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2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단어 ‘입지조건’.
설마하니 게임에서도 튀어나올 줄이야.
‘TV 광고를 해줄 것도 아니고.’
어차피 누가 되었든 영지민을 추가 등록하기는 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나 불러다 등록하기도 곤란한 일.
나는 과감하게 포인트를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뿌우!
영지민 모집을 터치하자 어디선가 나팔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또 뭐에요?”
“음···. 영지민 모집 이라는 게 있어서 한번 해 봤어요.”
“예? 영지민 모집이요? 저 같은 사람을 말이죠?”
“네. 근데 이게 원래 게임에서는.”
“오오. 여긴가?”
등 뒤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꺄악!”
수진 씨가 놀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뒤를 돌아보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영지민을 모집한다고 해서 왔습니다. 이곳에서 정착해도 될지요? 영주님을 모시고 영지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문제는 누가 봐도 서양인들이라는 것이었다.
서양 중세영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복장의 사람들.
남녀가 섞인 무리는 언뜻 봐도 10명은 되어 보였다.
– 영지민 등록 요청이 발생했습니다.
– 총 10명
– 수락하시겠습니까?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흔들었다.
‘집중하자. 게임과 다를 것 없어.’
“여기가 어딘지 아십니까? 어디서 오셨습니까?”
“우리는 정착할 영지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방랑자들이오. 이번에 이곳 영지에서 정착할 사람들을 찾는다 해서 오게 되었소.”
선두에 선 덩치 큰 남성이 굵은 목소리로 답변했다.
“그러니까··· 여기가 어딘지는 아시고요?”
“여기가 어딘지가 중요합니까?”
“주위를 잘 둘러 보세요. 본인들 지내시던 세상에 저런 게 있으셨는지?”
나는 멀리 아파트단지를 가리켰다.
“헉. 저게 뭐란 말이오? 새로 만든 성인가?”
“성? 성이라기엔 창이 많은데. 여기도, 저기도 있지 않은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주변을 훑었다.
“우리는 말보런스 대륙 사람들로 볼그 지역에서 유랑하던 중이었는데···.”
‘말보런스? 볼그?’
게임 내 스토리와 전혀 상관없는 지역이다.
‘젠장, 돌려보낼 수도 없고.’
“으아악! 저기 화이트 울프다!”
몇몇 남성이 등에 메고 있던 검과 방패를 꺼내 들었다.
“어떻게 이런 곳에 화이트 울프가!”
“진정하세요. 저건 우리 영지민이 길들인 겁니다.”
“화이트 울프를 길들였다고? 어, 어떻게?”
“숲의 하얀 악마를···.”
두려운 표정으로 저들끼리 속닥이더니 선두에 있던 덩치 큰 남자가 다시 내게 다가왔다.
“여기는 영지가 맞고, 당신은 영주님이 맞습니까?”
“···예. 일단은 그렇긴 한데요.”
“화이트 울프도 있는 걸 보니 우리가 어딘가로 워프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인연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정착할 곳을 찾아 헤매고 있었으니. 영지민으로 받아들여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놀랍도록 낙천적인 사람들이다.
하기야 나도 이 세계에 떨어졌는데 북극곰이 보이면 좀 반갑긴 하겠지.
아니, 애초에 거절한다고 이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났던 것처럼 그냥 돌아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말 여기서 지내실 수 있겠어요? 지내시던 대륙과 아주 많은 것이 다릅니다.”
“적응이야 저희가 알아서 할 일이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후우. 이런 식으로 영지민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
나는 Y를 눌러 영지민 등록을 수락했다.
[임무 완료 : 영지민 추가등록] [포인트 1 지급]– 등록된 영지민 : 박수진, 한스, 레비안, 넬다, 제롬···.
수진 씨를 포함해 영지민이 11명으로 늘었다.
“영주님 감사드립니다. 제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영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영주님. 잘 부탁합니다.”
영지민들이 내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우쭐한 기분도 잠시 갑자기 두통이 찾아왔다.
