(임시)
– 포인트 : 55
– 선포영지 개발 항목 : [의류점 건설 : 1 포인트]
[농장···– 화전민 개발 항목 : [방어타워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식료품 창고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위생시설 업그레이드: 3 포인트] [연구시설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방어타워 건설 : 1 포인트] [주거시설 정비 : 3 포인트]
– 촌장 개발 항목 : [경매장 업그레이드 : 3포인트]
– 쉘터 마스터 개발 항목 : [마구간 건설 : 1 포인트]
– 군주 개발 항목 : [선술집 건설 : 1 포인트]
– 대군주 개발 항목 : 없음
‘실제 찍은 건 대군주고···. 지키는 자는 아이템빨 이라 개발 항목이 없으니···.’
선술집과 마구간 건설을 터치했다.
– 건설하실 영지를 선택하세요.
수서 영지와 야킨둔의 모습이 상태창에 떠올랐다.
‘수서에 마구간은 필요가 없지.’
선술집은 있으면 좋지만··· 어차피 자판기와 여관, 식당도 있는 마당에 딱히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블레이크 윈드가 예전부터 선술집을 강조했던 기억이 났다.
야킨둔 영지를 선택하려다 멈칫했다.
‘갑자기 건물이 올라가면 야킨둔 사람들이 꽤 놀라겠지.’
한스를 불러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아, 야킨둔에 선술집이요? 영지민들도 틀림없이 좋아할 겁니다!”
“아서스가 영지 관리를 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 영지 관리 한번 해보실래요?”
블레이크 윈드도 좋지만, 초반부터 함께 해 온 한스가 제격이다.
“제가··· 말입니까?”
“네. 아무래도 상황을 제일 잘 아시고 하니까요.”
“감사한 일입니다만··· 저는 이것저것 조금씩 자유롭게 손대는 것이 더 좋습니다. 아무래도 영주 관리를 하려면 붙어 있어야 하고요.”
한스가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제가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사실 한스가 제일 먼저 왔던 영지민 분들 리더인데 아서스를 영주 대리로 지정해서 조금 미안했거든요.”
“영주님.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영주 대리를 지정하실 때까지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한스가 포탈을 타고 야킨둔으로 떠나자 마음 편하게 선술집과 마구간을 건설했다.
‘경매장도 좀 늘려줘야지.’
경매장 등록 가능 아이템 수량이 너무 적다는 게 각성자들의 최대 불만이었다.
– 경매장을 업그레이드 하시겠습니까? Y/N
Y를 눌러 3포인트를 투자하고 경매장 탭을 열었다.
[관리자 가이드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응?’
– 관리자는 아래 두 가지 환전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1. 오백만 골드(5,000,000)를 소모하여 포인트로 전환 가능. 단, 관리자만 가능합니다.
– 2. 일백만 골드(1,000,000)를 소모하여 포인트로 전환 가능. 단, 다른 모든 각성자도 전환 메뉴가 생성됩니다.
– 각 옵션은 실시간 전환 가능.
– 더 보기.
예전에 보았던 전환 가이드였다.
경매장을 업그레이드하니 포인트 전환 소모 골드가 줄었다.
그런데 하단에 더 보기가 버튼이 추가되었다.
[TIP : 영지 등급을 ‘그랜드 마스터’까지 상승시키면 골드를 이용해 영지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포인트가 아니라 골드로 영지를 개발할 수 있다고?’
꿀 같은 기능이다.
이러면 굳이 포인트를 돈 주고 살 이유가 없다.
어차피 이그드라실을 키우려면 영지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잘된 일이다.
나중에 그랜드 마스터까지 올리고 추가로 업그레이드해야지.
나는 추가로 3 포인트를 투자해 연구시설을 업그레이드 했다.
– 연구가능 : [영지개발] [편의강화] [타워 중급마법 연구]
– 영지개발 : 영지 속성을 한 단계 높입니다.
– 효과 : 대군주 > 신념의 보호자 업그레이드.
– 필요 포인트 : 3
영지 개발이야 익숙하다.
기존 대군주에서 스킬링과 수수께끼 덕에 스킬레벨이 +3 으로 올라 현재 지키는 자 등급으로 올라와 있다.
‘하나 더 올리면 임시 등급은 그랜드 마스터가 되겠군.’
그리고 새로운 연구스킬이 나타났다.
– 편의강화 : 영지 관리가 편리해집니다.
– 효과 : 시설 이용요금과 각종 수수료, 세금을 시장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합니다.
– 필요 포인트 : 5
– 타워 중급마법 연구 : 한단계 강력한 타워 속성이 출현합니다.
– 효과 : 광역마법 연구 가능.
– 필요 포인트 : 5
‘허··· 죽여주네.’
몬스터 처치 의뢰 금액부터 경매장 수수료, 부동산 월세, 상품 판매 수수료까지.
신경을 써야 할 것들이 태산이다.
그런 것들을 시장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니.
‘중급마법 연구도 괜찮아.’
스플래쉬 타워가 있고, 꽤 강력하긴 하지만 대량의 몬스터를 잡는 건 광역마법이 최고다.
포인트가 조금 많이 소모되긴 하지만 둘 다 훌륭하다.
나는 13포인트를 들여 세 가지 스킬을 모두 습득했다.
