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40
“전하. 위험합니다. 혹시 모르니 집무실에 계시는 게···.”
“하하하. 여기 이 두 사람이 있는데 내가 위험해질 정도면 이미 이 대륙은 끝이라네.”
드래곤 한 마리와 신의 힘을 가진 영주.
머리를 갸웃거리는 기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아서스가 웃으며 우리에게 손짓했다.
“가보세. 오랜만에 검도 챙겨왔다네.”
* * *
웅. 웅. 웅. 웅
철컥.
키이이익.
철컥.
시원한 내부에는 무언가 작동하는 소음만 가득했다.
‘진짜 서버네.’
TV에서 많이 보던 그런 느낌의 서버는 아니었다.
대리석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물체 수십 개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중간중간 불빛이 반짝였다 사라지는 모습이 영락없는 서버 느낌을 줬다.
벽 여기저기에는 횃불이 내부를 밝히고 있었다.
‘랜선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때 눈앞에 상태창이 자동으로 떠올랐다.
[특수임무 : 기계장치 접촉] [보상 : sW@ER@!Q!]‘···?’
글씨가 깨져 보였다.
임무 근처에 다가가면 자동으로 부여되는 거야 흔한 일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해도 문구가 조금 특이했다.
‘특수임무라는 건 처음 보는데.’
보상 글자도 깨져있다.
[31415926535 접··· 코드]“31415926535?”
이상한 숫자가 튀어나왔다.
깨진 글자를 연이어 출력하던 상태창이 그대로 사라졌다.
급하게 다시 켜봤지만 메시지는 사라진 채였다.
‘로그도 안 남았네?’
쌓인 메시지는 스크롤을 하면 계속 볼 수 있다.
그런데 조금 전 메시지는커녕 특수임무 문구마저 사라졌다.
‘뭐지···? 간섭 같은 게 일어난 건가?’
아서스가 물체 근처로 다가가자 기사가 재빨리 달려와 막았다.
“전하, 저걸 건드리시면 어떤 힘에 의해 뒤로 튕겨 나갑니다.”
“조사 중인 사람들은? 다쳤나?”
“아닙니다. 그저 튕겨내기만 할 뿐인지라···.”
“왜 보고를 안 했나?”
“확실해지면 보고드리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어떨 때는 튕겨 나가고 어떨 때는 괜찮았다.
마법사들은 이유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실험을 해봤지만 허사였다.
뒤쪽에서는 리드리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리드리그. 뭐 좀 알겠어? 표정이 왜 그래?”
“마나가 없다.”
“응?”
“저걸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 저건 마나가 없다고.”
세상 모든 것은 아주 미약하지만 마나가 스며들어 있다.
길가에 차이는 돌멩이마저도 결국 세계의 일부이기에, 극소량이지만 마나를 품고 있다.
그러나 저 앞에 물체는 무(無) 그 자체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질적인 기운에 리드리그가 당황하고 있었다.
‘마나가 없다라··· 그렇다고 전기도 아닌데 불빛은 어떻게 나는 거지?’
계속해서 무언가 소음이 나는 걸 보니 작동도 하는 것 같다.
“기분나빠. 없애고 싶다!”
리드리그가 성큼성큼 다가가 물체에 손을 올렸다.
파직.
펑!
쿵.
“크윽···.”
리드리그가 뒤로 날아가 굴렀다.
“이것 봐라. 마법도 아닌 게 날 공격해?”
리드리그의 눈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다시 일어난 그가 손을 들자 시뻘건 진홍색의 화염구가 생겨났다.
“헬파이어를 맞고도 버티는지 보겠다!”
“허억.”
털썩.
아서스 옆에 있던 기사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영지화.’
철컥. 철컥.
쿵. 쿵.
실내 크기에 맞춰 적당한 크기의 성벽이 만들어졌다.
아서스는 산책 나온 듯 편안하게 성벽 뒤로 피했다.
“자네도 이리 오게.”
“저, 전하···!”
“기사란 사람이 이렇게 심장이 약해서야. 원.”
평소 아서스가 경험하던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그저 하품이 나올 수준.
아서스가 다리가 풀린 채 주저앉은 기사를 질질 잡아끌어 벽 뒤로 데려갔다.
“리드리그. 우리는 준비 되었네.”
“국왕. 똑똑하군. 마음에 들어.”
리드리그가 헬파이어를 던졌다.
번쩍!
콰콰콰콰콰콰콰콰!
초고온의 화염 마법이 터지며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내부가 밝아졌다.
치이이익.
성벽이 약간씩 녹아내릴 정도의 강력한 화염.
우리는 성벽 뒤에서 편안하게 앉아있었다.
“그 망치를 던져보는 건 어떤가?”
