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20
전사들이 기합을 내지르며 발로 땅을 굴렀다.
수만 명의 에인헤랴르가 발을 구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지난번에는 저들의 간계에 싸워보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드디어 오늘! 우리는 정당하게 싸우다 죽을 수 있게 되었다!”
후! 후! 후! 후!
쿵. 쿵. 쿵. 쿵.
“성벽이 사라지면, 모두 죽으러 가자!”
“와아아아아아!”
콰르르르르르!
발키리의 외침과 함께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디아블로의 군단은 잠시 주춤했지만, 곧바로 에인헤랴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두두두두두두두.
꽈아아아아아앙——!
크악!
펑! 펑!
비명과 함께 서로를 죽이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발키리의 전투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완전 무쌍이잖아.’
오러와 유사한 빛이 창을 휘감고 있었다.
분신이 남을 정도로 빠른 속도의 창을 찌르는 듯하더니, 넓게 휘둘러 마족을 베어내기도 했다.
쿵. 쿵. 쿵.
디아블로가 성벽 안쪽으로 들어왔다.
“헬! 헬은 어디 있나! 약속이 다르지 않나! 올림푸스 신들의 속박을 풀어라!!”
‘약속···? 헬도 배신자란 말인가? 그럼 저 밑에 있는 수많은 전사는 뭐지?’
“크아아아! 헬! 모두 죽여 버리고 내가 직접 구출하겠다!”
콰아앙——!
디아블로의 발 앞 땅이 터져나가며 용암으로 이루어진 호수가 나타났다.
디아블로가 용암 호수에 다가가자 불타오르는 거대한 검이 나타났다.
“인페르노! 저놈이 제일 좋아하는 무기야!”
“엄청 큰데?”
“더럽게 빠르고, 더럽게 강하지.”
그레모리가 튀어 나가고 싶어서 몸을 움찔거렸다.
디아블로가 인페르노를 휘둘렀다.
콰르르륵!
크아아아악!
불길이 치솟으며 용암의 비가 내렸다.
에인헤랴르와 발키리는 최대한 디아블로에게 다가가 공격했지만 허사였다.
‘크기 차이도 있고··· 발을 한번 구를 때마다 수십 명씩 죽어 나간다.’
거대 몬스터는 저렇게 잡는 게 아니다.
저격으로 시작해야지.
“그레모리, 준비해 네가 탱커다.”
“탱커?”
“네가 디아블로를 최대한 열받게 하면서 너만 공격하게 만들어. 그 틈에 내가 공격한다.”
“아하! 그런 거라면 자신 있지. 깔깔깔!”
박성남이 없으니 그레모리에게 기댈 수밖에.
둘이 사연도 있으니까 잘하겠지.
“견적 끝났어. 굴락. 조금만 더 참아.”
“왜?”
“시작은 타워가 정석이거든.”
나는 저격 타워 8기를 수동으로 돌려 디아블로를 조준했다.
‘발사.’
꽈아아아아아앙——!
전투가 시작되었다.
발할라의 전사들
퍽!
디아블로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효과가 있어!’
움찔하는 정도로 그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먹힌다.
위이이이이잉.
촥. 촥.
꽝! 꽝!
타워들의 총공격이 시작되었다.
스플래쉬 타워가 불을 뿜자 마족들이 수십 마리씩 터져나갔다.
“뭐지? 아스가르드의 힘인가?”
“란드그리스께서 도움을 주시는 건가?”
“대단해! 축복이 우리와 함께한다!”
“힘을 내라! 공격!”
위이이이잉.
새로 설치한 중급 광역마법 타워가 작동을 시작했다.
번쩍!
파이어 레인 타워가 시작이었다.
화염 덩어리 네 개가 전방 하늘로 날아갔다.
펑! 펑! 펑! 펑!
폭발과 함께 넓은 범위에 에너지 구름이 만들어지며 불타는 비가 내렸다.
쿠르르르릉.
“크아아아악!”
“디아블로시여!”
“아아아악!”
범위에 있던 마족
수백 마리가 영향을 받았다.
불의 비는 마족의 몸에 닿자마자 들끓으며 피부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상처가 벌어지고 연기가 흘러나왔지만, 피부 안쪽으로 뚫고 들어간 불의 비를 어찌할 수는 없었다.
번쩍!
썬더 타워가 파이어 레인 구름 사이에서 스파크를 일으켰다.
콰르르르릉.
에너지 구름 사이로 빛이 흘러나오더니,
콰지지지지지직—!
불의 비와 함께 벼락이 떨어졌다.
수백 가닥의 벼락이 동시에 떨어지자 전장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빛났다.
“캬아아아악!”
부르르르르.
불의 비를 맞은 마족들이 감전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털썩. 털썩.
썬더를 맞아 새까맣게 탄 마족들이 하나둘씩 바닥에 쓰러졌다.
아이스 스톰이 쏘아진 지역.
콰직. 콰직.
팍! 파파팍!
뾰족한 얼음 조각들이 냉기 폭풍에 섞여 마족을 공격했다.
“키에에에에엑!”
