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4
“미친. 니가 들고 다닐래? M72도 힘든 마당에!”
“그냥 탱크를 한 대 끌고 오죠.”
“차는 못 들어옵니까? 장갑차라도 있어야지. 끙.”
‘어? 그러게? 차는 못 들어오나?’
차로 다니면 편할 텐데.
‘다음에 한번 실험해 봐야겠다.’
넓은 들판이기에 오크 마을을 탐색하던 때와 같은 긴장감은 적었다.
최소한 우리는 망원경이라도 있으니까.
크르르르르.
흰둥이가 옆을 바라보며 그르렁거렸다.
“어우 씨 깜짝이야.”
대원 하나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얘 왜 이래요?”
“잠시만요··· 이쪽에 뭐가 있나 봐요.”
“엥? 뭐가 있다고요?”
“자잘한 임무 몇 개를 하다 보니, 교감이라는 스킬이 생겼어요. 흰둥이에게 감지라는 스킬이 발동했다는 걸 보니 뭔가를 찾은 모양이에요.”
‘세상에! 완전히 꿀 직업이잖아.’
나는 고블린과 오크를 찾아 헤매던 지난 포탈을 떠올렸다.
다른 건 몰라도 수진 씨의 감지는 포탈의 필수요소가 될 것 같다.
“어떻게 할까요?”
기동대장이 내게 물었다.
암묵적으로 내가 이 포탈 원정대를 이끄는 사람이 된 느낌.
김철수 정보관은 여전히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계속 헤맨다고 딱히 답이 보이는 것도 아니니까요. 저기 앞에 보이는 언덕까지 한번 가보죠.”
흰둥이가 바라보던 곳에는 야트막한 언덕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대형 유지하고, 이동.”
멀지 않아 보였는데, 들판을 너무 얕봤다.
바로 코앞에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시간이 꽤 걸려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흰둥이가 맞았네요.”
언덕 너머에는 오우거 세 마리가 돌무더기 주변에 앉아 있었다.
TV로 봤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위압감이 느껴졌다.
“작전은 어떻게 합니까? 저번처럼 수류탄으로?”
기동대장이 허리띠에 가득 꽂혀있는 수류탄을 가리켰다.
‘수류탄도 한두 번이지··· 오크 마을처럼 은폐할 수 있는 집도 없고.’
벙커링은 근본적으로 리스크를 동반한다.
기동대 없이도 오우거 무리를 잡아내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역시 그것밖에 없나···.’
캠핑을 통해 사전에 세팅한 장소로 몬스터를 끌고 오는 풀링.
즉, 존버다.
존버 특화 각성능력
“수진 씨, 흰둥이에게 명령 내릴 수 있어요?”
“명령이요?”
“예를 들면, 달려들어! 돌아와! 이런 거요.”
“예. 그런 건 가능해요.”
“근데 혹시··· 말로 해야 하는 건 아니죠?”
저 멀리 달려간 소환수에게 설마 ‘돌아와’라고 소리쳐야 한다면 이 작전은 나가리다.
수진 씨가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냥 상태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되는 것 같아요.”
“좋습니다. 그럼 작전을 실행할 수 있겠어요.”
대원들이 기대감에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나는 뒤를 돌아 평지로 내려갔다.
‘영지화.’
쿵.
임시 영지가 한눈에 봐도 넓어졌다.
‘이제 이 영지가 해제되기 전까지 계속 유지된다는 말이지.’
김철수와 대원들을 이방인으로 설정했다.
흐뭇한 기분과 함께 타워를 소환했다.
‘어차피 세 마리인데 스플래시를 쓸까?’
좁은 길에 모여 있는 위치에서는 좋지만, 이렇게 넓은 필드에 달랑 세 마리를 상대로는 폭발 타워의 효용이 떨어진다.
‘일단 한 번에 세 개를 다 소환해볼까?’
타워를 모두 가져오면 수서의 영지는 빈집이 돼버린다.
하지만 아직은 초반이고, 누가 내 영지를 쳐들어올 것도 아니니까.