‘이 사람들 잘 곳도 없는데 어쩌지?’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
김철수 정보관에게 전화해서 텐트라도 보내달라고 해야 하나.
“이제 이분들도 여기서 지내시는 거에요?”
수진 씨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아, 예. 아무래도 좀 불편하실 수는 있지만···.”
“꺄아! 진짜 잘 됐어요! 여러분. 잘 부탁합니다. 박수진이라고 해요.”
“안녕하세요! 제롬이라고 합니다.”
“안녕하···.”
수진 씨는 사람들 틈에 섞여 정신없이 인사하느라 바빠졌다.
특히, 여성 영지민들과 순식간에 친해져 수다를 떨기 바빴다.
“저희는 이제 무엇을 할까요?”
커다란 덩치. 한스가 내게 물었다.
아무래도 이 무리의 리더 격이었던 모양이다.
‘뭘 시켜야 하지.’
상추라도 심으라고 해야 하나.
그나마 식량 부족
걱정은 없어 다행이다.
김치찌개가 입에 잘 맞으실지 모르겠다.
‘아, 영지민 행동명령.’
수진 씨 이름을 터치하자 떴었던 메뉴들.
채집이나 수리, 정찰 같은 것을 지시할 수 있다.
나는 영지민들을 선택해 [능동관리]를 터치했다.
“아, 그럼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영주님.”
한스가 뒤를 돌며 크게 외쳤다.
“모두 떠들 때가 아니야! 집부터 짓자고.”
“그러세!”
‘집을··· 짓는다고?’
영지민들이 어디선가 꺼낸 도끼를 들고 인도로 나갔다.
‘어, 설마?’
쿵. 쿵. 쿵.
그리고는 길가의 가로수를 향해 힘차게 도끼를 휘둘렀다.
‘이런 젠장.’
“저기! 저기요! 그거는 베어내면 큰일. 응?”
쿵.
나무가 쓰러졌다.
힘도 좋은지 금세 길가에 수북하게 쌓였다.
이어 톱을 꺼내 나무를 자르기 시작하는 영지민들.
“영주님! 나중에 제재소 좀 만들어 주세요!”
“맞아요!”
나는 허탈한 표정으로 나무 둥치만 남은 수서역 앞 도로를 바라보았다.
불법으로 농지를 개간해 마을을 만들었다.
불법 체류자들이 들어와 마을에 살기로 하면서 길가의 수목도 함부로 베어냈다.
‘대체 지금 현행법을 몇 개나 어긴 거지?’
영지 환경 개선
집을 짓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NPC 보정인지, 아니면 원래 방랑자들이라 익숙한 것인지는 몰라도 눈 깜짝할 새에 집을 만들어 냈다.
작은 창고보다 조금 큰 규모의 집이었다.
내가 살고 있던 컨테이너 정도.
안에 작은 침대와 탁자 하나 정도 들어가면 딱 알맞을 수준이었다.
다른 인원들은 침대 프레임이나, 탁자를 만들고 있었다.
‘침대나, 옷은 필요하겠네.’
마트는 어차피 사재기로 물건들이 동난 상황일 것이다.
나는 할 수 없이 정보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 사무관, 무슨 일입니까?”
“혹시 퀸 사이즈 매트리스 6개랑 남녀 옷 좀 더 얻을 수 있을까요? 한 30벌 정도?”
“예?”
불법 체류자가 지낼 예정이라 뭘 좀 달라고 하기도 그렇고.
“아무튼 좀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서 좋다.
“식사하세요.”
수진씨가 분수 앞에 진수성찬을 차려놨다.
“우와! 이게 다 뭐야?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도와드렸어야 하는데···.”
“아니에요. 다들 드세요.”
몇 시간도 되지 않아 영지는 마을같이 변했다.
분수를 중심으로 주요 건물들이 자리했고, 그 뒤로는 나무로 만든 거주지역이 완성되었다.
덕분에 방어타워 위치를 조금 조절할 수밖에 없었는데, 영지민들은 타워를 보며 매우 놀라워했다.
