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31
쿨렌이 발포그 왕국의 기사 신분으로 드래곤들을 건드렸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아니야. 유희 중인 드래곤은 아마 나밖에 없을걸세.”
‘혹시···?’
“그럼 리드리그. 당신이 가장 지혜로운 자입니까?”
오랫동안 살았던 인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지혜와 강력한 힘을 소유한 마법사.
굴락이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아, 아냐! 주인! 그는 인간이 확실해!”
“저 리치 말이 맞네. 그는 진짜 인간이지.”
“인간이 그렇게 오래 산다고요? 믿을 수가 없는데요. 혹시 만남을 주선해 주실 수 있나요?”
“나도 어디 있는지는 모르네. 그는 항상 모습을 바꾸고 숨어다니길 좋아하지.”
‘아쉽군.’
임무 하나를 쉽게 깨보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 * *
“자, 그럼 이제 내 정체를 들었으니. 거래해야겠지?”
“네?”
“광물과 함께 그 이상한 기계에서 나오던 음식 말일세. 독점 납품권을 주게.”
‘···?’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그러니까. 본인이 드래곤이니 죽고 싶지 않으면 독점 납품권을 내놓아라 뭐 이런···?”
“눈치가 빨라서 좋군.”
“허···.”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자본주의 드래곤.
아니, 용역 깡패 유통업 드래곤인가?
“자네 영지도 그렇고, 듣자 하니 아서스 발포그도 자네와 친분이 있다지. 이쯤이면 잘 알아들었으리라 보고. 여기 서명을···.”
드래곤이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냈다.
“하··· 내가 상상하던 뭔가 멋진 드래곤 이미지가 다 깨져버렸네.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야?”
“···인간. 정신이 나간 건가?”
“주, 주인···!”
“굴락. 너도 나랑 레벨이 똑같아. 이제 65레벨이라고. 아마 모르긴 해도 드래곤 따위는 그냥 찜쪄먹을 수준일 거다.”
“내, 내가?”
“그래. 수르트를 생각해봐. 무려 태초의 존재. 신의 힘을 가졌다고. 저건 그냥 오래 묵은 도마뱀이고.”
쿵.
파삭.
주변 나무들이 모두 날아갔다.
숲이 휑해지며 정신없이 음식을 먹던 용병들이 우리를 향해 의문 섞인 눈길을 보냈다.
“영주의 자세가 틀려먹었군. 방금 그 발언으로 네놈 영지에 사는 하찮은 인간들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쩝. 그래도 미리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찜찜했는데 차라리 잘됐어.”
이미 자판기 소환을 위해 영지화를 사용해 둔 땅.
나는 타워 20개를 소환했다.
철컥. 철컥.
쿵. 쿵. 쿵. 쿵.
“히익. 이, 이게 뭐야!”
“리, 리요네스 타워? 상단주가 소환한 건가? 마법사였나?”
“상단주가 아니야. 저 검은 머리 남자가 소환한 것 같은데···?”
“야킨둔에 있던 거랑 똑같이 생겼어.”
“영주라고 했었지? 저 사람.”
용병들이 먹던 식사를 내려두고 무기를 꺼내 뒤로 몸을 피했다.
리드리그가 무료한 눈빛으로 타워를 훑었다.
“네놈은 잘 모르겠지만 리요네스에는 이런 게 차고 넘치게 많지. 돈만 있으면 타워 소환 스크롤도 얼마든지 살 수 있고.”
“나중에 살려달라고 빌지나 마라.”
나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아이언 골렘과 해골을 소환했다.
* * *
키리리리리릭.
쿵.
아이언 골렘이 땅에서 일어나고 데스나이트와 스켈레톤 위저드가 소환되었다.
리드리그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소환수들을 바라보았다.
“마법의 원류인 드래곤 앞에서 소환술이라니··· 정말 가소롭군.”
리드리그가 손을 들었다.
번쩍!
아이언 골렘보다 두 배는 큰 스톤 골렘 10기가 생성되었다.
키이이이익!
빛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스, 스톤 가고일··· 리치!”
온갖 몬스터들이 소환되었다.
“네놈을 잡아 영지를 차지해야겠군. 그곳 인간들은 모두 내 노예가 되어 제품을 생산하는 데 동원될 것이다. 크크크. 일주일에 70시간씩 일하는 고통을 맛보게 해주지.”
“일주일에 70시간이면 혜잔데? 너무 여유 있는 거 아니냐?”
아직 K-직장의 매운맛을 모르는 드래곤이다.
“죽어라!”
드래곤이 손짓하자 소환수들이 달려들었다.
‘시설 소환.’
철컥. 철컥.
쿵. 쿵.
성벽을 소환해 타워 앞쪽으로 저지선을 만들었다.
위이이이이잉.
쾅! 쾅!
타워의 포격과 함께 데스나이트가 언데드를 소환했다.
꽈아아앙—!
양측의 몬스터 군대가 충돌했다.
“굴락. 아이언골렘은 리드리그를 공격하게 해.”
“아, 알았다.”
‘리딜과 그람은 용족에게 추가 대미지가 있지.’
