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19
“고맙다 시우야.”
“바로 올 거지?”
“가능하면. 상황 봐야지.”
“이제 시간 됐다.”
광장에 모인 각성자들도 허공을 터치하며 하나둘씩 사라졌다.
“나중에 봐.”
나는 니플헤임을 선택했다.
* * *
“으흐흐흐흐. 흐흐흐흐흐흐.”
부유감이 사라지고 시야가 바뀌자마자 나를 향해 달려드는 인간이 보였다.
클레버 무브먼트가 몸을 가볍게 만들었다.
퍽!
가볍게 내지른 발길질에 달려들던 인간이 뒤로 넘어갔다.
“크흐흐흐흐. 키히히히히.”
“흐으. 흐으. 캬하아아아아.”
영상에서 봤던 차가운 땅, 니플헤임에 무사히 도착했다.
푸르스름한 하늘에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그 구멍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이 옅은 가림막으로 막혀있었다.
‘지구겠지.’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이 꽤 많았다.
그리고 하나같이 침을 흘리며 미친 것처럼 웃으며 좀비처럼 비척거리며 걸어 다니고 있었다.
“어··· 서진우다! 여, 여긴 왜?”
“진짜 서진우야···! 설마 터치 미스?”
꽤 많은 수의 각성자가 니플헤임으로 넘어왔다.
언뜻 봐도 수백은 넘어 보였다.
“어! 저기 마크아냐? 이럴 수가···! 먼저 탐험한다고 어제 들어갔는데···!”
‘아··· 먼저 들어왔구나.’
경쟁임무는 예전과 달리 24시간 내 아무 때나 입장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최대한 정비를 마친 뒤 마지막에 입장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어디나 그렇듯 튀는 사람은 있다.
메시지가 나타나자마자 들어온 각성자들.
꽤 많은 수의 각성자들이 일찍부터 들어 왔고, 그들은 모두 정신이 나가 있었다.
“제, 젠장··· 저런 식으로 변하는 거야? 나, 난 싫어! 다시 돌려보내 줘!”
“휴식 마을 귀환도 안 되잖아! 제기랄!”
“서, 서진우 각성자 님. 제발 살려주세요.”
“잠시 기다려 보세요.”
– 해주의 반지 작동. 저항 성공.
저항 메시지가 끝없이 올라왔다.
‘저주나 디버프가 사람을 미치게 하는가 본데.’
아니면 진짜 귀신이 몸을 빼앗는 걸 수도 있다.
-> 빡. 거기 어때?
다 죽었다고?
어, 부탁해.
나는 키비시스에서 차원 이동 조각을 꺼내 땅에 묻었다.
잠시 후, 푸른 포탈이 생겨났다.
“여러분. 여기로 들어가시면 무스펠헤임으로 가실 수 있습니다.”
“거, 거기는 전투 중 아닙니까?”
“저는 강요하지 않습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것이니까요.”
“나, 나는 갈래! 여기서 저렇게 변하는 건 싫어! 차라리 싸우다 죽고 말지!”
“나, 나도! 같이 가!”
“줄서! 줄!”
각성자들이 하나둘 앞다투어 포탈을 향해 사라졌다.
정신을 잃고 몸을 빼앗기는 공포.
무기력하게 당하는 게 죽기보다 싫을 것이다.
쿵. 쿵.
한창 무스펠헤임으로 각성자들이 넘어가는데 멀리 무언가 번쩍거리는 소리와 함께 진동이 울렸다.
굴팍시를 꺼내 빛이 번쩍거리는 곳에 다가갔다.
‘저건···?’
나는 다시 돌아가 포탈 조각을 회수하고 박성남에게 이곳 상황을 전달했다.
-> 이제 다 넘어갔다. 우선 포탈 회수해.
나는 여기 조금 더 있다가 갈게.
여기··· 명계의 마족들이 있어. 그것도 아주 많이. 이대로 두면··· 위험해!
조금전 내가 보았던 광경.
끝없이 넓은 니플헤임의 땅 위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마족
군단이 있었다.
제일 멀리 있는 군단의 선두.
거대한 악마가 등을 돌린 채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붉은 근육질로 이루어진 몸에 용암처럼 보이는 것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디아블로···.’