‘시설소환.’
차례로 타워를 소환해 배치했다.
아이스 타워를 제일 앞에, 스플래시 타워를 바로 뒤에.
조금 뒤에 화염 타워를 설치했다.
‘아이스 타워로 느려진 애들을 스플래시가 처리···.’
옆으로 새는 나머지는 화염타워가 점사로 처리한다.
기본 중 기본.
허공에서 타워 세 개가 동시에 조립되는 장관이 펼쳐졌다.
“크으··· 이건 정말 봐도, 봐도 든든하네!”
“그러게! 탱크 따위는 비비지도 못하는 화력에, 사거리도 좋고.”
이미 타워를 경험한 사람들이었지만 여전히 감탄을 연발했다.
“지난번에 싸우는 거 보셨죠? 푸른색이 적을 맞추면 느려집니다. 저기 저건 폭탄을 쏘는 타워고··· 뒤에 있는 건 하나씩 공격 하는 겁니다.”
“예. 근데 여긴 엄폐물이 없어서··· 그냥 저 멀리서라도 가서 엎드려쏴로 지원할까요?”
기동대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뇨. 그냥 여기 뒤쪽 타워를 이용해서 엄폐하세요.”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어그로가 튀면 끝장이다.
오우거가 멀리 떨어진 대원들을 향해 달려가면 나도 쫓아가서 영지화를 쓸 수밖에 없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선 최대한 변수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혹시 오우거가 달려오더라도 절대 뒤돌아서 도망치지 마세요.”
“예?”
대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타워 근처를 벗어나면 어떻게 해 드릴 수가 없어요. 차라리 저기 아이스 타워를 끼고 빙빙 도세요. 저걸 맞으면 느려지니까요.”
“아, 그런 방법이! 알겠습니다.”
제압전술은 몰라도, 게임은 내가 한 수 위다.
“수진 씨는 흰둥이를 시켜서 오우거를 끌고 오는 역할이에요.”
“네. 이해했어요.”
역시 게임을 하다 각성한 사람이라 그런지 이해가 빠르다.
대원들이 각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세 개의 타워 정 중앙에 섰다.
그리고 가방에서 후라이팬을 꺼내 쥐었다.
‘괜찮은 검 같은 무기를 구하면 바꾸기는 해야 하는데···.’
하지만 제대로 사용하려면 스킬을 배워야 효과가 좋다.
당장은 포인트 부족에 시달리는 내가 스킬도 없이 검 한번 휘두르는 것보다 타워가 더 확실하고 강하다.
‘포인트 좀 팍팍 안 떨어지나···.’
“시작할게요.”
흰둥이와 함께 언덕을 오르던 수진 씨가 뒤를 돌아봤다.
끄덕.
흰둥이가 언덕 너머로 사라지자, 수진 씨가 부리나케 타워 곁으로 달려왔다.
크어어어어어!
언덕 너머에서 공기마저 떨리게 하는 오우거의 엄청난 울부짖음이 들렸다.
“흰둥이가 곧 돌아올 거예요. 준비하세요.”
대원들이 유탄발사기를 장전했다.
쿵. 쿵. 쿵. 쿵.
미세하게 땅이 흔들리며 언덕 너머에서 흰둥이가 나타났다.
뒤이어 오우거 세 마리가 몽둥이를 들고 따라 나타났다.
‘생각보다 빨라.’
덩치가 있어 굼뜰 거라는 예상과 달리 오우거들은 꽤 민첩했다.
“잘했어 흰둥아!”
무사히 영지로 돌아온 흰둥이를 수진 씨가 힘껏 쓰다듬었다.
크아아아!
우리를 발견한 오우거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달려왔다.
“번갈아 가며 쏜다. 조준!”
팀장의 목소리에 대원들도 숨을 멈췄다.
위이이잉.
번쩍!
촥!
반경 40m의 방어 타워.
근처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얼음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오우거의 몸에 서리가 끼며 흰빛이 돌았다.
눈에 띄게 느려진 오우거.
‘타워 A.I가 꽤 괜찮아.’