쿵. 쿵. 쿵.
아이언 골렘이 다가오자 리드리그가 피식 웃으며 손을 들었다.
딱!
움찔.
아이언 골렘이 몸을 움찔하더니 계속해서 뛰었다.
리드리그가 처음으로 인상을 썼다.
“뭐지? 그걸 어떻게 버텼지?”
“주인! 용언 마법이다!”
‘오우거에게 사용했던 한 방에 죽는 마법인가 보군.’
하지만 아이언 골렘은 S급 아이템 그람으로 만들었다.
“고작 그따위 속삭임에 죽을 아이가 아니라고!”
아이언 골렘이 주먹을 휘둘렀다.
꽝!
급하게 손을 들어 쉴드를 사용한 리드리그.
퍼석.
쉴드가 깨지며 뒤로 밀려났다.
나는 곧바로 저격 타워를 골라 수동으로 조종했다.
‘발사.’
꽈아아아아앙—!
퍽!
리드리그의 고개가 뒤로 확 꺾였다.
‘단단하긴 하네.’
리드리그가 악귀처럼 얼굴을 구기며 불타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장난은 끝이다!”
리드리그의 손이 밝게 빛났다.
‘아무래도 거리를 좁혀야겠지.’
마법사랑 싸우는데 멀리서 있는 건 자살 행위다.
쾅! 쾅! 쾅!
키에에에엑!
스톤 골렘과 가고일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애초에 험난한 전장을 거쳐 온 내 소환수들의 전투 경험과 센스는 백전노장을 아득히 뛰어넘은 수준이다.
나는 미스틸레인에 손을 가져갔다.
* * *
두근. 두근.
클레버 무브먼트가 작동하며 리드리그의 움직임이 느릿하게 흘렀다.
눈앞에 뿌려진 상태창의 검술 경험치는 0/100.
‘겸사겸사 테스트하기도 좋군.’
전투를 통해 얼마나 쌓이는지 알아보기도 딱 좋았다.
‘퓨리.’
느릿하게 움직이는 리드리그.
나는 마법을 쏘려는 그의 등 뒤로 이동했다.
어깻죽지 아래 커다란 붉은 점.
배쉬를 쓸 필요조차 없는 엉성한 빈틈이다.
‘드래곤이니 그냥 죽어버리지는 않겠지.’
안 그래도 발포그 소속 기사인 쿨렌이 리요네스를 폭발시켰다는 혐의를 받는 중에 소속 상단주가 상행 중 살해당한다면.
‘그냥 전쟁하자는 거지.’
야킨둔을 누가 관리했었는지 이미 전 대륙에 소문이 파다한 와중에 함부로 죽일 수는 없다.
나는 제발 드래곤이 죽지 않길 바라며 검을 찔러넣었다.
푹.
“크아아아아아악!”
파지지지직.
리드리그의 손에서 떠난 마법이 하늘로 향하며 넓은 범위에 전기를 뿌려댔다.
“이, 이놈! 감히!”
“나한테 감히라고 한 놈 치고 지금까지 멀쩡한 놈 없었다.”
10/100.
검술 경험치가 10포인트나 쌓였다.
나는 괴로워하는 리드리그를 내버려두고 멀리 있던 스톤 가고일을 응시했다.
허공에 떠 있던 스톤 가고일의 옆구리로 이동했다.
허벅지와 허리 부근의 약점.
푹.
스걱.
스톤 가고일이 두부 썰리듯 분해되었다.
키에에에에에에엑!
쿵. 쿵.
무거운 돌덩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11/100.
‘흠··· 역시 조무래기는 많이 안 쌓이는구나.’
상대의 급에 따라 쌓이는 수치가 다른 것 같다.
테스트를 마친 나는 흡족한 미소와 함께 리드리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리드리그가 다시 마법을 사용하자 반구형 결계가 퍼져나갔다.
‘시간 정지다!’
그러나.
– 해주의 반지 작동. 저항 성공!
나는 아무렇지 않게 결계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어, 어떻게? 이, 이건 드래곤의 권능이다! 말도 안 된다!”
“어, 원래 내가 좀 사기라는 말 많이 들어.”
스팟.
리드리그의 허벅지가 베어졌다.
“크아아아악! 이제 더는 못 참는다!”
쿠쿠쿠쿠쿠쿠쿠.
리드리그 주위로 엄청난 에너지 폭풍이 몰아쳤다.
“주, 주인! 드래곤으로 돌아간다! 어, 어떻게 하지?”
“뭘 어떻게 해? 그냥 공격하면 되는 거지. 원래 변신할 때가 개꿀인 거 몰라? 그렇게 같이 다녀놓고.”
쾅! 쾅!
꽈아아아앙!
리드리그가 비틀거리며 밝은 빛 뒤로 숨었다.
번쩍!
“으아아아악! 드래곤이다!”
“리드리그 상단주가 드래곤이었어!”
“젠장! 도, 도망쳐!”
“으으으으. 꼬, 꼼짝도 못하겠어!”
“뒤, 뒤에 골렘이다! 빨리!”