니플헤임 한복판.
디아블로가 마족들을 이끌고 이동하고 있었다.
헬헤임을 지키는 존재
‘어딜 가는 거지? 설마 지구 침공?’
디아블로가 지구에 강림하기엔 힘이 부족하다 했었는데.
커다란 바위 뒤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했다.
‘굴락. 나와.’
어두운 기운이 뭉치며 굴락이 튀어나왔다.
“음? 무스펠헤임으로 가려고 한 거 아니었어?”
“사정이 좀 있었어.”
“여긴 뭐야? 굉장히··· 포근한데?”
“죽은 자들의 세계. 니플헤임이다.”
“아하! 명계랑은 느낌이 완전히 다른데? 아주 좋아.”
굴락이 흡족해하며 주변을 둘러보다 정신이 나간 각성자들을 발견했다.
“저것들은 또 왜 저래?”
“여기에 어떤 저주가 퍼져 있나 봐.”
“저주? 흠··· 이런··· 내가 잘 모르는 종류인데?”
“나중에 알아봐야겠다. 우선 저 하이드 상태로 저 앞에 갔다 와봐.”
굴락의 몸이 투명해지며 전방을 향했다.
잠시 기다리자 굴락이 나타나 내 어깨를 흔들었다.
“저게 뭐야! 이런 망할! 우리 다 죽는 거야? 으아아!”
“진정해. 왜 여기 있는지 알아볼 수 있겠어?”
“나는 여기 처음 와 본다고! 당연히 모르지. 그 여자 있잖아 여왕인가 마왕인가.”
“거긴 소환하기 좀 그런데···.”
뭔가 찝찝하다.
애초에 마왕이기도 하고.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고민 끝에 그레모리를 소환했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이 갈라지며 그레모리가 나타났다.
“흐응··· 어쩐 일이래? 나를 다 소환하고?”
“이것저것 좀 알아봤어?”
“깔깔깔! 물론이지. 하데스님이 왜 이러시는지 어느 정도는 알게 됐지.”
“왜 그랬데?”
“공짜로 말하라고?”
“말 안 하면 힘 안 준다?”
“흐응··· 나쁜 남자. 좋아. 우선 알아야 할 게 있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각 신계는 모두 나뉘어 있었어.”
이그드라실을 축으로 하는 오딘의 아홉 세계.
제우스의 올림푸스.
멀리 제천대성과 옥황상제가 다스리는 천상도 있었다.
오딘과 제우스만 아는 이유로 신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각각 라그나로크와 기간토마키아로 부르던 이 전쟁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신들의 싸움보다 훨씬 잔혹하고 더러웠다.
“더럽다고?”
“흐응··· 신이라고 다 고고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우리 마족보다 더 원초적이고 잔인하며,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 가진 자가 뭘 더 원하겠어?”
“더 많은 것을 원하겠지.”
전쟁은 기만과 염탐, 속임수와 협잡으로 얼룩졌다.
길고 긴 전쟁의 끝에 제우스의 올림푸스가 패배했다.
“제우스, 헤라를 포함한 대부분 신들은 유폐 당했어. 빠져나올 수 없는 감옥에 갇힌 거지.”
“네가 갇혔던?”
“더 강력한 장소겠지. 하지만 오딘의 신계도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타격을 입었어. 신 대부분이 죽었고. 아스가르드가 박살 났으며 토르라는 아들이 죽었지.”
‘아···.’
토르의 심판.
내게 익숙한 아이템 스킬.
“죽었다는 건··· 그냥 소멸했다는 건가?”
“아니, 내가 알아낸 바로는 원래 오딘의 신은 죽으면 발할라나 아스가르드로 가야 하는데, 그게 파괴되어서···.”
그레모리의 말에 따르면 죽은 오딘의 신들은 이곳 니플헤임의 어두운 구석.
헬헤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올림푸스가··· 패배했다면 그때 죽은 제우스의 신들은···!”
“올림푸스는 완전히 망했으니까 아마도 여기에 있겠지. 아니, 오딘이 올림푸스의 신들을 잡아 가뒀다는 말이 이해가 더 쉬우려나?”
‘디아블로가 여기 왔다는 건···.’
