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3
– 필요 포인트 : 1
– 뿌리 묶기 : 방어타워가 주변에 다가오는 적을 그 자리에 묶어두는 화살을 추가로 발사합니다. 은신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 최대 거리 : 40미터
– 필요 포인트 : 1
이번 3종은 방어계열인 것 같다.
상태창에 영지민 소환 이라는 버튼이 추가되었다.
‘준비는 끝났어.’
이제 포인트만 벌면 된다.
빵빵.
도로가에서 클락션 소리가 들렸다.
김철수 정보관이 차에서 내리며 황당한 표정으로 영지를 바라보았다.
“이게 다 뭡니까? 갑자기 어떻게 된···.”
“···그렇게 됐어요.”
도저히 그를 납득시킬 수 없었다.
“저 오두막들은 다 뭡니까?”
“아 그게···.”
“오오, 영지의 손님이신가?”
어느새 검과 방패, 경갑옷까지 한 세트를 챙긴 한스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외국인?”
김철수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스, 잠깐 영지에 돌아가 계세요.”
“알겠습니다. 영주님.”
나는 멍하니 외국인들을 바라보고 있는 김철수에게 최대한 간략하게 그간의 일들을 설명 해줬다.
“그러니까··· 일종의 게임 NPC 같은 존재라 이겁니까?”
“네.”
“그러니까··· 사람은 맞는 거라는 말씀이시죠?”
“김치찌개를 아주 잘 먹던데요?”
“하아···.”
김철수의 이마가 찡그려졌다.
“주민등록도 안 되어 있을 텐데···.”
아무리 영지 내 에서만 살더라도 최소한 주민등록증은 있어야 뭐라도 할 것이다.
나는 공감을 가득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문제는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가능할까요?”
“정부 최고의 스타인데, 그 정도 편의야 얼마든지 봐드릴 수 있겠죠.”
“감사합니다.”
“그래서 옷을 가져다 달라고 하셨군요.”
“맞습니다. 한스! 여기 옷들을 가져가서 좀 나눠주세요.”
“예! 이보게들, 영주님의 명령이야. 어서 움직이라구.”
영지민들이 차에 있던 검은 봉지 여러 개를 들고 분수에 가져갔다.
“꺄아아아! 너무 예뻐요. 이 옷은 뭐지?”
“엄청 편안해 보이는데? 옷감도 새로워.”
“이거 한번 신어봐.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아.”
수진 씨가 영지민들 옆에서 어떻게 입는지 가르쳐 주었다.
여성 영지민들은 새로 받은 옷이 마음에 드는지 연신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우웅. 우웅.
김철수의 전화가 울렸다.
잠시 통화를 하던 김철수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빨리 뉴스 좀 켜 보시죠.”
TV 없는데.
하나 사야겠다.
나는 할 수 없이 노트북을 가져와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뉴스를 켰다.
– 긴급 속보입니다. 현재 용산 삼각지역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 거대 포탈이 발생했습니다.
– 정부는 주요 인사들의 긴급 대피와 함께 국방부 청사를 비우고 있습니다.
– 용산 미군기지에 주둔하던 미군도 발 빠르게 철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아직 몬스터는 출몰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포탈보다 세 배는 더 큰 포탈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아니, 정부에서 무슨 팀을 만들었다면서요? 이런 거 빨리 빨리 처리하라고 세금 내는 거 아닌가?”
‘헐··· 죽여주게 크네.’
화면 속에는 대략 이 층 건물 정도 크기의 포탈이 있었다.
오우거 포탈
김철수가 화면 속 포탈을 가리켰다.
“임무가 뜨지 않았으니 들어갈 수는 없을 테고, 저기에 타워라도 좀 설치해줄 수 있겠습니까?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요.”
“아, 그거야 뭐 어렵지 않죠.”
오크 수준에도 총알이 잘 통하지 않았는데, 하물며 그보다 더 강한 몬스터가 나오면?