“저걸로 되지 않을까?”
“내 생각엔 안 될 것 같네만!”
“아, 제이나랑 안젤라는 어디 있어?”
“응? 쇼핑한다고 나갔네! 왜 그러나?”
“둘에게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럼, 사람을 시켜 찾아오겠네!”
“근데, 박성남한테 진짜 작위 줄 거야?”
“···줘야 하나?”
“그냥 줄 것 처럼만 해. 징징거리는 게 귀찮으면 명예 작위 같은 거라도 주던가.”
“아, 이해했네!”
“저, 전하! 무, 무슨 잡담을 하고 계십니까? 이런 마법을 눈앞에서 보시면서···!”
기사가 나와 아서스를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콰아앙—!
후두두두둑.
공간이 진동하며 천장에서 돌가루가 조금 떨어져 내렸다.
횃불이 모두 날아간 내부는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라이트!”
리드리그가 라이트를 여러 개 띄워 내부를 밝혔다.
나는 성벽을 해제했다.
“멀쩡하네?”
바닥이 조금 흐물거릴 정도로 강력했던 리드리그의 마법.
그걸 버텨내는 이 공간도 대단했지만, 아예 아무런 흠집조차 나지 않은 저 물체는 신기할 정도였다.
“이, 이따위 것이!”
리드리그가 얼굴을 구기며 달려가 물체를 후려쳤다.
쾅!
파직.
쿵.
쾅!
파직.
쿵.
물체가 리드리그를 계속 튕겨냈다.
‘지치지도 않나. 오뚜기도 아니고···.’
리드리그는 계속해서 벌떡 일어나며 물체를 공격했다.
‘이상한데.’
그저 이질감이라 하기에는 리드리그가 저 물체를 너무나 적대하고 있다.
거의 이성을 잃고 육탄돌격을 하는 수준이다.
“리드리그! 진정해!”
“크아아아아악!”
리드리그의 눈동자 부위가 황금색으로 빛났다.
“말려도 안 듣는 거 같네만··· 이러다 드래곤으로 변하면 클라이나스가 위험한 거 아닌가?.”
“음··· 기다려봐.”
나는 숨을 크게 들이키고 소리쳤다.
“영지 한복판 종합 상가 분양 우선권!”
우뚝.
리드리그의 눈빛이 돌아왔다.
“음? 내가 지금···? 자네 뭐라고 했나? 방금 무슨 상가 분양 우선권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잘못 들었겠지. 진정하고 다시 올라가 보자. 너 여기 계속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나는 모두를 데리고 집무실로 올라갔다.
* * *
“왜 그랬어?”
“나도 잘 모르겠네. 이질적인 것을 지워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서 그만···.”
리드리그의 긴 비유와 설명이 이어졌다.
‘요약하자면··· 도저히 못 참는 그런 강박을 일깨우는 장치인가?’
부수고 싶고, 없애고 싶다.
여기 있어서는 안 되는 비현실적인 그 무엇을 빨리 없애야 한다.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항체와 같은 본능 수준의 일이었다.
“전하! 새 궁정 마법사 브리엄 인사드립니다.”
메르키오르 집무실에 훤칠한 마법사가 들어섰다.
“오, 왔나? 이쪽은 서진우 영주와 리드리그 상단주일세.”
“안녕하십니까? 전하께서 친분이 자자하다고 소문난 분이시군요.”
브리엄이 씨익 웃었다.
‘되게 기회주의자 같이 생겼네.’
그래도 아서스가 뽑은 사람이니 뭐라 말하기는 어렵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브리엄에게 마주 인사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전하. 저 안에 있는 이상한 물체에 대한 보고를 올리려 했는데 마침 여기 계셨군요.”
“보고? 말해보게.”
저 아래 있는 물체는 손대면 튕겨 나간다.
그런데, 어떤 것은 손대도 괜찮다.
이상한 것은 나중에 다시 손대면 튕겨 나가기도 하고 중구난방이라는 점이었다.
브리엄은 이점에 주목했다.
“무작위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어떤 특정한 규칙에 따라 열리도록 암호화된 그런 장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 궁정 마법사로 취직된 그는 의욕에 휩싸였다.
어떻게든 성과를 내기 위해 마법사들을 닦달하며 몸으로 때웠다.
덕분에 알아낸 정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초기화되는 것 같습니다. 그 상태에서 세 번째와 첫 번째 그리고 네 번째를 만지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3 1 4?’
그걸 알아내기 위해 일렬로 늘어선 물체를 수십, 수백 번씩 노가다로 부딪혔다.
“314라···.”
‘어? 아까 그 상태창 메시지···?’
분명 314로 시작했던 것 같은데.
