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43
“아 그리고, 부녀회 분들이 부식을 엄청나게 챙겨줘서요. 저희 중대원들 다 5킬로씩은 쪘습니다.”
음식 재료는 무한정 가져다 쓸 수 있었다.
전국 팔도에서 모인 아주머니들은 당신들 자식을 떠올리며 온갖 음식을 해 줬다.
“잘 지냈다니 다행입니다. 제가 워낙 바빠서 챙기지를 못했는데···.”
“저희도 귀가 있습니다. 서진우 씨가 전 세계 각성자 1위라죠? 정말 대단하네요. 이런 곳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저는 항상 자기 전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전창우가 감탄을 거듭했다.
“그런데, 저 동상은 뭡니까?”
“아··· 그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어우,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와, 이거 봐. 여기서 소원 빌면 일정 확률로 각성시켜 준다는데?”
“뭐? 진짜?”
병사들이 동상으로 몰려들었다.
“어··· 진짜?”
“그냥 뻥 아냐? 이게 된다고?”
“장난으로 써둔 거 같은데?”
전창우 일병이 동상에 손을 얹었다.
“서진우 씨. 이거 정말 되는··· 으어어어어!”
전창우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동상이 황금색으로 빛나더니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전창우 일병을 관통했다.
“뭐, 뭐야! 창우야!”
“이거 뭡니까? 괜찮은 겁니까?”
병사들이 당황하며 전창우를 빛에서 끌어냈다.
‘설마···?’
“잠깐! 손대지 마!”
내 고함에 병사들이 멈칫했다.
황금빛이 사라진 자리.
전창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허공을 가리켰다.
“어, 어어? 여기 무슨 윈도우 창이 있는데···?”
“뭐? 진짜? 야 뻥 치지 말고.”
“일병 전창우! 맞습니다. 이, 이상한 창이 뜨더니 기다리라고 메시지가 나오고 있습니다. 가, 각성했다고···!”
병사들이 입을 쩍 벌렸다.
“진짜 각성했다고? 그럼 저 동상에 쓰여 있는 게 뻥이 아니란 말이야?”
“마, 말도 안 돼.”
“서진우가 사람들은 각성도 시킬 수 있다고?”
“얼마 전에 들었던 부활 이야기도 그냥 뻥인줄 알았는데···.”
병사들이 웅성거리며 서로 눈치를 보기도 잠시.
“으아아아! 내가 먼저다!”
“나도! 나도!”
“저기! 저기도 동상이 있다! 어쩌면 쿨타임이 있을 수도 있어!”
“으아아 그럼 내가 먼저다!”
눈 깜빡할 사이에 병사들이 사라졌다.
* * *
전창우는 멍한 표정으로 바닥에 앉아있었다.
대령이 내게 다가왔다.
“믿을 수가 없군. 자네는··· 신인가?”
“신 아닙니다. 그리고 신도 별로 좋은 놈들 아니더라고요.”
뜻 모를 말에 대령이 갸웃하며 턱에 손을 올렸다.
“창우가 각성했으니··· 이제 어쩌지? 전역시켜야 하나? 이런 사례가 없어서 누구 물어볼 곳도 없군···.”
“일단은 그냥 두시죠. 어차피 처음 각성하면 1레벨이라 일반인하고 크게 다를 것도 없습니다. 일과 끝나고 레벨업 하라고 보내면 될 것 같고요. 본인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겠죠.”
“그래. 자네 말이 맞는군. 전창우.”
“이, 일병 전창우!”
“들었지? 어떻게 할래?”
“다, 당연히 복귀합니다. 서진우 씨 말처럼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니까요. 레벨이 높아지면 우리 소대원들도 더 마음 편하게 지내지 않겠습니까?”
전창우의 대답에 대령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짜식이. 군대는 빨리 전역하는 게 최고야 인마.”
“부대원들 전역하면 저도 함께 전역하겠습니다!”
훈훈한 광경이 펼쳐졌다.
‘근데, 뭐로 각성했지?’
“이봐요. 전창우 씨.”
“네, 넵?”
“세상이 이렇게 터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경험한 컨텐츠가 뭔지 기억납니까?”
“휴가 복귀하자마자 이렇게 된 거라···. 전날 밤에 했던 건 게임입니다.”