지구를 목표로 한 게 아닐 수도 있겠다.
“그건 그렇고, 날 부른 진짜 이유는?”
“저 앞으로 가봐. 가능하면 천천히.”
* * *
나는 굳은 표정으로 돌아와 당장 힘을 달라는 그레모리를 최대한 진정시켰다.
“디아블로··· 반드시 죽여 버리겠어.”
“그레모리. 네가 한 말에 따르면··· 아무래도 디아블로는 올림푸스의 다른 신들은 구하러 온 거겠지?”
“그렇겠지”
‘그럼 설마··· 보스가?’
상태창이 업데이트되었다.
[임무 목표(니플헤임) : 디아블로에게 승리하라!] [임무 목표(무스펠헤임) : 수르트에게 승리하라!]‘그 와중에 죽이라는 말은 쏙 빼버렸네.’
상태창의 임무 목표는 직관적이다.
메르키오르는 대놓고 처치하라고 했었다.
승리하라는 모호한 단어는 결국 각성자의 힘으로 죽일 수는 없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겠지.
“굴락. 그레모리. 이번엔 우리끼리만 싸워야 해.”
굴락이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다른 사람들이야 무스펠헤임에 있다고 해도, 동맹은 부를 수 있잖아!”
“드워프나 엘프도 여기 오면 좋은 꼴은 못 볼 것 같다.”
나는 슬쩍 턱을 움직여 아직도 뒤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각성자들을 가리켰다.
“저놈들, 수만 마리는 되어 보이는데? 아무리 데스나이트랑 스켈레톤 위저드가 있어도···.”
그레모리가 눈을 빛냈다.
“디아블로는 내가 잡을 거야. 힘만 나눠줘.”
“일단 기다려 봐. 디아블로가 어디를 공격하는지 봐야지.”
대군을 몰고 왔으니 전쟁은 필연이다.
적의 적은 우리의 친구 아닌가?
기다렸다가 샌드위치처럼 치던지, 합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테세우스의 배를 소환했다.
“이게 있으면 그나마 좀 쉽지.”
배에 오르자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꽤 많이 바뀌었는데···?’
선장실이 더 고급스럽게 변했다.
갑판 아래에는 주거시설이라 적힌 문이 있었다.
문을 열자 배의 크기와 맞지 않는 드넓은 복도와 방들이 나타났다.
‘아공간?’
컨테이너나 여관처럼 문 안쪽이 아공간으로 이루어진 숙소다.
– 선박 고유능력 : [업그레이드] [비상 기동(완료)] [투명화(완료)] [거주 구역(완료)] [포문 증설] [구간 운행] [자동 항해] [마법 방어(완료)] [물리 방어(완료)]
상태창을 확인하자 선박 고유능력이 꽤 많이 개발되어 있었다.
‘시우가 정말 고생했네.’
투명화가 되어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선장실에 들어가자 지도에 수없이 많은 붉은 점이 찍혀있는 것이 보였다.
‘저게 다 디아블로의 군단이군.’
모래가 쓸려가듯 천천히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지도 밑에는 고유능력 칸이 있었고, 지금은 투명화만 활성화 되어 있었다.
‘구간 운행이나, 자동 항해는 여기서 설정하나 본데.’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마음에 든다.
투명화를 터치하자 배와 함께 내 몸이 반투명해졌다.
“오, 주인! 배가 하이드를 쓸 수 있는 거야?”
굴락이 신기해하며 갑판 이곳저곳을 만졌다.
철컥. 철컥.
마법 타워를 배치했다.
중급 광역마법 타워 12개.
저격 타워 8개.
폭발 타워 12개.
아이스, 지뢰 등 나머지 타워도 넉넉하게 배치했다.
포문이 모자라 저격 타워는 갑판 위로 올리기까지 했다.
‘포문 증설도 필요하겠어.’
데스나이트와 스켈레톤 위저드도 소환했다.
굴락이 언데드를 반갑게 맞으며 데려가 무언가를 설명하는 모습이 보였다.
‘임무 브리핑하나 보네. 잘하고 있군.’
“이제 가자.”
박성남에게 여태까지 벌어진 일을 정리하는 쪽지를 보냈다.
