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21
그레모리 주변에 검은 구체들이 떠올라 디아블로를 향해 날아갔다.
슈우우욱.
꽈아아앙—!
공간을 수축하며 폭발하는 검은 구체.
디아블로가 왼손을 휘두르자 바닥에 다수의 마법진이 그려졌다.
쿠르르르르르르.
쾅! 쾅! 쾅!
마법진이 폭발하며 용암이 솟아올랐다.
“키에에에에엑!”
마족들도 용암에 스치며 죽어 나갔다.
디아블로의 광역마법을 피해 마족들이 넓게 거리를 벌렸다.
용암이 터져나간 자리에는 땅이 갈라지고 무너져 내렸다.
“으아아악! 발할라여! 나 먼저 간다!”
“조심해! 땅이 벌어진다!”
마왕의 전투는 화려하고, 강력했다.
쾅! 쾅!
디아블로의 검이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휘둘러졌다.
그래모리는 허공에 뜬 채 디아블로의 검을 피하고, 일부는 채찍을 휘둘러 튕겨내기도 했다.
‘그레모리가 밀린다.’
힘이 30%가량 밖에 없는걸 감안해도 전투 센스가 달랐다.
‘이대로 무스펠헤임에 가면 니플헤임은 필패다.’
디아블로의 힘을 조금이라도 빼놓아야 할 것 같다.
* * *
“벌레 같은 것들! 모두 죽어라!”
꽝!
디아블로의 몸에서 충격파가 나오며 발키리들이 멀리 날아갔다.
“물러나세요!”
나는 계속 디아블로를 향해 이동하며 발키리에게 소리 질렀다.
“발할라의 전사들은 물러나지 않는다!”
“우리는 오직 전투뿐이다!”
“그럼 물러나지 말고 저기 마족을 공격하세요! 발키리의 응징이 필요한 자들입니다!”
“그건 받아들이겠다!”
발키리와 에인헤랴르가 뒤로 빠져 마족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디아블로를 향해 퓨리를 사용했다.
스팟.
디아블로의 목 뒤로 이동했다.
때마침 공격을 피하고있던 그레모리와 눈을 마주쳤다.
“어설픈 전투력으로 뛰어들면 죽는다! 물러나!”
그레모리가 내게 손을 휘저으며 벗어나라고 소리쳤다.
“그레모리. 잘 봐. 이게 너와 계약한 갑의 능력이다.”
위즈덤 아이가 발현하며 디아블로의 목 뒷부위가 붉게 빛났다.
‘배쉬.’
목을 향해 검을 찔러 넣는 내 모습.
나는 정확한 타이밍으로 그 모습을 구현했다.
푹.
“크아아아악! 이 쥐새끼 같은 버러지가!”
디아블로의 손이 날아왔다.
‘퓨리.’
스팟.
이번엔 디아블로의 무릎 부위였다.
배쉬를 사용해 정강이뼈가 끝나는 부위에 검을 쑤셔 박았다.
디아블로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신경이 있나? 효과가 굉장하군.’
디아블로가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네 연놈을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멀리서 타나토스의 사신들이 날아왔다.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듯한 부드럽고 빠른 속도.
“크크크. 타나토스의 쓰레기들이 끼어드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버러지는 쓰레기가 치워야지.”
“어휴. 뭐 이리 혓바닥이 길어? 너는 말로 싸우냐?”
디아블로가 표정을 굳히며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쾅!
다시 바닥에 마법진이 생겼다.
그것도 내 발밑에만 촘촘하게.
사신 수백 마리가 낫을 들고 내게 달려들었다.
“크크크. 네놈 혼자서 모두를 상대할 수 있을까? 몸을 찢어주마!”
“누가 혼자래? 저기 내가 소환한 언데드 안 보여?”
“크크크. 이곳까지 오기 전에 네놈은 죽는다!”
“응. 아니야.”
나는 디아블로의 정수리를 응시하며 속으로 외쳤다.
‘블링크.’
천둥의 신 토르와 무스펠헤임
디아블로의 머리 위로 순간이동 했다.
