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24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지기도 전.
스팟.
다음 전사의 옆으로 이동했다.
무기를 휘두르느라 오른 다리를 지지하던 자세.
‘다리가 비었어.’
스걱.
검을 휘둘러 다리를 베었다.
크아아아!
털썩.
전사가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다음 놈에게 이동했다.
“저거··· 서진우 아냐?”
“검술이 장난 아닌데··· 대체 무슨 스킬이지?”
“아니, 영주라며? 무슨 마을 관리자 스킬이 대체···.”
“언데드 소환도 하고, 타워에서 중급 마법 나가고, 배도 있는데 검술까지 쓰네··· 운빨x망 각성이다!”
“죽여주긴 하네. 닌자도 아니고, 텔레포트 하면서 한방에 하나씩 죽이네.”
“저 불타는 시리즈는 아무리 적중시켜도 쓰러지지 않던데··· 대체 어떻게 한 방에 보내는 거지?”
“아이템 옵션인가?”
“우리도 질 수 없지! 날개 길드는 돌격!”
“서진우가 온 이상 클리어는 보장이다! 기여도라도 올려!”
“와아아아! 달려!”
주변 각성자들의 전투 호흡이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퓨리를 사용하며 박성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쾅! 쾅!
스발린을 들고 있는 박성남.
아이템에 붙어있는 서리 패시브 효과로 주변 몬스터의 움직임이 느릿하다.
덕분에 강석호가 몬스터를 향해 신나게 난도질했다.
옆으로 빠지는 몬스터는 브렉스턴이 근처에서 크게 원을 그리며 돌아 잡아냈다.
일명 사과 깎기라고 부르던 오래된 게임의 기술.
“이 방패는 화염 면역이라고! 크하하하하! 백날 공격해 봐라!”
쾅! 쾅!
박성남이 방패로 몬스터를 후려치며 미친 듯이 웃었다.
꽝!
불타오르는 전사 하나가 방패에 맞고 날아갔다.
스팟.
나는 날아가는 전사의 가슴팍으로 이동했다.
갸웃.
날아가는 와중에도 나를 향해 고개를 갸웃하는 전사.
가슴의 약점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푹.
크아아아아악!
즉시 박성남 곁에 있던 도마뱀에게 이동해 목을 관통했다.
“와··· 뭐야? 진우 장난 아니네.”
“검 스킬이야.”
“미스틸레인? 뭔 놈의 검이··· 그렇게 싸우냐?”
“적응이 좀 빡세.”
위즈덤 아이로 순식간에 쏟아지는 전장의 단기 예지들.
1:1에서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대규모 전투에서는 몰려드는 미래 정보에 뇌가 터져나갈 것 같다.
“이번엔 저 거인들이 참전을 안 하네?”
“원래는 같이 왔나?”
“어, 그랬는데··· 좀 다르군.”
수르트와 거인들이 가만히 서서 줄어드는 몬스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타오르는 거인.
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 있었다.
‘뭐지? 왜···?’
“더! 더! 싸워라! 내 모든 힘을 모두 회복할 때까지! 크하하하!”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는 수르트.
“뭔지 몰라도 전투가 길어질수록 쟤들한테 유리한 모양이다. 바로 달려!”
“그러게, 느낌이 안 좋아. 가자!”
박성남이 높이 점프해 날렵한 몸놀림으로 수르트에게 직진했다.
강석호가 재빨리 하이딩을 사용하며 박성남의 뒤를 쫓았다.
나는 연속으로 퓨리를 사용하며 순식간에 수르트 앞에 도착했다.
“항상 입이 문제야. 그렇지?”
“네놈··· 기운이···!”
“어, 내가 신들하고 좀 친해! 너는 모르겠는데 옆에 있는 네 친구들은 먼저 죽어서 니플헤임으로 가줘야겠다. 아, 늬들은 좀 다른 종족이라며? 그냥 소멸하나?”
수르트의 얼굴이 굳어졌다.
“감히··· 태초의 존재들에게···!”
“그러니까. 친구들에게 전해줘. 만나서 반가웠고, 다신 보지 말자.”
선빵필승.
‘조율.’
번쩍!
하늘에서 빛과 함께 천칭이 떨어졌다.
오딘의 검술 2단계 개방
수르트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칭을 바라보았다.
“다그다···? 네놈. 하찮은 인간 따위가 어떻게···!”
“신의 권능을 가지고 있냐고? 하도 들어서 이젠 귀찮다. 네 알 바 아니지.”
번쩍!
빛이 터져나가며 천칭이 여러 개로 분리되었다.
‘분리되는 건 처음인데···?’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9개로 분리된 천칭은 수르트와 주변 거인들 머리 위에 하나씩 떠올랐다.
수르트의 머리 위에 있던 천칭은 우측으로, 다른 거인들 것은 좌측으로 기울었다.
‘레벨 차이가 나면 분리되는구나.’
9개 대상의 레벨이 다르면 하나로 묶어 판결을 할 수 없으므로 분리되는 모양이다.
쿵. 쿵. 쿵.