다른 건물에 피해가 가더라도 강력한 폭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은 새로 생긴 포탈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었다.
[일반]새로 생긴 저거 보스겠지?
– 아무리 봐도 대 놓고 보스 포탈인데. 전에 영상은 꼴랑 오크따리였잔슴? 저기는 드래곤이라도 나오나?
┗ 드래곤 나오면 이민 가야지.
┗ 누가 받아준데?
┗ 누가 저거 빨리 좀 치워라. 출근을 못하잖아 ㅅㅂ.
┗ ㅋㅋㅋ 출근 빌런 왔네.
┗ 저번에 그 서진우는 왜 안 오냐? 쫄은거임?
┗ 왜 서진우만 붙잡고 늘어지냐 각성한 놈이 한 트럭인데 걔들은 어디서 뭐 하는 거?
┗ 유튭 하느라 바쁘시답니다. ㅅㄱ
‘흠··· 보스라.’
“일단 이동하실 준비를 하죠.”
“네. 알겠습니다.”
“진우 씨!”
수진 씨가 달려왔다.
“진우 씨, 이거 좀 이상한데요?”
“뭐가요?”
“임무요.”
“임무?”
“원래는 화이트 울프 먹이 주기, 화이트 울프 놀아주기 뭐 이런 거였는데요···.”
‘임무 난이도 실화냐.’
“오우거 마법사처치라는 임무가 생겼어요.”
‘오! 나이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수진 씨와 같이 들어가면 나도 임무가 생기고, 포인트를 벌 수 있다.
나는 오우거가 나오는 포탈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김철수 정보관을 바라보았다.
– 우어어어어어!
동시에, 스피커가 찢어질 듯 큰 소리가 울렸다.
– 아아, 세상에! 키가 3m도 넘어 보이는 거대 몬스터가 나타났습니다.
TV 속에는 오토바이만 한 몽둥이를 들고 있는 오우거가 광장 한복판에서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 발사!
– 따다다다다당!
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오우거 나오는 포탈이 어딘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 없겠네요.”
“설마, 임무가 나왔습니까?”
“나오긴 나왔는데··· 저는 아니고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뭐, 그런 게 있어요. 탑차 하나만 추가로 보내주세요.”
“탑차요? 알겠습니다. 1톤 트럭이면 됩니까?”
김철수가 재빨리 전화를 집어 들었다.
‘1톤으로 될까?’
연구시설에 있던 화이트 울프를 떠올렸다.
황소만 하던 놈이 더 커졌다.
수진 씨가 잘 먹인 모양이다.
“1톤으로는 안 되겠네요. 5톤을 부탁합니다.”
도로에서 한창 통화 중인 김철수에게 주문했다.
“그러죠.”
늘 그렇듯,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서 좋다.
나는 TV를 보고 있는 수진 씨에게 다가갔다.
“수진 씨, 저 포탈이요. 저기서 오우거가 나오나 봐요.”
“아, 그래요? 그럼··· 제가 저길 가야 하나요?”
수진 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는 임무, 그러니까 포탈 입장과 임무 공유, 내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저도 영상은 봤어요. 각성자들 끼리 함께 들어가면 되는군요.”
“네. 그러니 저와 같이 가요.”
“혼자 가긴 무섭지만··· 진우 씨와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포인트여 기다려라. 내가 간다!’
수진 씨의 얼굴은 여전히 걱정이 가득했다.
“그런데 우리 흰둥이는 어떻게 데려가요? 사람들이 놀란 텐데···.”
“예? 흰둥이요?”
“우리 흰둥이요. 저기···.”
수진 씨가 연구시설을 가리켰다.
지금 당장 소형차 한 대 정도는 가볍게 씹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와 위압감을 보이는 화이트 울프.
‘흰둥이라니.’
“아, 저건 정부에서 곧 차를 보내줄 거예요.”
“그렇군요. 그럼 저는 준비할게요.”
수진 씨가 숙소로 들어갔다.
‘포탈이 크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난도가 높다? 적이 많다?
