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59
“멍청한 놈들. 저기 꼬챙이에 꿰어 있는 거 가서 툭툭 치면 30골드씩이야. 난 먼저 간다. 흐흐흐.”
“으악! 같이 가!”
각성자들이 내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며 적을 잡기 위해 퍼져나갔다.
‘격에 합당한 이야기.’
전장의 모든 이가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가.
‘나는 오딘이 아니다. 서진우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거야.’
* * *
무표정한 얼굴로 헤파이토스의 팔을 바라보던 아테나가 검을 들고 내게 달렸다.
“아테나! 기다리시오! 갑옷조차 없이···!”
“겁쟁이. 이제 몇 번이나 더 쓸 수 있죠? 한번? 아니, 이제 빈털터리가 되었나요?”
“아, 아직 쓸 수는 있소! 하지만 그러자면 내 존재가···.”
“내게 관심 있다는 말은 거짓이었군요.”
“내가 소멸하면 약속은 의미 없는 것 아니겠소?”
“그것 봐요. 날 진정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거죠? 됐어요.”
‘헤파이토스의 권능은 앞으로 한 번 정도가 한계다.”
아테나의 권능은 범위가 작기 때문인지 여러 번 사용해도 괜찮은 모양이다.
‘아테나라는 이름이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미친 듯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으니 최근에 쌓은 사가도 많을 터다.
부우우우우욱.
공간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굴절이 시작되었다.
파편이 흩날리며 아테나와 함께 내게 날아왔다.
아테나가 광기에 젖은 표정으로 주먹을 쥐었다.
부우우우욱.
내 뒤쪽, 옆에서도 공간이 찢어졌다.
사방을 막고 내게 날아오는 공간 굴절.
“서진우 각성자! 위험합니다!”
“영주님!”
사만다와 넬다가 내 옆으로 텔레포트 해 주변에서 날아오는 공간을 향해 창을 찔렀다.
콰아아아앙—!
“크아악!”
“꺄아아아악!”
발키리 사만다, 넬다가 굴절에 휘말려 순식간에 소멸했다.
번쩍!
“어? 내가 왜 여기서 부활하지?”
“내 무기 옵션입니다. 전장에서는 제 옆에서 바로 부활 가능해요.”
“그럼 저희 뒤에 서서 몸을 피하세요. 최대한 막아보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죽어도 살아난다 뿐이지 고통은 그대로일 텐데.”
“당신이 죽으면 우리도, 지구도 끝이야!”
사만다가 거칠게 소리쳤다.
“사만다. 저는 안전 제일주의라 자신 없으면 나대지 않습니다. 일단 다른 곳부터 도와주세요.”
“아직도··· 뭐가 남았습니까?”
“물론이죠.”
사만다와 넬다가 서로를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사라졌다.
[그래비티 패럴라이즈]– 액티브 : 전방 소규모 지역에 중력을 마비시킵니다. 창술 레벨이 향상될수록 범위가 증가합니다.
새로 얻은 스킬.
아테나의 권능도 결국 공간을 제어하는 능력이다.
‘중력을 마비 시킨다는 게 잘 이해는 안 되지만··· 이것도 비슷한 능력이겠지.’
빠르게 다가오는 아테나와 공간 굴절.
나는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 * *
“놈! 도망치느냐!”
“그럴 리가. 이거나 먹어라.”
‘그래비티 패럴라이즈.’
창끝에서 불길은 검은 기운이 뭉치며 미친 듯이 떨렸다.
본능이 내게 경고했다.
이걸 들고 있으면 위험하다고.
창을 어깨 위로 들자 에임이 생겨났다.
그대로 아테나를 향해 창을 던졌다.
스팟.
아테나가 창을 피하려 몸을 비틀었다.
푹.
그러나 궁니르는 빗나가지 않았다.
아테나의 어깨를 뚫고 땅에 박힌 궁니르.
쩌적. 쩌적.
턱.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던 아테나가 동작을 멈췄다.
동시에, 나를 쫓던 공간 굴절도 자리에 정지했다.
빠직. 빠직.
파편화된 공간이 서로 비벼지며 기묘한 소리를 냈다.
아테나의 몸이 잔상을 남기며 조금씩 떨렸다.
바이브로 스피어.
초 진동이 시작되었다.
콰아아아아앙—!
아서스가 테세우스의 배에 설치된 저격 타워를 쏘았다.
아테나를 향해 날아오던 파편이 마비된 중력에 닿자마자 그대로 정지했다.
‘무엇도 나가고, 들어올 수 없는 절대 영역.’
오직 오딘의 무기만이 적에게 유효한 타격을 주는 지역.
신들의 신.
주신(主神)의 힘.
이런 힘을 가지고도 발할라가 박살이 났다는 게 믿기 어렵다.
‘아니, 오히려 권능이기에 쓰지 못했을 수도.’
격에 합당한 이야기를 쌓아 사용하는 권능.
