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25
“나··· 나 좀 데려가 발목이 땅에···!”
“플라이 쓸 수 있는 마법사 없어? 나 좀··· 나 좀!”
아비규환이었다.
‘어쩌지? 지금이라도 포탈을 열고 도망칠까?’
차원 이동 조각을 심어 포탈을 활성화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테세우스의 배가 낮게 날며 각성자들을 태웠다.
꽤 넓긴 해도 십만이 넘는 각성자를 다 태우기엔 역부족.
배 위에 꽉 찬 각성자들.
일부는 외피를 붙잡고 매달리기도 했다.
불길이 배를 집어 삼키기 직전.
각성자를 태운 배가 뒤로 퇴각했다.
“나도···! 데려가! 안돼!”
“아아아악!”
‘일단 살려야 한다.’
뒤로 빠지며 포탈 조각을 심으려는 때.
[요구 경험치 달성!] [검술이 향상되었습니다.] [2레벨 스킬이 개방됩니다.]– 1 레벨 : [클레버 무브먼트] [위즈덤 아이] [디셉션] [배쉬] [퓨리]
– 2 레벨 : [컨덴세이션] [그래비티 엑셀레이션] [저지먼트]
‘2레벨?’
[컨덴세이션]– 액티브 : 대단위 지역에 작용하는 에너지 볼텍스를 생성합니다. 볼텍스가 최대로 충전되면 한 점으로 모아 응축됩니다.
– 요구 조건 : 검술 경험치 필요.
[그래비티 엑셀레이션]– 패시브 : 중량 강화. 사용자의 검술에 중력이 작용하여 중량이 상승합니다. 검술 레벨이 향상될수록 중량이 증가합니다.
[저지먼트]– 액티브 : 신을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 요구 조건 : 오딘의 권능, 컨덴세이션 응축 효과 필요.
‘살신기라고···?’
볼 것도 없이 곧바로 사용했다.
– 오딘의 권능이 필요합니다.
– 컨덴세이션 응축 효과가 필요합니다.
‘오딘의 권능이 뭐야?’
아이템인지 스킬인지 당장은 쓸 수 없는 것 같다.
‘중량강화는 1:1에 도움이 되겠고···.’
컨덴세이션.
에너지 볼텍스라는게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상태창에는 검술 경험치라는 항목이 새로 생겼다.
100/100이라고 쓰여 있는걸 보니 우선 꽉 차 있는 것 같다.
‘일단 한번 써보자··· 컨덴세이션!’
후우우우우웅.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갔다.
파지지지지직.
보라색과 검붉은색이 섞인 거대한 구체가 눈앞에 생성되었다.
키에에에엑!
캬아아아악!
전장에 있는 모든 것들이 보라색 구체로 끌려갔다.
몬스터들은 하늘로 떠올라 중력에 휩쓸리듯 구체로 빨려 들어갔다.
‘이럴수가···!’
컨덴세이션.
말 그대로 응축이었다.
전장을 뒤덮던 용암과 화염 벽마저도 구체로 빨려 들어갔다.
화염 벽이 구체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은 블랙홀을 연상시키는 기묘한 상태를 연출했다.
파지지직.
파직.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전장에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컨덴세이션.
우리 편에게는 작용하지 않았다.
“저, 저것 좀 봐.”
“서진우 앞에 있는 저··· 동그란 건 뭐지?”
“화염 벽이··· 저기로 빨려 들어가고 있어.”
“사, 살았다!”
“저건 이미 스킬이나 능력의 영역을 벗어난 거 아냐?”
“아무리 봐도 블랙홀 같은데··· 우리도 저기 빨려 들어가는 건가?”
“아닌 거 같아. 몬스터는 저기로 들어가는데 우리는 멀쩡하잖아.”
“말도 안 돼··· 이게 각성자의 능력이라고···? 세계 멸망 급인데···!”
화염 벽과 몬스터가 빨려 들어가고 나자 수르트의 굳은 표정이 다시 보였다.
“네놈··· 오딘의 권능을 쓰는구나!”
경쟁임무 정산과 오딘의 계획
수르트는 서 있던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곁에 있던 거인들은 조금씩 발이 땅에 끌리며 구체로 끌려왔다.
“와, 왕이시여!”