수르트는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하지만 거인들 8마리는 천칭의 황금빛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어찌···! 우리는 율법과 규약에 묶이지 않는 태초의 존재들이다! 소멸의 권능은 우리에게 무효다!”
수르트가 분노하며 발을 들어 땅을 굴렀다.
꽝!
죽은 거인들이 불타오르며 소멸했다.
“이 판에 발 담갔으면 이제 너도 규칙에 따라야지? 환영한다. 레이드 보스.”
“···레이드 보스?”
“우리 경험치가 되라 이 말이다!”
꽈아아아앙—!
포문에 설치된 저격 타워가 불을 뿜었다.
퍽!
이번엔 피하지 못했다.
수르트의 머리가 움찔했다.
“크아아아! 힘이고 뭐고 다 죽여버리겠다!”
수르트가 불타오르는 검을 들어 휘둘렀다.
콰르르르르.
대지가 뒤집히고 용암이 터져나갔다.
“내가 막을게!”
박성남이 크게 도약하며 수르트의 검을 방패로 막았다.
콰앙!
“커헉.”
털썩.
박성남이 바닥에 처박혔다.
“아윽. 화염 면역이라도 물리 대미지는 엄청 강하구나. 삭신이 쑤시네.”
수르트가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콰르르르르.
데스나이트가 소환한 언데드가 터져나가는 용암에 모두 소멸했다.
수르트의 검이 내게 날아왔다.
‘블링크.’
뒤로 물러나 피하자 검이 바닥을 내려찍었다.
콰직. 콰직.
대지가 종잇장처럼 찢어지며 열기가 퍼져 나왔다.
열기가 하늘로 솟아 재영이가 만든 구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찢어진 틈으로는 불타오르는 전사와 궁수, 라바 골렘이 끝없이 튀어나왔다.
“아, 거의 다 죽였는데··· 다시 리셋이야?”
“젠장 몬스터 잡다 지쳐 죽겠네!”
‘단순히 물리적인 공격이 아니구나.’
수르트의 검.
그냥 휘두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권능을 발현하는 행위인 모양이다.
다시 검이 휘둘러졌다.
“바닥에 내려찍는 걸 막아! 그냥 두면 몬스터가 쏟아져 나온다!”
데스나이트가 동시에 수르트에게 달려들어 오러가 담긴 검을 들었다.
팍! 팍! 팍!
검로에 있던 데스나이트가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모두 터져나갔다.
키리리리리릭.
아이언 골렘이 찌그러지는 바닥을 뛰어오르며 팔을 교차해 내려치는 검 앞에 섰다.
콰직.
아이언 골렘의 몸이 두 동강 났다.
나는 퓨리를 사용해 수르트 앞으로 이동했다.
‘온몸이 타오르고 있으니 접근을 못 하겠네.’
검을 찔러넣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때, 클레버 무브먼드가 발동하며 시야가 가속되었다.
수르트의 몸에 피어오르는 불길이 느릿하게 흘렀다.
주변 소음이 늘어질 정도로 가속된 상태에서 디셉션이 발동하며 약점을 찾아냈다.
‘설마 저게 약점이야···?’
1초나 될까 싶은 아주 작은 반짝거림.
수르트의 약점은 흐르는 불길 속에서 아주 잠깐씩 나타났다가 곧 사라졌다.
‘이걸 어떻게 공격해.’
최악의 난이도.
약점이 포착되자마자 붙더라도 정확하고 빠르게 공격하지 못하면 불길에 집어 삼켜진다.
콰직. 콰직.
“크아아아악!”
“도망쳐! 가까이 붙지 마!”
“뒤에 몬스터가 너무 많아.”
“갑자기 왜 또 더워진 거야! 아···!”
“마법사! 마법사들 없어? 냉기 마법 좀 써!”
“마법사가 너희 에어컨이냐? 길이나 뚫어!”
“망할! 숨이 턱 막힌다고!”
터져나간 대지에서 생겨나는 몬스터들로 퇴로도 막혔다.
각성자들의 상황은 갈수록 나빠졌다.
다시 찾아온 더위와 새로 생겨난 몬스터들.
타워와 엘프 궁수들이 열심히 몬스터를 줄여나갔지만, 최전방에 나와 있는 각성자들에게는 닿지 않았다.
‘어떻게든 해내야 해. 한방이라도 유효타를 먹여야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
나는 심호흡과 함께 정신을 집중했다.
두근. 두근.
심장 고동 소리가 몸에 울려 퍼졌다.
극도로 가속된 시야.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반짝.
수르트의 등.
약점 하나가 나타났다가 불길과 함께 사라졌다.
동시에 다른 쪽 불길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저기다···!’
곧 약점이 나올 것 같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공격까지 완성하려면 모험을 할 수밖에 없다.
나는 불길이 잦아드는 곳으로 퓨리를 사용했다.
시야가 온통 새빨간 불로 가득했다.
이둔이 걸어주었던 버프가 날아가는 게 느껴졌다.
피부가 타오르는 느낌.
황금사과를 먹을 여유가 없다.