상태창 각성자인 나는 아무런 제약 없이 이걸 사용하고 있다.
오딘이 내게 빙의한 뒤 이걸 마음껏 사용한다면···.
‘지금 이런 걸 노리고 일부러···?’
아직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빠지직. 빠지직.
“아테나님! 안돼!”
아테나의 몸이 공간과 함께 조금씩 쪼개졌다.
굳어버린 몸에 부릅뜬 눈.
분노를 가득 담은 눈동자가 나를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창술 경험치 : 100/100]‘보스급과 싸워야 경험치가 팍팍 차는구나.’
“이, 이···! 아테나님을 위해 네놈과 함께 죽으리라!”
헤파이토스의 벨트에 매달려있던 각종 대장장이 장비가 하늘로 떠올랐다.
콰르르르르르르.
하늘로 솟아오른 장비가 파란 불꽃을 내뿜으며 스스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어서 쏟아지는 푸른 불의 비.
나는 지휘관의 스크롤을 잡았다.
* * *
“광역 공격 시작. 소환수를 제외한 모든 각성자와 전투 인력은 헬헤임 내부로 퇴각합니다!”
“저거 닿으면 그냥 녹는다! 튀어!”
“안돼! 내 장비가 얼마짜린데!”
“쫄몹도 거의 다 죽였어! 나머지는 서진우가 해결하겠지!”
“보스전 화이팅!”
“아이고 돈 벌기 빡세다.”
각성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쿵. 쿵. 쿵.
푸른 불꽃으로 타오르는 물결이 파도처럼 내게 몰려들었다.
‘퓨리.’
나는 헤파이토스 앞으로 이동했다.
“죽을 자리를 찾아왔구나!”
“응, 아니야.”
‘컨덴세이션.’
후우우우웅.
한 줄기 바람과 함께 보라색과 검붉은색이 섞인 거대한 에너지 볼텍스가 나타났다.
콰콰콰콰콰콰콰콰.
볼텍스는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올림푸스 영웅들의 시신과 각종 장비.
아테나의 공간 굴절과 내게 몰아치던 푸른 불꽃의 비까지.
저 멀리 하늘에 떠 있는 블랙홀처럼 모든 것이 볼텍스에 휘감겼다.
“이익··· 오딘의 힘은··· 내게 닿지 않는다!”
쿵.
헤파이토스가 볼텍스로 끌려가는 몸을 바닥에 지탱하며 외쳤다.
“나는···! 대장장이의 신! 헤라의 아들! 헤파이토스다!”
‘허··· 이걸 버티네.’
헤파이토스가 천천히 볼텍스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컨덴세이션 응축 효과 확인] [저지먼트 사용이 가능합니다.]“헤파이토스. 이제 끝이다!”
‘저지먼트.’
헤파이토스의 가슴에 아스가르드의 문장이 그려졌다.
콰콰콰콰콰콰콰.
몰아치는 에너지 폭풍 속.
나는 헤파이토스를 향해 창을 찔렀다.
콰직.
“끄으으으.”
헤파이토스가 몸을 움찔했다.
그의 권능, 푸른 불꽃이 전장에서 사라졌다.
헤파이토스가 아테나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나, 나는···!”
헤파이토스가 서서히 빛 가루로 변하며 흩날렸다.
“형이 충고하나 할게. 다른 여자 찾아. 아테나는 미친 여자야. 저런 여자 만나면 네 인생 고달프다.”
“···형이라고?”
“호구 동생 같아서 그래. 잘 가라.”
헤파이토스가 소멸하고 컨덴세이션도 사라졌다.
빠직. 빠지지직.
계속해서 공간이 쪼개지는 소리.
[창술 경험치 : 0/100]‘다시 쌓아야 하네.’
나는 창을 고쳐잡고 아테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테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기를 쓰고 고개를 돌렸구나. 독하다.’
쿠르르르릉.
번쩍!
꽝!
아테나를 향해 내려치는 번개.
번개 한방에 그녀의 권능도, 그래비티 패럴라이즈도 모두 사라졌다.
“제우스님···!”
몸이 풀린 아테나가 하늘을 보며 광기에 젖은 눈으로 웃었다.
‘제우스?’
“네놈. 다음번에 죽여주마.”
“뭐? 누구 맘대로! 안돼!”
‘퓨리.’
스팟.
아테나에게 이동해 디셉션을 발동시켰다.
갑옷이 터져나간 아테나는 여기저기 약점이 노출되었다.
약점을 향해 창을 찔러넣으려는 순간.
팟.
아테나가 사라졌다.
‘아··· 튀었네.’
이번에 잡았어야 했는데.
아주 강력한 적은 차라리 괜찮다.
근데, 미친 적은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헤파이토스보다 아테나를 먼저 죽였어야 했나.’
“퇴각! 퇴각한다!”
“헤파이토스님이 당했다!”
“도망쳐!”
올림푸스의 잔당이 빠르게 사라졌다.
눈 깜빡할 사이 썰렁해진 전장.
