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52
“허··· 서진우가 이걸 혼자 다 알아냈다고?”
“여태까지 숨긴 거야? 혼자 꿀빤거?”
“꿀빨게 뭐 있나. 너 검 들고 대륙 넘어가면 뭐할 건데?”
“하긴 그것도 그렇네.”
좋은 분위기에서 이야기한 덕에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일반인들은 다른 것에 주목했다.
“새로운 대륙이 있으면··· 몬스터 쳐들어오는 여기보다는 그쪽으로 이주하는 게 좋지 않을까?”
“맞아.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몬스터 때문에 죽을 텐데··· 차라리 이주하는 게.”
“아무 기반도 없으면서 뭘 어떻게 하려고? 말 못 들었어? 거기 몬스터가 여기로 넘어온다잖아 저쪽도 몬스터 있는 건 똑같아.”
“에휴. 그렇구나. 하기야 여기 있으면 일단 먹고 자는 문제는 해결되니까···.”
“자,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함께 인류를 위협하는 적을 물리칠 겁니다! 오늘은 마음껏 먹고 마시는 날입니다!”
“와아아아! 고맙습니다!”
“최고다!”
“제가 꿍쳐놨던 30년산 양주 한 병 기부했습니다! 이제 마음껏 꺼내 드실 수 있어요!”
누군가의 외침에 다시 환호가 이어졌다.
* * *
숙소.
“서진우 각성자. 저희에게는 먼저 말씀해주셔도 좋았을 텐데요.”
발키리와 에인헤랴르는 아무런 제약 없이 내 컨테이너에 들어올 수 있었다.
포탈을 통해 직접 야킨둔에 다녀온 사만다가 서운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미안합니다. 미리 이야기했으면 혼란이 있었을 게 뻔해서요.”
일반인들 시각에서는 말보런스의 몬스터가 넘어오는 것을 일종의 침공으로 받아들 수도 있다.
자칫하면 영지민들이나 말보런스 사람들과 불화가 생길 수 있다.
죄 없는 말보런스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셈.
사만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었겠군요. 다음 계획은 뭔가요?”
“아직은 특별한 게 없네요. 우선 썬더워커를 키우는 데 주력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오딘을 만나러 가야 하는데.’
토르는 컨테이너 내부 숙소에서 쉬고 있다.
하지만 FCCB는 가지 말라는 신호를 줬다.
‘어쩌지.’
한창 고민하고 있을 때.
상태창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선택 임무가 발생했습니다.] [멀린의 부름] [보상 : 30 포인트] [오딘의 부름] [보상 : 30 포인트]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선택까지 남은 시간 : 24시간]‘골드 미션!’
임무 제목이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골드 미션이 선택형으로 배달된 건 처음이다.
“계승자여. 바쁜 일은 끝났나?”
토르가 홀에 들어섰다.
“아직··· 영지 관리 조금만 더 하고 떠나도 될까요? 방금 전투가 끝나 정비할 게 많습니다.”
“그래. 이곳에 인간들이 많이 모여있더군. 24시간을 주겠네. 내일 다시 찾아오지.”
토르가 상태창과 똑같이 하루를 이야기했다.
‘누굴 선택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어.’
“우앗! 이게 뭐야?”
박성남의 방에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홀에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이야?”
박성남이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보며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이, 인터넷이 안 되는데. 새로운 퀘스트가 와 있어!”
박성남은 판타지 문명 IV를 플레이하고 있었다.
이런 종류의 게임이 대부분 그렇듯 싱글 플레이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게임사에서 가끔 퀘스트를 보내준다.
그런데 인터넷이 안 되는 지금 박성남의 화면에 새로운 퀘스트가 떠 있었다.
[멀린의 부름] [오딘의 부름]박성남이 플레이하던 모니터 속 영주.
캐릭터 앞에 ‘NEW’ 표시가 있는 퀘스트 게시판.
그곳에 내 골드 미션과 같은 퀘스트가 도착해 있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입만 살아있으면 산다
“비켜봐. 뭐 좀 해볼 게 있어.”