아직은 알 수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에 차량 몇 대가 정차했다.
“어라? 이장호 팀장님?”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오크 마을 공략에 참여했던 기동대가 김철수 정보관과 함께 왔다.
“이야, 그때 그 타워가 여기에 서 있군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실제로 보니 장관이네요. 하하.”
기동대 팀장이 흐뭇한 표정으로 타워를 바라보았다.
김철수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5톤 트럭은 왜 요청하신 겁니까?”
“수진 씨! 잠깐 나와 보세요.”
컨테이너에서 수진 씨가 서둘러 나왔다.
“안녕하세요. 박수진이라고 합니다.”
대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수진 씨도 각성자예요.”
“예?”
“헉.”
김철수와 대원들이 매우 놀라며 수진 씨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럼 두 분이 모두 각성자라는 말입니까?”
“예. 그렇게 됐네요.”
“그럼 왜 지난번에는 같이 안 가시고···?”
“저는 여기 있는 게 더 편해요. 임무도 그런 쪽이었고요.”
수진 씨가 나서며 대신 대답했다.
‘고마워요.’
자칫 숨긴 것으로 오해를 살 뻔했다.
“그러면 수진 씨 때문에 트럭이 필요하다 이겁니까?”
“예. 어차피 알게 될 테니 상관없겠죠. 수진 씨, 데려와 주세요.”
“예.”
연구시설의 문이 열리고 화이트 울프가 천천히 나왔다.
“으아아악! 몬스터다!”
철컥. 철컥.
“어어! 잠깐! 쏘지 마세요! 아군입니다!”
역시 특수기동대라 그런지 순식간에 장전을 마치고 흰둥이를 조준했다.
여전히 조정간에 손을 올린 채 팀장이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 편이라 이겁니까?”
“네! 수진 씨의··· 일종의 애완동물이에요. 전투에 참여하는!”
사냥꾼 펫이라고 말해봐야 긴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그제야 서서히 총구를 내린 기동대가 흰둥이를 가리켰다.
“그럼 물지 않는다는 거죠?”
“네. 흰둥이는 진짜 말 잘 들어요. 순하고요.”
‘순하다라···.’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수진 씨가 흰둥이를 쓰다듬는 것을 보자 사람들이 안심하기 시작했다.
“허, 정말 여기는 엄청난 곳이군요. 타워에, 저런 동물에···.”
“그래서 5톤 트럭이 필요했군요. 임무를 받은 것도 수진 씨가 맞습니까?”
“네. 맞아요. 이번에는 같이 들어갑니다.”
김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요란한 디젤엔진 소리와 함께 까만색 5톤 트럭이 도착했다.
수진 씨가 흰둥이를 트럭에 태우는 사이 김철수가 내게 바짝 다가섰다.
“이번에도 저와 특수기동대가 함께 갑니다.”
“예? 하지만 저분들은 일반인이신데···.”
“어떤 환경이나 지형이 나올지 모릅니다. 능력은 서진우 씨가 강할지 몰라도 전술 경험은 기동대가 한 수 위죠.”
하기야, 지난번 오크 마을을 찾을 때도 기동대의 활약이 컸다.
원거리에서 적절하게 저격 지원만 해줘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팀장님 진짜 괜찮으시겠어요?”
나는 기동대 팀장에게 물었다.
기동대 팀장이 이를 보이며 시원하게 웃었다.
“물론입니다. 어릴 때부터 모험이 꿈이었는데, 뭐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제가 꼭 부탁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게다가, 서진우 씨와 함께 있으면 안전은 보장된 거 아닙니까? 하하.”
‘그야 그렇긴 한데.’
영지화를 업그레이드해서 다행이다.
우리는 차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해외 국빈급이 왔을 때 TV로만 보던 사이드카.
어디선가 나타난 경찰 사이드카가 우리를 호위하며 신호를 조정해주었다.
‘귀빈 대우받으니 좋네.’