마법으로 만들어진 구름이 걷히고 긴눙가가프의 전경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 * *
“서진우! 최고다!”
“영주님 만세!”
“혼자 다 해 먹는구나! 대박!”
“보라돌이 공 더럽게 세네.”
“돈 벌었다! 으하하하!”
“아. 차라리 죽고 다시 살아날걸. 이번에 번 돈 포션 값으로 다 쓰네.”
“요새 분위기면 부활하고 돌아왔을 때 적응 못 할걸?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각성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들며 뒷정리를 시작했다.
대부분은 전장으로 몰려가 올림푸스의 적이 떨어트린 장비를 줍는 데 여념이 없었다.
“깨진 것도 주워. 얘들 장비 녹이면 상급 주괴 나온다더라.”
“대장간 미어터지겠다.”
“다른 각성자가 차린 대장간도 있어. 그리고 이제 말보런스 가서 녹여도 됨.”
“아, 하긴 그렇네. 오, 이건 옵션 괜찮은데?”
“B등급인데 뭘.”
“예전에 죽었던 친구 이번에 부활했잖아. 가져다주려고.”
“아아. 걔?”
전장이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성 안쪽에서 헤라와 헬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헤파이토스가 헤라의 아들이라 했었지.’
“어서 오게. 승리를 축하하네.”
“헬님의 조언 덕분이죠.”
“우리를 도와주어 고맙네. 게이타에게 상을 줘야겠군.”
“헤라님. 헤파이토스는···.”
“괜찮네. 안 그래도 그 이야기 중이었지.”
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오늘 죽은 영웅과 신은 헬헤임에 귀속되네. 헤파이토스도 지하에 갇히게 되었지. 신격이 소멸했기에 권능은 쓸 수 없어도 헤라님이 만날 수는 있다네.”
‘다행이긴 한데···.’
죽을 고생을 하면서 싸웠는데 아직도 살아있다니.
신이라는 존재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헬이 하늘에 떠 있는 블랙홀을 가리켰다.
“전투가 끝났으니 하는 말인데··· 저곳에 가볼 생각은 없나?”
“예? 저기는 왜요?”
“태초의 시작점이라고 했던 말. 기억하나?”
“네.”
“티르가 죽고 오딘이 그의 권능을 손에 넣은 뒤, 누구에게도 기록의 서를 보여주지 않았지.”
정확하게는 보여줄 수가 없었다.
“그 기록의 서가 바로 긴눙가가프에 있다는 소문이 돌았어. 오딘의 권능을 가진 자네라면 왠지 찾을 수 있을 것 같군.”
‘기록의 서?’
그때 보았던 그 공간.
말보런스에 서버와 같은 시스템을 통해 어딘가로 이동했었다.
‘그게 저기 있다고?’
오딘은 긴눙가가프에서 무언가를 찾으라고 토르에게 지시했다.
그리고 자신도 긴눙가가프로 이동했다.
‘오딘 정도 되는 신은 안 가본 곳이 없을 테니···.’
그가 뒤지는 곳에 무언가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막 고개를 끄덕이려는데 상태창이 떠올랐다.
[임무가 발생했습니다.] [긴눙가가프에서 ‘디스켓’을 찾아라!] [보상 : 30 포인트]새로운 문명의 시작
‘디스켓이라니··· 뭐야.’
그리고 이어지는 상태창 메시지.
[새로운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퀘스트를 확인하세요.]`퀘스트? 임무가 아니라?`
너무나 익숙한 문구.
판타지 문명 IV의 새 퀘스트 알림과 동일한 메시지다.
‘멀린에게 걸리지 않으려고 그러는구나.’
그럼 저 디스켓이라는 문구도 내게 주는 또 다른 메시지다.
‘디스켓? 저장 장치··· 기록의 서를 이야기 하는 건가?’
지난번 멀린과 만났을 때.
내가 포인트 부족에 시달린다는 하소연을 하자 멀린이 보였던 반응은 심플했다.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어.’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알겠다고 했다.
즉, 실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임무를 만들어내는 건 멀린이 아니다.
‘FCCB가 모든 걸 만들어내고 있다면···.’
멀린에게 걸리지 않으려고 이런 식으로 돌려서 메시지를 보내는 것.
‘정리부터 하고 게임을 실행해 봐야겠군.’
“헬님. 다시 니플헤임으로 가실 게 아니라면 제가 만들어낸 하계에 계시겠어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물론이네. 그러나 약속해줄 게 있다.”
헬헤임이 하계로 연계되면 내 영역권에서 신과 영웅이 죽는 경우 그녀에게 향한다.
각성자와 일반인은 기존처럼 굴락이 맡아 관리한다.
헬의 요구는 단순했다.
자신에게 간섭하지 말 것.
헬헤임에 들어온 신과 영웅의 부활을 요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소멸한 신은 헬이 관리한다.
“각성자랑 일반인만 아니라면야 얼마든지요.”