틀림없이 내게 보내는 신호다.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았다.
멀린과 오딘.
애초에 게임에 존재하지도 않는 NPC다.
퀘스트를 두 개 다 받자 새로운 내용이 업데이트 되었다.
[멀린의 부름]– 영지 옆 동굴로 이동.
[오딘의 부름]– 영지 내 훈련소 이동.
심플한 퀘스트다.
먼저 가까운 훈련소로 이동했다.
내부에는 길가에 흔히 보이는 NPC 하나가 서 있었다.
‘훈련 교관이 없네.’
원래 훈련소 내부에는 내 영지의 제스터같은 교관이 한 명 상주한다.
교관을 통해 영지민을 훈련하고 영주의 전투 능력도 올릴 수 있다.
‘내부 디자인도 다르고.’
내 숙소, 그리고 시네마틱 트레일러에서 보았던 오딘의 홀과 똑같았다.
나는 NPC를 클릭했다.
“x$%x$@@x$”
“xx@@$$!”
말풍선이 떠오르며 글자가 깨져 보였다.
‘뭐지? 뭔가 말하는 거 같은데···.’
그리고 잠시 후 NPC가 내 캐릭터에게 다가와 검을 휘둘렀다.
‘···!’
[당신은 사망했습니다.] [영지에서 부활하시겠습니까? Y/N]“에이 뭐야 즉사 퀘스트를 어떻게 깨.”
화면을 보던 박성남이 투덜거렸다.
Y를 누르자 영지에서 다시 시작했다.
‘이번엔··· 동굴로 가보자.’
영지를 나서자 퀘스트 가이드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었다.
영지 근처 광산 옆에 동굴이 목적지였다.
“나도 좀 하지? 광물, 목재, 물 다 얻는 땅이 많지 않더라고.”
박성남이 뿌듯한 표정으로 광산을 바라보았다.
동굴 내부에는 마법사 모자를 쓴 NPC가 있었다.
“@x$@x@@“
“@x$!@@@@!”
가까이 다가가자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당신은 사망했습니다.] [영지에서 부활하시겠습니까? Y/N]“에이 뭐야. 버그 퀘인가 본데? 너 엄청 고인물이잖아 이런 퀘 본적 없냐?”
“지금 퀘스트가 문제가 아냐.”
‘이게 만약··· FCCB의 어떤 메시지라면.’
오딘이 부른다는 말을 전하며 어딘가 불편해 보였던 토르의 표정.
영지 정비를 위해 내일까지 시간도 준다고 말했다.
‘뭐지? 지금까지 잘 지원하다 왜 죽인다는 거지?’
이제 신살기도 얻었고, 곧 있으면 검술 3레벨도 개방된다.
오늘은 대규모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나를 죽일 이유가 없는데.
* * *
‘제이나···! 안젤라!’
머릿속에 헤라와 이둔이 스쳐 지나갔다.
토르가 나를 부르던 이름.
계승자, 후계자.
‘이둔도 나를 처음 보았을 때 후계자라는 말을 했었지.’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내게 부여되는 수많은 특전.
대놓고 밀어주는 각종 능력과 아이템.
박살 난 오딘의 거처.
아스가르드와 똑같이 변해가는 내 영지.
‘···나를 잡아먹으려는 거구나!’
신은 파장이 맞는 자에게 빙의할 수 있다.
만약 오딘이 멀린과의 약속을 깨고 나를 ‘보험’으로 생각했다면.
그리고 이제 내 몸을 빼앗아 나를 몰아내고 ‘인간 서진우’ 이자 ‘오딘’으로 살고자 한다면.
빙의는 대상 인간의 모든 기억을 흡수한다.
헤라가 제이나로, 이둔이 안젤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다.
‘빙의한 신이 먼저 말하지 않는 이상 누구도 알 수 없어.’
그저 인간 서진우인 척 살아가며 지금처럼 올림푸스를 멸망으로 몰아넣으면.
아스가르드의 신조차 모두 죽여 없애면.