“마법도시 리요네스에서나 볼 법한 가드타워가 아닌가?”
“이런걸 우리 영주님은 세 개나 가지고 계시다니?”
“한스의 통찰력이 정말 좋았어. 하하.”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을까?’
하긴 나도 크림스프 좋아하니까 어쩌면 잘 먹을지도 모른다.
“크아악. 이게 뭐야!”
김치찌개를 맛 본 남성 하나가 목을 붙잡고 켁켁 거렸다.
“왜! 무슨 일인데?”
“볼테이그 지역의 수프보다 훨씬 매워! 세상에··· 이런걸 먹는다고?”
“그래? 어디 나도 한번···.”
“크악!”
김치찌개를 먹어본 사람들이 연신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나 물을 들이키던 것도 잠시.
이내 너도나도 국자로 찌개를 퍼가기 시작했다.
“크으. 하지만 뭔가··· 뭔가 달라.”
“엄청 맛있어. 매워도 자꾸 먹게 되는데?”
“저기 영주님을 봐. 수프에 곡식을 넣어 같이 드시는데?”
영지민들이 나를 따라 국물에 밥을 말았다.
“역시, MSG는 누구나 좋아하네요.”
수진 씨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풍족한 소고기 스테이크를 보며 기뻐한 건 두말할 것도 없었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친 영지민들이 감사인사를 표했다.
“영주님! 배부르게 먹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맞아요. 다른데는 빵 하나에 스프도 조금밖에 안주면서 일만 시키는데···.”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는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영지민들을 향해 물었다.
“혹시··· 여러분이 살던 세계에서 이상한 소문이나 뭐 좀 들으신 소식 없을까요?”
“소문이요?”
“지금 여러분들이 이쪽으로 넘어온 것처럼 이곳에 몬스터들도 넘어오고 있거든요.”
나는 유튭을 켜서 몬스터들을 보여주었다.
물론, 내가 출연한 동영상도.
“어? 이거 오크아냐? 크림트베인에 주로 사는 놈들이 여기까지 온 건가?”
“고블린이야 어디든 많긴 한데··· 포탈을 통해 오다니 신기하네요.”
“여러분 사시는 곳에 동물은 있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소도 있고, 우유도 마신다.
동물들의 구성은 우리와 크게 다를 것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 사람들은 그냥 단순히 마법 포탈 같은 것에 휘말려 다른 대륙에 넘어온 정도로만 인지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코렌틴 제국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긴 했는데···.”
“소문이요?”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흑마법사들이 고대 아티팩트를 발견해서 연구 중에 큰 사고가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신들의 분노를 깨웠다고···.”
“어, 맞아. 나도 들은 적 있어. 마탑이 붕괴될 뻔 했다는데?”
“그래! 그래서 수백 년 만에 대륙 연합회의가 열린 거라던데.”
‘고대 아티팩트, 연구, 사고···.’
뻔한 클리셰지만 중요한 정보다.
설마 그래서 우리 지구도 이 모양 이 꼴이 된 걸까.
[임무 완료 : 이계변화의 단초 연구] [포인트 3 지급] [업적 : 최초의 지식] [거대한 변화의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포인트 1 지급]‘엇, 진짜?’
임무와 함께 업적까지 받았다.
그렇다면 지금 저들이 말 하는 게 사실이란 소리.
당장 이 정보를 가지고 뭘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방향은 잡았다.
– 레벨 : 8
– 등급 : 촌장
– 포인트 : 7
– 화전민 개발 항목 : [방어타워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식료품 창고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위생시설 업그레이드: 3 포인트] [연구시설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방어타워 건설 : 1 포인트] [주거시설 정비 : 3 포인트]
– 촌장 개발 항목 : [훈련장 건설 : 3 포인트] [경매장 건설 : 3 포인트]
– 등록된 영지민 : 박수진, 한스, 레비안, 넬다, 제롬···.
– 연구가능 : [화염화살] [회복] [힘 증가] [궁술] [검술] [영지화] [시설소환 연구]
영지가 꽤 발전했다.