“오, 그래. 게임이면 최소한 중박은 할 거예요. 혹시 미연시나 그런 거··· 는 아니죠?”
“아, 아닙니다! 액션 게임 하고 있었습니다!”
“오, 무슨 게임이죠?”
“아, 그게··· 어? 완료 메시지가···!”
번쩍!
전창우의 몸이 빛에 감싸이며 모습이 변했다.
흰머리에 붉은 롱코트, 가죽 갑옷과 부츠를 신고 있는 모습.
등에는 검이, 허리춤에는 쌍권총이 매달려 있었다.
“아, 이거 데메크네.”
“이, 이럴 수가··· 스킬이··· 있네요.”
전창우가 총을 꺼내며 신기한 듯 만졌다.
“근데··· 탄알이 없습니다.”
“아, 그거 아마 돈 주고 사야 할 거에요.”
“예? 잘 못들었슴다?”
“돈 주고 사야 한다고요. 음··· 강주오 씨라고 경찰 출신이 있는데, 2층에 있을 거예요. 찾아가 보세요. 이것저것 잘 알려줄 겁니다.”
“예!”
전창우가 코트를 휘날리며 2층으로 사라졌다.
* * *
“창우가··· 저런 모습으로 변하다니. 자네가 부여하는 힘인가?”
대령이 얼떨떨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제가 주는 건 아니고요. 시스템이 저를 매개로 각성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허··· 하루에 몇 명이나 각성이 가능한 건가? 제한은?”
“그런 기준은 저 역시 하나도 모릅니다. 다만 저를 향한 충성도? 친화력? 뭐 그런 걸 따지는 모양입니다.”
“허··· 쉘터에 멍청한 정부 각료들이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사만다가 따라갔으니 별일 없을 겁니다.”
‘무서운 아줌마니 잘하겠지.’
화나면 초록 괴물로 변하긴 할 테지만.
“와, 각성이 진짜 되는 거였어?”
“상상도 못 했네. 난 단풍 이야기로 각성했는데 저 아저씨는 데메크네. 아오. 부럽.”
“근데 1렙이잖아 언제 키우냐.”
“요새 커뮤니티 들어가면 공략 다 써있어. 그거대로만 따라 하면 한 30까지는 그냥 쭉 올라갈걸?”
“공략? 그걸 누가 썼대?”
“서진우 길드원이 썼나 본데? 그 오타쿠 탱커.”
“아··· 그 레이드때 제일 앞에서 탱킹하던 아저씨?”
“그냥 변태인 줄 알았는데 완전 템씹이야.”
“뭐, 서진우 파티원은 다 천외천이니까.”
각성자들이 1층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늘에 무언가 번쩍거렸다.
자세히 보니 사람이 날고 있었다.
‘리드리그군.’
“대령님. 저는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는 걱정 말게 별다른 일은 생기지 않을 거야.”
“감사합니다.”
나는 리드리그가 내려선 4층을 향해 이동했다.
* * *
“좀 둘러봤어?”
얼빠진 리드리그의 모습.
“믿을 수가 없군. 이런 세상이 있다니.”
리드리그의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있었다.
“이런 게 가게에 잔뜩 있더군. 이게 뭔가?”
“어, 휴대폰이라고 하는 건데··· 흠. 잠시만.”
나는 3층을 향해 소리 질렀다.
“누구 배터리 있는 휴대폰 있으신 분!”
“여기 있습니다!”
멀리서 엄청난 속도로 휴대폰이 날아왔다.
턱.
“그냥 가지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리드리그에게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이런 거야. 원래는 통신이 되는데. 그러면 인터넷도 되고··· 아, 영상도 있네.”
다운로드 받았던 영화와 드라마가 잔뜩 들어있었다.
“이렇게 컨텐츠도 감상할 수 있지.”
리드리그가 휴대폰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정말··· 신기하군.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지? 마법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음··· 난 잘 모르지만.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유사하다더라.”
“누군지 몰라도 딱 들어맞는군. 기술로 이런 것을 구현하다니. 애초에 마법이 필요가 없었겠어.”
물론 이렇게 살만해진 건 오래되지 않았다.
‘하긴. 마법이 있었으면 애초에 이런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을지도.’
“그나저나 차는 봤어?”