쾅! 쾅! 쾅!
내가 있던 자리에 끔찍한 용암 폭발이 솟아올랐다.
땅이 갈라지고 무너져내렸다.
블링크의 최대 장점.
소환수가 함께 이동한다.
데스나이트와 스켈레톤 위저드 33기가 내 곁으로 이동했다.
“뭐, 뭐냐!”
디아블로가 눈앞에 함께 소환된 언데드를 보며 당황했다.
“뭐긴 뭐야. 수수께끼지. 국민템이라고 부른다!”
허공에 소환된 데스나이트.
푹. 푹. 푹.
재빠른 몸놀림으로 디아블로의 어깨와 가슴에 검을 박아넣어 땅으로 떨어지는 걸 막았다.
“크아아악! 이 벌레같은 놈들!”
디아블로가 데스나이트를 떨어트리기 위해 스스로의 몸을 공격했다.
쾅! 쾅! 쾅!
’이게 다인가?’
강하기는 하다.
그런데, 마왕의 느낌은 조금 덜하다.
‘물론 데스나이트가 말도 안 되게 강하기는 하지만.’
“깔깔깔! 꼴 좋다! 저놈도 지금 힘을 다 못 쓰는 상태인 것 같다! 이럴 때 빨리 죽여버려!”
“힘을 다 못 쓴다고?”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저놈들도 기간토마키아 이후에 힘을 다 회복하지 못했어! 그래서 지구를···!”
기간토마키아.
아니, 라그나로크.
전쟁은 아직 완전히 끝난게 아니었다.
‘아군을 늘리는 것과 지구에서 힘을 획득하는 것.’
이 두 개가 저들의 현재 목적이다.
’상대편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것.’
신계의 패권을 차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좋아, 이제 어느 정도 감이 잡혔어.’
“크아아아! 이놈들! 전부 갈아 마시겠다!”
디아블로가 검을 내려놓고 양팔을 하늘로 뻗었다.
디아블로에게 에너지가 모여들었다.
쿠르르르르르르.
전투가 벌어지는 헬헤임의 성벽 전체가 떨렸다.
그레모리가 눈을 크게 떴다.
“저놈. 성에 몰래 꿍쳐둔 힘을 끌고 온다! 이마에 숨겨진 눈이 떠지면 끝장이야!”
“몰래 꿍쳐둔 힘이라고?”
“내가 채찍에 힘을 저장하듯이 디아블로는 성 어딘가에 자신의 힘을 저장하고 있어. 어쩌면 ‘마그마 익스플로전’을 쓸지도···.”
“마그마 익스플로전?”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마그마 익스플로전은··· 작은 세계를 소멸시킬 정도로 강력한 힘이야.”
“힘없어서 지구 침공하려는 거 아니었어?”
“저건, 자신의 존재를 유지해주는 힘이야. 쓰면 안 되는 건데··· 진짜 열받았다는 증거지.”
‘어우 씨. 갈수록 태산이네.’
디아블로는 데스나이트의 공격을 견디며 하늘을 향해 힘을 집중했다.
‘할 수 없다.’
수르트에게 쓰려고 했는데 여기가 더 급해졌다.
‘토르의 심판.’
쿠르르르르르르릉.
평소보다 더 우렁차게 울리는 천둥소리.
대상 주변에만 생겨나던 구름이 전장 전체를 덮었다.
‘무슨 일이지? 토르의 심판은 적용반경이 이렇게 넓지 않은데···?’
꽈르르르릉. 꽈광!
콰지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전장에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타워 중급마법인 썬더와는 비교도 안 되는 굵은 벼락이 전장 전체에 줄기줄기 내려 꽂혔다.
에인헤랴르와 발키리는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고 오직 마족들만 감전되어 새까맣게 탄 채 바닥을 굴렀다.
게이타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동에 찬 표정을 지었다.
“천둥의 신··· 토르여!”
“토르···!”
“토르께서 오신다!”
“토르 오딘슨! 천둥의 신!”
“토르! 토르!”
에인헤랴르가 각자 무기를 들고 하늘을 향해 환호했다.