거인들이 당황한 목소리로 수르트를 애타게 불렀다.
“이미 힘은 충분히 모았고 목적은 달성하였다. 그러나 네놈은 반드시 기억하겠다.”
‘목적을 달성했다고?’
“돌아간다!”
수르트가 뒤를 돌아 걸었다.
쿵. 쿵. 쿵.
보라색 구체로 조금씩 끌려들어 가던 거인들이 재빨리 수르트의 뒤를 쫓아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파지지지지직.
구체는 남은 몬스터와 화염 벽을 삼키며 전장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우, 우와아아아! 이겼다! 적이 물러간다!”
“살아남았다고! 으아아아아!”
전장에 함성이 울려 퍼졌다.
각성자들이 물러가는 수르트를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어 환호했다.
“서진우! 서진우!”
“서진우 만세! 영주님 만세!”
“으아아아!”
각성자들이 모두 자리에 주저앉았다.
일부는 아예 대자로 드러누워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 * *
[경쟁 임무가 종료되었습니다.] [기여도 정산을 위해 대기하세요.]반가운 메시지가 상태창에 올라왔다.
“으하하하! 진짜 살았다!”
“이번 경쟁 임무도 살아남았어!”
“아··· 정말 심장이 쫄깃했다고!”
“얼마나 죽은 거지···?”
“후우···!”
기쁨과 우려가 동시에 퍼져나갔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모두 배에서 대기 좀 합시다.”
“나도! 나도! 탈래! 샘! 너도 같이 타자!”
“내가 왜? 너나 타!”
“너도 사실 타보고 싶잖아! 보트라니···! 제발! 같이 가줘 응?”
사만다가 한숨을 내쉬며 브렉스턴을 째려보았다.
“괜찮아요. 함께 올라오셔도 됩니다.”
“미안합니다. 렉스가 이렇게 멍청해서···.”
나는 모두와 함께 배에 올랐다.
“진우 그 스킬은 또 뭐야? 아이템 얻은 거 있어?”
박성남이 몬스터가 사라진 자리를 돌아보며 물었다.
다른 파티원도 내심 궁금했는지 내게 집중했다.
“아니. 그 S급 검에 달려있던 스킬이 진화했어.”
“진화···? 무슨 말도 안 되는 블랙홀이 생겨났던데. 이제 임무가 더 쉬워지겠어!”
“조건이 좀 있어. 계속 쓰지는 못하나 봐. 네가 쓰는 바이던트의 카르마 같은 걸 모아야 해.”
“아···! 그렇군. 그래도 최종 필살기로 나쁘지 않은데?”
“그런 셈이지.”
“축하드려요. 진우 씨!”
“아저씨. 더 강해지는구나!”
동료들이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해주었다.
“우리 생존력이 높아진다면··· 무엇이든 환영입니다. 열심히 노력해 주세요!”
“크으. 인성 좋고!”
“아저씨! 배가 엄청나게 너덜너덜해. 나중에 업그레이드해 줄게!”
“고맙다. 시우야.”
‘이번 2단계 스킬은··· 정말 엄청나지만, 제약이 좀 있군.’
1단계 스킬은 상시 사용할 수 있는 근접 전투용 스킬이라면 2단계는 성장형 스킬이라 할 수 있다.
컨덴세이션은 모든 걸 빨아들이는 에너지 볼텍스를 만들어낸다.
이 스킬을 사용하자 검술 경험치 100이 한 방에 날아갔다.
‘싸우다가 채워서 써야 하는 느낌이고···.’
저지먼트는 내가 그렇게 원하던 살신기(殺神技)라 할 수 있다.
‘에너지 볼텍스를 응축시킨 다음에 사용하는 방식인가···?’
정작 오딘의 권능이 필요하다는 말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비티 엑셀레이션은 다행히 패시브다.
중량이 늘어난다는 건 검을 휘두르거나 찌를 때 그만큼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말이겠지.
소위 신력(神力)이라 부르는 적들의 힘을 고려하면 이런 형태의 패시브가 너무나 반갑다.
‘이것도 검술 레벨이 올라갈수록 강해진다고 하니···.’
테스트해 봐야겠다.
“빡! 내 검 좀 한번 막아봐.”
“응? 왜?”