대충 만든 게임은 타워가 한 놈만 죽어라 팬다.
내 아이스타워는 한 놈이 느려지자 바로 다음 놈을 공격했다.
위이이잉.
꽈아앙—!
세 마리가 모두 느려지자 폭발 타워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크으··· 오져버렸고.’
귓가를 때리는 엄청난 폭음이 들판에 울려 퍼졌다.
“발사.”
퉁. 퉁. 퉁. 퉁.
유탄 발사기가 불을 뿜었다.
콰앙!
크아아아아!
오우거들의 몸에 불이 붙었다.
우어어어!
잔뜩 성이 난 오우거들이 가장 가까이 있는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힘 증가.’
불타는 오우거의 몽둥이가 나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키 차이가 있어 그냥 휘둘러봐야 옆구리나 때릴 수 있을까.
‘어? 이거 될 거 같은데?’
나는 몽둥이를 피한 뒤 곧바로 오우거의 팔에 올라탔다.
오우거는 충분히 민첩했지만, 힘 증가를 받는 내게는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그대로 오우거의 어깨까지 뛰어 올라가 후라이팬을 세로로 돌렸다.
깡! 깡! 깡!
크아아아!
오우거가 머리를 흔들며 오두방정을 떨었다.
한 손으로 오우거를 짚으며 중심을 잡아 떨어지지 않고 버텨냈다.
“어? 진우 씨! 오우거의 약점은 목이에요!”
수진 씨가 비명을 지르듯 고함쳤다.
‘약점? 그걸 어떻게 알았지···?’
생각할 시간이 없다.
후라이팬으로 오우거의 목을 집중적으로 후려쳤다.
빡! 빡! 빡!
근육이 있는 부위라 그런지 조금 다른 타격감이 전해졌다.
“목! 목을 쏴!”
따당! 따다당!
옆에 있던 오우거는 총알 세례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가장 끝에 있던 오우거가 타워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으며 내게 달려들었다.
크어어!
‘이런 미친!’
몽둥이를 높이 들어 올려 나를 내려치려는 찰나.
‘지금이다!’
몽둥이가 내 몸에 닿기 직전, 매달려 있던 오우거의 어깨에서 재빨리 뛰어내렸다.
콰앙—!
쿵.
목이 꺾인 오우거 한 마리가 쓰러졌다.
위이이잉.
번쩍!
꽝!
타워들은 계속해서 오우거를 공격했다.
끄어어어어!
타워의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오우거들.
흰둥이가 높이 뛰어올라 오우거의 목을 물어뜯었다.
번쩍!
꽈앙-!
쿵. 쿵.
오우거들이 땅에 쓰러졌다.
바닥에 누워 몸을 움찔거리는 오우거들.
“아, 아직 살아있는 거 아니에요?”
“아닐 거예요. 타워가 공격을 멈췄어요.”
오우거들이 더는 움직이지 않자 타워 뒤에 있던 대원들이 하나둘씩 나왔다.
“와우! 정말 엄청나구먼.”
“서진우 씨, 아니 사무관님 정말 굉장한데요? 이거 하나 죽이겠다고 조금 아까 군에서 대대급 화력을 쏟아 넣었는데···.”
“세 마리를 동시에 잡아내다니! 서 사무관님 없었으면 포탈 봉인은 꿈도 못 꾸겠네요.”
대원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나와 타워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역시 커다란 포탈이 뭔가 있긴 한가.’
칭찬은 기분 좋지만, 생각보다 타워의 위력이 약하다.
‘오크 정도까지는 무리 없이 쓸어내는데···.’
방어 타워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생겼다.
‘하아, 할 일이 태산인데··· 포인트가 너무 없어.’
다행인 점은 이런 대형포탈은 처음 나왔다는 것이다.
아직도 수많은 작은 포탈이 있으니, 천천히 업그레이드 해 나가면 될 것이다.
‘회복.’
힘 증가가 끝나자마자 회복을 사용했다.
수진 씨가 쓰러진 오우거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건 버리나요?”
“예?”