번개가 잦아들고 내가 있는 곳의 구름이 갈라지며 틈으로 황금색 빛이 내려왔다.
그리고.
빛과 함께 사람이 한 명 떨어져 내렸다.
* * *
‘망치는 어디 갔어?’
나는 바닥에 착지한 남성에게 다가갔다.
금발머리에 온몸을 근육으로 무장하고 있는 잘생긴 남성이었다.
“자네가 늘 내 힘을 빌려 가던 친구로군. 반갑네! 나는 토르 오딘슨이라 하네!”
“토, 토르요?”
각종 매체에서 익숙했던 그 이름.
천둥의 신 토르.
그가 내 앞에 내려와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저는 서진우라고 합니다.”
“서진우. 반갑네! 내 힘을 끌어다 쓸 정도면 훌륭한 전사겠지. 발할라의 전사인가?”
“그게··· 좀 복잡한데요. 혹시 지난 일들을 하나도 모르시는 건가요?”
“나는 라그나로크에서 아레스와 아테나, 아폴론의 계략에 빠져 제우스에게 죽임을 당했네. 눈을 떠 보니 이곳 헬헤임의 가장 깊은 곳이더군.”
철저하게 고립된 공간.
토르는 발할라, 아스가르드의 멸망을 직감했다.
“다시 한번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지. 마침 누군가 내 힘을 빌려 가는 게 느껴지더군. 발할라의 느낌이었네.”
토르는 기뻐하며 힘을 내줬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의 앞에 공간이 열리며 디아블로가 보였다.
“볼 것도 없이 뛰쳐나왔네. 아직도 전쟁이 한창인가?”
“그게··· 좀 복잡한데요. 우선 디아블로부터 잡아주시겠어요?”
“잠시 묠니르를 빌려도 되겠나?”
‘아···!’
손상된 묠니르.
본래 토르의 것이다.
토르는 자신의 것임에도 빌리겠다고 말했다.
‘매너가 좋군.’
나는 키비시스에서 망치를 꺼내 토르에게 넘겼다.
“조금 망가졌지만, 이 정도면 훌륭한 보관상태군. 잘 쓰고 돌려주지.”
토르가 망치를 돌리며 디아블로에게 날아갔다.
‘아··· 바로 이게 목적이었구나!’
재영이가 본 미래.
내가 홀로 이곳에 와 디아블로를 화나게 하고 심판을 사용해 토르를 불러내는 것.
‘각성자들이 다 몰려왔으면 이런 일이 없었겠지.’
전투의 양상이 달라졌을 것이다.
‘내가 이곳에 오지 않고 원래 계획대로 다 함께 무스펠헤임으로 갔다면.’
이런 상황조차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쾅! 쾅! 쾅!
토르가 번개와 함께 하늘을 날아다니며 묠니르로 디아블로를 후려쳤다.
번쩍! 번쩍!
콰직!
묠니르에서는 번개가 줄기줄기 흘러나와 디아블로를 함께 공격했다.
꽈아아아아앙-!
힘을 개방하던 디아블로가 뒤로 물러나며 고개를 내렸다.
“됐어! 에너지 응축이 실패했다!”
그레모리가 입꼬리를 올리며 기뻐했다.
디아블로의 시선이 토르에게 향하며 붉은색으로 빛났다.
“토르···! 네놈이 다시 나타나다니··· 죽여주마! 다시 한번!”
디아블로가 검을 집어 놀라운 속도로 휘둘렀다.
쾅! 쾅!
토르가 묠니르를 들어 집채만 한 검을 막자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토르라고? 엄청나게 강하잖아! 드디어 디아블로가 뒈지는 모습을 볼 수 있겠어! 깔깔깔!”
그레모리가 미친 듯이 웃으며 디아블로에게 채찍을 휘둘렀다.
‘바로 이 타이밍이다.’
이대로 디아블로가 도망치고 경쟁 임무가 완수되면 무스펠헤임에 있던 각성자들은 끝장이다.