“물론이네. 이미 내 아공간에 몇 대 집어넣었지. 이 작은 물건도 그렇지만 자동차라는 건 정말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정교하더군.”
“크하하! 자동차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 또 있었나?”
“헤벡!”
헤벡이 광물을 잔뜩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올라왔다.
“옆에 계신 분은 누구 신가?”
“이 몸은 골드 드래곤. 리드리그다.”
“오, 반갑소. 나는 드워프 대장장이 헤벡이오.”
“응?”
아무렇지 않은 헤벡의 반응에 리드리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뭘 그렇게 보시오? 이곳 영지에서 살다 보면 별걸 다 보게 됩니다. 드래곤이 잔뜩 몰려와 브레스를 써도 놀라지 않을 것 같소만.”
“흐음··· 그래 인정한다. 여긴 정말 별난 세계군.”
“그나저나, 자동차에 관심 있다 하셨소?”
“그래. 내부 부품이 한두 개가 아니더군. 리요네스 마차는 마력석과 마법진을 그려 넣은 아티팩트 두 개면 움직이는데.”
“내 안 그래도 마법과 기계공학을 접목해 새로운 차를 한번 개발해보고 싶었는데··· 관심 있으시오?”
“뭐, 뭣? 마법과 기계공학···?”
리드리그의 눈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이거 돈 냄새 맡았구먼.’
“각성자들 통해서 설계도를 구했지. 생각 있으시면 나중에 내 대장간으로 오시오. 광물과 금속을 준비할 게 있으니.”
“반드시 찾아가겠네.”
리드리그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헤벡이 사라지고 리드리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리드리그 상단은 리요네스에서 철수해야겠군. 그런 작은 시장에서 만족하면 안 되겠어. 이곳이야말로 기회의 땅 아닌가!”
“마차 대수랑 다 계산은 끝났어?”
“물론이네. 1차분 1,000대와 CCTV 500개, 마력 스톤이 문제인데, 그것도 어떻게든 구해보겠네.”
“잘됐네. 헤벡한테 이야기해 둘 테니 혹시 내가 없더라도 광물하고 교환해서 가져가.”
“고맙군.”
쿵. 쿵. 콰아아아앙!
북쪽 하늘.
멀리 남산 뒤로 빛이 번쩍거리며 뒤늦게 찢어지는 소음이 들렸다.
치, 칙. 칙.
병사들의 무전기가 정신없이 울려댔다.
“크, 큰일이네!”
대령이 4층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부, 북한 접경지역에서 무슨 중세 복장을 한 기사들이 수없이 나타나고 있다 하네! 괴, 괴물도 잔뜩 있고!”
‘중세 복장?’
곧바로 상태창 메시지가 떠올랐다.
[선택 임무가 발생했습니다.] [올림푸스의 공격 방어] [보상 : 30 포인트] [영지 이전] [보상 : 30 포인트]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또 선택 임무다.
‘이번 올림푸스 공격이 영지 이전을 고려해야 할 정도라는 말인가.’
포인트가 복사가 된다고! 아ㅋㅋ
“경쟁 임무도 아닌데 30포인트나 준다···! 대박!”
“공격을 어디서 방어하라는 거야? 여기? 디펜스?”
“아냐, 저기 군인들 눈치 보니까 북에서 내려오나 본데?”
“어차피 죽어도 서진우가 다시 살려주는데, 부담 없네. 군인 아저씨들! 여기서 푹 쉬세요. 크크크!”
“천만 골드 낼 거야? 즉시 부활?”
“난 이미 냈지. 뒤로 밀리면 언제 부활하겠어? 넌?”
“안 냈어. 죽으면 잠깐 좀 쉴까 하고. 어차피 서폿이라 렙차 나도 크게 상관없을 거 같고.”
“하긴.”
각성자들은 상태창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즐거워하고 있었다.
‘아, 선택 임무는 나에게만 뜨는구나.’
영지 이전이라는 선택은 애초에 나만 가능하니까.
다른 각성자의 화면에는 일방적으로 30포인트 방어 임무가 떠올라 있는 모양이었다.
“이 몸께서 도와주겠다.”
리드리그가 턱을 쓸었다.
“응? 어쩐 일이래?”
“감히 아직 첫 납품도 안 한 곳을 공격해? 매출이 떨어지지 않나!”