‘유일신.’
홀로 영원한 통치를 이어갈 수 있다.
‘그렇다면··· 멀린이 나를 죽이는 건.’
그걸 알아내 미리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퀘스트 완료!]“어?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완료야? 버그 똥망겜이네.”
박성남이 화면에 떠오른 퀘스트 완료 메시지를 보며 투덜거렸다.
다급히 퀘스트 목록을 열었지만 역시나 방금 퀘스트는 사라지고 없었다.
박성남의 영주 캐릭터는 마을 분수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 팁을 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때 게시판에 ‘NEW’ 아이콘이 떠올랐다.
‘새 퀘스트!’
재빨리 아이콘을 클릭하자 허탈한 마음이 밀려왔다.
“버그 사라졌나 보네 이거 원래 게임에 있던 퀘스트지? 비켜봐 게임 좀 하게.”
“잠깐만. 미안한데 내가 조금만 더 해봐도 될까?”
“엥? 웬일이냐? 매일 바쁘던 놈이. 뭐, 오랜만에 보니까 땡기나보네. 난 나가 있을 테니 너 해라.”
박성남이 방을 나섰다.
* * *
[제3의 길]– 새로운 무역로를 개척하라!
초반에 나오는 흔한 퀘스트다.
‘제3의 길이라···.’
멀린에게도, 오딘에게도 갈 수 없다면 다른 쪽으로 빠지는 게 제일 좋기는 하다.
‘그런데··· 무슨 방법으로?’
그때 마을 NPC 하나가 영주 캐릭터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영주님! 적들의 공격이 사방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아··· 그냥 NPC인가.’
나는 그냥 손에 익은 습관처럼 지도를 훑었다.
박성남은 초반부터 너무 좋은 땅을 차지하려고 무리수를 두었다.
광산을 캐려면 빌드가 더 올라야 한다.
A.I는 난이도 보정으로 처음부터 괜찮은 군대를 갖추고 있다.
쓸모없는 땅에서 어그로만 먹고 있는 셈이다.
동맹도 없으니 여기저기서 얻어터지는 건 당연한 일.
“영주2@xㄲ@x$!!@“
NPC의 대사가 깨졌다.
‘뭐지?’
“@x%%xx 퀘경런@x$! 이유 x@$%x 제공 @x$!$”
깨진 말풍선을 띄우던 NPC가 사라졌다.
‘···퀘경런! 퀘스트 경험치 달리기!’
고인물 게이머인 내가 가이드를 쓸 때 사용했던 용어다.
퀘스트 끝낸 뒤 완료 버튼을 누르면 경험치가 지급된다는 점을 이용한 플레이.
초반 성장 때 완료한 퀘스트를 잔뜩 모아두고 나중에 막힐 때 몰아서 완료해 어려운 구간을 넘기는 기본 팁이다.
‘처음엔 가지 말라더니··· 퀘스트 완료하고 튀라고?’
토르가 와서 떡하니 버티고 있다.
그냥 도망갈 수도 없겠지.
무조건 가야 한다면··· 오딘이던 멀린이던 만나러 가자마자 임무 완료만 시키고 튀라는 뜻일 텐데.
물론 그럴싸한 이유를 제공하면서.
‘임무가 그저 만나기만 해도 완료되는 거라면.’
누굴 죽이거나 무엇을 얻는 게 아닌 만남으로 완료된다면 중간에 문제가 발생해도 임무는 완료한 것으로 친다.
‘머리를 굴려보자.’
내게 우호적인 눈치를 가진 토르.
하지만 그가 오딘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헤라와 이둔도.’
내 편이기는 하지만 본인들조차 파장이 맞는 인간에게 빙의했기에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모른다.
‘내가 오딘에게 가려는 걸 알게 되면 멀린은 나를 죽인다.’
오딘은 나를 잡아먹으려 한다.
토르는 그런 나를 오딘에게 데려가야 하고.
‘토르와 멀린을 싸우게 만들고 그 틈에 튀면···?’