반짝.
눈앞에 약점이 반짝거렸다.
곧바로 옅어지는 약점.
배쉬를 쓸 시간도 없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검을 박아넣었다.
‘블링크.’
푹.
손끝에 느낌이 오자마자 그대로 블링크를 사용했다.
번쩍!
몬스터들 한복판에 떨어진 내 몸.
데스나이트는 모두 죽었지만, 스켈레톤 위저드 몇이 살아남아 나를 지켰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제대로 먹혔어!’
“으아아아아아! 이 쥐새끼 같은 인간! 크아아아!”
약점이 확실했던 모양이다.
수르트가 몸을 비틀며 괴로워했다.
주변에 남아있던 거인이 수르트가 몸을 비틀며 휘두른 검에 맞아 그대로 죽었다.
‘할 수 있다.’
한번 해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퓨리를 사용하며 수르트에게 이동했다.
푹!
‘블링크.’
“크아아악!”
나는 미소를 지으며 보스 공략을 시작했다.
* * *
“서진우 공격이 효과가 있다! 모두 물러나!”
누군가의 외침.
전장에 있던 각성자들이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몬스터 처리에 집중했다.
“빡! 어그로좀 먹어줘!”
“오케이!”
수르트가 내게 시선을 돌리려 하면 박성남이 곧바로 도발을 사용했다.
“크아아악! 이, 이게! 왜 이렇게···!”
“기분 달달하지? 일방적으로 당해본 적 있냐? 그게 어그로라는 스킬이다!”
시스템에 의해 호출된 이상 룰을 따라야 한다.
수르트의 공격이 강제로 박성남에게 향하자 당황한 듯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질러댔다.
“크아아아! 이건 약속과 다르지 않나! 감히··· 나를 가지고 장난을 쳐!”
그러는 와중에도 공격은 계속되었다.
‘리듬 게임 하는 것 같군.’
정확한 타이밍으로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약점을 공격하고 곧바로 빠져나간다.
아이언 골렘을 다시 소환했다.
S급 아이템 그람의 효과.
거인에게 입히는 피해가 대폭 증가하고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이 절반으로 감소한다.
덕분에 끊임없이 블링크를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거인으로 판정되는 수르트에게는 악몽 같은 일이었다.
“저도 돕겠습니다!”
강석호의 센스가 돋보였다.
내가 공격하는 게 어떤 패턴이 있음을 알아냈는지 정확한 타이밍에 함께 약점을 공략했다.
그가 소지한 S급 아이템 리딜도 거인에게 입히는 피해 증가 옵션이 달려있다.
순간이동기로 쓸 수 있는 용살은 쿨타임이 있기에 퓨리를 사용하는 나처럼 계속 수르트의 등에 붙어있을 수는 없었다.
한 번씩 땅에 내려갔다 다시 점프해 올라와 공격하길 반복했다.
“이거 될 거 같은데요? 여기서 다른 패턴만 없으면···!”
강석호가 안정적으로 변한 수르트 공략을 함께하며 감탄했다.
쿵.
공격받던 수르트가 한발 물러섰다.
“네놈···! 내 힘을 되찾는 날 너희의 세계를 제일 먼저 소멸시켜주마!”
‘드디어 끝나는 건가.’
길었던 전투의 끝이 보인다.
이대로 수르트가 도망치면 경쟁 임무에 승리하고 종료된다.
니플헤임에는 현재 각성자가 없으니 계획대로 된 셈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데 수르트가 음산하게 웃었다.
“크크크. 인간들의 머릿속은 뻔하지. 네놈은 몰라도 나머지는 어떨까? 가기 전에 선물을 주지. 절망이라는 선물을!”
“···뭐?”
수르트가 대지에 검을 박아넣었다.
콰르르르르르.
화염으로 만든 거대한 벽이 전장을 갈랐다.
수르트와 거인들의 모습이 화염 벽 뒤로 사라졌다.
수 십 미터는 넘어 보이는 화염 벽이 천천히 우리 진영을 향해 움직였다.
“어···! 모두 도망쳐···!”
“젠장! 저게 뭐야! 뒤로 빠져!”
“아아악! 살려줘!”
뒤에는 갈라진 대지 틈에서 올라온 몬스터.
앞에는 화염 벽이 해일처럼 다가온다.
“크아아악! 살려줘!”
“아아아악!”
당황하는 사이 각성자 몇 명이 화염 벽에 삼켜졌다.
“도, 도망쳐! 저기 닿으면 즉사인가 봐!”
모두가 패닉에 빠져 뒤로 물러났다.
“빡! 뒤로 퇴각해! 모두!”
“오케이!”
박성남과 파티원들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레벨도 높고 각종 아이템으로 무장한 우리 파티원들의 퇴각은 거침없었다.
썬더워커 길드가 눈치껏 박성남의 뒤에 붙으며 뒤로 퇴각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비키라고!”
각성자들끼리 엉키며 진형이 흐트러졌다.
몬스터는 불의 벽을 보자마자 주변 각성자의 퇴각을 지연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살려줘! 발이 묶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