‘일단 영지화 부터 배우고.’
– 영지화 : 반경 30 미터를 영지로 지정합니다.
– 유지시간 : 30분
– 필요 포인트 : 3
– 영지화를 습득하였습니다.
포인트 3개를 사용해 영지화를 업그레이드 했다.
‘4개 남은 건가.’
– 화염화살 : 방어타워가 주변에 강력한 화염 화살을 추가로 발사합니다. 대상에 불이 붙습니다.
– 최대 거리 : 40미터
– 필요 포인트 : 1
– 습득하시겠습니까? Y/N
화염 화살까지 배워 최초 타워에 분배했다.
이제 파이어, 아이스, 스플래시 타워 3종 세트가 완성되었다.
‘훈련장은 영지민들이 쓰는 건가?’
– 훈련장 건설 : 영지민의 전투능력을 높여줍니다. 영지화로 지정한 임시 영지에 전투원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 필요 포인트 : 3
‘헐. 죽여주네.’
전투능력이 높아지는 거야 그렇다 쳐도, 소환이라니?
포탈 내부에서 싸울 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능이다.
‘게다가 업적으로 3 포인트가 돌아오니까 부담은 없다.’
나는 훈련장 건설을 터치했다.
생각보다 넓은 공간을 요구했다.
‘방어 타워를 또 옮겨야겠어.’
타워 바깥쪽으로 훈련장 부지를 지정했다.
드드드드드.
“무, 무슨 일이야?”
“빨리 나와봐!”
땅이 진동하며 자동으로 개간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각종 건설재료들이 날아와 알아서 조립되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가! 훈련용 허수아비?”
“이걸 그냥 만들어 내시다니···.”
“우리 영주님은 마법사이신가?”
“어쩐지, 마법도시에서나 볼 법한 가드타워가 있더라니···.”
“만세! 영주님 만세!”
“우리가 정착할 영지를 정말 잘 고른 모양이야. 흐흐. 한스에게 감사해야겠는데?”
영지민들이 새로 만들어진 훈련장을 보며 환호했다.
화살을 쏠 수 있는 동그란 표적 몇 개와, 허수아비 더미들.
그리고 각종 운동기구와 무기, 방어구들이 포함된 거치대가 만들어졌다.
‘이 정도면 방어타워는 굳이 안 옮겨도 되겠네.’
삼각형으로 서 있는 방어타워를 굳이 훈련장을 향해 옮길 필요는 없어보였다.
영지민 몇 명이 훈련장으로 들어가 검을 집어 들었다.
“훌륭한 밸런스다. 꽤 비싸겠는데? 훈련용으로 쓰기는 너무 아까워.”
“방패도 무게감이 아주 좋아. 기사들이나 쓰는 경갑옷까지 있다니.”
“영주님, 이거 저희가 써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마음껏 사용하세요.”
“만세! 영주님 만세!”
영지민들이 훈련장 시설을 이것저것 만져가며 허수아비를 때려보기도 하고, 활을 쏘기도 했다.
[임무 완료 : 영지민 훈련] [포인트 3 지급]이제 포인트는 3개가 남았다.
– 연구가능 : [회복] [힘 증가] [궁술] [검술] [시설소환 연구]
‘화염화살을 배웠는데 다음 스킬들이 안 나온다라···.’
영지 개발을 했던 것처럼 연구시설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때가 왔다.
나는 연구시설 업그레이드에 3 포인트를 투자했다.
– 연구시설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었습니다.
– 연구가능 : [가호(신속)] [가호(방어)] [뿌리 묶기] [회복] [힘 증가] [궁술] [검술] [시설소환 연구]
새로운 속성들이 추가되었다.
– 가호(신속) : 방어타워가 주변 아군의 움직임을 빠르게 만드는 가호를 퍼트립니다.
– 유효 거리 : 40미터
– 필요 포인트 : 1
– 가호(방어) : 방어타워가 주변 아군의 방어력을 증가시키는 가호를 퍼트립니다.
– 유효 거리 : 40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