“보통 게임에서는 부산물이 비싸게 팔리잖아요. 아까워서···.”
‘의외로 꼼꼼하네.’
“김철수 정보관님 이런 사체가 쓸모 있을까요?”
“연구가치는 충분하지만, 가지고 나갈 방법이 없으니까요.”
‘가지고 나가···.’
머릿속에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거 가져갈 수만 있다면··· 누군가 매입을 할까요?”
“물론이죠. 정부기관에서도 각 기업의 연구에서도 혈안이 되어 있을 겁니다. 특히 이런 단단한 피부 조직과 구성, 그걸 뚫어내는 무기 같은 걸 개발하려면 방위산업체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겠죠.”
정보관이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방법이 있으십니까?”
“얼마나 받을까요?”
“시세가 있는 건 아니지만··· 판매라는 걸 처음 하는 거니, 경매 붙이면 억 단위는 넘지 않을까 싶네요.”
“예? 뭐라고요?”
수진 씨가 제일 먼저 반응했다.
“흰둥아! 이거 하나에 억이래. 아이고. 목을 이렇게 헤집어 놓아서 어쩐담?”
“끼잉.”
갑자기 핀잔을 들은 흰둥이가 의기소침하게 신음했다.
‘힘 증가.’
나는 우선 오우거를 질질 끌어 멀리 치워냈다.
“뭘 하시려고요?”
기동대장이 바쁜 내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차피 오늘은 해도 지고 있고, 더는 이동이 힘들 것 같아서요. 하루 쉬고 가죠.”
“저도 찬성입니다만··· 여기는 개활지라.”
“어디든 마찬가지예요. 타워가 있으니 우리가 있는 장소가 곧 캠프죠.”
“하기야, 그렇겠군요. 알겠습니다.”
대원들이 타워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정비를 시작했다.
“잠시만 물러나 계시겠어요?”
“예? 알겠습니다.”
사람들이 멀리 떨어지자 나는 영지화를 해제했다.
밝은 빛과 함께 영지가 있던 자리는 다시 들판으로 변했다.
덩그러니 놓인 오우거 세 마리의 사체가 이곳에서 전투가 있었다는 걸 알려주었다.
‘영지화.’
쿵.
곧바로 다시 임시 영지를 선포했다.
‘타워를 제일 가장자리에 세우고···.’
삼각형 모양으로 타워를 설치했다.
나는 상태창을 터치하며 미소 지었다.
슈웅.
쾅.
나는 임시 영지에 연구시설과 식료품 창고, 위생시설을 소환했다.
“이, 이게 대체 다 뭡니까?”
“어? 아까 수서에서 봤던 그 건물들 같은데?”
개중에 눈썰미 좋은 대원 하나가 시설들을 알아보았다.
“네, 맞습니다. 수서에 있던 건물들을 소환했죠.”
“건물도 소환할 수 있습니까? 아무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그런데 건물들은 왜···?”
“수진 씨, 설렁탕 있죠?”
“물론이죠. 이 건물들 역할이 이런 거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김치찌개랑 다른 음식도 만들어서 미리 넣어둘 걸···. 설렁탕은 한번 끓여서 넣었거든요.”
크으. 역시 센스가 좋은 수진 씨다.
어리둥절한 대원들을 임시 영지 가운데로 불러 모았다.
뒤이어 수진 씨가 식료품 창고에서 설렁탕을 꺼내 한 그릇씩 나누어 주었다.
“이게 뭐야? 설렁탕?”
“엄청나게 뜨끈한데?”
“밥이랑 깍두기도 있어!”
“식탁은 없지만 맛있게 드세요.”
“세상에! 저 창고가 음식을 보관하는 곳이었어?”
“전투식량으로 때우나 했는데··· 잘 먹겠습니다!”
김철수 정보관마저 놀란 표정으로 설렁탕을 먹기 시작했다.
“이거 설마··· 그때 드린 그겁니까?”
“오, 역시 대단하시네요. 맞습니다.”
“흐음··· 정말 뭐라 말하기 어려운 능력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