급하게 상태창을 다시 훑었지만, 애초부터 그런 메시지는 없었다는 듯 로그가 깨끗하게 지워져 있었다.
“아으··· 젠장. 기억이···!”
머리를 쥐어짜도 생각이 날 리가 없다.
그때, 리드리그가 눈에 들어왔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드래곤.
나는 아서스에게 눈짓했다.
오랜 시간 함께한 그가 내 눈빛을 알아차렸다.
“큰 성과를 내었군. 아주 흡족하네. 일단 돌아가서 좀 더 연구한 뒤 다시 보고해주겠나? 지금은 짐이 직접 조사를 하고 싶군.”
“제가 보조하겠습니다. 발포그의 왕께서 직접 조사를 하시는데 궁정 마법사가 빠지면 되겠습니까?”
브리엄이 슬며시 끼어들었다.
아서스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괜찮네. 여기 기사도 데려가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아, 알겠습니다.”
브리엄이 눈치껏 기사를 데리고 사라졌다.
셋만 남은 집무실.
“무슨 일인가?”
“그래도 저 궁정 마법사가 한 건 하긴 했어. 인정한다.”
리드리그마저 고개를 갸웃했다.
“리드리그, 아까 내가 중얼거린 숫자 기억해? 314 어쩌고.”
“물론이네! 자네는 31415926535? 이라고 했지.”
“적어, 적어봐!”
아주 쓸모있는 드래곤이다.
리드리그가 적어준 쪽지를 들고 다시 지하로 내려갔다.
“설마 자네가 중얼거린 그 숫자가 해답이라고? 이젠 그냥 보기만 해도 모든 것을 아는 건가?”
아서스가 입을 쩍 벌렸다.
“그런 건 아냐. 내려가 보자.”
다시 지하로 내려가 입구에서 세 번째 장치에 손을 가져다 댔다.
우웅-.
장치의 전체적인 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첫 번째, 네 번째로 가서 손을 대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튕겨 나가지 않았고, 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지금까지는 브리엄이 말한 그대로였다.
나는 쪽지를 확인하고 다시 첫 번째 물체로 다가갔다.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 시스템 메시지.’
과연 상태창이 해답을 준 걸까.
나는 심호흡을 하고 물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우웅-.
‘좋았어.’
상태창의 메시지가 맞았다.
나는 쪽지를 바라보며 5번째 숫자부터 차례대로 손댔다.
‘마지막 5번.’
번쩍!
손을 가져다 대자마자 빛이 터져 나왔다.
“서진우!”
아서스의 목소리가 멀어지며 부유감이 느껴졌다.
* * *
검은 공간.
‘아우. 뭐야 왜 아무것도 없어?’
중력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허공에 그냥 떠 있는 기분.
‘굴락 나와라!’
굴락은 응답이 없었다.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상태창을 켜 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나 큰일 난 건가?’
허리춤에 헤라의 주머니, 키비시스가 느껴졌다.
주머니 안쪽을 주섬주섬 뒤지자 물건들은 그대로 있었다.
‘이건 상태창 시스템으로 안 치는 건가?’
나는 공사용 안전모를 꺼내 머리에 썼다.
이그드라실의 뿌리에 갔을 때 요긴하게 쓰였던 장비.
랜턴을 켜자 드디어 앞이 보였다.
‘아니··· 이건?’
눈앞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벽?’
공중에 떠 있는 내 앞에는 무언가 빼곡하게 적힌 금속 재질의 벽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누구 없습니까?”
‘숨은 쉬어지는데.’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는 건지 의문인 공간이었다.
상태창도 안 먹히는 이상한 공간.
‘어쩌지.’
예전에 봤던 시네마틱 트레일러 같은 것도 아니다.
무중력 같은 이 공간에서는 내가 마음먹은 대로 이리저리 움직일 수도 있었다.
‘계속 같은 풍경이니 움직여봐야 의미가 없군.’
지이이잉.
벽이 떨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서서히 황금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벽이 스스로 빛을 내며 전체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허··· 목성을 눈앞에서 보면 이런 느낌인가.’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
위아래 좌우로 늘어선 벽은 한 치의 틈도 없이 빼곡하게 들어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졌다.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규모의 벽.
나는 왼쪽을 향해 무작정 날았다.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 얼마나 날아온 건지 감도 안 잡혔다.
한참을 날다 지쳐 자리에 정지했다.
‘상태창도 안되고···.’
나는 벽을 두드렸다.
‘손이 아픈 걸 보니 현실은 맞는데···.’
여전히 반짝거리는 벽.
나는 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음? 뭔가···?’
계속 보다 보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번쩍거리는 빛에 방향성이 있는 기분.
자세히 보니 빛이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나는 빛을 따라 이동했다.
멀린과 오딘, 상태창의 목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