용병들이 혼비백산하며 무기를 들고 스톤 골렘을 상대했다.
금빛 비늘과 거대한 날개.
위용 있는 몸체와 단단한 이빨.
아득할 정도로 커다란 드래곤이 눈앞에 나타났다.
듀바그, 수르트, 디아블로.
워낙 흉한 것들을 많이 봐서 그런가 큰 감흥은 없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꽤 괜찮은 모습이었다.
“놈! 그냥 이 자리에서 죽어라!”
후으으으으읍.
리드리그의 입 주위로 에너지 파장이 모여들었다.
“주인! 브레스다!”
“불 나오냐?”
“아니! 일단 피해!”
나는 용병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리드리그의 시선을 끌었다.
위즈덤 아이가 발동하며 리드리그의 머리 위에는 게이지가 차올랐다.
브레스가 쏘아지기 직전.
나는 퓨리를 사용해 드래곤의 등에 올라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골드 드래곤의 브레스가 쏘아졌다.
‘와우. 에너지 포야 뭐야?’
흡사 레이저가 나간 것 같았다.
왕복 16차선은 될 법한 폭.
숲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땅이 파였다.
한참을 뱉어내던 브레스가 멈췄다.
“인간! 이걸 피하다니! 내 등에서 당장 내려와라!”
리드리그가 당황한 듯 나를 떨어트리기 위해 몸을 버둥거렸다.
“너, 솔직히 말해봐. 싸워 본 적 별로 없지?”
움찔.
리드리그의 몸이 살짝 떨렸다.
‘약점이 너무 많잖아.’
드래곤의 몸.
온갖 부위에 커다랗게 붉은 약점이 표시되고 있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검을 돌려 쥐었다.
‘검면으로 패면 되겠지.’
“이 형이 사는 세상에 말이야. 복날 개 패듯 이라는 동물 권리를 깡그리 무시한 문장이 있거든. 몸소 깨닫게 해주마. 딱 대.”
나는 눈에 보이는 훤히 약점을 향해 검면을 내리쳤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드래곤
퍽! 퍽! 퍽!
“쿠에에에엑!”
“신명 나는구나!”
리드리그는 신나게 두들겨 맞았다.
나는 퓨리를 사용해 리드리그의 몸체 이곳저곳으로 순간이동 하며 검을 몽둥이처럼 휘둘렀다.
퍽! 퍽!
“크아아악! 그, 그만!”
“뭐야? 아까 그 자신감은 어디 갔어?”
퍽! 퍽! 퍽!
스톤 골렘과 가고일은 전부 부셔졌다.
굴락과 언데드 군단은 드래곤을 두들겨 패는 내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서 있었다.
용병들은 멀찍이 떨어져 입을 쩍 벌렸다.
“그···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가?”
“드래곤도 처음 보는데··· 그 드래곤을 두들겨 패는 사람도 처음 봐.”
“지금 검으로 두들겨 패는 거야? 봐주는 건가···?”
“그럼 저 야킨둔의 영주라는 사람이 드래곤보다 강하다는 거야···?”
“타워뿐만 아니라 언데드까지 소환하잖아. 특히 저거··· 리치 아냐?”
“저쪽도 리치가 나왔다가 사라졌는데··· 그렇다면?”
“역시··· 그렇지?”
“그래. 저 영주도 드래곤이 확실해.”
“맞아. 어쩐지. 말도 안 되는 영지 수준이나 타워들을 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야킨둔에 드워프와 엘프는 협박당해서 어쩔 수 없이 노예처럼 일하고 있나 봐. 발포그 국왕도 끌려와서 강제로 노역하다가··· 이번에 풀어줘서 왕이 된 거고···!”
사람들은 자신의 상식 범위를 아득히 초월하는 상황을 마주하면 패닉에 빠진다.
용병들은 멘탈 보호를 위해 자신들이 최대한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스토리를 짜냈다.
퍽! 퍽!
“내, 내가 잘못했다. 제발 그만!”
쿵.
리드리그의 거대한 몸체가 땅으로 무너져 내렸다.
바닥에 쓰러진 리드리그의 혀가 입 밖으로 삐져나왔다.
“후우. 개운하다.”
“주, 주인···! 정말 엄청나게 강해졌구나.”
굴락이 쓰러진 드래곤을 보며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굴락, 너도 나랑 레벨 똑같아. 움츠러들지 말고 공격하면 얼마든지 가능해.”
“그래··· 나는 강해졌어! 자신감이 솟아난다!”
“그 자신감으로 더 열심히 훈련해. 모두 돌아가라.”
소환수와 타워를 소환 해제했다.
나는 리드리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야.”
움찔.
“안 일어나냐? 한 번 더 할까?”
“아, 아니다!”
리드리그가 벌떡 일어났다.
“고개 들기 힘들잖아. 다시 인간으로 돌아와.”
“하, 하지만 아직 상처가 그대로···.”
나는 말없이 검을 쥐었다.
“···상처 따위 있어도 상관없겠지! 기다려라!”
번쩍!
거대한 골드 드래곤이 사라지고 상단주 리드리그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