얼음 조각이 스쳐 지나간 피부가 찢어져 벌어졌다.
“캬아아악!”
조각 일부는 그대로 몸을 관통하고 지나가며 치명상을 입히기도 했다.
‘와우··· 죽이는데···?’
일방적인 대량 학살의 현장.
수만에 달하던 마족들이 성으로 전진하지 못하고 절규하며 죽어갔다.
“쥐새끼가 숨어있구나!”
디아블로가 소리치며 눈을 감고 힘을 집중했다.
두두두두두두두.
땅이 흔들리더니 디아블로의 몸에 에너지가 집중되었다.
꽝!
“크윽.”
에너지가 폭발하며 배의 투명화가 해제되었다.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난 이름 모를 배.
아래 있던 에인헤랴르와 발키리가 우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제일 앞서 모두를 이끌던 발키리가 배 위로 올라왔다.
“나는 오딘의 발키리. 게이타라고 한다. 너는 누구지?”
“저는 인간 서진우라고 합니다.”
“인간? 인간이 어떻게 여길 들어왔지?”
“저기 디아블로를 잡으러 왔죠. 적의 적은 친구 아닙니까? 저희도 돕고 싶습니다.”
“적의 적이라··· 좋은 표현이다. 인간 서진우. 전투를 허락하지.”
‘딱딱하구만.’
군인에 가까운 느낌이다.
게이타가 갑판 위에 선채 아래 에인헤랴르를 보며 숨을 들이마셨다.
에인헤랴르는 당당한 모습으로 배 위에 올라있는 게이타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인간 서진우가 발할라의 전사들과 함께한다! 싸워라! 오딘의 축복이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와아아아아! 죽여라!”
“전투 중에 죽을 수 있다니! 이건 축복이야! 돌격!”
“내가 먼저 죽을 거다! 크하하하하!”
바이킹 전사들.
에인헤랴르는 약간 정신이 나간 것처럼 방어를 도외시하고 그저 공격 일변도로 진군했다.
“나중에 이야기하지.”
게이타가 배 아래로 뛰어내려 전투를 계속했다.
“이제 가도 되겠다.”
배를 천천히 이동시켰다.
데스나이트가 최전방 전선에서 뛰어 내리며 언데드를 소환했다.
“언데드도 나타났다! 공격해!”
“아냐! 기다려 봐! 언데드가 저것들을 공격한다!”
“왜 자기들끼리 싸우지?”
게이타가 언데드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적의 적은 우리 친구다! 언데드는 우리 편이다! 괴물을 공격해!”
“친구라고? 으하하! 적의 적은 친구다!”
“언데드는 우리의 전투에 함께하는 친구다!”
호쾌한 바이킹 전사들.
마족을 공격하는 언데드를 보자마자 같은 편인걸 눈치챈 에인헤랴르가 데스나이트와 함께 전투를 이어나갔다.
온통 검은색으로 가득한 어둠의 데스나이트.
금색으로 수를 놓은 망토가 화려하게 전장에 흩날렸다.
그레모리의 힘을 2%씩 나눠 받은 데스나이트의 오러가 5m는 되어 보이게 솟아올랐다.
스걱! 스걱!
빠른 몸놀림으로 마족들을 베어내는 데스나이트.
콰직.
마족들도 만만치 않았다.
동료의 죽음을 이용해 빈틈을 만든 마족의 검이 데스나이트를 찌르고, 베었다.
조금씩 갑옷이 파괴되고 몸에 있던 오러가 옅어질 때쯤.
와이트 한 마리가 데스나이트 옆에 다가갔다.
콰직. 콰직.
와이트의 몸이 순식간에 쪼그라들며 갑옷이 복구되었다.
“이, 이럴 수가··· 다시 복구한다!”
“옆에 있는 놈들부터 처리해!”
마족들이 와이트와 구울, 듀라한을 먼저 공격했다.
그러나, 그레모리의 힘을 나눠 받은 데스나이트는 곧바로 다시 언데드를 소환했다.
‘죽을 맛일 거다.’
데스나이트는 총 17기.
전세는 우리 쪽으로 빠르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 * *
“쥐새끼 같은 놈들. 모두 죽여주마!”
쾅!
디아블로가 검을 휘둘러 발키리 한 명을 멀리 쳐내고 발을 굴렀다.
쿠르르르르.
전장에 수백 개가 넘는 붉은 포탈이 열렸다.
‘망할···!’
포탈에서 쏟아지는 마족.
대체 몇 마리나 있는지 죽인만큼 다시 보충되었다.
“으하하하!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싸울 맛이 나지!”
“오늘은 축제다!”
에인헤랴르는 미친 듯이 웃으며 즐거워했다.
“타나토스! 보고만 있을 건가!”
디아블로의 분노에 찬 외침.
이번에는 전장에 보라색 포탈이 수없이 열렸다.
“저, 저게 뭐야!”
“젠장··· 어떻게 공격하라고!”
에인헤랴르가 분통을 터트렸다.
‘사신···?’
고스트 형태의 몬스터들.