마구간부터 연구개발까지 총 21포인트가 들었다.
남은 포인트는 34.
두두두두두두두.
영지가 흔들리며 업그레이드가 시작되었다.
* * *
‘우와··· 죽여주네!’
영지가 3층으로 변하면서 내가 서 있던 내성 시야가 더 넓어졌다.
다른 변화도 더 있었다.
1층은 이제 끝이 보이지 않는 땅이 되었다.
2층도 상당히 넓어 끝에서 끝까지 가려면 트램이 필요해 보였다.
‘아무것도 없네.’
새로 생긴 2층은 빈 땅만 덩그러니 있었다.
2층과 3층은 해를 가리지 않도록 영지 가장자리에 떠올라 있었다.
에스컬레이터가 곳곳에 놓여있어 접근성이 좋아졌다.
1층으로 내려가자 광장에 각성자들이 모여 있었다.
“서진우가 또 영지 키웠네. 대박.”
“야, 임대 가능 집들 엄청 늘었다. 하나 골라잡자.”
“집이 없어서 난리였는데. 이제 여관 생활 청산이구나.”
“빨리 잡아. 서진우는 선착순으로 임대한다더라.”
같은 집을 여러 명이 임차신청 할 수 있다.
그런 경우 나는 선착순으로 임대를 하고 있었다.
“근데, 이제 구조가 조금 바뀐 거 같은데? 조금 기다려 봐.”
“기다릴 게 뭐 있어? 뭘 하던 광장 옆에 무조건 명당이야. 최대한 광장에 가깝게 집 잡아.”
부동산 열기가 치열했다.
“근데, 정말 수요가 있어?”
“물론이지 차고 넘친다. 중동이나 중국형들이 얼마나 부자인지 모르지?”
‘이게 무슨 소리야?’
귀를 기울여 그들의 대화를 듣다 보니 가관이었다.
내 영지는 현재 지구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다.
이제 각성자들의 생활은 내 영지 위주로 완전히 개편되었다.
의식주를 모두 여기서 해결한다.
부동산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노릇.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각종 시설도 있기에 거주 가능한 집이 널려있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각성자들은 집을 빌려 그 집을 다시 재임대하는 식으로 자산을 불렸다.
‘정말 대단하구나.’
재임대라니 상상도 못 했다.
– 편의 강화 : 활성화 하시겠습니까? Y/N
‘자연스럽게 시세를 조절해 준다니···.’
나는 Y를 터치했다.
– 부동산 시세가 조절됩니다.
– 경매장 수수료가 조절됩니다.
– 세율이 조절됩니다.
– 금리가 조절됩니다.
– ···.
각종 수치를 제어하는 메시지가 끝없이 올라왔다.
“아··· 이거 뭐야? 갑자기 집 가격이 엄청 올랐어!”
“뭐?”
“광장 옆 기본 집 가격이 한칸에 월 오천골이었는데··· 지금은 이만골이야.”
“뭐야···? 완전 날도둑이네.”
“어? 근데 뒷길은 엄청 싸졌다. 이천골밖에 안 하네?”
“이천골? 아··· 어쩌지? 재임대 포기하고 그냥 싸게 저기서 살까?”
“그럴까?”
‘흠··· 그럭저럭 효과가 있는 것 같고.’
나는 광장을 지나쳐 썬더워커 길드 하우스에 들어갔다.
* * *
“어? 오랜만입니다!”
포탈 능력자 카트맨이 나를 맞이했다.
“잘 지내셨어요? 사만다가 절 찾는다고 해서요.”
“아··· 잠시만요. 제가 불러오겠습니다.”
카트맨이 포탈을 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안쪽을 슬쩍 보니 쉘터인 모양이다.
사만다가 살이 쭉 빠진 모습으로 포탈에서 나왔다.
“사만다. 오랜만입니다.”
“여전히 바쁘시군요. 만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
“쪽지라도 보내시지 그러셨어요.”
“그쪽 영지 사람이 말하길 쪽지함이 터져나갈 것 같으니 포기하라고.”
“하하, 그건 맞는 말입니다.”
잠깐의 아이스 브레이킹이 끝나고 사만다가 휴대폰을 내밀어 동영상을 플레이했다.
“이건 뭡니까?”
하늘에서 찍은 바다영상.
해변가를 지나 바다를 향해 한참을 날아갔다.
거대한 유조선이 반쯤 침몰해 있었다.
“이건가요? 유조선?”
“유조선 밑을 잘 보세요.”
카메라가 유조선에 다가가자 독특한 광경이 펼쳐졌다.
‘…구멍?’
바다 한가운데 운동만 크기의 구멍이 나 있었다.
유조선은 침몰한 게 아니라 그 구멍 끝에 반쯤 걸려있는 채였다.
“이게 뭐지?”
카메라가 천천히 구멍 위를 날았다.
‘···!’
바닷물이 빠지고 있는 구멍.
그 안쪽에는 유황 구름과 용암이 흐르는 끔찍한 땅이 보였다.
신들의 여왕, 헤라
“언제 찍은 거죠?”
“2일 됐습니다.”
‘카트맨의 능력과 비슷한데···?’
다만 크기가 매우 크고, 바다에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포탈과 똑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