“으응?”
리드리그의 논리는 심플했다.
공격으로 인해 영지가 파괴되거나 마차 이용객이 줄어들면 납품량이 줄어든다.
즉, 자신은 좀 더 많은 사람을 살리고 영지를 멀쩡하게 지켜 반드시 계약된 물량을 납품하겠다는 말.
‘애가 좀 이상해서 그렇지 심성은 착하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전력이 강화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럼 있다가 나랑 같이 움직이자.”
“알겠다.”
‘휴전선이라···. 이동은 어떻게 하지?’
아직 이곳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상태창은 영지 이전을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뭔가 있나? 아직 이곳에 신들이 강림하기엔 힘이 모자랄 텐데.’
병력이동도 문제다.
‘아! 이동식 포탈이 있었지.’
지난번 니플헤임과 무스펠헤임을 오가기 위해 이동식 포탈 두 개를 빼두었다.
그레모리가 하나를 가지고 있고, 하나는 내게 있다.
‘그레모리. 나와라.’
아무것도 없던 공간을 가르고 그레모리가 나타났다.
“얼굴이 왜 그렇게 엉망이야?”
“진작 좀 소환하지! 죽는 줄 알았네.”
“네가 오면 되는 거 아냐?”
“후우···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고!”
“상황?”
“하데스가··· 미쳐버렸어!”
* * *
그레모리는 하데스를 몰래 찾아갔다.
“의외로 반겨주더라고.”
디아블로의 패배에 하데스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 찾아온 그레모리.
전력 강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던 하데스는 그레모리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했다.
“내가 너랑 계약한 상태고, 디아블로랑 싸운 것도 알면서 손을 내밀더군.”
헬헤임 공격이 실패하자 하데스는 로키의 신임이 떨어지면서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분노를 감출 길이 없던 하데스는 신과 영웅을 규합했다.
“로키의 부하가 와서 말리더군.”
지구는 아직 강력한 결계가 감싸져 있기에 그걸 뚫고 들어가는 데만도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무모하다는 조언을 무시한 하데스는 결단을 내렸다.
“자신의 힘 절반을 내놓았지.”
“뭐?”
하데스는 지구를 보호하는 결계를 억지로 뚫기 위해 자신의 힘 절반을 소모했다.
마지막으로 마족이 활동했던 땅.
가장 많은 에너지가 모여있는 장소.
대한민국과 내 영지를 차지하겠다고 선포했다.
“에너지가 많이 모여있다고?”
“디아블로가 니플헤임에 있던 각성자를 몇 명 잡았나 봐.”
명계 마족은 결투의 승자가 상대방의 에너지를 흡수한다.
흡수라는 개념이 익숙했던 디아블로는 이해하기 힘든 능력을 갖춘 각성자를 잡아 여러 가지를 실험했다.
딱!
그레모리가 손가락을 튕겼다.
“빙고! 각성자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방법을 알아낸 거지.”
디아블로가 보기에는 보잘것없이 약한 각성자.
그런 각성자가 가진 순수한 에너지는 명계 귀족
급을 넘어섰다.
디아블로는 이런 힘을 가지고 능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각성자를 비웃으며 힘을 흡수했다.
“그리고 디아블로는 그 사실을 모두에게 알렸어.”
올림푸스의 신과 영웅들은 흥분했다.
로키의 부하는 크게 만족하며 돌연 하데스의 공격을 지지했다.
명계를 긁어모은 군대와 힘을 키우고 싶어 하는 올림푸스의 신, 영웅.
그들이 모여 지구로 향했다.
* * *
“난 거절했지. 덕분에 좀 당하고 있었는데. 마침 네가 날 소환한 거고.”
“거절했다고? 마왕이 힘을 얻는 걸 거부하다니···? 착해진 거야?”
“흐응··· 그 로키의 부하가 보인 눈빛. 그게 너무 이상했어.”
비릿하게 짓던 미소.
그레모리는 그게 너무도 찜찜했다.
“그것만 아니었어도 슬쩍 끼어드는 건데. 아쉽네.”
“그럼 그렇지. 디아블로랑 그렇게 싸우고도 그쪽에서 싸우고 싶냐?”
“그게 왜? 힘 좀 모으고 배신하면 되는걸?”
애초에 사고방식이 우리와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