“패시브 스킬이 하나 생겼는데···.”
대략적인 중량 강화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 박성남이 스발린을 들고 섰다.
“진우야 미안한데 내가 이렇게 여려 보여도 거인한테 안 밀려. 극한의 탱킹 스킬을 찍은 몸이라고.”
“···훌륭한 어그로다. 그 숭숭 난 털로 여리다니.”
쉬고 있던 파티원들이 흥미를 보이며 우리에게 몰려들었다.
“크하하! 마이프렌 두 명이 마주하고 있으니 좋구나! 남자는 1:1이지! 이기는 사람이 치킨 쏘는 거다!”
“렉스. 좀 닥쳐!”
검을 들어 배쉬를 사용하자 디셉션이 자동으로 발동되었다.
‘말도 안 돼··· 굉장하잖아?’
방패를 들고 자세를 잡은 박성남에게는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약점이 없다시피 한 박성남의 몸.
내 분신이 박성남에게 달려들어 허벅지 부근의 좁쌀만큼 붉게 빛나는 약점을 공격했다.
‘다들 강해지긴 했구나.’
박성남에게 검을 겨누어보니 새삼 내 동료들이 얼마나 강해진 건지 알게 되었다.
“간다.”
어차피 진짜 피해를 입히려는 건 아니다.
검을 들어 크게 휘둘렀다.
스팟.
클레버 무브먼트 덕에 움직임이 가속되었다.
꽈아앙—!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악!”
쾅!
방패를 든 박성남이 그대로 뒤로 날아가 갑판 끝에 있던 거주시설 출입문을 부수고 안쪽에 처박혔다.
갑판에 모인 동료들 사이에 정적이 감돌았다.
“뭐, 뭐야···! 영주님이 아예 안 보였는데···?”
“잔상이 남았어···!”
“성남이형이 공격받고 저렇게 뒤로 날아가다니··· 웬만한 거인의 일격도 땅이 파일 정도로 버텨냈는데···!”
“쿨럭.”
박성남이 입가에 피를 쏟으며 갑판에 나타났다.
“쿨럭··· 대체 뭐야?”
“미안하다. 괜찮아?”
“이정도야 내일 사과 먹으면 나아. 그런데 뭐냐? 장난 아닌데?”
“어때?”
“어떠냐고? 기차에 부딪히면 이런 느낌인가? 으으. 정말 끔찍한 무게야. 일반적인 공격을 막을 때랑은 차원이 달라.”
“쓸만한가 보군.”
“쓸만하냐니··· 그냥 무지성으로 눈감고 휘둘러도 다 죽겠는데? 네 말대로 중량이 말도 안 되게 늘었어.”
재영이가 품에서 여러 포션을 꺼내 박성남에게 건넸다.
“어후. 이건 뭐··· 두 번만 막으면 죽겠다.”
“빡, 근데 너 진짜 성장했구나. 틈이 안 보이네···!”
“틈이 안 보인다고? 무슨 검술의 달인 같은 소리를 하냐?”
나는 내친김에 동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내 스킬에 대해 설명해줬다.
“···사기 아닌가 그거?”
“같은 S급이 아니구나···!”
강석호가 자신의 단검, 리딜을 쓰다듬으며 입을 쩍 벌렸다.
“그래서 진우 씨가 그렇게 순간이동을 할 수 있었군요.”
“이제 2레벨이 그 정도면··· 대체 몇 레벨까지 있는 거야?”
“빈틈이 안 보인다니··· 나도 좀 짚어주세요!”
“나도 한번 봐줘!”
너 나 할 것 없이 내게 위즈덤 아이로 약점을 찾아달라고 아우성쳤다.
“일단 좀 쉬세요. 영지로 돌아가서 하죠.”
나는 선장실로 향했다.
* * *
선장실에 들어가 소파에 앉기도 전에 공간이 갈라지며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흐응··· 뭐야. 수르트는 어디 갔어?”
“그레모리! 니플헤임은 어떻게 됐어?”
“거의 끝나가. 물론 디아블로가 지고 있지. 깔깔깔!”
아무리 마왕이라도 토르는 전투의 신이자 천둥의 신이다.
‘다행이다.’
경쟁 임무 종료 메시지가 올라왔으니 이제 무스펠에 있는 각성자들은 안전하겠지.