하지만 튀어봐야 멀리 갈 수도 없다.
평생을 숨어 살게 아닌 이상 고정된 영지에 나타나는 순간 다시 끌려갈 것은 뻔한 일.
‘이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이거지.’
아직 나를 잡아먹으면 안 되는 이유.
조금 더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를 가능성.
그렇게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래··· 그게 있었지! 연기력을 동원해야겠어.’
내게도 조커 카드가 있거든.
* * *
다음날이 되었다.
토르는 고민에 빠진 얼굴로 홀 중앙에 서 있었다.
“토르!”
“오, 일어났나? 이제 준비는 완료되었고?”
“아직 할 일이 좀 남긴 했는데요. 다녀와서 하죠.”
“흠··· 그래? 알겠네.”
“아참. 멀린께서도 저를 부르셨는데요.”
“···멀린께서?”
“예. 먼저 좀 들렀다 가도 될까요?”
‘우선 끈끈한 동맹부터 금이 가게 만들고.’
멀린이 실제로 나를 공격한다면 토르가 막아줄 것이다.
혹은 공격하지 않아도 내가 오딘에게 간다는 걸 알게 되면 무언가 수를 쓰겠지.
토르는 보디가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즉, 우선은 둘 사이에 불신의 씨앗을 심는 게 중요하다.
“알겠네. 내 손을 잡게!”
토르의 손을 잡자 황금빛이 내려오며 부유감이 느껴졌다.
‘경계다.’
어디에 있는 경계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깨진 대지와 황천 같은 별 무리가 반짝이는 하늘은 경계임을 확신하게 했다.
“가지.”
토르는 오딘의 거처를 알고 있는 듯 거침없이 움직였다.
나는 토르를 따라 이동했다.
“왜 이런 곳에서 사는지 모르겠군. 마법사들의 머릿속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네.”
경계 내부에 있는 어느 동굴 앞이었다.
“멀린 경! 토르 오딘슨이 왔소!”
쿠르르릉.
동굴이 흔들릴 정도의 고함.
안에서 라무르와 똑같이 생긴 마법사가 나타났다.
‘사념이나 트레일러가 아니라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
멀린이 나를 보며 눈빛을 빛내다 토르에게 시선을 옮기며 살짝 미간을 좁혔다.
“토르. 그대가 여기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옆에 있는 인간을 불렀다 해서 함께 왔습니다.”
“함께···?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올림푸스와의 싸움에서 대승을 거둔 이 인간에게 축복을 내리기 위해 오딘께서 직접 아스가르드로 초대했소. 내가 이 영웅을 호위하는 역할을 맡았지.”
“호위라···.”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토르가 약간 경계하는 말투로 물었다.
“한번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으나, 부른 적은 없습니다. 심지어 제 거처는 오딘밖에 모르시는데···?”
멀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토르가 나를 응시하며 물었다.
“멀린 경께서 불렀다고 하지 않았나?”
“네. 제 각성자 시스템 상태창에 멀린 경을 만나는 임무가 나와서요.”
[임무 완료 : 멀린의 부름] [포인트 30 지급]‘됐다.’
“나를 만나는 임무가 있다고···?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오딘께서 이 인간을 왜 부르는 겁니까?”
“말씀드렸듯. 축복을 위한 자리입니다.”
“축복이라고···? 제가 함께 가도 되겠습니까?”
토르가 몸을 움찔했다.
“그건··· 곤란할 것 같습니다. 우선은 이 인간만 데려오라 하셔서.”
“영웅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제게도 영광스러운 축복의 자리에 함께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거 아닙니까?”
‘역시 멀린이 상태창을 만들었구나.’
영웅을 생산하고 관리한다.
나를 주신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계획.
라무르의 파편과 이야기했던 내용과 일치한다.
‘그럼 FCCB가 어딘가에 갇혀 있는 건가.’
수용소에서 강제 노역을 하듯 감시 속에서 시스템을 운영하다 기회를 봐서 내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
지금으로서는 그런 상황일 거라는 추측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