내가 이곳에서 빠져 각성자가 임무를 클리어하는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쪽지함을 열자 박성남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 아··· 여기 왜 이렇게 강하냐? 거인들 전투력 쩔어. 듀바그보다 한 급 높은 거 실화냐.
<- 거인들이 불 정령도 소환하고 여기 자체 몬스터도 많아. 아오, 길가에 꽃이 폭발하는 거 봤냐? 네 명이나 부상당함.
빡. 포탈 설치해라. 지금.
<- 오! 너 살아있냐? 오케이.
“그레모리. 나는 소환수들하고 다른 세계로 넘어가야 해. 넌 여기 있을 거야?”
“물론이지. 저놈이 살려달라고 비참하게 매달리는 모습을 꼭 보고 싶거든! 깔깔깔.”
“우선 좀 해 줘야 할게 있는데···.”
내가 들어가고 나면 포탈을 회수해야 한다.
소환수들은 내가 이곳에 들어가면 함께 이동될 가능성이 크다.
나는 차원 이동 조각을 꺼내 보여주었다.
“알겠어. 대신 힘은 나중에 회수해줘.”
“그야 당연하지.”
차원 이동 조각은 회수한다 해도 묠니르가 문제다.
‘내 아이템이긴 한데··· 원래 토르 물건이잖아?’
“토르랑 이야기를 좀 해야 하니까. 전투가 끝나면 말해줘.”
“흐응··· 알았어!”
그레모리가 채찍을 몸에 감고 디아블로를 향해 날아올랐다.
나는 차원 이동 조각을 설치하고 생겨난 포탈에 들어갔다.
* * *
‘어후. 더워.’
단순히 더운 수준이 아니었다.
하늘은 햇빛도 없었는데 공간은 뜨거웠다.
“왔냐? 완전 불가마지?”
박성남이 핼쑥해진 모습으로 고개를 저었다.
“얼굴이 왜 그래?”
“이런 곳에서 뛰어다니려니 죽을 맛이다. 다이어트 직빵이네.”
“진우 씨 오셨어요?”
동료들이 나를 반겼다.
굴락과 데스나이트, 스켈레톤 위저드가 모두 함께 이동했다.
굴락이 내게 날아와 포탈을 가리켰다.
“저기 다시 들어가도 되나? 전사들이 내게 의지하고 있었는데 이대로 나와버리면···!”
의외로 굴락은 에인헤랴르를 걱정했다.
“웬일이냐? 걱정을 다 하고.”
“그들은 정말 용맹한 전사다. 내게 대우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어.”
죽음을 도외시하고 달려드는 발할라의 바이킹, 에인헤랴르.
굴락은 그런 그들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멀리서 사만다가 다가왔다.
“서진우 각성자. 무사히 도착했군요. 그쪽은 어떤가요?”
“거기 곧 끝날 겁니다.”
“뭐? 곧 끝난다고?”
박성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니플헤임의 대략적인 구조와 그동안 벌어진 일을 설명했다.
“성벽이 있다고···? 성은?”
“성은 안 보이던데?”
그러고 보니 성벽같이 생긴 곳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뭐지? 그냥 국경 같은 건가?’
만리장성 같이 쌓아둔 개념일 수도 있다.
“저희는···.”
사만다가 입을 열었다.
무스펠헤임에 입장하자마자 죽어있는 수많은 각성자의 시신이 있었다.
니플헤임과 마찬가지로 먼저 들어왔던 사람들이다.
아이템 같은 게 떨어져 있을 수도 있으니 먼저 들어와 대기하려던 각성자들.
넓은 무스펠헤임의 대지는 각성자들이 한꺼번에 이동하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대략적으로나마 각성자가 몇 명인지 알 수 있었어요.”
이번 전투에 모인 각성자는 15만 명이 넘었다.
‘생각보다는 적구나.`
두 번의 페널티와 몬스터 웨이브, 임무를 거치며 살아남은 사람들.
현재 존재하는 각성자들은 모두 지옥을 견디며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모두 개성이 강했다.
이름이 잘 알려진 길드들을 제외하고는 통제에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기 일쑤였다.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는데··· 시작부터 돌진하는 사람들이 다수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