답이 없는 걸 보니 한창 전투 중인 모양이다.
배를 띄우고 지도를 터치해 최대한 멀리 돌아 디아블로의 뒤를 쫓았다.
* * *
‘엄청나게 오래 이동하네.’
느낌상 반나절도 넘은 것 같다.
다행히 마족들은 숨어있는 배를 인지하지 못했다.
워낙 멀리서 따라가기도 했고, 그레모리의 말에 따르면 디아블로를 곁에서 보좌하는 귀족들이 위험할 뿐 아래 마족들은 크게 강하지 않다고 했다.
어디까지나 마왕의 기준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주인! 저 앞에 성이 있다!”
굴락이 먼저 날아가 정찰을 마치고 돌아왔다.
조금 더 이동하자, 거대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성이 있었다.
‘성벽이 뭐 이렇게 길어···? 끝이 안 보이는데?’
안쪽은 검은 기운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스켈레톤 위저드는 마법 준비하고, 데스나이트는 상황 봐서 투입해. 전투가 벌어지면 내가 신호한다.”
“알겠어.”
아이언 골렘까지 소환하자 갑판이 붐볐다.
해골 33마리와 굴락, 아이언 골렘까지.
총 35마리에게 그레모리의 채찍에 담겨있던 힘을 2%씩 분배했다.
“크으으으으.”
소환수들이 몸을 부르르 떨며 새로 얻은 힘을 즐겼다.
그레모리에게는 30%를 모두 분배했다.
“아아아아··· 이럴수가··· 하아···!”
그레모리가 돌아온 힘에 만족하며 비명을 터트렸다.
짝.
그레모리의 손에서 검붉은 채찍이 튀어나왔다.
처음 만났을 때 마족을 쓸어내던 것과는 많이 다른 모양과 광택.
“이게 원래 내 무기야. 사랑스러운 아이지.”
짝! 짝!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채찍의 끝에는 날카로운 갈고리가 역으로 달려있었다.
‘스치기만 해도 살이 찢기고 문드러지겠군.’
역시 마왕다운 무기 선택이다.
“그만! 더 가면 안 돼!”
그레모리가 외쳤다.
급하게 배를 멈추자 그레모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일종의 결계야. 하데스님의 땅에도 이런 게 있거든.”
“어디?”
“저 검은 기운에 권능을 넣어뒀네? 이렇게 가까이 와야지만 알 수 있게 해두다니···.”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데?”
“신마다 달라. 하데스님은 신사라 이렇게 들어가도 마법을 날리거나 하지 않아. 그냥 생기를 쭉 빨아버리지.”
“그게 더 잔인한 거 아닌가···?”
“육신이라도 멀쩡한 게 어디야.”
꽈아아아아앙——!
멀리서 폭음이 들리며 마족들이 성벽을 향해 돌진했다.
무스펠헤임의 거인과도 같은 커다란 크기.
성벽을 향해 돌진하는 디아블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디아블로님께 영광을!”
“영광을!”
앞줄에 선 마족들이 성을 향해 돌격하자 바로 뒷줄에 있던 놈들이 마법으로 지원했다.
쾅! 쾅! 쾅!
마치 자로 잰 듯 정확히 날아가는 포격.
수백 개의 마법이 성벽을 향해 쏟아졌다.
쿠르르르르.
성벽이 무너지자 검은 기운이 서서히 옅어지며 안쪽 모습이 드러났다.
‘와우···!’
바이킹 투구를 쓴 근육질의 전사 수만 명이 호흡을 고르며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선두에는 몇 명의 여전사들이 방패와 창을 들고 당당하게 서 있었다.
‘발키리구나!’
오딘의 여전사 발키리.
워낙 유명한 이야기라 신화를 잘 모르는 나도 들어봤을 정도다.
‘발할라와 아스가르드가 무너지니···.’
모두 여기에 모여 있는 듯했다.
가장 앞에 있던 발키리가 무너지는 성벽을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에인헤랴르는 들어라! 헬헤임에 올림푸스의 마족들이 침입했다! 라그나로크에서 우리에게 치욕을 주었던 놈들이다!”
후! 후! 후! 후!
쿵. 쿵. 쿵. 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