막힘없이 스트레이트로 질주해 순식간에 용산역에 도착했다.
경찰들이 인의 장막을 만들어 반경 도로를 모두 차단했다.
한산한 안쪽에는 급하게 만든 천막들이 있었다.
김철수의 안내에 가장 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각종 무기류가 가득했다.
김철수가 나와 수진 씨에게 배낭을 하나씩 내밀었다.
“물과 전투식량이 들어있습니다.”
“식량이요?”
“상황실에서 추측하기로는 임무가 길어질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나랑 생각이 비슷하네.’
다른 것보다 큰 포탈이라는 말은 난이도든 뭐든 기존과는 다르다는 소리다.
“파악하기로는 여전히 공식적인 포탈 봉인 경험은 서진우 사무관이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경쟁하는 건 아니지만, 기분은 좋군.’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를 때는 닥치고 렙업이 최고다.
“그럼. 들어가실까요?”
준비를 마치고 천막을 빠져나왔다.
“꺄아아악! 저게 뭐야! 빨리 쏴요! 몬스터다!”
“죽여! 죽이라고!”
트럭에서 내린 흰둥이를 본 시민들이 멀리 차단선에서 소리를 질렀다.
미리 기동대장이 이야기해 뒀는지 군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만, 신기하게 바라볼 뿐.
김철수가 고프로를 하나씩 내밀었다.
나는 익숙하게 착용한 뒤 모두를 돌아보았다.
“가시죠. 포탈 막으러.”
* * *
“이런 젠장.”
눈앞이 밝아오자마자 팀장이 한숨을 쉬었다.
“왜요?”
“은폐, 엄폐가 불가능한 지역입니다.”
구름 몇 조각이 떠 있는 상쾌한 날씨였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판.
주변에는 높은 산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무릎 높이 이상 되는 식물조차 전혀 없었다.
[임무 : 오우거 마법사를 처치하세요.]예상대로 상태창은 임무를 공유해주었다.
“여기 되게 신기하네요. 꼭 프랑스 같아요.”
“프랑스요?”
“네. 와인 생산지 같은데 보면 낮은 언덕에 들판이 끝없이 펼쳐져 있거든요. 나무가 없는 건 좀 이상하지만.”
“어디가 되었든 이동해야겠네요.”
“포탈 수색대형으로.”
“넵.”
미리 작전을 짜 두었는지 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덩치 큰 대원이 뒤로 이동했다.
선두와 후미에 대원들은 쌍안경을 들여다보며 천천히 이동했다.
“전투식량을 가져오길 잘했습니다.”
팀장이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그러게요. 이거 금방 안 끝나겠네.”
“이번엔 오우거라 했는데, 저번 오크보다 더 강하겠죠?”
대원 하나가 굳은 표정으로 주변을 경계했다.
김철수가 품에서 종이뭉치를 꺼냈다.
“이족보행 포유류, 생식기능 있음. 뇌 용량은 인간보다 약간 떨어지지만 상당한 것으로 판단됨. 직접 제작한 무기 사용. 선사 시대 인류 수준의 지능이 있을 것으로 예상. 심장 등 주요장기 위치는 인간과 흡사.”
“그게 뭐예요?”
“아까 죽은 오우거를 검시한 결과입니다.”
벌써 보고서가 나오다니.
대한민국은 역시 빨리 빨리의 민족이다.
“특이사항으로 근육 밀도가 말도 안 되게 높답니다. 메스가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라고 적혀있고··· 피부도 엄청나게 단단해서 성인 남성이 송곳으로 찔러도 잘 뚫리지 않는다 합니다.”
“젠장. 총은 나가리네. 얘들아 준비하자.”
척. 척. 척.
대원들이 총열 하부에 유탄발사기를 결합했다.
“흐흐. 이럴 줄 알고 유탄하고 수류탄만 잔뜩 챙겨왔지 말입니다.”
덩치 큰 대원이 씩 웃었다.
“다음번엔 KM202라도 가져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