수천 마리는 되어 보이는 사신이 낫을 들고 나타났다.
‘아, 이거 괜히 레이드가 아니구나.’
애초에 말도 안 되는 규모다.
이럴 때는, 보스부터 빨리 잡아야 한다.
‘적당히 타이밍 봐서 빠져야 하는데.’
혹시나 디아블로가 도망치기라도 한다면 무스펠헤임에 모든 각성자는 일반인이 되어 그곳에 갇힌다.
그렇다고 그냥 이대로 도망치면 그리스 신들의 전력이 강화된다.
진퇴양난.
“그레모리. 디아블로를 이길 수 있겠어?”
전장을 바라보며 전의를 불태우던 그레모리가 즉답했다.
“당연하지. 저놈은 내가 뼈를 갈아서 와인으로 마실 거야.”
“냉정하게 말해봐. 힘을 다 주면 이길 수 있냐고.”
그레모리가 인상을 구겼다.
“···그냥은 불가능해. 네가 도와주면···! 애초에 디아블로는 전투를 위해 태어난 마족이라고.”
‘함께 싸우다가 적당한 때 저쪽으로 넘어가야겠다.’
“그레모리. 함께 가자.”
나는 굴팍시를 소환했다.
“오, 오오오! 모두 저것 봐! 황금 갈기의 말! 마그니님의 굴팍시다!”
“인간이 어떻게 굴팍시를 얻었지?”
“마그니님께서 선물하신 건가? 대단하군···!”
“슬레이프니르보다 빠르다던 그 말인가?”
“에이 그래도 오딘님의 슬레이프니르보다는 못하지!”
“굴팍시가 자신의 등을 내준 걸 보니 믿을 만한 친구로군!”
“인간 서진우를 노래하라! 전투를 지배하는 인간 군주!”
“인간 군주!”
헤인헤랴르 뿐만 아니라 발키리조차 조금 놀란 눈빛으로 굴팍시에 탄 나를 바라보았다.
“가자! 굴팍시!”
나는 배에서 뛰어 내려 미스틸레인을 들고 디아블로를 향해 달렸다.
* * *
“저놈을 먼저 잡아! 저 인간을 죽이면 소환수가 없어진다!”
누군가의 외침.
전장을 달리는 내게 마족들의 공격이 집중되었다.
위즈덤 아이가 발동했다.
대규모 전장에서 발동하는 스킬은 차원이 다른 전율을 안겨주었다.
수백 개의 무기와 마법이 나를 꿰뚫는 단기 예지들.
클레버 무브먼트와 굴팍시의 기동력 덕에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모두 피해냈다.
“굉장해! 저걸 전부 피해내다니···!”
“단 하나도 스치지 않고 있어··· 그는 전투의 신인가?”
“전투의 군주, 인간 서진우를 노래하라!”
“와아아아!”
디아블로에게 가는 길.
마족들이 겹겹이 서며 내 앞길을 막았다.
디셉션이 발동하며 움직이는 마족들 사이에 약점이 표시되었다.
“굴팍시. 조금 이따가 만나자!”
푸르르르르.
나는 굴팍시 위에서 점프했다.
‘퓨리.’
순간이동기로 쓸 수 있는 스킬.
시야를 이동해 최대한 멀리 있는 마족을 응시했다.
스팟.
어느 마족의 머리 위로 이동했다.
곧바로 표시되는 어깨 위의 약점.
클레버 무브먼트 덕에 마족의 움직임이 느릿한 것처럼 보였다.
배쉬를 쓸 필요도 없었다.
그대로 어깨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푹.
“키에에에에엑!”
마족의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허물어지는 마족의 머리를 밟고 다시 한번 도약했다.
다시 멀리 있는 마족을 응시해 퓨리를 발동했다.
푹. 푹.
마족이 몸으로 만들어둔 장벽은 내게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마족의 몸을 밟아 디아블로의 근처까지 이동했다.
“기운이 익숙하다··· 내 창고에 쥐새끼같이 숨어든 인간이구나···! 네놈은 내 성으로 데려가 영원히 고문해주마.”
“깔깔깔! 나도 그렇게 말했었지.”
“···그레모리? 어떻게 나왔지?”
“흥. 멍청한 건 여전하군. 지금 탈출 방법이 궁금해서 묻는 거야?”
“네년도 함께 잡아 고문해주지. 아니, 아예 소멸시켜버리겠다!”
“웃기고 있네. 하압!”
그레모리의 채찍이 커지고, 길어졌다.
검붉은 그녀의 채찍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디아블로를 향해 날아가 감겼다.
“네년··· 힘을? 그럼 저 인간 놈이 네년 때문에 내 창고에 침입했군···!”
“멍청한 놈. 그걸 이제야 깨달았어?”
꽝!
콰르르르르.
마왕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거대한 디아블로에 비하면 나보다 약간 작은 키를 가진 그레모리는 파리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러나 그녀의 손에서 나온 채찍은 그 커다란 디아블로의 몸을 감아내 옭아매고 있었다.
디아블로가 검을 들어 채찍을 내려치자 천둥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