“토르가 전투 끝나고 좀 보자는데?”
“왜?”
“망치가 어쩌고 하던데··· 아군과 적군의 구분이 필요할 거라고. 라그나로크 때 이야기를 좀 해 주겠다는데?”
“잘했다!”
‘내게 딱 필요한 정보다!’
어떤 신이 우리 편이고 적인지 알아야 한다.
“그럼 다시 돌아가서 전투가 끝나면 토르를 먼저 들여보내고 네가 조각을 회수해서 와줘.”
“흐응··· 그럼 힘을 좀 반납하고 갈게. 30%나 있으니까 공간 이동이 너무 힘들어.”
세계의 제약 때문에 힘이 강할수록 강림하는 조건이 복잡해진다.
그레모리는 나와 맺었던 계약을 이용했음에도 여러 가지로 힘에 부치는 모양이었다.
10%만 남기고 모든 힘을 회수했다.
그레모리가 눈을 감고 약간 아쉬운 표정으로 물었다.
“수르트는 어땠어?”
“최악이었어. 차라리 디아블로가 나았을지도.”
물론, 모두가 니플헤임으로 몰려갔다면 토르를 만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애초에 헬헤임의 성벽으로 향하지 않고 우리와 부딪혔을 확률이 더 높다.
‘그럼··· 상태창이 토르를 꺼내기 위해 이걸 설계했다는 말인가···?’
비약이지만 그런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나는 디아블로가 당하는 모습을 조금 더 즐겨야겠어. 깔깔깔! 있다 봐!”
그레모리가 무표정한 눈으로 입꼬리만 올려 무섭게 웃으며 공간을 갈라 사라졌다.
드디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소파에 널브러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상태창 메시지가 업데이트되었다.
– 1위 : 서진우
– 2위 : 박성남
– 3위 : 박수진
– 4위 : 강석호
···
[보상은 추가 정산 후 기여도에 따라 각성자에게 직접 지급됩니다.] [레벨 업!]x 10
[포인트 10 지급]내 동료들이 순위권을 싹쓸이했다.
‘열심히 하긴 했으니까.’
누구보다 앞서 달려 나갔던 박성남이 2위를 하는 것도 이해되었다.
나는 아서스가 조종하는 타워와 소환수들의 활동까지 모두 기여도로 인정받기에 당연히 1위를 하리라 생각했다.
밖으로 나가보자 박성남이 탄식했다.
“아아··· 진우는 1차 공격 때 여기 없었는데도 1위구나.”
“억울해?”
“그럴 리가. 내가 한숨 쉬는 부분은 바로 3위부터다! 탱커보다 아래 있는 놈들은 내일부터 특훈이다!”
“이건 딜 미터기가 아닙니다. 기여도라고요!”
“시끄러! 이게 딜 미터기지 뭐야!”
“샘! 내가 너를 이겼어! 으하하하!”
“입 닥쳐 렉스!”
“포인트밖에 안 주니까 뭔가 섭섭하다.”
“대체 무슨 보상을 주려고 굼뜬 거야?”
“설마하니 각성자들이 무스펠에 다 몰려올 줄 몰랐나 보지.”
“그런가? 하긴 10만 명도 넘게 살아남았으니··· 예상하지 못했던 규모라서 그럴지도.”
“그래도 기분 좋다! 드디어 이 더위랑 안녕이구나!”
빛이 모여들며 부유감이 느껴졌다.
* * *
각성자들은 귀환과 동시에 영지로 몰려들어 먹고 마시기 바빴다.
덕분에 식당이 터져나갈 정도로 북적거렸다.
대부분은 자판기에서 음식을 산 뒤 광장에 주저앉아 먹었다.
술 종류와 안주류가 불티나게 팔렸다.
“크으. 맥주 시원한 거 실화냐. 아아아···.”
“대낮인데 여기가 더 시원해. 이대로 잠들고 싶다.”
“잘 거야? 맥주 내가 마셔도 되는 부분?”
“안돼!”
그 와중에 부산물을 집어 들고 귀환했는지 무언가를 잔뜩 들고 있는 각성자들도 있었다.
“와 다들 발 빠르네 라바 골렘 조각 오백만 골드! 개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